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7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77화(277/353)
☆ 제277화 ☆
아빠는 아레스와 익시온과 함께 파에라톤령에 내려가 계셨다.
내가 통신석을 움켜쥐는 사이, 내 눈앞에 새로운 알림이 떴다.
[비상!] [돌발 퀘스트 발생!]정말 실로 오랜만에 보는 퀘스트 알림이었다.
〈구해주세요, 독자님(2)〉
독자님, 큰일입니다!
엄청난 관리로 자연재해마저 피해 가던 파에라톤령에 큰 고비가 닥칠 위기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파에라톤령의 중추를 마비시킬 커다란 수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독자님!
언제나 독자님을 따르고 연대하는 영지민들이 거센 물줄기에 휩쓸려가는 걸 두고 볼 순 없습니다!
부디 영지민들이 재앙을 피해 가도록 구제해주세요!
– 조건: 파에라톤령에 닥칠 수해 막기
– 보상: 10000캐시 뽑기권, 제국 내 영향력 증가
‘역시…….’
파에라톤령에 위기가 닥치는 건 아닌가 하는 내 불길한 예감은 딱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미친? 수해라고?’
수해를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막아.
고사를 지내봤자 해일이 못 오게 막을 수도 없고 비가 안 내리도록 만들 수도 없다.
‘……가만.’
여주 언니들 중에 그런 능력자가 있었나?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자 언니들은 몇 있어도 안 내리게 하는 언니들은 없었던 거 같은데.
‘해일을 다 얼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인 여주 언니들은一 아니지.’
북부에 있는 파에라톤령의 최북부는 아케랄트 산맥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대륙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험준한 산맥.
북해는 그 산맥 너머에 있다.
즉, 아케랄트 산맥에 천혜의 방파제 역할을 해서 아무리 커다란 해일이 밀어닥쳐도 파에라톤령은 안전하단 소리.
‘그렇다면 파에라톤령에 발생할 수해는 역시 해일보다는 폭우로 인한 홍수인가.’
하지만.
‘파에라톤의 수리(水利) 시설은 다른 곳의 수로나 댐과는 차원이 다른데.’
웬만한 폭우에도 끄떡없는 수준이다.
해서 내가 맡고 있는 치수 사업에도 파에라톤령은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만약 파에라톤의 수리 시설이 견디지 못할 수준이라면 대륙 북부는 물론 중부까지 물난리가 난다고 봐야 한다.
‘……물론 흑사병 때처럼 전 대륙에 닥치는 위기일 수도 있지.’
내가 미리 알 수 있는 위기는 오직 파에라톤령에 국한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왠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거지?
나는 지난 퀘스트 목록을 열었다.
그리고 옛날 흑사병이 유행한다는 걸 알려주었던 퀘스트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구해주세요, 독자님!〉
독자님! 큰일입니다!
역병입니다, 역병!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역병으로 인해 온 제국이 몸살을 앓게 될 겁니다.
복지 지수가 상승해 모처럼 삶에 만족하고 있는 영지민들을 이 검은 죽음의 병으로부터 구제해주세요!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를 차근히 읽다 보니 어떤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온 제국이 몸살을 앓게 될 겁니다.’
그에 반해.
‘파에라톤령의 중추를 마비시킬 커다란 수해.’
비록 악마 녀석이 내게 진실을 다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이런 문제에서 나를 헷갈리게 만들진 않는다.
내 영향력과 본인의 힘이 연관되어 있으니까.
‘만약 대륙의 북부와 중부까지 극심한 피해를 입는다면 거기까지 다 써놨겠지.’
내가 그쪽까지 도움을 줘서 영향력을 더 크게 얻을 수 있도록.
[과연 로판 독자!] [얼마나 떡밥에 진심인 겁니까!] [몇 글자 안 되는 텍스트 안에서 추론해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농담할 상황이 아냐.’
[하지만 그렇게 침울해하실 것도 없지요.] [미리 알게 되었으니 막을 수 있습니다.]그 말대로다.
‘이건 인재(人災)니까.’
오히려 자연재해보다 막기는 수월했다.
‘우선 아빠한테 연락을 드려야겠어.’
* * *
파에라톤령의 공작성.
대회의실 안.
한창 회의 중이었지만 파에라톤 공작은 품에서 통신석을 꺼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막내딸 전용 통신석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놈들과의 통신 때문에 막내딸의 통신을 놓칠까 봐 전용 통신석一일명 핫라인을 따로 구비해놓고 있었다.
순식간에 회의의 흐름이 끊겼지만 젊은 가신들은 물론, 원로와 장로들까지 불편한 내색은커녕 눈을 빛냈다.
“오오, 막내 아가씨 연락입니까!”
“굳이 불편하게 나가실 필요 있습니까. 그냥 여기서 수신하지시요!”
“막내 아가씨께선 언제 영지에 내려오실 거랍니까?”
들썩들썩.
파에라톤 공작은 반가움에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가신들을 비뚜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의실과 연결된 방으로 향했다.
“거참. 그냥 여기서 받으시지…….”
“막내 아가씨 보고 싶었는데.”
뒤에서 작게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니 역시 앞에서 받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루.”
_아빠!
활달한 딸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딱딱하던 파에라톤 공작의 얼굴에도 느슨한 미소가 걸렸다.
다행히 하녀들이 잘 챙겨주고 있는 건지 루아티샤의 안색은 건강했다.
“보고 싶었다.”
– 앗, 저도요.
“……용건이 있어서 통신한 것 같은데?”
– 끄응. 아빠를 속일 순 없네요. 하지만 보고 싶었다는 것도 진짜예요.
“알아.”
히히, 웃던 루아티샤의 얼굴이 돌연 진지해졌다.
– 아빠, 영지의 수리 시설에 문제가 생길 거 같아요.
“문제? 시설 검진은 주기적으로 행하고 있다만 이상은 없었는데.”
– 음, 그래도 생길 것 같아요. 그것도 아주 커다란 문제가. 잘 못 하면 파에라톤령 전반에 물난리가 날 수 있어요.
루아티샤의 눈동자는 진지했다.
“능력으로 본 것이냐?”
– 네. 이건 딱히 제가 능력을 소환한 건 아닌데. 확률신이 도와줄 때 알 수 있는 제 기본 능력이랄까.
파에라톤 공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밥 잘 챙겨 먹고, 잠은 제시간에 자고. 아빠 없다고 늦게까지 안 자고 그러면 안 된다.”
– 알았어요.
“아빠랑 약속한 휴식 시간 잘 지키고. 오르카한테 다 물어볼 거야.”
– 아우, 알았다니까요! 잔소리쟁이!
딸아이가 입술을 내미는 걸 보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사랑한다.”
– ……저두요.
불만스레 입을 삐죽였다가도 바로 풀어져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더더욱.
“하…….”
통신을 종료한 파에라톤 공작은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빨리 처리하고 제도로 올라가야겠군.”
딸아이가 보고 싶어서 안 되겠다.
지금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결혼이라도 하면一.
‘역시 결혼은 안 돼.’
대회의장으로 들어서자 가신들이 눈을 빛냈다.
“아가씨께서 뭐라 하십니까? 저희 얘긴 안 하시는지…….”
“안 하던데.”
가신들이 시무룩해졌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림 주며 따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의 야속함에 울먹거리던 가신이 파에라톤 공작의 시선을 받고 입을 합, 다물었다.
공작은 조용해진 대회의장을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비밀리에 수리 시설을 감시 한다. 그리고…….”
말은 길게 이어졌다.
파에라톤 공작의 뜬금없는 명령에 가신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안 그래도 다른 일들이 산재해있는데 갑자기 왜 저런 명령을 하시지?’
그렇지 않아도 영지에서의 일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다시 제도로 올라가고 싶은 티를 팍팍 내는 파에라톤 공작 때문에 가신들이 갈리는 중이 아니던가.
“루아티샤의 당부다……. 감이 안 좋다는군.”
가신들은 루아티샤의 능력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기에 파에라톤 공작은 대강 둘러댔다.
그런데.
“아, 막내 아가씨께서요?”
“그러면 따라야죠.”
“우리 막내 아가씨가 감이 안 좋으시다면야.”
바로 납득하는 가신들을 보며 에르켈 자작은 땀방울을 흘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들의 주군은 파에라톤 공작 아닌가.
주군의 명령에는 의문을 품고 막내 아가씨의 감이 안 좋다는 말에는 바로 수긍하다니.
‘각하께서 당연히 기분이 안 좋으실一.’
주군의 눈치를 살피던 에르켈 자작은 이내 당연하다는 듯 오만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파에라톤 공작을 보고 탄식했다.
‘아, 맞다. 우리 공작님이 제일 팔불출이었지.’
가신들 따위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 * *
“성녀 예하.”
아보르 대신관이 노크와 함께 내 집무실로 들어왔다.
뭐, 사실 이 방은 원래 집무실이 아니라 성녀를 위한 전용 기도실인데…….
‘음, 신전풍 인테리어인 집무실이 되어버렸네.’
나는 가득가득 쌓인 서류를 둘러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보르 대신관이 또 한아름의 보고서를 내 기도 제단一집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말씀하신 자료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보고서를 넘겨봤다.
“오, 용케 이 많은 자료를 잘 취합해서 정리했네.”
“감사합니다.”
아보르 대신관이 환히 웃었다.
문제는……
“아보르 대신관.”
“예, 성녀 예하.”
초롱초롱 그의 눈이 빛났다. 마치
“코피 나.”
“예?!”
깜짝 놀란 아보르 대신관이 자기의 코 밑을 훔쳤다. 새빨간 피가 손에 묻어나왔다.
나는 손수건을 건네주며 물었다.
“좀 쉴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의 손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신관들이 지닌 미약한 신성력으로도 코피 지혈과 옅은 피로 회복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성녀 예하께서 인류 평화를 위해서 신관들이 죽을힘을 다해 봉사하는 건 당연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어, 그랬긴 한데.
진짜 죽으라는 건 아니었는데.
“예하의 말씀이 곧 신의 말씀!”
“근데 나한테 이렇게 서류 가져다주는 건 그냥 젊고 쌩쌩한 평신관을 시켜. 힘들잖아.”
“아닙니다! 고귀하신 성녀 예하께 친히 결재 서류를 올리는 건 제 광영이자 기쁨입니다!”
“어…… 그래.”
왜 사이비 같지?
내가 뭘 잘못했나?
어째 신관들이 가면 갈수록 사이비 신도가 되어가는 느낌이란 말이야.
‘적당히 굴릴 것을 그랬나.’
과한 업무 강도가 신관들의 정신에 이상을 준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왠지 디에르 자작 같기도 하고…….’
음, 세상에 디에르 자작같은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심각한데.
“음, 아켈트 지역의 분쟁도 잘 마무리된 참이니 좀 쉬엄쉬엄해.”
“휴, 정말 난민 갈등으로 내전이라도 일어나는 건 아닌가 했는데……. 예하께서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성녀로 즉위하면서 좀 걱정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히야.”
우스갯소리로 인력을 데굴데굴 굴리는 행정형 성녀라고 했지만, 그게 진짜로 이렇게까지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지금 말 그대로 재난 콘트롤 타워가 되었으니까.
“어째서 걱정하신 겁니까! 성녀님처럼 사람들을 구제하시는 분이 어디 있다고!”
음, 뭐.
그 구제의 방향이 역대 성녀랑 너무 다르긴 하지만.
나에 대한 찬양이 길게 이어지려는 기세길래 나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결국 신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거지?”
아보르 대신관이 올린 보고서의 첫 장을 넘기며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뿐만이 아닙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이나 민담에도 없습니다.”
“흠…….”
그거 이상한데.
성서와 수만 권이나 신전의 역사 그리고 옛 기록과 전설, 민담을 다 뒤져도 그 어디에도 신의 이름이 없다니.
성녀로 즉위한 뒤, 나는 아프타네스와 키야스에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신전의 도서관을 살폈다.
하지만 펴보는 책마다 신의 이름이 적혀져 있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해서 조사를 명했는데…….
‘음, 그야 신을 그냥 신이라고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름 정도는 있지 않나?
‘특히 여긴 로판을 참고해서 만든 세계잖아.’
로판 세상에서 그럴싸해 보이는 신의 이름은 필수적이었다.
‘아프타네스도 신이잖아.’
결국 이곳에서도 신에게 이름이 있다는 건데.
“그 페이지는 몇천 년 전의 원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이름을 지운 자국은 없네. 그럼 원래부터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는 건데.”
이름을 인간한테 가르쳐주기 싫었나?
‘그것도 이상해.’
신의 힘은 영향력一신앙심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아프타네스의 대리자인 내 영향력이 상승할수록 그의 힘을 강해지는 거고.
그렇다면 이름을 드높이는 게 힘을 강화하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이었다.
“원래는 그러지 않았지.”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소리 없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커다란 키에 우아한 품새.
깎아 만든 조각상처럼 오만하고 귀족적인 얼굴.
어디서 본 듯한一.
“……우리 어디에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
내 질문에 남자의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가 걸렸다.
“지금 작업 거는 건가?”
하.
뭐야, 웬 도끼병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