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8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83화(283/353)
☆ 제283화 ☆
“뭐, 라고?”
음.
성직자에게 하기엔 좀 그런 말이었나.
‘우리 오빠들이었으면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아레스는 “내 동생 눈에는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하면서 만개한 꽃처럼 더 화사하게 웃었을 거다.
“사이비 종교 이야기는 들었지? 당신이 돌아오고 나서부터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늘었대.”
“그럼 그 일이라는 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여도 나쁜 길로 빠지려는 어린양을 구한다고 생각하고 일하자.”
“사람을 미끼 취급하는군.”
“미끼라니. 명화나 조각상 같은 예술품이라고 하자. 사람들이 예술품을 보기 위해 모이는 건 당연하잖아?”
크레센티오가 몇 번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더니 내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좋아.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一.”
크레센티오가 입을 열었다. 여전히 시선은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네 생각에도 내 ……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음?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힐끗 내 쪽을 바라봤다가 눈이 마주치자 크흠, 하고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뭐야.
‘모두들 내가 잘생겼다고 말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정말이야?’
一라고 묻는 건가?
자기 질문이 쪽팔린 건 아는지 크레센티오의 귓가가 붉었다.
‘진짜 안 어울린다……는 의외로 어울리는지도?’
귀족적인? 아니, 그보다는 성기사처럼 고매한 분위기의 얼굴이 은근히 부끄러워하는 걸 보니…….
‘뭐, 적어도 재수 없게 굴 때 보단 지금이 낫네.’
내가 말이 없자 크레센티오가 눈동자만 돌려 나를 응시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말했잖아.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니까? 이미 데이터로 나온 결과야. 부정할 이유 없어.”
“…….”
“왜 그렇게 봐?”
“아니.”
날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던 크레센티오가 고개를 슥 돌렸다.
“왜. 뭔데.”
“그게 아니라 네 생각은 어떠……. 아니다. 됐다.”
크레센티오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아예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아.”
나는 뒤늦게 크레센티오의 의도를 이해했다.
“내 취향은 절대 아냐.”
우뚝.
멈춰선 크레센티오가 나를 돌아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미소 지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딱히 당신이 잘 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어.”
“…….”
“걱정하지 마.”
“…….”
크레센티오는 대답도 없이 고개를 돌렸다.
원래 상냥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어째 표정이 더 차가워진 느낌인데.
‘그나저나一.’
나는 옆을 바라보았다.
[스킬 〈눈새〉가 발동되었습니다.]아까 대화 도중 갑자기 뜬 알림창이었다.
스킬 〈눈새〉는 〈콜록콜록, 왈칵〉처럼 패시브 스킬이라 내가 원한다고 해서 사용되는 능력이 아니었다.
‘왜 스킬이 발동되었다고 하는 거지?’
혹시 지금 대화와 뭔가 관련되어 있나?
‘나 눈새짓 한 거야?’
하지만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전부 되짚어봐도 딱히 눈새처럼 굴었던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확실하게 사이비 대책을 세우고 있고.’
눈새라면 사이비도 눈치 못 채고 크레센티오를 통해서 방어할 생각도 못 했을 거 아니야?
‘내가 눈치가 너무 좋아서 눈새가 되어도 보통 사람의 눈치 정도는 되는 건가.’
어째서인지 그런 생각만이 강하게 들었다.
* * *
크레센티오의 효과는 대단했다.
훈남 알바생이 있으면 카페가 그렇게나 잘된다던데.
그 효과를 몸소 경험한 느낌이랄까.
크레센티오는 “내가 어째서 이런 광대놀음을…….”하고 투덜거리면서도 내가 시키는 건 다 했다.
발을 절던 거리의 아이가 그의 신성력으로 치유되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감동했다.
나조차 이럴 텐데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최강의 콤비!] [성녀님에 이어 역대급 신관까지? 달라진 신전의 위상!] [성녀님과 함께 하는 ‘그 잘생긴 신관’, 크레센티오] [역대급 신성력을 지닌 신관의 등장, 성녀님의 탄생 덕분?] [성녀님과 크레센티오 신관을 목격한 제국민과의 인터뷰 “눈이 쌍으로 즐거워요.”]나는 쏟아지는 기사의 헤드라 인을 빠르게 훑었다.
‘좋아. 확실히 화제가 되고 있네.’
입을 벌리자 입안에 소시지가 들어왔다.
뽀득뽀득하니 육즙이 팡 터지는 게 언제 먹어도 맛있다.
꼭꼭 씹어 삼킨 후 또 입을 벌리자 이번에는 새콤한 드레싱이 뿌려진 샐러드가 입에 들어왔다.
산뜻한 채소가 농후한 육즙을 깔끔하게 씻어내는 게 좋았다.
나는 느긋하게 음미하며 신문을 넘겼다.
“루루.”
아빠의 부름에 나는 신문에서 시선을 떼곤 고개를 들었다.
“밥 먹을 때는 밥 먹는 것에 집중해야지. 신문 보는 건 하지 말아라.”
“……아빠도 자주 그러셨으면서.”
내 말에 아빠가 움찔했다.
“아버지께서 그러시곤 솜뭉치를 탓하면 안 되죠. 밥이야 지금처럼 우리가 먹여주면 되고.”
“자, 이제 이거 먹자.”
나는 제온이 떠주는 수프를 냉큼 받아먹었다.
아빠의 손이 움찔했다.
할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느긋하게 다리를 꼬았다.
“신문 보는 거 때문에 뭐라 한 게 아니구만.”
‘평안하다.’
함께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빠 죽겠지만 그래도 이런 일상의 모습이 있어서 힘을 낼 수 있다.
‘익시온도 있었으면 참 좋을 텐데.’
돌이켜보면 참 신기했다.
처음 가족을 만났을 때의 나는 아빠가 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조차 어색해하고 불안해했는데.
사랑받는다는 게 낯설어서 사랑받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어리광을 피우는 게 아주 당연해졌다.
그건 가족들이 언제나 내게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레스와 제온이 몸을 기울여 내가 보던 신문을 살피더니 말했다.
“그런데 내 동생은 이 녀석하고는 왜 이렇게 같이 다니는 거야?”
“재수 없게 생겼네.”
어떻게 바로 딱 알지?
다들 잘생겼다고만 하지, 재수 없는지는 잘 모르던데!
“무슨 기사가 이렇지? 사실에 입각해서 써야지. 이런 놈이 뭐가 잘생겼다고.”
“……설마 막내 너一.”
“나 눈 높아.”
내가 냉큼 답하자 오빠들이 “그래.”하고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잘 키웠어.”
“눈높이 교육은 아주 중요하지.”
“외모를 밝히는데 눈이 낮으면 그것도 큰일이니까.”
“그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되겠군.”
“…….”
지금 나를 얼빠라고 욕하는 건가?
나는 뚱한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가, 각하……!”
문이 거칠게 열리는 것과 동시에 에르켈 자작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화, 황제 폐하께서一.”
에르켈 자작은 나름대로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당황스러워하는 건 처음 본다.
“황제 폐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뭐라고?!
* * *
에르켈 자작이 전한 황제의 용태가 심상찮았다.
아빠와 할아버지께서는 곧장 입궁을 준비하셨다.
소공작인 제온은 파에라톤 저를 지키기로 했다.
나는 일단 옷을 갈아입었다.
아빠와 함께 입궁하는 것까진 고민 중이지만, 바로 황궁으로 갈 수 있도록.
막 옷을 다 갈아입었을 때, 통신석이 빛났다.
나는 하녀 언니들을 물리고 냉큼 통신석을 조작했다.
“시드!”
시드가 나를 보더니 미소 지었다. 평소처럼.
그래서 나는 더 걱정이 되었다.
“괜찮아?”
이러나저러나 황제는 시드의 친부였다.
만약 우리 아빠가 쓰러지시기라도 한다면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꾹 조여서 숨이 막혀올 지경이었다.
– 괜찮아.
“아니,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 내가 질문을 잘못했어. 그렇게 물으면 넌 괜찮다고 말할 텐데.”
나는 횡설수설하다가 말을 멈췄다.
시드가 미소 지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 ……이제 좀 진정했어?
– ……응.
– 네가 걱정할까 봐 연락했어. 나는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어떻게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일인데.”
– 어차피 나는 황제에게 딱히 정이 없어.
시드리한의 성장 과정을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
– 아니.
시드의 목소리가 묘하게 단호했다.
–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지금은 나도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으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미소 지었고, 통신이 끊겼다.
‘이상해.’
시드답지 않다.
황제가 쓰러진 것에 대해선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의 시드라면 내 걱정에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좋아하면서 자기 달래주라고一.’
확실히 뭔가 있다.
나는 가만히 통신석을 바라보다가 코드를 입력했다.
– 안 그래도 연락할 생각이었습니다, 공녀.
긴 대기음 끝에 궁내부 장관인 체시아 백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꽤 수척해 보였다.
“많이 바빠요?”
– 막 한숨 돌린 참입니다. 제가 궁의도 아니니 어떻게 할 수도 없고요.
“폐하의 용태는?”
체시아 백작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 아무래도 쉬이 깨어나진 않으실 듯합니다. 궁의들도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어서요.
“이전부터 낌새가 있었나요?”
내가 보기엔 앞으로 수십 년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 보였지만, 본디 황제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숨기기 마련이다.
– 아니요. 원체 강녕하신 분이라.
“…….”
수상해.
– 궁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안 그래도 차기 황위를 둘러싼 정국이 묘한 상황이었다.
이미 책봉된 황태자가 있긴 하지만, 돌아온 시드리한이 워낙 출중해 은연중에 황태자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황태자 폐위란 더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뤄질 수 없었다.
그렇게 쉽게 폐위 가능한 자리라면 그 권위가 제대로 서지 않을 것이다.
폐위에 대한 말을 공공연히 꺼내려면 에스테반에게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있어야만 했다.
에스테반은 딱히 출중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정도로 무능하지도 않았다.
결국 정국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팽팽하게 당겨지는 실처럼 긴장감만 더해갔다.
“……에스테반 황태자 전하께서 권한을 대행하게 되나요?”
– 아무래도 직책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문제지요. 황태자 즉위를 못했으면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에스테반 전하께서는 황태자이시니.
‘하필 이런 정국에서 에스테반이 대리청정을 하게 되다니…….’
에스테반이 황태자임에도 시드를 지지하는 것은 귀족들로서도 꽤 부담이 있는 일이었다.
한데 에스테반이 황제 대행까지 맡게 되면…….
아니,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시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에스테반이 과연 그를 내버려 둘까?
– 에스테반 황태자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벌써? 황제 폐하께서 쓰러진 지 몇 시간이 됐다고.”
– 아주 작정한 것 같습니다.
“…….”
– 시드리한 전하의 궁 주변 길목이 은밀하게 차단되었습니다.
“뭐?!”
– 황태자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지만요.
“…….”
이제야 시드가 왜 내게 그렇게 반응했는지 알겠다.
‘바보.’
이럴 때일수록 나를 의지해주었으면 하는데.
그 애는 언제나 내게 혹시 피해가 올까, 걱정만 한다.
“에스테반에게 기회는 기회고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게 당연하지만 움직임이 너무 빠르네요.”
– 제 생각도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선은 정황을 살피는 게 보통인데요.
“폐하께서 금방 깨어나실 경우에는 문제가 더 커질 거고.”
자신이 쓰러진 틈을 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적 칼을 휘두르는 황태자라니.
황제 입장에서는 턱 밑의 칼처럼 껄끄럽게 느껴질 것이다.
황태자가 손에 쥔 칼이 언제 자신을 향할지 모르니.
“입궁해야겠어요.”
–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크레센티오 신관도 데려가도록 할게요.”
– 아, 그 신성력이라면 폐하의 용태를 호전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크레센티오가 안되면 내가 능력을 소환하면 된다.
‘기다려, 시드. 내가 캐시도 많이 벌어 놨으니까.’
짜잔! 하고 구해줘야지.
하지만.
황제의 침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클라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