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7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71화(271/353)
☆ 제271화 ☆
나랑 비슷한 나이대 정도일까?
소년 같았던 전과 달리 단단하게 여문 턱선.
탄탄한 몸, 길게 쭉 뻗은 건 장한 팔다리.
내 몸보다 더 커다란 두 쌍의 날개.
눈가는 더 깊어졌고 어깨도 넓다.
옷도 훨씬 화려해진 데다가 다 부서져 가던 신전은 이제 꽤 번듯해졌다.
그럭저럭 잘 관리된 오래된 신전 같달까.
“오랜만이에요, 독자님.”
다행히 악마 녀석은 변성기를 잘 거쳤나 보다.
목소리가 꽤 듣기 좋았다.
아니면 어느 순간 뿅, 하고 크는 타입이라서 변성기도 안 거치나?
얘가 어렸을 때(?)부터 봐서 그런지 은근히 걱정했는데.
“응? 놀랐어요?”
악마 녀석이 씨익 웃으며 내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간만에 보니 내가 더 잘생겨져서?”
얜 몇 년 만에 봐도 참 한결같구나.
하긴, 얼굴 본 게 오래된 거지 어제도 얘가 쓸데없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응? 말이 없는 걸 보니 진짜 인가 보一.”
“네가 잘생긴 적이 있기나 했어?”
“뭐, 뭐라구욧! 두고 봐요! 아직 내가 본모습을 찾지 못해서 그래요!”
“그래, 그래.”
“이익! 내 본모습을 보면 분명 독자님도 후회하게 될 거라구욧!”
파닥파닥.
이렇게 큰 상태에서도 악마 녀석은 예전처럼 주먹을 꾹 쥔 채 붕붕방방 흔들었다.
“야, 이제 안 어울려. 하지 마. 예전엔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지.”
“아닌 척했지만 역시 독자님도 나를 귀여워했군요. 하기야, 내가 생각해도 치명적인 귀여움이었지.”
“…….”
말을 말자.
“그렇지만 지금도 귀엽잖아요? 이걸 뭐라고 하더라? 반전 매력?”
“반전 메슥거림이겠지.”
“독자님이 살던 세계에서도 다 큰 남자들이 막 하트 날리고 윙크하고 난리 나던데? 사람들은 다 좋아하고.”
“그건 아이돌이고. 비교할 걸 비교해라.”
내가 질색하자 악마 녀석이 팩 토라졌다.
“흥! 이렇게 나한테 시큰둥하게 구는 것도 얼마 안 남았어요. 내 본모습은 절세미인 그 자체니까.”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지만.
“그런데 그러려면 내가 더 힘을 얻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입술을 비죽이던 악마 녀석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내 힘이 강해질수록 네가 성장하는 거잖아?”
정확히는 내가 레벨 업할 때 마다.
“…….”
“아니, 전제와 선후관계가 잘못되었나?”
“내가 영향력을 얻으면 네 힘이 강해지고, 네가 이렇게 성장할 만큼 힘이 모여야 내가 레벨 업한다고 하는 게 맞겠지.”
악마 녀석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씨익 웃었다.
“그 메커니즘을 벌써 알아차리실 줄은 몰랐어요.”
역시.
“맞아요. 그래서 독자님과 나는 뗄 수 없는 관계야.”
살짝 날아오른 악마 녀석이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쥐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가 꼭 필요하죠.”
결국 처음부터 이것은 내게 로판 세상을 즐겨보라며 특별한 능력을 부여해주는 계약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악마 녀석에게는 나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다.
“계약이란 원래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내가 파에라톤 가에서 태어난 건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필연이라고 했지.”
“…….”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어. 파에라톤의 마기 때문이지?”
악마 녀석이 미소 지었다.
“마기一파에라톤의 피에 깃든 힘은 아프타네스에서 비롯된 편린이죠.”
“나는 마기가 없이 태어났던 게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죠. 나의 악마 녀석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바꿔 이어 말했다.
“……당신은 누구도 갖지 못했던, 완전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신의 편린인 마기는 인간이 갖기에는 워낙 강대한 힘이었다.
그 탓에 아빠와 오빠들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 결여된 상태에서 살아왔다.
불안정하고 위태로웠던 삶.
“나와 있으면서 오빠들이 안정되었던 건 내가 완전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어.”
아빠가 내게 마기를 주입했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과 같은 이유였다.
“전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어. 내가 레벨 업할 때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고 하지 않고, 제한되었던 기능 일부가 개방된다고 하는 게.”
마치 처음부터 내게 그 능력이 있는데 제한해 놓은 것처럼.
악마 녀석이 씨익 웃었다.
“그런 데에서 그런 의문을 가질 줄이야. 아무래도 로판을 수천 권이나 읽어서 그런가? 떡밥 읽는 능력이 기가 막히네요.”
“농담하지 말고.”
“맞아요. 완전하지 않은 마기조차 인간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어딘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죠.”
“…….”
“하물며 더 강대한 힘을 지닌 독자님이 아기 때 그 힘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내가 미치지 않고 아프타네스의 힘을 다룰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뒀다?”
“견딜 수 있는 만큼 차근차근 드렸던 거죠. 뭐, 아까 독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 힘이 모여야 레벨 업도 가능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요.”
거꾸로 말하면 악마 녀석의 힘이 약하면 내 능력도 제한된다는 뜻이었다.
“그럼 내가 〈러시 앤 캐시〉를 각성하는 것에도 조건을 걸었던 게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어? 태어나자마자 제한 없이 그 힘을 가지게 되면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까?”
악마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추측이 맞다는 걸 확인하니一.
‘억울해!’
솔직히 내가 어렸을 때 개고생하게 된 이유가 뭔가.
마기를 타고 나지 못해서였다.
거기다 악마가 준다고 약속했던 특별한 능력조차 없었으니 응애였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전부 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안배였다니!’
아빠가 나를 삼촌에게 맡긴 이유가 있었듯, 이 악마 녀석에게도 능력을 늦게 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나는 대책 없이 나한테 고구마 먹이는 줄 알았는데!’
여태까지 이걸로 악마 녀석한테 퉁퉁거렸는데 이제는 또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흐음?”
악마 녀석이 빙글거리며 내 주변을 날았다.
“좀 미안한가 보네요? 이제야 내 사랑을 알겠어요?”
“…….”
“어어? 진짜 미안한가 보네? 미안하죠? 미안하죠? 그럼 내가 제일 잘생겼다고 해봐요. 그럼 용서해주지.”
실실 웃는 게一.
“얄미워 죽겠네.”
“너무해!”
“날 위해서였지만 나도 개고생했으니 쌤쌤이라고 치자.”
“치. 잘생겼다고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얘는 왜 이렇게 나한테 잘생겼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해.
마족들도 그러더니 뭔가 비슷한 과인가.
“어쨌든 이제 알겠어.”
악마 녀석의 말까지 종합하니 결론이 섰다.
“성녀라는 건 사실 사람들이 편의상 붙인 거야. 정확히는 신의 대리자지. 혹은 계약자거나.”
악마 녀석의 침묵은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리리엘도 사실은 성녀였던 거지?”
“아니, 그걸 성녀라고 불러요?! 더러운 키야스에델의 미천한 대리자라고 불러야지!”
악마 녀석이 질색팔색을 했다.
“뭐, 어쨌든 리리엘을 더러운 키야스에델의 미천한 대리자라고 부르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역시 키야스에델은 신이었어.’
예전에 뮤리엘을 처치했을 때 알림이 떴었다.
키야스에델의 제사장을 처치했다고.
제사장이라는 걸 보고 ‘키야스에델 또한 아프타네스 같은 신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거기다 마계에 떨어졌을 때 악트셰라켄이 시드에게 키야스에델의 낙인부터 제어하라고 그랬지.’
그리고 그 낙인이란 시드가 걸린 금제였다.
종합해 보면 키야스에델의 힘은 사기다.
아프타네스의 힘은 파사의 힘이고.
‘당연히 서로 사이 좋긴 힘들겠지.’
“키야스에델이 리리엘을 자신의 대리자로 세웠듯, 아프타네스는 나를 대리자이자 계약자로 세운 거야.”
“…….”
“그래서 내 영향력을 올리는 퀘스트를 줬던 거고.”
“…….”
“영향력이 높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나를 따르고 믿는다는 뜻이지. 신의 대리자인 나의 영향력이 높아지면 그건 결국 신을 따르고 믿는 게 되는 거 아니야?”
“맞아요. 신의 힘은 곧 믿음에서 나오죠.”
악마 녀석이 땅에 내려와 나와 마주 섰다.
“독자님이 굳이 신의 뜻을 포교하지 않아도 독자님 자체가 신의 대리자이기 때문에 독자님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신앙심이 강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힘을 키워서 아프타네스는 뭘 하려는 거지?”
악마는 잠시 나를 마주 보았다.
그는 몇 번 말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키야스에델을 막고 싶을 뿐이에요.”
“키야스에델의 목적이 뭐길래?”
“이 세계의 종말.”
“……!”
“종말의 날은 다가오고 있어요. 이미 세 곳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았나요?”
“그건 리리엘의 음모 아니었어?”
“키야스에델이 벌인 짓이에요.”
그래서 리리엘이 계시를 받을 수 있었던 건가!
“그리고 종말의 조짐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알잖아요?”
“마나가 없는 마나석이 채굴되고 신관들의 신성력이 바닥을 치는 걸 말하는 거야?”
“이 세계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면 있을 수 없는 이상 현상이죠.”
“그렇다면 이미 몇백 년 전부터一.”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그래도 이번엔 많이 말할 수 있었네요.”
악마 녀석이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묻고 싶은 게 있었어!”
나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퀘스트가 예전처럼 잘 오지 않는 거, 그거 왜 그러는 거야?”
예전에는 조그마한 고구마에도 파르르 떨며 퀘스트가 왔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기다리고 기다려야 오는가 하면, 아예 오지도 않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에요.”
“그럼 나는 캐시를 어디서 벌어! 내가 강해져야 너도 좋은 거 아니었어?”
“이제는 퀘스트가 특별히 필요 없어요.”
어둠이 나를 잡아채 끌어당겼다.
비틀린 시야에 홀로 똑바로 서 있는 악마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누군가가 이끌어줄 필요 없이, 독자님이 가는 길이 곧 성전이 될 테니까.”
그게 무슨一.
“당신은 아프타네스의 계약자이자 대리자이자, 인과의 한계를 걸을 수 있는 개척자.”
훅,
어둠이 나를 집어삼켰다.
모든 것이 아득한 가운데一.
“당신 스스로의 결정과 의지로 종말을 막아주세요. 그리고 나를…….”
악마의 말조차 흐릿해졌다.
* * *
“아씨! 그래서 캐시는 어떻게 버는 건데!”
나는 베개를 퍽 때렸다.
“로판 독자에게 캐시를 못 얻게 만들다니!”
퍽퍽 퍽!
“차라리 현질하게 해줘! 나 돈 많다고오!”
돈을 벌어봤자 뭐 하는가.
소설 하나 마음 편히 읽을 수 없는데.
흑흑.
나는 베개를 끌어안고 털썩 누웠다.
‘그래도 방법이 아예 없진 않을 거야.’
내 행동과 결정으로 인해 영향력이 강화되었을 때 뜨는 특전 캐시.
‘이제는 그런 식으로 얻어야 하一.’
“으악!”
옆으로 뒹굴 돌아눕던 나는 식겁해서 소리를 질렀다.
내 침대가 마치 지 침대인 것처럼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옆으로 누워있던 마족 나부랭이 때문이다.
카인이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너무하네. 눈이 마주치자마자 소리를 지르다니.”
“너, 너 미쳤어?! 여기 내 침실이야!”
“하지만 나한테 방을 따로 안 줬잖아?”
“당장 나가! 애초에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야! 시드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몰래 왔지. 우리 이제 협력하기로 약속한 관계잖아? 조금 더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야一 아야! 아파!”
퍽! 퍽!
나는 베개로 마족 나부랭이를 후드려 팼다.
“이 경우도 없는 마족 나부랭이가! 뒈질라고!”
“마족 나부랭이라니. 그거 종족 차별이다?”
이 마족 새끼는 아프다고 하면서도 뭐가 좋은지 실실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마마!”
와장창!
니케가 앞발 펀치로 창문을 깨부수며 등장하자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감히 우리 마마의 침실에 기어들어? 뒈질라고!”
아니, 니케야……. 그런 말은 따라 하지 말자.
“족쳐져야 정신 차리지! 마마 침대 옆은 우리 파파 자리야!”
커다래진 니케는 내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정원에서 캬르릉 울부짖었다.
어, 그런데 지금 새벽인데 저택 안 사람들 다 깨는 거 아니야?
가족들이 깨면 완전 난리가 날一.
“무슨 파파 자리야! 미쳤어! 울 막냉이한테 결혼은 백 년도 일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내 딸은 잠버릇이 험해서 혼자 자야 한다. 반드시!”
아빠, 그건 욕 아니에요?
“맞아! 옆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
안 죽는다구!
아니면 반드시 죽게 만들어 주겠다는 결심인 걸까?
컴컴했던 저택 안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뒈질래? 빨리 안 나와?”
니케의 앞발 휘두르기에 내 침실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나와도 뒤지고 안 나와도 뒤진다.”
새까만 마기가 허물어진 벽 사이로 파고들었다.
세계가 종말하기 전에 우리 집부터 종말이 올 거 같은데.
하.
시드 보고 싶다.
* * *
며칠 후.
셰루인 부인의 티파티.
“정말이지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달까요?”
사람들이 모여 감탄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도 그럴 것이 저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충분히 짐작 갔기 때문이다.
‘우리 애가 좀 능력자지.’
나는 가슴을 당당히 편 채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런데一.
“역시 성녀님이세요!”
왜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그려져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