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7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70화(270/353)
☆ 제270화 ☆
어두워진 눈동자에는 아까와 같은 장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그대로 잡아먹힐 것만 같은 시선에 손끝이 찌르르 떨렸다.
시드가 고개를 틀며 단단한 그의 턱선이 유독 도드라졌다.
그의 가슴팍이 내 몸에 닿았다.
그 체온과 무게가 기분 좋았다.
내가 스르륵 눈을 감는 순간,
“이야, 그림 좋네?”
산통을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 설마?!’
깜짝 놀라 퍽, 하고 시드를 밀어내는데一.
“보기 좋았는데 왜 밀어내?”
카인이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아, 깜짝아!”
난 또 우리 가족인 줄 알고 식겁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팔불출이래도 여기까지 숨어들라고…….
……그러진 않겠지?
나는 약간 미심쩍은 시선으로 시트를 노려봤다.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버리지 않은 모양이다.
저 마족 놈과 달리.
* * *
“척결 대상이 보호 대상에게서 떨어졌다. 조준 취소. 일단 추이를 지켜본다.”
타렌카 후작의 늠름한 지휘에 주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조준 취소고 뭐고 일단 족치면 안 될까? 감히 솜뭉치를 끌어안았단 말이야.”
“그래도 똑똑한 내 동생이 알아서 밀어냈잖아?”
“똑똑해도 막내는 아직 너무 어려. 저딴 도둑놈이 채가도록 두고 볼 수 없지.”
“그 놈팡이가 내 딸의 직경 3미터 내에 진입하면 바로 사살한다. 마침 지금 딱 그러고 있군.”
“……그럼 같이 마차를 탄 순간부터 문제였던 거 아닌가? 일단 내 지휘를 따르도록 해. 딸의 미움을 받고 싶지 않으면…….”
마지막 말은 참 시무룩했다.
파에라톤 남자들은 자기가 미움받은 것처럼 움찔해서 안타까운 눈으로 타렌카 후작을 바라보았다.
인간성이 결여되었다는 파에라톤 공작가에 언제 이런 공감 능력이 생겼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 * *
“자, 이제 키야스에델의 대리자도 저 꼴이 됐으니 우리의 이야기를 해볼까?”
카인이 씨익 웃으며 내 머리칼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시드에게 얻어맞았다.
“함부로 건드리지 마.”
“너무하네.”
잠시 투덜거리던 카인이 표정을 바꿔 내게 물었다.
“어때? 나는 앞으로 네가 하는 일에 꽤 도움이 될 거야. 시험 삼아서 그날 따라갔을 때 잘 됐잖아?”
카인과 처음 만난 날 나눴던 이야기의 연장선상이었다.
카인은 키야스에델과 대적하는 내게 도움을 주러 왔다고 말했다.
“원래는 저 시드 녀석이 소개 시켜줄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내가 왜? 지금도 마음 같아 선 당장 네 놈을 마계로 돌려보내고 싶은데.”
지난 대화를 떠올린 나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솔직히 말해. 날 도와주러 온 건지, 아니면 내 도움이 필요해서 온 건지.”
“그야 당연히 네 도움이 되어 주러 온 거지.”
카인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했다.
나른한 눈빛은 사람은 홀릴 듯 몽롱한 반면, 입가의 미소는 지극히 선량하고 진실되어 보였다.
살짝 촉촉한 목소리는 귓바퀴에 착 감겨 듣고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졌다.
하지만.
“거짓말.”
단호한 내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지, 카인은 표정을 허물을 정도로 당황했다.
“그런 거 나한테 안 통하니까 그냥 똑바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신기하네? 역시 넌 특별한 걸까?”
“그냥 내가 눈이 높아서 안 통하는 거뿐이야.”
“역시 너는 특별해.”
곧 죽어도 인정 안 하네.
사람 말 좀 들어라!
잠시 불만 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카인이 한숨을 푹 내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도 한 번 마계에 와봤으니 알 거야.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린 모습을.”
“원래 그런 거 아니었어?”
“……마계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그때 봤던 대로?”
“그건 사기가 너무 짙어져서 이상이 생겨서 그런 거야. 원래는 살육과 전쟁과 유혹이 일상인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
내가 봤던 거랑 무슨 차이지?
“네가 싸웠던 그 생명체들은 원래 온순한 동물들이었어. 이곳으로 치자면 토끼 같은.”
“사기 때문에 그렇게 변형된 거야?”
무슨 방사능도 아니고.
“그래, 그리고 이건 비단 마계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카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의 수순을 밟게 될 거다.”
“그러니 손을 잡자는 건가.”
“너는 사기를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야. 네가 죽으면 우리도 곤란해.”
카인이 내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가 시드에게 죽을 뻔했다.
요 며칠 꽤 익숙해진 장면이라서 나는 개의치 않았다.
‘음? 근데 방금 바깥에서도 뭔가 카인을 향한 살기가 느껴졌는데?’
고개를 갸웃하면서 밖을 바라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건 없었다.
‘기분 탓인가.’
요즘 예민해진 거 같다.
나는 적당히 납득한 후, 카인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토사에 갇혔을 때 나타난 거야?”
“우리는 너를 주시하고 있었으니까.”
예전에 마계, 천계, 영수계에서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었다.
“때마침 환수도 각성했으니 금상첨화지. 너도 네가 지닌 파사의 힘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고.”
“익숙?”
“설마하니 리리엘을 막아낼 줄은 몰랐어. 거기다가 인간과 융합한 사기마저 정화하고. 뭐, 거의 죽을 뻔했지만.”
티리엘에게 있는 사기를 정화한 뒤 나는 바로 혼절했다.
그리고 몇 날 며칠을 깨어나지 못했다.
악마 녀석의 말로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정신력으로 버텨내서 그렇다고 했다.
‘……한 번 더 그런 무리를 하면 정신이 버티지 못하고 깨어져서 미칠 수 있다고도 했지.’
악마 녀석은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엄청 투덜댔었다.
어쨌거나 카인은 착각을 하는 듯했다.
내가 파사의 힘에 익숙해져서 그걸 다룰 수 있게 된 게 아니었다.
파사의 힘은 이전부터 내 안에 있었던 능력인 건 맞지만, 나는 그걸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없었다.
하지만 수원지에 갇혔다가 풀려난 날.
니케가 각성하며 달라졌다.
나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 * *
[〈환수〉 니케의 각성에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인간이 해내지 못했던 위대한 업적입니다!] [성체가 되었음에도 니케가 독자님을 여전히 엄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니케에 대한 영향력이 최대치입니다!] [중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생명체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특성을 레벨 업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레벨 업하시겠습니까?]정말 오랜만의 레벨 업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쪽을 중계하던 영상석은 시드의 손짓에 이미 파괴된 뒤였다.
그리고 이렇게 가족들의 심장을 덜컥 내려 앉히느니 내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확실하게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한테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건 이미 다 아시는 거 같기도 하고.’
우리 아빠가 모를 리 없다.
다만 알면서도 내가 먼저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것뿐.
결론을 내린 나는 아키투스에 손을 얹었다.
[신원 확인 중…〈아프타네스〉의 계약자. 확인 완료.]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독자님의 영향력이 이 땅에 떨칩니다!] [세계가 독자님과 공명합니다!] [특성 〈러시 앤 캐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현재 등급… B] [축하합니다!] [제한되었던 기능 일부가 개방됩니다!] [〈능력창〉이 하나 더 개방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다섯 개로 증가했습니다!] [〈아프타네스〉와의 소통 채널이 확장됩니다!]‘이 소통 채널 확장은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는데 계속되네.’
[뽑기에서 획득하는 캐시가 상향 보정됩니다!] [캐시 뽑기에서 잭팟이 터질 확률이 증가합니다!]그래도 기쁜 소식이 있었다.
너무 안 터져서 있는지도 잊어버릴 것 같았던 잭팟 기능이 강화된 것이다.
안 그래도 캐시 부족으로 힘든 내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안내였다.
[〈아프타네스〉가 독자님께 직접 부여했던 능력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봉인이 풀려 능력에 대한 인지가 가능해집니다!] [부여 능력…〈파사의 힘〉]언젠가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악마가 말하는 내 능력에는 특성 〈러시 앤 캐시〉 외에 다른 힘이 존재한다고.
[능력〈파사의 힘〉]등급: 레전더리
현재 레벨: B
사기를 멸하고 세상을 정화시키는 힘.
설명은 아주 간략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이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레벨에 따른 한계 역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나는 리리엘에게 완전히 사이다를 먹여줄 계획을 세웠다.
정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아무리 몰아붙여도 리리엘을 처벌할 순 없다.
일단 ‘리리엘이 사기를 정화했다’라는 건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목격한 사실이니까.
그 사실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걸 밝혀내지 못하는 이상, 어떻게 공격해도 리리엘은 완벽한 방패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리리엘이 사기를 정화한 게 아니라 흡수했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해.’
그리고 그보다 더 시급한 것 하나.
‘티리엘은 어떻게 된 거지? WBD와 SSS가 전부 날 구하러 왔으니……. 만약 위험하다면 빨리 구해야 해.’
일전에 아픈 티리엘을 만난 날, 집에 돌아온 즉시 나는 SSS와 WBD에게 티리엘을 감시 및 보호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내가 수원지 아래에 갇히며 모든 인력을 내 구조에 집중하며 완전히 어그러졌다.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이 두 개를 별개로 보지 않고 한 번에 해결할 방법.
신의 계시를 받아 주가가 최고로 상승한 리리엘을 단번에 고꾸라트릴 계획이……!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지.’
계획대로 초소형 영상석을 통해 리리엘의 실체를 폭로한 뒤로는 내가 딱히 할 게 없었다.
물론 정신을 잃은 채라 무언가를 할 수 없기도 했지만.
신전은 과오를 바로 잡겠다며 성유물을 사용해 리리엘의 힘을 봉인하고 사지를 구속했다.
황가에 대대로 내려온 신의 창으로 리리엘을 꿰뚫어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삶을 연명시켰고.
그렇게 살아있되 산 것이 아니게 만든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참수.
‘그래도 시드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분이 안 풀려.’
결국 뮤리엘이 행한 금술의 기원은 리리엘이었으니까.
내가 정신을 잃지만 않았으면 직접 혈관을 탄산으로 바꿔줬을 텐데.
“……그런데 그다지 놀라지 않네?”
카인의 말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마치 비극이 닥칠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거야 뭐.
‘로판으로 따지자면 남주와 꽁냥거릴 해피엔딩만 남은 거 아니냐고 농담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리리엘을 죽이는 게 너무 쉬웠거든.”
“너 죽을 뻔하지 않았어? 네 친구라는 애를 살리려다가.”
“로판 여주에게 그 정도 역경은 보통이야.”
카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리고.”
나는 피식 웃었다.
“아직 나는 만족할 만큼 사이다를 먹지 못했거든.”
내가 혼절해 있는 동안 판결이 끝나는 게 어딨어!
리리엘을 더 족쳤어야 했는데!
그리고 확실한 건一.
‘그 악마 녀석이 나보다 더 사이다 패스라는 거지.’
* * *
[영수계에 이어 마계와의 우호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앞으로 마계는 독자님의 든든한 우방이 되어줄 겁니다!] [다만 마계에서 독자님에 대해 강한 의문을 느낍니다.] [마계: 진짜로 덜 잘생겨서 안 꼬셔지는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마족들도 참 쓸데없는 데에 집착하는구나.
[천계가 독자님의 행보에 대단히 실망합니다!]‘아니, 천계 놈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전부터 까칠하네?’
진짜 어이가 없었다.
“어서 주무세요, 아가씨.”
“아직 아홉 시인데…….”
“오늘 외출하셨잖아요. 푹 주무셔야 피로가 풀려요.”
하녀 언니들은 무슨 불면 날아갈까, 꼭 쥐면 깨질까 하며 나를 보살폈다.
아무래도 정신을 잃은 채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언니들을 걱정시키기 싫어서 나는 최대한 그 말에 따르고 있었다.
‘실제로 아직 컨디션이 안 돌아왔기도 하고.’
그 때문일까?
나는 눈을 감은 즉시 곧장 잠에 빠졌다.
* * *
이제는 호수라고 불러야 할 것같이 커다란 물웅덩이가 나를 반겼다.
‘오랜만이네.’
반짝반짝 비치는 햇살.
나무와 풀이 가득한 목가적인 풍경.
몇 년 만에 보는 것이지만 어떻게 잊겠는가.
나는 주저하지 않고 호수 안으로 손을 뻗었다.
호숫물이 샘솟으며 나를 집어삼켰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다음 순간 나는 거대한 신전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완연한 청년의 모습이 된 악마가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