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7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76화(276/353)
☆ 제276화 ☆
내가 더 자세히 보려는 순간이었다.
“왜 그래?”
나를 툭 치는 손길에 뒤돌아보니 라파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아니, 저기에一.”
가리키면서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내가 봤던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주변을 여기저기 살펴도 마찬가지였다.
“저기에?”
“……아무것도 아니야.”
잘못 본 걸까.
‘그러고 보니 요즘 일이 많았지.’
나는 눈가를 문질렀다.
악트셰라켄 덕분에 체력이 회복됐다고 밀린 일 처리를 몰아서 했더니 눈이 침침해진 건가.
“피곤해?”
“음, 조금.”
라파엘은 빤히 나를 보더니 툭 내뱉었다.
“역시 성녀 같은 건 너한테 안 어울려.”
“뭐어?”
얘는 또 왜 갑자기 시비람?
“옷부터 좀 봐. 새하얗고 치렁치렁.”
“다들 잘 어울린다고 말해줬는데.”
“하아? 눈이 삔 건가. 거기다 뭐 이딴 관을 쓰고 있어? 딱 봐도 무거워 보인다.”
“이거 도금이 아니라 전부 금이래. 금의 무게는 행복의 무게야. 무거울수록 좋아.”
내 말에 라파엘이 피식 웃었다.
“넌 부족함 하나 없이 자라다 못해 황금으로 성을 쌓을 수도 있는 애가 왜 맨날 그러냐.”
“쯧쯧, 어리석구나.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란다.”
나는 손가락을 까닥이며 라파엘에게 인생의 진리를 알려주었다.
라파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날 보고 다시 미간을 팍 찡그렸다.
“역시 너한테 안 어울려.”
우씨.
“넌 풀밭 아무 데나 잘 퍼질러 눕고 남 시선 신경 안 쓰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그러잖아.”
아니,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어렸을 때 새벽 축제 예선 기간에 라파엘이랑 자주 풀밭에 누워서 땡땡이를 치곤 했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라파엘.”
이상한 일이지.
나와 비슷했던 라파엘은 훌쩍 커서 내가 고개를 치켜들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다.
거기다 소드 마스터라 발육이 좋은 건지 어깨도 넓어서 완전 성인 남자처럼 보이는데.
내 눈에 비친 라파엘의 얼굴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겨 심통 난 어린아이 같았다.
결국 내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라파엘이 왜 안 어울린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아서.
“오구오구, 우리 파엘이 누나가 고생하는 거 같으니까 속상했어요?”
“야!”
“파에리 마음이 아야 했져요? 그래서 심통이 퉁퉁 나부렸져요? 솔직하지 못하구 안 어울린다구 심술 부렸져요?”
“죽는다.”
라파엘이 진심으로 이를 악물었다.
나는 킥킥 웃었다.
“확실히. 성녀가 되면 일도 늘어나고 남들 이목 때문에 이거 저거 제약도 많지. 신경을 써야 할 것들도 늘어나고.”
“…….”
“근데 나 원래 그랬어.”
나는 라파엘을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제도에 올라왔을 때부터 항상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삶을 살았다.
“여기서 직함이 하나 더 추가됐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하지만 성녀는一.”
라파엘이 뭐라 말하려다가 이내 미소 지었다.
내가 라파엘을 향해 지었던 미소와 꽤 닮은 미소였다.
“……그래, 너라면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럼 그럼.”
“그래도 힘들면 말해.”
조금 부끄러운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하는 라파엘을 보자 장난기가 불쑥 올라왔다.
“흠? 말하면? 성녀 폐위라도 시켜주게?”
“안될 것도 없지.”
“어, 불안한데? 나 막 불명예스러워지는 거 아냐?”
“꽤 괜찮지 않아? 불명예 퇴진한 성녀는 여태까지 없었잖아.”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걱정 마. 성녀가 되었어도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으니까.”
“뭐 즉위한 지 얼마나 됐다고. 한두 시간?”
“방금도 신관들 야근시키고 왔는데.”
내 사전에 자애롭고 착하고 희생적인 성녀는 없다.
오로지 사람을 좌로 우로 자근자근 굴리는 철혈의 행정형 성녀만 있을 뿐!
“신관들을?”
나는 엣헴, 하며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걱정할 사람을 잘못 골랐군.”
아니, 얘가?
“너도 일 좀 할래? 소드 마스터의 체력이 궁금하네. 며칠까지 밤을 새울 수 있을까?”
“……잘못했어요.”
* * *
황궁 정문과 대로를 통해 직선거리로 이어져 있는 테르아크네 광장.
이 대박적인 입지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테르아크네 광장은 제도의 수많은 광장 중 가장 크고, 가장 유동 인구가 많으며, 관광객 역시 가장 많다.
거기다 수많은 의례들이 이곳에서 치러져 상징적인 의미까지 지니고 있다.
암튼 유명하단 소리.
나는 테르아크네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뻘쭘한 기분을 느끼며 괜히 모자를 고쳐 썼다.
‘미치겠네.’
물론 다나의 작품은 모두 시대를 넘는 명작이자 걸작이며 대작이다.
우리 다나가 어떤 애인데.
역사서에 쾅! 하고 박힐 화가시란 말씀이야!
누구나 다나의 그림을 내걸어서 자랑하고 싶을 만하지.
이해는 한다.
‘근데 왜 하필 내 얼굴을 그린 초상화를 거냐는 말이야! 풍경화도 있는데!’
두둥!
지금 내 앞에는 내 얼굴이 무슨 전광판마냥 대문짝만하게 걸려있었다.
그냥 초상화도 아니다.
내 뒤로 후광이 번쩍번쩍 빛 나는 성화였다.
나도 모르게 내 초상화에서 뒷걸음쳤다.
‘리리엘 땐 이러지 않았잖아. 왜 여기에 성화를 거는 거야.’
그런데.
“성녀님이시여, 부디 저희를 구원해주시옵소서.”
옆에는 내 초상화에 대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마저 있었다.
“……?!”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왁! 하고 소리 지를 뻔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내리눌렀다.
다나의 그림에는 마력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감동을 받거나 가슴이 편해지거나 따뜻해지는 걸 느꼈겠지.
‘그래서 기도하는 것 같은데…….’
이 그림이 특별한 효과를 지녔다는 건 예전에 알림창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다.
[다나의 예술혼과 사랑이 듬뿍 담긴 성화는 특별한 효과를 냅니다!] [다나의 예술혼과 사랑이 듬뿍 담긴 성화가 테르아크네 광장에 걸렸습니다!] [테르아크네 광장은 제도의 중심이 되는 광장입니다!] [다나의 그림이 토템화됩니다!] [토템 효과로 제국에 대한 독자님의 영향력이 10%의 추가 효과를 받습니다!]쪽팔리지만 엄청난 효과다!
一하면서 좋아했는데.
직접 보니까 그냥 쪽팔린 정도가 아니었다.
‘심지어 이 효과 때문인지 기도하는 사람마저一.’
“……하여 다음 치킨은 신메뉴는 화끈한 매운맛이 어떨까 합니다, 성녀님. 저는 지금 성녀님께 마음속으로 말을 걸고 있습니다. 자아, 다음 치킨은 화끈한 매운맛…….”
아니, 마음속이 아니라 그냥 직접 말하고 계시는데요.
‘……대체 뭔 기도가.’
좀 어이없긴 했지만 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一.
내가 팔고 있는 양념치킨은 케첩이 많이 들어간 달짝지근한 양념치킨이었다.
‘핫치킨이라면 기도할만하지.’
맛있겠다.
침을 꼴깍이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내 시선을 느낀 건지 핫 치킨을 염원하던 사람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게 보였다.
“……!”
나는 깜짝 놀라 서둘러 고개를 휙 돌렸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괜히 모자를 눌러 쓰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그쪽으로 눈을 굴리니 웬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애써 모르는 척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도 따라붙는 시선이 따가울 정도로 느껴졌다.
‘……아직도 보나?’
슬쩍 그쪽을 보니 또 곧장 눈이 마주쳤다.
몇 번이나 눈이 마주쳤는데 다시 모르는 척하기도 좀 그랬다.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솔직히 음, 이런 경우를 많이 겪긴 했다.
나는 주변을 조금 둘러보곤 남자에게 다가가 조그맣게 물었다.
“어, 축복해드릴까요?”
나한테 딱히 신성력은 없지만, 그래도 해달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런데 남자의 얼굴이 기묘해졌다.
‘축복이 아닌가?’
그러면一.
“사인해드려요?”
“…….”
남자의 매끈한 얼굴이 파삭 일그러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웬 정신 나간 사람을 쳐다보듯이.
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사인 따위 원한 적 단 한 번도 없다는걸.
[푸흡!]‘닥쳐.’
[사.인.해.드.려요?] [푸하하하핳하!!!!]하씨.
‘너 나중에 만나면 뒤졌어.’
[만나서 저한테도 사인해주시게요?] [저는 거절 안 할게요. 상처받지 마세요.]‘어쩔 수 없잖아! 성녀가 되고 난 뒤 나한테 이런 요청하는 사람들이 한둘이었어야지!’
쪽팔려!
나는 입술을 댓발 내민 채 남자에게 물었다.
“그럼 왜 그렇게 사람을 쳐다봐요?”
그는 뭐라 말할 듯 입을 열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째…….
내가 그 시선의 의미를 채 읽기도 전에 남자는 내게서 몸을 휙 돌렸다.
몇 걸음 움직이지도 않았지만 긴 다리 덕분에 그는 순식간에 훌쩍 멀어졌다.
“뭐야…….”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그럼 대체 왜 사람을 빤히 쳐다본 거람?’
그때, 누군가가 내 볼을 쿡 찔렀다.
“왜 그래? 볼이 빵빵해졌어.”
“시드.”
나는 시드의 손을 꽉 붙잡고는 잠시 그의 얼굴을 감상했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니.”
그냥 힐링 중이야.
잘생긴 걸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내가 미소 짓자 시드의 얼굴에도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그가 시선을 들어 광장에 걸린 내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다나가 나를 너무 성스럽게 그려놨어.”
괜히 멋쩍어서 변명하자 시드가 내 얼굴과 그림을 번갈아 보더니 툭 내뱉었다.
“나는 이쪽이 더 성스러운데.”
“……?”
“주인님의 말이 내게는 따라야 할 교리니까.”
“뭐야.”
나는 팔꿈치로 시드를 쿡 찔렀다.
그때, 시드가 휙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래?”
“시선이 느껴진 것 같아서.”
“……?”
시드 너머로 고개를 기웃거려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설마 아까 그 남자는 아니겠지.’
날 빤히 바라보던 시선이 워낙 강렬해서였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 저쪽은 그 남자가 사라진 방향과도 정반대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드가 내 모자를 고쳐 씌워줬다.
“왜?”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가 싶어서.”
윽.
매일같이 주접떠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시드도 진짜 참.
하 참.
“……말로만?”
눈을 깜빡이며 괜히 예쁜 척을 하자 시드가 내 모자로 손을 뻗었다.
커다란 챙이 달린 모자가 우리 둘 사이를 가리고.
쪽.
입술이 닿았다.
* * *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축하합니다!] [카펠트 지방의 지진 피해를 성공적으로 수습했습니다!] [터전을 잃었던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안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카펠트 자방에 독자님의 영향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영향력이 증가한 독자님께 드리는 특별 선물大10000캐시 뽑기권!] [축하합니다!] [2주간 지속되던 파루샤 수림의 화재 진압에 성공하셨습니다!] [만약 독자님이 나서지 않았다면 이 화재는 한 달이 넘도록 지속되었을 겁니다.] [일하는 성녀 하나 열 영주 부럽지 않다!] [제국에 독자님의 위명이 울려 퍼집니다!] [독자님의 영향력은 오늘도 상승 중?! ★가즈아! 10000캐시 뽑기 받고 더 상승하자!] [파루샤 수림의 난민들과 아켈트 영지민들의 갈등이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아켈트 영지는 내부적으로 더 견고하고 안전해질 것입니다!] [파루샤 난민들과 아켈트 영지민들이 영주인 아켈트 자작보다 독자님께 더 깊은 신뢰를 보냅니다!] [아켈트 자작과 그 가신들이 독자님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이것이 바로 로판 독자 클라쓰 ★5000캐시 뽑기권으로 돌리고 행운의 클라쓰도 증명하자!]그간 나는 성녀로서 수많은 일을 해결해 왔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성녀의 역할을 아닌 듯싶은데.’
이런 재해가 일어나면 보통 성녀는 막강한 신성력으로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보살펴주지 않나?
그런데 나는 열심히 행정 업무를 보고 있었다.
더불어 신관들도 나를 따라 열심히 구르는 중이었다.
‘구를 때 좀 이상하긴 하지만.’
묘하게 기뻐하는 것이 꼭 디에르 자작을 생각나게 한달까…….
음.
왠지 소름 돋으니까 그만 생각하자.
그때였다.
[파에라톤령에 대한 독자님의 영향력은 최대치입니다.] [공작령은 완전히 독자님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내 손바닥 안의 위기는 바로 알 수 있는 법!] [독자님은 파에라톤령의 위기를 일정 확률로 미리 알 수 있습니다.]‘왜 이걸 갑자기 알려주지?’
이건 옛날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이 능력 덕분에 흑사병이 유행할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잠깐.’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