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7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75화(275/353)
☆ 제275화 ☆
‘……우매한 것들. 저딴 게 뭐가 대단하다고一.’
그때였다.
상서로운 구름과 함께 오색찬란한 빛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마치 진짜 성녀의 탄생을 하늘에서도 인정하고 축복해주는 것처럼.
그리고 그 구름 사이로 환수가 늠름하면서도 유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그 환상과도 같은 광경을 우러러보았다.
“오오! 정말로 환수님이셔!”
“살아생전에 환수님을 보게 될 줄이야!”
“환수님 만세!”
커다란 몸체가 소리조차 없이 가볍게 움직여 루아티샤의 앞에 내려앉았다.
루아티샤가 손을 뻗자 환수가 고개를 숙여 그 손에 이마를 맞대었다.
완벽하게 환수와 교감하는 모습.
그 신비롭고도 경이로운 광경에 사람들은 일순 말조차 잊었다.
환수가 루아티샤의 주변을 휘돈 후 사라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뒤늦게 감탄했다.
“봐, 봤어요?”
“세상에, 환수가 저렇게 따르다니!”
“역시 진짜 성녀님이세요!”
“그 가짜와는 차원이 다르다니까?”
이전보다 더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자는 후드를 더 깊게 눌러썼다.
환수 한 번 나타났다고 루아티샤에게 더 큰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이 환멸스러웠다.
‘얼마나 보는 눈이 없으면.’
하지만 그보다 더 환멸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는 듯 그 환호를 받으며 미소 짓고 있는 루아티샤였다.
‘가증스러운 년.’
애초에 이 모든 것은 루아티샤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 정말 루아티샤의 것이었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녀는 루아티샤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깊게 눌러쓴 후드가 그녀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그림자 속에서 연둣빛 눈동자가 잔혹하게 번뜩였다.
‘내가 망가트려 줄 테니까.’
* * *
[축하합니다!] [공식적으로 성녀로 인정받아 즉위식까지 치르셨습니다!] [이제 신전의 기록은 물론, 역사서에까지 독자님의 이름이 성녀로서 기록될 것입니다!] [성녀 즉위식을 대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파르마나스 광장은 물론 전국에 독자님의 이름이 울려 퍼집니다!] [가짜 성녀를 물리친 진짜 성녀의 탄생 만세!] [환수 니케의 등장으로 역대 성녀 즉위식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최초 타이틀 획득!] [독자님, 성녀 즉위식을 뒤집어 놓으셨다!] [제국에 독자님의 영향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영향력이 상한가에 상한가를?! 이것이야말로 천장 치기★ 50000캐시 뽑기권 돌리고 보유 캐시도 상한가 치자!]‘뭐?’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치, 침착하자.’
천천히 심호흡하며 아예 뒤에서부터 숫자를 셌다.
‘일, 십, 백, 천…… 만! 진짜 만이야?’
50000캐시 뽑기권이라니!
이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황금 뽑기권이었다.
‘하긴 성녀씩이나 됐는데 이 정도는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꼬리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성녀 예하.”
신관들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로판 성녀 언니들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위엄 있게 돌아보니 신관들이 내게 깊게 허리를 숙였다.
“감히 성녀 예하를 알아보지 못한 저희의 과오를 용서해주십시오.”
“앞으로 전심을 다해 성녀 예하를 보필하겠습니다.”
“못 미더우시겠지만 부디 저희에게 한 번 기회를…….”
흠.
사실 신관들이 리리엘을 성녀로 추대하고 그녀의 편을 들긴 했지만, 딱히 뭘 한 건 아니었다.
음흉한 계책을 세우고 날 함정에 빠트린 건 전부 리리엘의 짓이었다.
어찌 보면 신관들은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잘못했죠. 많이.”
아무 문제 없이 리리엘이 계속 성녀 행세를 했다면?
비단 나 혼자 잘못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리리엘은 키야스에델의 대리자였으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자애롭고 착해서 뭐든 용서해주는 성녀님이 아니라서요.”
“……죄송합니다. 만약 책임을 묻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신다면一.”
“책임을 지면 제대로 져야죠. 물러나는 건 도망가는 거잖아요?”
“예?”
어딜 도망가려고.
신전의 힘이 약한 탓에 안 그래도 인력난에 처해 있는데.
“제가 보니까 신관 구조를 좀 개편해야겠더라고요. 보수적인 단체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몇백 년 전의 매뉴얼을 그대로 답습하는 건 너무했어. 전통도 좋지만 현재의 시류에도 맞춰야죠.”
“예?”
“야근, 오늘부터 가능하시죠?”
“오, 오늘은 성녀 즉위식인데요?”
“즉위하는 건 저이지, 신관님이 아니잖아요?”
“그, 그렇죠……. 하지만 저희는 즉위식 내내 예하를 보필해야…….”
“됐어요. 뭐 의전 좀 안 받는다고 문제 생기나. 일이 더 중하지.”
이제 파티만 남았는데 솔직히 신관들이 옆에서 알짱거리면 귀찮고.
“예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잡았다, 요놈.
나는 성녀답게 자애롭게 웃었다.
신관들은 내가 왜 웃는지도 모르고 일단 에헤헤, 따라 웃었다.
“부디 그 웃음이 오래가길 바라요.”
“예?”
신관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걷혔다.
걱정하지 마.
며칠 밤샌다고 안 죽어, 안 죽어.
벌은 제대로 받아야지?
* * *
신관들은 파르마나스 홀로 나가는 루아티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루아티샤는 내일 당장 대회의를 소집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회의 안건에 따른 준비를 필히 해와야 할 것이라고도.
아무래도 밤을 새우는 것만으론 부족할 것 같다.
“이렇게 즉위식 날 바로 일 이야기를 꺼내실 줄이야.”
보통은 오늘 하루뿐만 아니라 며칠간 막 즉위한 성녀로서 여기저기로부터 축하받으며 기쁨을 누리는 게 보통이었다.
리리엘은 어땠는가.
그녀는 즉위식을 망쳤다며 난리였었다.
성녀인 자신의 위명이 높아질수록 신전 역시 회생할 수 있을 거라 했었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개인적인 영달에만 관심 있었지, 성녀로서의 어떤 책임감을 보인 적은 없다.
하지만 루아티샤는 있는 의전마저 대의(?)를 위해 생략하라고 했다.
그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확실히 가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군요.”
“역시 파에라톤 공녀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괜히 그 많은 업적을 남긴 게 아니겠죠.”
“심지어 치수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죠? 솔직히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 성녀 예하의 업무량만 하겠습니까.”
“성녀 예하께서는 본인이 자애롭고 착한 성녀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성녀다운 분이십니다.”
“작금의 신전에 가장 필요한 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만히 대신관들의 말을 듣고 있던 교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에도 새바람이 불 것 같구나. 그것도 아주 기분 좋은 바람이.”
루아티샤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세상에는 디에르 자작처럼 일을 시키면 시킬수록 희열을 느끼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신관들은 애초에 어딘가 미쳐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정신이라면 별 응답도 없는 신의 뜻을 따르겠다면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고행에 들 리가 없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신관은 디에르 자작 같은 인간들을 모아놓은 집단이었다.
다시 말해 변태 집단.
* * *
신관들에게 벌一 아니, 일감을 잔뜩 안겨준 후 파르마나스 홀로 나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반겼다.
“루루.”
“아빠!”
“오늘 멋있었다.”
“아빠도 오늘 멋있으세요.”
“네 할아비인게 자랑스럽더구나, 성녀님.”
“아이참, 할아버지두.”
“내 동생, 언제 이렇게 컸지?”
“뭐, 그래도 여전히 내가 지켜줘야 할 솜뭉치야.”
“내 막내…….”
오빠들의 눈시울이 붉은 게 설마 울었던 걸까?
거참, 내 결혼식은 어떻게 보려고.
‘어마맛! 결혼식이라니! 나도 미쳤나 봐!’
괜히 나 혼자 부끄러워서 팔짝폴짝 뛰며 주변을 살폈다.
빛이 한가득 내려오는 제단 앞, 시드가 미소 지은 채 서 있었다.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면 신성하게까지 보이는 걸까?
마치 성화에 나오는 성자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홀린 듯 시드에게로 다가갔다.
“……저 놈팡이가 또.”
뒤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자.
“나의 성녀님.”
시드가 내 손을 잡고 정중하게 키스했다.
괜히 발끝이 간지러웠다.
“나의 구원자. 나만 알고 싶었는데 이제 다 알게 되었네.”
“그게 뭐야.”
진짜 오글거리는 말인데 그게 또 시드가 하면 멋있었다.
콩깍지가 아니라 진짜로.
시드가 내 허리를 바짝 끌어안는 순간이었다.
“음, 보기 좋긴 한데. 다들 널 지켜보고 있다는 거 잊은 거 아니지?”
돌아보니 클라우디아가 미소 짓고 있었다.
“오늘 예하의 성녀 즉위식이잖아요?”
“으아…….”
시드의 미인계에 순간적으로 이 상황을 잊었다.
저 멀리 이쪽을 힐끔거리는 귀부인들이 보였다.
부채 위로 슬쩍 보이는 광대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나는 얼른 시드의 손을 놓았다.
시드가 불만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왜?”
“너랑 있으면 자꾸만 현실을 잊는단 말야.”
우뚝.
시드가 움직임을 멈췄다.
다음 순간 시드가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아, 진짜 넌一.”
시드의 귀가 새빨갰다.
괜히 나도 부끄러워져서 클라 우디아의 손을 잡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클라우디아가 인중이 늘어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걸 애 써 무시했다.
“티, 티리엘한테 가자.”
“흐음, 그래.”
아니, 진짜 그렇게 쳐다보지 말았으면.
저쪽에 영애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는 사이로 티리엘과 자스민이 보였다.
티리엘은 이제 겨우 몸을 회복한 상태인데 일부러 내 즉위식을 보기 위해 나온 거였다.
사람들 앞에 나오는 것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마음이 찡했다.
클라우디아와 함께 그쪽으로 다가가는데一.
“아아, 카인 님.”
“이쪽도 봐주세요, 카인 님.”
“하아아…….”
영애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는 이유를 알겠다.
그 구름 한가운데에 카인이 있었다.
영애들이 뾰옹 하트가 가득한 눈으로 몽롱하게 카인을 바라 보는 중이었다.
“후후, 서두르지 마. 나의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
오싹.
닭살이 돋았다.
‘저게 미쳤나?!’
나는 카인에게 다가가 한 대 후려갈겼다.
아프지도 않은지 카인이 나른하게 웃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삐졌어? 내가 다른 여자들이랑 놀고 있어서?”
와, 진짜 심각한데?
“너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머리가 어떻게 된 거 같은데. 아니면 패다 보면 정신을 차릴까?”
“……농담을 너무 진담처럼 말하네.”
“진담이야.”
“…….”
좋아, 조용해졌군.
하지만 티리엘과 자스민은 여전히 몽롱한 얼굴로 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영애들도 마찬가지.
나는 카인을 잡아끌었다.
“내 친구들한테 개수작 부리지 마.”
“수작 부리는 게 아니라 원래 그래.”
카인이 클라우디아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돌아보니 클라우디아 역시 발그스름해진 얼굴로 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진짜로?’
“인간은 마족에게 매혹당하게 되어 있어.”
카인은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귓가에 속삭이며 내 뺨을 감싸 쥐었다.
“그래서 네가 특별하다는 거야.”
“그냥 눈이 높은 것뿐인데.”
나는 볼멘 목소리로 말하며 카인의 손을 거칠게 털어냈다.
“흐음, 역시 잘 안 통하네. 신기하단 말이야.”
카인이 눈을 가늘게 휘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언뜻 그의 동공이 세로로 가느다래진 것이 보였다.
“네가 내게 매혹당한 모습을 보고 싶으면서도, 언제나 지금 같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어. 왜 그럴까.”
“……이중인격?”
나는 카인에게서 한걸음 물러났다.
카인은 피식 웃기만 할 뿐, 더 따라붙진 않았다.
“나랑 했던 약속이나 잊지 마.”
“걱정하지 마. 인간에게 해가 될 짓은 하지 않아.”
느른히 웃는 모습이 그렇게까지 신뢰 가진 않았지만 나는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했다.
“티리엘! 자스민!”
내 부름에 두 사람은 꿈에서 깨어난 듯 깜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루루! 오늘 진짜 멋졌어!”
“고마워. 이렇게 보니 좋다. 셋이 모인 게 얼마 만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한참 재잘재잘 떠들다가 내게 말을 걸기 위해 주변을 기웃거리는 귀족들을 보고서야 말을 멈추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때, 내 시야에 아주 낯선 사람이 보였다.
긴 금발을 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