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7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73화(273/353)
☆ 제273화 ☆
“흐응, 꽤 괜찮은 그림이네.”
카인이 시드리한의 어깨 너머로 루아티샤의 그림을 보며 말했다.
“평범한 그림이 아니네? 인간 중에서도 이 정도의 능력자가 있던가?”
“꺼져.”
시드리한이 불쾌한 얼굴로 초상화를 숨겼다.
“뭐야. 좀 본다고 그림이 닳는 것도 아니잖아.”
“닳아.”
“흥, 걔는 네가 이렇게 그림 하나 가지고 애지중지하는 거 알아?”
“스토킹 변태가 할 말은 아닌데.”
“스토……! 허어!”
카인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시드리한을 바라봤다.
시드리한은 그런 카인을 향해 비뚜름한 미소를 그렸다.
보랏빛 눈동자가 서늘했다.
“그러니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생각 같아서는 널 당장 마계로 내쫓고 싶으니까.”
“무서워라.”
카인이 나른하게 웃으며 엄살을 피웠다.
저렇게 말은 하지만 시드리한이 카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적은 없었다.
‘그건 전부 그 여자애 때문이지.’
참 신기했다.
“그나저나 너 같은 인간이 다른 사람 말을 듣기도 하는구나.”
마계에서 있었던 시절의 시드리한을 떠올리면 누군가의 말을 들을 위인이 절대 아닌데.
“나를 꼴 보기 싫어하면서도 그 여자애의 뜻에 반하지 않으려고 그냥 내버려 두는 거잖아?”
“주인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하거든.”
시드리한이 가느다랗게 웃었다.
아주 상냥하고 나긋한 웃음이었지만, 카인의 눈에는 그 기저에 깔린 욕심이 선명하게 보였다.
“거짓말.”
말 잘 듣는, 길들여진 맹수처럼 머리를 낮추며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휘고 때로는 주인의 손짓에 따라 재주까지 부리겠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엔 네 마음대로 행동하겠지.”
시드리한은 태생적으로 지배자의 피를 타고 났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결코 온순하고 순종적일 수 없었다.
애초에 시드리한이 마계에 남게 된 이유도 루아티샤의 뜻에 반해서 아니던가.
“그렇지 않아?”
시드리한은 카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애초에 어렸을 적, 루아티샤에게 멋대로 거둬지고 멋대로 치유 당한 뒤 멋대로 버려졌을 때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녀의 말대로 이제 누구도 자신의 삶을 쥐고 흔들게 두지 않겠다고.
오롯이 자신의 뜻대로만 살겠다고.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 루아티샤의 마음을 다 알면서도 그녀를 만나러 왔다.
집착하지 말라고 했지만 집착했고, 갚지 말라고 했지만 갚으려 하고 있다.
용병으로 무력 세력의 기반을 다지고 황자의 신분을 되찾은 것도 딱히 시드리한이 원했던 거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은 사실 다시 루아티샤를 만나기 위한 준비였을 뿐이다.
그러니.
‘루아티샤에게 거슬리게 구는 것들은 내가 알아서 치워야지.’
시드리한의 시선이 비스듬하게 내리깔렸다.
그곳에는 에스테반 황자의 최근 행적에 대한 보고서가 있었다.
그의 눈에 얼핏 살의가 깃드는 것을 보고 카인은 입맛을 다셨다.
어쨌든 마족인 그로서는 그 새파랗게 날 선 기운이 기분 좋았다.
이런 기세를 내뿜을 수 있는 인간은 지극히 적었다.
“그나저나 진짜로 그 여자애한테 나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할 줄은 몰랐어.”
“해야 하나? 할 수만 있다면 네 존재 자체를 영원히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나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던데? 네가 마계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걔는 하나도 모르던 눈치던데.”
시드리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음습하게 스토킹짓이나 일삼는 너희 마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루루의 귀에 들어가게 하라고? 더럽게.”
“스토킹 짓이라니.”
카인이 기분 나쁘다는 듯 팔짱을 꼈다.
“몇 번을 말해야 하지? 우리가 인간을 주시한다는 건 그런 게 아니야. 그 애가 행하는 일에 대해 인지하고 느끼고 볼 수 있다는 거지.”
“그걸 인간들은 스토킹짓이라고 해.”
단호한 말에 카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게 눈으로 보는 거랑 또 다른 감각이라니까 그러네. 뭐, 상관없어.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중요한 건 그 여자애니까.”
루아티샤를 떠올리듯 먼 곳을 응시하는 카인의 시선이 깊어졌다.
“우리 마족에게는? 나에게는 그 여자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존재니까.”
자신들과 시드리한 사이에 협력 관계가 있긴 하지만, 그가 비딱하게 나온다고 해서 루아티샤를 멀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시드리한이 뭐라 하려는 순간이었다.
“뭐야.”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시드리한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아지트의 문간에는 루아티샤가 서 있었다.
“그러니까 마계에 있었던 일을 맨날 얼버무리면서 그렇게나 말하지 않았던 이유가一.”
기가 막힌지 루아티샤는 하, 하고 한숨을 내쉬고 이어 말했다.
“고작해야 마족들에 관해서 나한테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야?”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시선.
“고작이 아니야.”
시드리한은 불퉁하게 답했다.
루아티샤는 이 녀석들이 얼마나 지독한 스토커인지 몰라서 그런다.
시드리한은 마족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땐 정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마족들과 사투라도 벌이면 어쩌나 고민하던 찰나.
“너지? 네가 나의 인간이랑 같이 있었던 인간이지?”
“나의 인간?”
“왜 있잖아. 그 재미있는 인간.”
“맞는 거 같은데. 이 녀석한테서 미약하게나마 내 인간의 기운이 느껴져.”
“내 루아티샤. 몰라?”
시드리한은 활기차게 재잘재잘 묻는 마족들을 보며 기가 찼다.
자신도 감히 나의 루아티샤라고 불러보지 못하고 소심하게 주인님으로 퉁 쳤는데.
‘생전 처음 보는 마족 나부랭이들이 뭐라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드리한은 알게 됐다.
루아티샤는 마족들이 특별히 인지하는 인간이자,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는 대상이었다.
루아티샤를 은애하는 인간 남자들만으로도 머리 아플 지경인데 마족들까지 그러다니.
심지어 마족들의 관심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럼 루루를 계속해서 지켜봤다는 건가?”
“응! 매일매일! 지금도 느끼고 있어.”
“흠, 지켜봤다는 게 인간이 지켜본다는 거랑 좀 다르긴 한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마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난 상태잖아. 그 애를 느끼는 게 우리의 유일한 낙이랄까?”
그 대답을 듣고 시드리한은 생각했다.
‘이거 변태 아냐?!’
한두 명도 아니고 마족이라는 종족 자체가 변태 집단이었다.
심지어 자신도 못 그러는데(?) 웬 엄한 마족 놈들이 계속 루아티샤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아니 더 짜증이 났다.
당시 시드리한은 몇 년간 루아티샤를 만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힘을 기른 뒤 겨우겨우 재회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달콤한 재회도 잠시, 얼마 되지도 않아 마계에서 헤어져 버렸다.
마족들은 자신들의 부탁을 들어주면 인계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어준다고 했지만, 그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태.
자신은 지금 루아티샤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진 않는지, 혹시 웬 놈팡이가 집적거리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죽겠는데.
‘이 변태 놈들은 이 순간에도 루아티샤를 온전히 느끼고 있다니…….’
빡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애 이야기 좀 해줘. 어때? 목소리는? 생김새는?”
“빨리 만나고 싶다. 우리가 게이트 열어주면 꼭 그 애한테 우리의 사랑을 전해줘.”
“반드시 만나러 가겠다고.”
마족 놈들이 어찌나 루아티샤에게 집적거리는지.
시드리한은 마족들이라면 질색하고 극혐하게 되었다.
“변태들이라고.”
그 말에 루아티샤는 할 말이 없었다.
‘진짜 변태 같긴 해.’
지난날 눈을 떴을 때 침대에 누워있는 카인을 보고 얼마나 식겁했던가.
하지만 이 이야기까지 시드리한에게 하면 인마(人魔)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엔 지난 시간이 억울했다.
“나는 또 리리엘이랑 뭔 일 있었던 건 아닌가 하고 별의별 생각까지 했는데!”
“그 괴물은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했잖아.”
시드리한이 루아티샤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옆에 앉혔다.
“내겐 오로지 너뿐이야.”
“치.”
루아티샤는 입을 삐죽였지만 은근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시 생각해봐도 좀 어이없어. 마족들이 좀 변태면 어때서 그걸 그렇게까지 나한테 말 안 한 거야.”
“어떠냐니. 나한테는 다른 어떤 것보다 중대한 사안이야.”
“음, 다 좋은데.”
카인이 두 사람의 사이에서 손을 들었다.
“너희들 내가 바로 앞에 있다는 거 잊은 건 아니지?”
“별 게 다 중대하대.”
“별 게 아니래도.”
물론 루아티샤와 시드리한은 카인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지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연애질하기에 바빴다.
“……인간들은 원래 이렇게 싸가지 없는 건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리는 카인의 어깨를 네미스와 바렌이 툭툭 두들겨주었다.
“커플이 싸가지 없는 겁니다.”
“커플 지옥, 솔로 만세!”
“……네미스, 너 애인 있지 않았냐?”
“……아차. 저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왜인지 없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두 인간과 한 마족이 의기투합하는 순간이었다.
* * *
나는 아지트에서 이동 스크롤을 찢었다.
오늘 시드를 찾아간 이유는 함께 악트셰라켄을 찾아가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눈을 뜨자 샤이렌 꽃이 만발한 펠로만 평원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 와도 끝내주는 자연 풍경이었다.
그 가운데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영수가 태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이제야 오는구나. 언제 오나 목 빠지게 기다렸다.”
악트셰라켄은 조금 삐진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좀 처리할 일이 많았어요. 정신을 잃기도 했었고.”
“……파사의 힘을 다룬 영향이었겠지.”
악트셰라켄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 내 얼굴에 이마를 대었다.
그러자 몸 안으로 청량하고 시원한 기운이 깃들었다.
“자연의 기운이다.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에는 그래도 도움이 될 게야.”
“고마워요.”
악트셰라켄은 위엄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어쩐지 그가 기대로 들썩거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조금 더 애태울까 하는 장난기가 돌았으나 그러지 않기로 했다.
“니케!”
내 부름에 허공에 오색찬란한 빛이 수 놓이기 시작했다.
상서로운 구름이 휘도는 가운데 이어지던 빛의 선이 완성되었고一.
“……!”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끝이 타오르는 털을 지닌 검은 환수가 나타났다.
그 위엄 넘치고 장중하기까지 한 광경.
니케를 본 악트셰라켄의 눈빛이 흔들렸다.
“진짜로구나. 멀리서나마 각성한 환수의 기운을 느끼긴 했지만 정말로…….”
악트셰라켄의 목소리는 꽉 잠기기까지 했다.
그는 감개무량한 듯 몇 번이고 니케를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말했다.
“정말 환수를 각성시키는 인간이 탄생할 줄이야……!”
아니, 각성시켜달라며?
진짜로 해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라서 조금 황당하기도 했다.
그 순간.
영수 〈악트셰라켄〉이 독자님의 능력에 탄복합니다!
영수 〈악트셰라켄〉이 독자님을 〈환수의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영수 〈악트셰라켄〉이 〈환수의 주인〉의 권위를 인정합니다!
이제 영수 〈악트셰라켄〉은 독자님의 웬만한 부탁에 순응할 것입니다!
영수계 전체에 독자님의 이름이 떨쳐 집니다!
영수들은 독자님을 〈환수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수계에 독자님의 영향력이 강화됩니다!
영향력이 폭발한 당신에게 드리는 깜짝 캐시선물★
10000캐시 뽑기권의 행운을 누려보세요!
‘캐시!’
우다다 뜨는 알림에 놀랐지만, 캐시 소식에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역시 우리 니케는 효자야.’
니케 덕분에 만 캐시 뽑기권이 생겼다.
그나저나 환수의 존재가 영수들에게 이 정도로 막강할 줄은 몰랐다.
그때였다.
악트셰라켄이 앞발을 굽혀 니케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건하고 신성하기까지 한 광경이었다.
“환수시여, 이 땅의一”
“마마!”
니케가 나한테로 폴짝 뛰어왔다.
그리고는 내 이마에 코를 비볐다.
‘어, 아니, 이 분위기 아닌 거 같은데?’
“마마, 니케 마마가 넘넘 보구 싶어쪄. 니케가 커진 후로 계속 따로 자구 니케는 슬퍼.”
돌아보니 악트셰라켄이 못 볼 걸 본 표정으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