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6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64화(264/353)
☆ 제264화 ☆
‘……!’
나는 서둘러 몸을 숙이며 숨을 멈췄다.
그러기를 한참.
“……?”
아무런 이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살며시 눈을 떴지만 여전히 어둠 속이었다.
끝도 없이 무저갱처럼 펼쳐진 어둠.
“……그냥 바로 압살당해서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죽은 건가?”
“응.”
“정말……? 진짜 죽었어?”
“그렇다니까?”
말도 안 돼!
전생에서 환생 트럭에 치여 죽을 때보다 더 어이없었다.
“푸흡……!”
그때, 머리 위에서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옥의 웃음소리라고 하기엔 다소 경박한 것이一.
어라?
‘그러고 보니 아까 누가 내 말에 대답하고 있었던 거지?’
홱 고개를 돌리니 웬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푸하하하하!”
“…….”
“푸핫! 주, 죽었대! 푸하하하하!”
저기요.
너무 웃는 거 아닌가.
저절로 얼굴이 뾰로통해졌다.
그런데도 눈앞의 남자는 웃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으하핳하하하하핳하!”
“그만 좀 웃어!”
결국 참다못한 내가 소리를 빽 지르고 나서야 남자는 겨우겨우 웃음을 멈췄다.
그래도 “푸흡, 푸흐흥.” 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었나.”
내 쀼루퉁한 말에 남자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원래 허파에는 바람이 드는 게 보통이야. 숨을 쉬어야지.”
“…….”
“와, 그런 눈빛은 처음 받아봐. 상처받았어.”
“잘됐네.”
“잘됐다니! 그래도 너무한 것 아닌가. 생명의 은인에게.”
남자가 씨익 미소 짓는 것과 동시에 주변이 조금 밝아졌다.
나는 그제야 남자와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남자가 내 얼굴 옆에 손을 짚은 채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가 내 위를 몸으로 뒤덮은 채 나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토사를 막고 있는 그의 등엔 커다란一.
‘날개……?’
피막과 비슷하게 생긴 새까만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그 거대한 날개 덕분에 내 위로는 단 한 알갱이의 모래조차 흘러내리지 않았다.
어두운 빛의 피부.
세로로 길쭉하게 찢어진 동공.
웃을 때마다 보이는 뾰족한 송곳니.
‘인간이 아니야.’
로판 헤비 독자로서 나는 단번에 이 남자의 정체를 간파해 냈다.
“마족?”
남자가 씨익 웃었다.
파충류의 그것과 닮은 눈동자가 기묘하게 빛났다.
* * *
제의장 안.
“그럼 파에라톤령이 아니라 다른 곳이一.”
“아니요. 다른 곳이었어도 이미 보고가 왔겠지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생각이 다르다니. 그, 그럼 이 계시를 해석했단 말이오?”
모두의 시선이 신관을 향했다.
“보십시오. 여기 네 가지의 언급이 있었죠.”
가장 높은 곳의 기원.
가장 낮은 곳의 수렁.
가장 보편적인 곳의 수림.
가장 배타적인 곳의 심연.
계시를 받아 적은 종이를 본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앞의 세 곳은 어딘지 알았으니 이제 마지막이 어딘지 생각해 보는 것 아니었습니까? 파에라톤령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니.”
“어떤 소식도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에 나온 ‘가장 배타적인 곳의 심연’에는 아무런 위기도 없을 것이니.”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그 아래 구절을 보십시오.”
세 곳의 위기가 지나 마지막에서 세상을 집어삼키고 거꾸르는 악마가 탄생하리라.
“세 곳의 위기는 이미 생겼죠.”
그 말에 깨달음이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 마지막이라는 게……?”
“가장 배타적인 곳의 심연에서 세상을 거꾸르는 악마가 탄생한다.”
“……!”
“그런 뜻 아니겠습니까?”
“서, 설마…….”
가장 배타적인 곳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파에라톤 공작 가였다.
사람들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말을 삼켰다.
“그, 그럼 여기서 말하는 심연이 공동(空洞)이나 터널 같은 것이 아니라一.”
“파에라톤 공작가의 마기!”
누군가가 외쳤다.
“말도 안 돼……. 파에라톤 공작가에서 세상을 멸망시킬 악마가 탄생한다는 건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최근 몇 년간 파에라톤 공작가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 그 도움을 받은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계시를 잘못 해석한 거겠지.”
“애초에 파에라톤이 아니었으면 흑사병으로 제국은 큰 시름을 앓았을 거예요!”
“오히려 세상을 구원했다고 해야 하는데 세상을 멸망시킬 악마가 탄생한다니!”
리리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말썽꾸러기가 끝까지 말썽이네.’
루아티샤가 그간 해온 일들이 영 헛되진 않았나 보다.
‘내가 가져야 할 영향력을 미리 채가더니.’
대단하다면 대단했다.
신의 계시라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적 앞에서도 저들이 루아티샤의 역성을 들게 만들다니.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야.’
리리엘의 시선을 받은 추종자가 화면을 가리켰다.
“저길 보세요!”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화면을 향했다.
화면은 아직도 수원지를 비추고 있었다.
아니, 그건 더 이상 수원지라고 말할 수 없었다.
“저, 저건…….”
인세에 강림한 지옥과도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태양조차 가린 새까만 마기.
그 아래로 산천초목이 다 파헤쳐진 채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들어 죽은 나무와 꽃은 퍼렇게 얼어붙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생기를 앗아간 것만 같은 광경.
빛 한점 들지 않는 새까만 기운은 가히 심연이라 부를 만했다.
주춤하는 사람들을 보며 리리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강대한 힘.
감히 바라보기도, 감히 탐내기도 어려운一
‘신의 힘.’
아프타네스의 힘은 그 편린만으로도 인간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심어주었다.
항상 의문이었다.
어째서 루아티샤가 파사의 기운을 지녔는지.
어떻게 아흔아홉 갈래로 찢겨 죽은 아프타네스의 힘을 계승했는지.
‘너무 뒤늦게 알았어.’
그 힘은 애초에 끊기지 않았던 것이다.
리리엘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향기를 지운 편린으로 남아, 피에 피를 타고 계승되어져 왔다.
파에라톤 공작가에.
그리고 그 편린 밖에 남지 않은 힘을 온전히 다룰 존재가 탄생했다.
‘……이것이 아프타네스의 마지막 안배였겠지.’
처음부터 루아티샤는 마기를 타고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저 조각난 편린이 아니라, 완벽한 힘을 타고났을 뿐.
다만 그 강대한 힘이 아이의 몸을 헤칠까 봐 스스로 봉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강해져서 종래에는 모든 힘을 손에 넣도록!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야.’
루아티샤는 오늘 죽는다.
설령 죽지 않더라도 세상을 멸망시킬 악마로 낙인 찍히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 많은 영향력을 한순간에 다 잃게 될 테니까.
‘인세에서 신의 힘이란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연약한 힘이지.’
루아티샤가 가진 영향력이란 곧 그녀를 대행자로 삼은 아프타네스의 영향력一교세이다.
루아티샤가 만약 영향력을 잃는다면?
‘믿음을 잃은 신이 어찌 인세에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루아티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
리리엘은 미소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아까 성녀 예하께서 파에라톤 공녀를 보내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지 않았어?”
“파에라톤 공녀가 가자마자 위험에 빠졌고, 계시 내용은 파에라톤에서 악마가 탄생한다는 거잖아.”
“그럼 신께서 인류를 악마에게서 구원하기 위해 일부러 위험 지역으로……?”
인간들 틈에 숨어든 리리엘의 추종자들이 열심히 장작을 넣고 있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혼란 속에서 눈먼 채 따라가기 마련.
이미 사람들 속에서 루아티샤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게 훤히 보였다.
그 반대로一
“믿을 건 성녀 예하밖에 없어.”
“성녀 예하께서 또다시 길을 인도해주시지 않을까?”
‘내 영향력은 아주 잘 오르고 있구나.’
텅 비었던 속에서부터 강한 힘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 루아티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루아티샤가 몇 년간 모은 그 강력한 영향력을 그대로 먹게 될 테니까.
결국엔 이럴 것을 그간 왜 그리 속을 썩였는지.
하찮은 인간 주제에 자신에게 반항하니 모든 것을 다 잃고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다.
‘아프타네스도 다 죽어가면서까지 헛수고를 했어.’
아니, 헛수고는 아니었다.
‘결국 네놈의 마지막 안배인 루아티샤조차 나를 위한 밑거름이었을 뿐.’
리리엘이 짙게 미소 지었다.
그때였다.
강물 위에서 오색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허공을 수놓는 빛이 선과 곡선을 이루며 복잡한 문양을 만들어냈다.
“뭐, 뭐지?”
“갑자기 웬 빛이…….”
경계심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그 아름답고도 신비롭고 다사로운 빛에 사람들은 탄복했다.
“설마 새로운 신의 계시가?”
웅성거리는 사람들 너머로 이변을 확인한 리리엘이 흠칫했다.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어 있던
몸이 다급하게 세워지고 손은 팔걸이를 꽉 잡았다.
‘이 기운은……!’
* * *
니케는 기분 좋은 낮잠에 빠져 있었다.
꿈에서 마마가 털을 빗어주며 “예쁘다, 예쁘다. 착하다.” 하고 칭찬해줬다.
재주 넘기를 하자 엄마가 꺄르르 웃으며 꼭 안아 주었다.
“우리 니케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똑똑하지?”
하고.
니케가 미소 지으며 도롱도롱 코를 고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섬뜩하고 불길한一.
“캬웅!”
니케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러자 마마의 따까리들이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자신을 바라보았다.
“감히 이 니케 님의 앞발을 만지려고 하다니! 건방지구나!”
니케가 꼬리를 바짝 세운 채 카랑카랑하게 외쳤다.
“죄, 죄송해요, 니케 님.”
“흥!”
니케가 두툼한 앞발을 혀로 핥았다.
소중한 앞발을 만질 수 있는 건 오로지 마마뿐이었다.
낸시와 틸다는 서로를 보며 한숨을 흘렸다.
이번에도 실패다.
숨까지 멈춘 채 니케의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저어서 깊게 잠든 것까지 확인했는데!
‘원래 아가는 잠이 많은 거 아니냐구! 무슨 아가가 이렇게 잠귀가 밝아!’
부화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니케는 아직 하나도 성장하지 않았다.
성장뿐이랴? 성질도 한결같았다.
오늘 아가씨께서 치수제를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하실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일을 덜어드리고 싶었는데…….
“발톱만 조금 잘라드리면 안 될까요?”
“안돼!”
“하지만, 많이 길어졌고……. 뛸 때 아프잖아요. 그러다 발톱 빠져요.”
“마마가 오면 잘라달라고 할 거야.”
“하지만…….”
크르르릉一!
아직 새끼여도 영수 중의 영수라는 환수다.
낮은 목울음에도 보통 사람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의 위력이 가득했다.
니케는 창백하게 얼어붙은 낸시와 틸다는 상관도 하지 않고 마마가 돌아올 순간을 상상하며 기지개를 쭉쭉 켰다.
“마마가 오면 귀 파달라구 해야지! 마마가 오면 털도 빗어달라구 할 거야! 그리고 니케를 꼬옥 안아달라구 해야지! 뽀뽀도!”
니케는 꼬리까지 붕붕방방 휘저으며 행복해했다.
그 순간.
마구마구 살랑거리던 꼬리가 우뚝 멈췄다.
니케가 머리를 위로 바짝 치켜들었다.
박제된 동물처럼 보일 정도로 빳빳하게 힘이 들어간 신체.
보랏빛 눈 안의 동공이 기묘하게 확장되었다.
“……마마?”
작은 속삭임이 니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마마!”
천둥 같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낸시와 틸다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니케의 전신이 빛에 휩싸였다.
마마가 위험하다.
니케의 머릿속엔 그 생각밖에 없었다.
마마가 불안해해.
마마가 아플 거야.
마마가 엄청 고통스러울 거야.
숨이 부족해.
어쩌면.
어쩌면 평생 니케의 곁을 떠날 수도 있어.
‘안 돼!’
내가 마마를 지켜야 해!
내가 마마를 지킬 거야!
빛이 완전히 잦아들었을 때,
“니케 님?”
낸시와 털다의 앞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 * *
강물 위에 그려진 문양 위로 나타난 것은 거대한 흑색 갈기를 지닌 영수였다.
“저, 저건一.”
그러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영수였다.
검은 털끝이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게 짙은 붉은 빛으로도 보였고, 때로는 황금빛으로도 보였다.
한 발로 태산을 짓누를 것 같은 유려한 몸체.
그 경이로우면서도 위압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영수들은 먼저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었으나, 보통 인간에게 비협조적인 생명체였다.
신의 계시에 이은 영수의 등장에 사람들이 갈팡질팡하는 찰나,
“맙소사, 환수입니다!”
신관의 말에 분위기가 일변했다.
“환수?”
“신이시여! 환수라니! 내가 살아서 환수를 보다니!”
영수 중의 영수.
영수들의 왕.
그러나 남은 개체는 단 하나도 없어 이제는 옛 전설에만 등장하는 신수이자, 전설 속 성녀와 함께 인류를 구원했다 일컬어지는 환상종.
“세상에, 이 땅에 환수가 강림하다니!”
“설마 성녀 예하를 알아보고 온 걸까요?”
“오오, 사기를 정화하고 신의 계시를 받은 성녀님이시니 그럴 만도 하지요!”
사람들이 기대 가득한 눈으로 환수를 바라보았다.
절망이 닥친다는 계시가 내려온 지금 환수가 나타나다니!
악마에 대항할 성녀와 환수!
이것은 옛 전설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아닌가.
사람들은 경외심으로 가득 차 환수를 우러러보았다.
환수는 위엄 가득한 눈으로 인간들을 내려다보았다.
“성녀 예하, 어서 환수님께 다가가 보세요. 전설처럼 환수님께서 예하의 앞에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신관들의 재촉과 사람들의 기대에 리리엘은 마지못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이 환수에게 닿으려는 순간.
“미천하고 더러운 게 감히 이 니케 님을 만지려 들다니!”
환수가 앙칼지게 외쳤다.
‘응?’
예기치 못한 상황에 사람들이 당황했다.
“마마!”
그러든 말든 환수가 몸을 팩 돌리더니 허공을 딛고 바람처럼 달렸다.
“마마? 엄마 찾는 거야?”
“그런데 저 방향은一.”
인세의 지옥이 된 수원지였다.
루아티샤가 묻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