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7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74화(274/353)
☆ 제274화 ☆
“히잉, 마마.”
보채는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니케를 토닥토닥해줬다.
“응응, 그래쪄요. 울 니케 속이 팍 상해부렸져요.”
“너…… 환수가 각성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는 있는 거냐?”
“그야 잘 알고 있죠.”
귀여웠던 울 애깅이가 늠름하고 멋지고 귀엽고 깜찍하고 아무튼 혼자 좋은 건 다 하는 울 애깅이로 진화한 거 아닌가.
“오구구. 옳지, 옳지. 울 니케 엄마가 부른다고 바로 달려왔져요? 진을 펴서 멋지게 등장도 해쪄요?”
우릉릉 까꿍 하자 니케가 꺄르르 웃었다.
“아니, 저게 저런 식으로 굴고 있는 걸 보면 전혀 모르는 거 같은데. 그걸 받아주는 너도 그렇고.”
저거라니.
우리 애기한테.
“쟤 다 컸다.”
“무슨 소리예요. 하는 짓을 봐요. 아직 응애인데.”
니케가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랗고 순진한 눈망울을 깜빡였다.
“응애는 무슨. 다 큰 인간이 혀 짧은 소리 내면서 귀척하는거나 마찬가지라고.”
“귀척이라니. 니케는 귀여운 척하는 게 아니라 귀여운 거예요.”
“그래, 우리 귀여운 애한테 왜 그러는지.”
시드가 니케의 갈기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파파!”
“그래, 파파다. 우리 니케 눈이 이 아빠를 똑 닮았네. 귀여운 건 네 엄마를 닮았고.”
시드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드의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라서 나는 괜히 발끝이 간질거렸다.
‘시드……. 좋은 아빠가 될 거 같아.’
[한 번 웃었다고 좋은 아빠가 될 거래.] [적당히 좀 하십쇼. 예?]‘넌 갑자기 왜 끼어들어. 시드 잘생겼다고 질투하냐?’
[허, 참! 하! 질투? 허!]오버하는 거 보니 찔리나 보다.
악트셰라켄은 어쩐지 흐린 얼굴로 우리 셋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직접 보는 게 낫겠지.”
악트셰라켄의 머리 위에 길게 돋아있는 뿔이 빛났다.
일전에도 보았던 광경.
‘이건 설마…….’
아니나 다를까, 다음 순간 내 눈앞에는 잘생긴 장발의 미남자가 서 있었다.
“자 이제一.”
“오, 여전히 잘생겼네요.”
“읏…….”
순수하게 감탄하자 무게를 잡던 악트셰라켄이 당황해서 얼굴을 붉혔다.
“오해하지 말기? 그때처럼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 거예요. 제 취향 아니라고 한 거 기억하죠?”
“하아, 어떻게 잊겠느냐. 그런 말을 한 인간은一 존재는 너뿐인데.”
왜 다들 칭찬해주지 않은 거지?
가족들과 시드로 인해서 까다로운 내 심미안에도 잘생겨 보이는데.
“그리고 머릿속도 여전히 꽃밭이네요.”
“…….”
“욕 아니에요. 그냥 사실인 거 알죠? 여기 머릿속 맞잖아요. 꽃밭인 것도 맞고. 아주 머릿속이 꽃밭이야.”
“……하아, 전에는 내가 루루 꽃을 시켜서 뒤끝있게 굴었다고 치고 오늘은 또 왜 그러는 거냐.”
몰라서 물어?
넌 우리 애깅이를 모욕했어.
흥, 하고 고개를 돌리는데一.
‘음?’
이곳에 있는 건 나와 악트셰라켄만이 아니었다.
웬 잘생긴 장발의 미남이 내 뒤에 서 있었다.
악트셰라켄이 달의 신처럼 신비롭고 요요한 분위기의 섬세 하고 차가운 미남이라면, 이쪽은 태양의 냄새가 나는 미남이었다.
떡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가슴.
단단히 여문 턱선, 우뚝한 코와 깊게 파인 눈가.
시드와 똑같은 보랏빛 눈동자.
검은 머리카락은 끝이 타오르는 것처럼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설마?’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움찔했다.
그는 조금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니케가一.”
“……?!”
“……!”
예상치 못한 굵직한 목소리에 남자도 나도 깜짝 놀라서 움찔했다.
“니케?”
“마,”
재차 나오는 굵직한 목소리에 니케가 입을 바로 다물었다.
“자, 이제 확실히 알겠지? 그러니 이제 정신 차리고一.”
악트셰라켄이 흠칫하며 말을 멈췄다.
그는 니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왜 그러지?’
니케를 봤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비록 성인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우리 니케의 순진한 눈망울만큼은 여전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악트셰라켄은 은근히 니케를 두려워하는 것 같단 말이야.’
니케를 처음 봤던 그 날도 그가 어쩐지 눈치를 본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울 니케는 착하고 귀여운데. 종족의 본능인 걸까? 안 두려워해도 되는데.’
“니케, 왜 그런 표정이야.”
“마마…….”
니케가 울상을 지었다.
“커져 버린 니케는 싫어?”
“그럴 리가. 전에도 말했잖아. 어느 모습이어도 엄마 눈엔 니케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귀여워.”
“……이런 목소리는 안 어울려.”
“아니야. 엄마는 듣기 좋은데?”
낮은 목소리는 여름날의 밤바람처럼 기분 좋았다.
‘……확실히 혀짧은 애기 말투랑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긴 하지만.’
왜 악트셰라켄이 질색하는 눈으로 니케를 바라봤는지 알겠다.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 성인이 애기짓하며 혀짧은 소리 내며 애교 떠는 걸로밖에 안 보였던 거다.
“이제 내 마음을 알겠지?”
때마침 물어보는 악트셰라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니케는 언제나一.”
“역시 커진 니케는 귀엽지 않은 거야!”
굵직한 목소리로 외친 니케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一.
“니케?”
“마마!”
점점 작아져서 서너 살쯤 되었을까 싶은 모습으로 변한 니케가 내 품에 폴짝 안겼다.
“이게 된다고?”
당황한 악트셰라켄의 목소리가 들렸다.
토실토실 오동통한 뺨을 가진 귀여운 남자애의 모습은 분명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지만一.
“설마 각성 전으로 되돌아간 거야?”
안 되는데!
“그건 아니고 외양만 바꾼 거다.”
“그런 것도 가능해요?”
“……원래라면 불가능하지. 하지만 환수는 환경에 따라 변하니까.”
나는 가만히 니케를 바라보았다.
“눈이 어렸을 때의 시드랑 똑같네.”
처음 만났을 무렵의 시드가 생각나서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닮았어도 이상할 게 없지. 환수는 외양에 대한 유전정보가 없으니까. 너를 엄마라고 인지 하고 따르고 있으니 네가 가장 호감 가지는 외양으로 성장하는 거다.”
그 말은, 니케야말로 내 마음의 방증이자 고백이라는 것 아닌가.
“……그건 시드에게 비밀로 해주세요.”
“너도 부끄러워할 때가 있긴 하군?”
“당연하죠!”
악트셰라켄은 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거람?
“니케가 시드리한을 아빠라고 인식하는 것도 네가 그 녀석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다.”
“그럼 내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면 니케는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지.”
“니케는 아빠가 그런 식으로 바뀌어도 돼?”
“마마가 좋아하는 사람이 니케의 파파야. 니케는 항상 마마의 편인걸!”
“오구오구, 내 새꾸!”
니케의 토실토실 말랑말랑 찹쌀 뺨에 얼굴을 비비자 니케가 꺄르르 웃었다.
악트셰라켄은 그런 우리를 흐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 * *
“야.”
악트셰라켄은 흠칫해서 니케를 바라보았다.
루아티샤가 정신계에서 빠져나간 뒤에도 니케는 여전히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악트셰라켄을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은 결코 어린아이라고 볼 수 없었다.
루아티샤와 함께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엄마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이 세계에는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어미의 품에 파고드는 어린아이인 채 어떻게 대비하려고 그러는가.”
“내가 알아서 해.”
“너는 환수다. 태생부터 여느 영수들과 다르지. 막대한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지. 어차피 엄마랑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내 삶에서 찰나에 지나지 않아.”
니케의 눈동자에 분노 외에도 다른 감정이 떠오르는 찰나, 콰르릉!
천둥과 함께 니케의 발밑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니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 이곳은 내 정신 안인데도 마치 제 집처럼 다루는군.”
이것이 환수인가.
악트셰라켄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괜찮을까.’
인간의 손에서 자란 환수는 니케가 유일했다.
이토록 인간의 영향을 짙게 받은 환수는 니케가 처음이라는 뜻이다.
본디 다른 영수들과 달리 환수에게는 부모가 없다.
그런데 니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루아티샤를 어미로 여기는 듯했다.
‘어미의 품 안에 파고드는 응석받이가 강해질 수 있긴 할까.’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一.
‘그 짙은 유대감이 그 아이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Chapter 37.
“어머, 티리엘 영애!”
“이제 괜찮은 거예요?”
티리엘은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영애들의 모습에 다소 놀랐다.
“들었어요. 감히 성녀 행세를 한 그 괴물이 영애를 끌고 가서 협박했다면서요? 파에라톤 공녀님의 약점이 뭔지 알려달라면서.”
“그것도 사기를 사용해서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티리엘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사기에 물들어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이 빠졌지만.
‘루루가 그렇게 말해줬구나.’
솔직히 자신을 꺼림칙해 하며 피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계속 ‘티리엘 아데르센’으로 살아가려면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오늘은 즉위식에는 꼭 참석하고 싶었고.’
“저희 아버지께서 그때 일어난 일을 영상으로 봤다고 하셨는데 티리엘 영애의 용기가 대단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환영받을 줄이야.
“거봐. 내가 걱정하지 말랬지? 넌 피해자야. 그런데 왜 그렇게 걱정했던 거야.”
자스민이 옆에서 소곤거렸다.
“응, 그러게.”
이제야 티리엘은 온전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성녀 예하께서 드십니다!”
천장까지 닿은 문이 열리며 빛이 파르마나스 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一.
“와…….”
“어쩜…….”
사람들은 엄숙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고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새하얀 성녀의 예복을 입은 루아티샤 파에라톤이 그림처럼 안으로 들어섰다.
쏟아지는 빛이 마지 성스러운 헤일로처럼 그녀를 비췄다.
‘아.’
비록 리리엘이 즉위식에서조차 해프닝이 있었고 가짜 성녀였다는 게 밝혀지기까지 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성녀의 예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지워지진 않았었다.
그럴 정도로 그날 리리엘의 모습은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분이 바로 진짜 성녀…….’
모두의 뇌리에서 즉위식을 치르던 리리엘의 모습이 깨끗하게 잊혔다.
* * *
나는 조금 어색한 기분으로 즉위식을 치렀다.
‘내가 성녀라니…….’
이게 참 로판 독자로서 기분이 복잡미묘하달까.
힐끔 주변을 보는데 왠지 모르지만 아빠와 할아버지의 눈가가 촉촉했다.
디에르 자작은 아예 울고 있었다.
“울 아가씨, 너무 성스럽고 아름답고 예쁘고 혼자 다 하시네요. 으흑…….”
“…….”
니케한테 주접떨 때 내 모습이 저런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제발.
“내 딸이다.”
“내 손녀다.”
디에르 자작의 말에 아빠와 할아버지가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오빠들이라고 다를게 없었다.
나는 교황에게서 성물을 받아 들고 뒤를 돌았다.
이제 발코니로 나가 군중들에게 모습을 보이면 된다.
‘리리엘은 저번에 텅 빈 광장을 내려다봐야 했지.’
과연 지금은 어떨까?
내가 했던 것처럼 뒷공작을 부릴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겠지만 괜히 신경 쓰였다.
‘솔직히 내가 성녀인 여주 언니들처럼 대단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걸.’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어쨌든 축제 비슷한 느낌으로라도 왔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으으, 이게 막상 내 일이 되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나는 어느새 발코니까지 도달했다.
이윽고 발코니의 문이 열리고,
“와아一!!”
“성녀 예하 만세!”
“진짜 성녀님이시다!!!”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이 마치 축포처럼 귓가에 멍멍하게 울렸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몰린 사람들.
그들이 나를 향해 열렬히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우리 치킨교는 언제나 성녀님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
아니, 이 상황에서 그 말은 좀.
하지만 어느새 내 입가엔 미소가 어렸다.
어쩐지, 나조차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손을 들자 사람들의 함성이 더 커다래졌다.
* * *
사람들의 함성이 멍멍한 가운데 깊게 후드를 눌러 쓴 한 사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반짝이는 금발이 흘러내렸다.
‘루아티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미소 짓는 루아티샤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