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6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68화(268/353)
☆ 제268화 ☆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던 사기가 루아티샤에게는 닿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대신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파, 파사의 힘?!”
그는 저도 모르게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잠깐만요! 파사의 힘이라니, 그럼一.”
“파에라톤 공녀가 진짜 성녀라는 거예요?!”
갑작스럽게 밝혀진 사실에 사람들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며 허둥거렸다.
이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은 치수제를 보기 위해 올 때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으니까.
“그, 그러면 리리엘은 역시…….”
안 그래도 진짜 성녀가 맞는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던 상황이다.
하물며 리리엘이 사기까지 사용하는 걸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직접 목격하지 않았는가.
“지금 파에라톤 공녀를 보니 리리엘이 사기를 정화했을 때도 이상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리리엘이 사기를 정화했을 때와 지금 모습은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때는 사기가 리리엘 쪽으로 모이며 사라졌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달랐다.
사기가 루아티샤에게 모이긴커녕 오히려 그 반대였다.
루아티샤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형세.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결론은 하나였다.
“그럼 그때 리리엘이 사기를 정화했던 게 아니라一.”
“흡수! 그건 흡수였던 거예요! 원래 사기가 본인의 힘이니까!”
“그래서 지금 저렇게 사기를 자유자재로 쓰는 거고!”
“세상에, 그런 사기극을……!”
신전을 포함한 모두가 완전히 속아 넘어가서 그 일을 계기로 리리엘은 공인된 성녀가 되었다.
“진짜 파사의 힘은 파에라톤 공녀에게 있었다니……!”
대신관이 눈을 질끈 감으며 통한에 잠겼다.
하지만 그는 곧장 눈을 떴다.
실수로 인한 후회 같은 스스로의 감정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가 따라야 할 진짜 신의 대리자의 모습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 * *
‘……힘이 막혀?’
리리엘은 다소 당황했다.
이 정도로 사기를 방출하면 루아티샤의 얄팍한 힘 따위 당연히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이 정도까지 성장했다니.’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이야.’
겨우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기를 정화하는 정도이다.
저 정도로 어떻게 자신을 공격할 수 있겠는가.
“그 알량한 힘을 믿고 그렇게 기고만장했던 거 같은데 그래 봐야 소용없어.”
루아티샤가 함정에 걸렸다는 듯, 확신에 찬 미소를 짓길래 흠칫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를 너무 우습게 봤군.’
만약 루아티샤가 혼자가 아니었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을 텐데.
창문도 없는 지하에 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리리엘의 손짓에 따라 사기가 뭉쳐 들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핏빛의 구체에 집약된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 주변으로 플라스마가 형성되었다.
피격당하는 순간 정화는커녕 오히려 사기에 먹혀버릴 것이다.
리리엘이 짙게 미소 지으며 루아티샤를 공격하려는 순간이었다.
콱!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쓰러져 있던 티리엘이 몸을 벌떡 일으키며 리리엘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 기습적인 움직임에 리리엘의 몸이 기울어졌고一.
“커헉!”
티리엘의 몸에 구체가 틀어박혔다.
리리엘의 공격에 당한 몸은 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며 잘게 경련했다.
검은 핏물이 코와 입술에서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티리엘!”
“나는, 괘, 괜찮아.”
사지를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도 티리엘은 루아티샤를 향해 말했다.
‘이런 몸뚱이라도, 쓸모 있어서 다행이야…….’
괴물이라는 건 여전히 끔찍했지만, 사기 자체가 해가 되지 않는 몸이라서 루아티샤가 당한 것보다 훨씬 나을 터였다.
티리엘은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애써 뜨며 손을 뻗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리리엘의 발목을 붙들었다.
아귀힘조차 하나도 남지 않아 몇 번이나 피로 인해 미끄러지면서도, 티리엘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 서…… 도망, 쳐…….”
다 꺼져가는 음성.
“쓸데없는 짓을!”
퍼억!
리리엘이 짜증 난다는 듯 티리엘을 발로 걷어찼다.
티리엘은 몸을 말아 충격을 약화시킬 힘도 없는지 그대로 널브러졌다.
“너……!”
루아티샤가 이를 악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리리엘이 킥킥 웃었다.
그러고 보니 쟤는 자기를 괴롭히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걸 더 못 견뎌 했지.
“아, 좋은 생각이 났어.”
리리엘은 티리엘을 발로 툭툭 건드려서 위를 보고 눕게 만들었다.
“티리엘, 네 힘으로 저 주제도 모르는 짜증 나는 계집을 죽여 줄게. 너도 기쁘지? 드디어 네가 내 도움이 되는 거야.”
티리엘의 입술이 달싹였다.
싫어. 싫어!
하지 마! 차라리 나를 죽여!
그러나 이미 힘을 잃은 몸뚱어리는 제대로 된 말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리리엘은 웃으며 손을 뻗었다.
곧이어 바들바들 경련하는 몸에서 힘이 뽑혀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 흐, 아아…….”
티리엘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아프다.
뜨겁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티리엘의 생명력과 융합된 사기가 뽑혀 나오는 것이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티리엘은 육신의 고통보다 마음이 찢겨져 나가는 게 더 괴로웠다.
이렇게 리리엘의 일부로서 괴물이 되는 건가?
친구를 죽이고, 사람들을 죽이고, 어쩌면 가족들까지一.
생각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티리엘의 몸에서 힘이 완전히 뽑혀 나오는 순간,
“아아악!”
날카로운 얼음 송곳이 리리엘의 손바닥을 꿰뚫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꿰뚫린 곳에서부터 얼음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점점 타고 오르는 얼음의 기세가 심상찮았다.
벌써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리리엘은 반대편 손으로 팔을 움켜쥐었다.
‘이게 무슨……?!’
설마 시드리한 황자?
루아티샤 혼자가 아니었던 건가?
하지만 아까는 분명一.
‘아니, 시드리한이 공격했다고 해도 왜一.’
애초에 자신은 인간이 아니었다.
아무리 빙결의 이능이 대단하다고 해도 어쨌든 얼음일 뿐.
자신이 얼음 따위에 당할 리가 없다.
이건一.
“루아티샤 파에라톤!”
리리엘이 핏발 선 눈으로 루아티샤를 노려보았다.
그 흉흉한 기세에도 루아티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집중을 유지했다.
‘내 집중이 끊기는 순간 티리엘이 위험해.’
이 공격으로 티리엘에게서 빠져나오던 생명력이 탁 끊기며 다시 원래의 주인에게로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리리엘이 저 힘을 빼앗아 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번엔 급소를……!’
루아티샤의 동공이 훅 좁아 들었다.
“커헉!”
리리엘의 명치가 얼음에 꿰뚫렸다.
명치 주변으로도 얼음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너……. 커헉!”
리리엘은 왈칵 피를 토해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딴, 쓰레기 같은 수법을……!’
이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다.
루아티샤는 아직 리리엘을 압도할 만큼 파사의 힘을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시드리한의 공격이 닿기 전, 그 국소 부위에 루아티샤가 리리엘의 신체에 가득한 사기를 정화한 것이다.
시드리한의 공격이 가장 날카롭게 먹히도록……!
‘이게 가능하다고?!’
신체의 부분 부분에 집중해 정화하는 루아티샤의 정교한 컨트롤이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건 서로 합이 맞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시드리한과 루아티샤는 아무런 소통도 없지 않은가!
‘젠장!’
리리엘은 퍼트렸던 사기까지 다 회수해서 정화를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루아티샤에겐 사기가 통하지 않으니 시드리한에게 반격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체 시드리한은 어디 있는 거지?!’
그때, 지하실의 구석이 묘하게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장막을 쳐 놓은 것처럼.
‘하지만一.’
눈으로 보고서도 그곳에 시드리한이 숨어있다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저 장막에서 느껴지는 건 사기인데……?’
그 순간 일렁거림이 멈추더니 그 안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사람들이 드러났다.
“……!”
리리엘은 제 눈을 의심했다.
‘마족?’
마족의 날개를 완전히 감추고 있긴 하지만, 리리엘이 못 알아볼 리 없었다.
“하……!”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마족이 사기의 힘으로 연막을 쳐놔서 기감을 퍼트렸을 때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설마하니 루아티샤 쪽에서 사기를 썼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마족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설마 게이트를 넘어온 것인가?!
‘마계는 엉망진창이라 이곳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닐 텐一.’
그 순간, 리리엘의 눈동자에 루아티샤의 모습이 비췄다.
아.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렇군. 마계에서도 파사의 힘이 절실할 테니.’
마족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알겠다.
‘저 계집을 보기 위해 온 거야.’
으득.
이가 갈렸다.
결국 모든 것은 저 작은 계집 하나 때문에 어그러지고 있는 거였다.
그때, 마족一카인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여어, 드디어 만났네. 내가 널 얼마나 족치고 싶었는지 알아?”
“족친다고? 네가?”
리리엘은 핏물이 가득 밴 입술로 피식 웃곤 이어 말했다.
“넌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해.”
“그래, 나는 못 하지.”
카인이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존재가 생겼잖아?”
카인이 나른하게 웃으며 루아티샤의 뺨을 스윽 쓸었다.
팍!
얼음 칼날이 곧장 카인에게로 날아갔다.
“어이쿠!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러냐?”
“어느 상황이든 네 녀석 같은 쓰레기가 루아티샤에게 닿지 않게 하는 게 최우선이야.”
시드리한이 날카롭게 말하며 루아티샤의 곁에 버티고 섰다.
리리엘은 이를 악물었다.
이미 몸의 반절이 얼어붙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제대로 사기를 쓰지도 못한다.
루아티샤가 야금야금 정화하는 것에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물러날 수도 없어.’
루아티샤는 이미 작게나마 파사의 힘을 컨트롤하고 있다.
여기서 더 성장한다면?
오싹一!
몸을 얼리고 있는 얼음보다도 더 차가운 한기가 리리엘의 등을 내달렸다.
‘그때는 돌이킬 수 없어.’
사기는 루아티샤가 정화하고 있다. 사기로 공격해봐야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一.
리리엘의 손끝이 부서져 내렸다.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가 칼날이 되어 루아티샤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때였다.
“뒈질래?”
쾅!
집채만한 환수가 루아티샤의 앞을 막아서며 발을 굴렀다.
으직!
강철보다도 강도 높은 칼날이 환수의 발구르기 한 번에 산산이 조각났다.
“감히 우리 마마를 건드리려구해?”
그 말에 시드와 카인이 투닥 거리든 말든 집중하고 있던 루아티샤가 화들짝 놀라 니케를 바라보았다.
‘우리 순진한 니케의 입에서 저런 말이……?’
엄청난 충격이었다.
‘누구야! 우리 순진한 니케한테 저딴 말을 가르친 사람!’
루아티샤가 도끼 눈을 뜨는 때였다.
“인간이 환수를 키워서 그런가? 딱 지 엄마를 닮았군.”
카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품평했다.
“행동도 그렇고 말투가 진짜 판박이야, 판박이.”
“내가 언제一.”
루아티샤는 항변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함께 오던 일행들은 다 내던지고 지하실에 먼저 뛰어 들어오며 외쳤던 말이 떠오른 탓이다.
“누가 내 친구보고 괴물이래! 뒤질래?”
아…….
‘내가 가르쳤구나.’
루아티샤는 반성했다.
* * *
니케와 시드가 피우는 난장판에 이미 약해져 있던 리리엘은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몸에 힘을 뺐다.
온몸이 멍이 들 것처럼 쑤셨다. 거기다 땀이 엄청나서 머리카락이 뺨에 다 달라붙을 정도였다.
‘파사의 힘을 내 의지로 다루는 게 이렇게까지 힘든 일이라니.’
아빠가 내 몸을 받쳐주며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먼저 뛰어나가면 위험하다고 했지.”
“위험해도 아빠가 날 이렇게 지켜주실 거잖아요.”
아빠의 손부채질을 받으며 히히, 웃자 아빠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위험할 짓은 하지 마라.”
그러면서도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걸 난 다 봤다.
그때, 오빠들이 지하실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은 싹 정리했어.”
제온은 무표정했지만, 두 눈은 칭찬해달라는 듯 반짝였다.
“뭐야, 끝나가네?”
“내 동생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렸어.”
아레스가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손수건에서 좋은 향기까지 나는 게 정말 아레스다웠다.
그 순간.
파사사삭!
리리엘의 몸이 찢겨져 나가며 수백 마리의 나비로 화했다.
“……!”
“역시 분신이었군.”
아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체는 아직도 심문실에 갇혀 있겠죠.”
심문실은 WBD와 SSS가 감시하고 있으니까.
리리엘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없었으니 결국 이건 분신일 수밖에 없었다.
익시온이 느긋하게 뒤통수에 손깍지를 끼며 물었다.
“쟤 저거 처리는 할 수 있나? 한 마리라도 살려두면 안 되는데. 어쨌든 리리엘의 힘의 일부잖아?”
“못할 거 같은데.”
“역시 쟤보다 내가 더 멋있지?”
“내가 마무리해줄一.”
쩌엉一!
시드 주변의 공기가 급격한 변화에 공명음을 냈다.
그와 동시에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아오른 채 얼어붙었다.
마치 박제된 것처럼.
나는 잘난 척하던 오빠들을 바라보았다.
“……쓸만 하긴 하네. 아주 조금이지만 말이야.”
“저런 거 나도 할 수 있어.”
오빠들이 어린애처럼 퉁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