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8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89화(289/353)
☆ 제289화 ☆
시드가 내 뺨을 톡 건드리며 물었다.
“뭘 그렇게 골똘하고 있어?”
“별거 아냐.”
나는 고개를 젓곤 그에게 푹 기댔다.
넓은 가슴이 탄탄하게 내 몸을 받쳤다.
뜨거운 그의 체열과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근육.
‘시드리한 황자님’이 아니라 에첸의 모습이어서 가벼운 차림이었기에 그가 온전히 느껴졌다.
기분 좋은 냄새.
따로 향수를 쓰는 거 같지도 않은데 왜 항상 이렇게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걸까?
나는 부비적거리며 시드에게 더 무게를 실었다.
그런데.
흠칫……!
그의 복근이 한순간 꽉 조여들며 움찔 떨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쪽을 매만졌다.
그러자 견고하게 갈라진 굴곡이 손끝에 닿았다.
가슴보다 더 단단한 감촉.
그런데 희한하게도 움찔거리는 떨림이 더 심해졌다.
복근이 더 단단해졌다.
“……?”
대체 왜 더 딱딱해지지?
신기해서 꾹꾹 누르는 순간이었다.
“윽…….”
시드가 내 손을 꽉 붙들었다.
어찌나 힘이 들어갔는지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정작 손아귀에는 힘이 안 들어가서 아프진 않았지만…….
‘왜 그러지?’
의아해서 고개를 드니 시드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곤란한 듯 꾹 다문 입매.
살짝 찌푸려진 미간.
“왜 그래?”
“…….”
“……?”
왜 말이 없지?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하는데 나를 내려다보는 시드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 누가 볼까 하고.”
그가 내 쪽으로 얼굴을 기울였다.
시선이 묘하게 나를 빗겨 간다.
“싫은 건, 아냐…….”
무언가를 참듯 살짝 힘이 들어간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반은 속삭임처럼 들렸다.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아.’
지금 시드는 에첸의 모습이다.
‘만약 누가 본다면 내가 시드를 놔두고 다른 남자랑 바람피운다고 생각하겠구나.’
별걱정을 다 한다.
“에이, 누가 본다고 그래.”
여기 우리 말고 누가 있다고.
나는 시드를 아예 꽉 끌어안았다.
그의 허리에 양팔을 두르고 손깍지까지 야무지게 낀 후, 시드를 올려다보며 히히 웃었다.
시드는 한참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옷을 얇게 입었네.”
나는 내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여름용 드레스는 당연히 재질이 얇았다.
하지만 유독 얇거나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딱 계절에 알맞달까.
추워 보이나?
“안 추운데?”
굳이 춥냐, 덥냐로 따지자면 더운 쪽이었다.
지금도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이 따가웠다.
“……일부러 그러는 거야?”
“응?”
알 수 없는 말에 나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뭐가?”
재차 물었지만 시드의 눈매만 가늘어질 뿐, 입술은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음.
시드의 얼굴을 이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어쩐지.
“에첸, 왠지一.”
괴로워 보여.
혹시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는 걸까.
“괜찮아?”
“……안 괜찮아.”
속삭이듯 말하며 시드가 내 턱을 살짝 감싸 쥐었다.
깊고 짙은 시선.
물에 잠긴 듯 묘하게 녹녹한 눈동자.
그 시선에 마치 주박이라도 걸린 것처럼 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두운 눈동자 속에 가둬진 내 얼굴을 인지한 순간 나는 깨달았다.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너 열나는구나!”
나는 재빨리 시드의 뺨에 손을 얹었다.
“세상에, 뺨이 뜨거워.”
그러고 보니 맞닿은 몸에서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도 심상치 않았었다.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발열 증상에 동공의 확장까지.
‘어쩌면 좋아!’
내가 시드의 뺨을 감싸 쥔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였다.
시드가 내 손바닥에 무게를 싣고 푹 기댔다.
늘어지며 눈까지 감는 게 어쩐지 체념한 것처럼 보였다.
“많이 아파?”
걱정 가득한 내 물음에 시드가 슬쩍 눈을 떴다.
“……?”
어째서인지 시드는 나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 * *
다음날.
파에라톤 공작저.
칸도르 백작이 굳은 얼굴로 내게 보고했다.
“아가씨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칸도르 백작이 내민 서류 첫 장에는 크레센티오의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내 말이 맞았다기보다는 시드의 말이 맞은 거지만.”
황제가 쓰러졌던 날 시드가 내게 해준 말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뿐이다.
‘……물론 이후의 계획은 절대 시드를 따르지 않을 생각이지만.’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뭘 어쩌긴 어째. 족쳐야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근데 왜 한숨을 쉰담?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칸도르 백작을 바라보았다.
“제 아들 앞에서 그런 언행은 삼가주십시오.”
“아즐이 나보다 나이 훨씬 많아.”
“……그 애의 영혼은 공녀님보다 훨씬 순수합니다.”
쩝.
그 말은 반박할 수 없네.
“지금 문제는 어떤 병력을 움직여도 탈이 생길 거라는 겁니다.”
“응, 폐하께서 와병 중이신데 이때 군사 움직임이 있었다간 ‘나 잡아가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거기다 상대가 에스테반이니 협상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은밀히, 몰래 움직여야지.”
“WBD를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그쪽은 아빠한테 말이 들어갈 가능성이 커. 그리고 나한테 위험이 생기면 하던 일 다 멈추고 내 쪽으로 오잖아.”
저번에 티리엘을 지켜줄 것을 명했는데 내가 토사에 갇히면서 모든 인력이 남김없이 내게로 왔다.
만약 카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때 티리엘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요. WBD와 SSS가 잘했습니다.”
단호한 말에 나는 입술을 비죽였다.
“그리고 공작 각하와 도련님들께 알리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저번에 각하와 약속하셨잖습니까. 위험한 일을 할 땐 꼭 이야기하겠다고.”
“원래 자식 키우는 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야. 그래서 힘든 일이지.”
“…….”
아니, 그렇게 불효자식 쳐다보는 시선으로 보지 말아줄래?
K-유교걸 억장 무너지네.
“내가 말하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요. 도련님 한두 분이라도 함께 하시면一.”
“도움?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잠시 생각하던 칸도르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크레센티오가 바로 죽지 않으면 다행이야.”
“예, 팔불출을 깜빡하고 정상인처럼 생각했네요. 제 실수입니다.”
“…….”
아니, 남의 가족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줄래?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위험한 일인 만큼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걱정하지 마. 시드가 도와주기로 했어.”
“시드리한 전하께서요? 하지만 지금 전하께선…….”
잠시 말을 흐린 칸도르 백작이 심각한 얼굴로 내게 이야기했다.
“공녀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시드리한 전하께서는 에스테반 황태자에게 감시당하는 상황입니다.”
“알아. 시드가 궁 밖으로 나온 걸 에스테반이 알아채는 순간 쾌재를 부르며 기뻐하겠지.”
시드에게 반역죄를 뒤집어씌울 빌미를 잡았다면서.
“변장을 해서 안 들키고 나온다고 해도 궁 안에 황자 전하께서 없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 끝입니다.”
“걱정하지 말래두. 그에 대한 대비책은 세워뒀어.”
“……후우, 알겠습니다.”
칸도르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발 물러났다.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 내가 걱정되어서 답답하긴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내 판단을 믿어주는 것이다.
근데 어쩌지.
‘미안.’
사실 저 말 다 구라야.
시드는 나한테 혼자 움직이지 말고 자기랑 꼭 같이 움직이자고 했지만.
‘나는 나 혼자 갈 생각이거든.’
하지만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 순간 칸도르 백작은 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서라도 집에서 못 나가게 해야 한다고 성토할 것이다.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한 번 훼까닥 하면 못 말린다니까.’
괜히 원로원의 수장이 아니다.
완전 꼰대 할아버지인 것이다.
여튼 칸도르 백작이 저 난리를 치면 가족들이 몰려올 것이고, 가족들은 자초지종을 듣고 나를 말리기 시작할 거고, 그럼 내 마음은 약해질 테고 그러면…….
음.
‘망하는 거지, 뭐. 하하!’
산뜻한 결론이었다.
‘나도 아무 대책 없이 이러는 것도 아니고.’
나는 상태창을 띄웠다.
그러자 숫자와 활자로 만들어진 하나의 예술 작품이 눈앞에 떠올랐다.
– 현재 보유 캐시: 2000캐시 뽑기권, 5000캐시 뽑기권, 10000캐시 뽑기권x5, 50000캐시 뽑기권
‘크으……!’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못해 가슴이 웅장해지는 목록이었다.
100캐시는커녕 50캐시조차 없어서 쭈굴거리던 캐시 거지는 없다!
지금 나는 캐시 부자였다!
‘여기에 추가 보상 2개까지.’
나는 입맛을 다셨다.
* * *
칸도르 백작을 내보내고 혼자가 된 나는 몸가짐을 단정히 했다.
지금부터 캐시를 뽑는 경건한 의식을 치러야 하니 마음을 정갈히 하는 것은 물론, 태도도 발라야 했다.
‘제발 캐시 잘 나오게 해주세요.’
기도를 올린 후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캐시창을 띄웠다.
‘첫판부터 강하게 가자.’
우물쭈물 나약하게 굴 필요 없다.
50000캐시 뽑기권부터 뽑는다!
[50000캐시 뽑기권을 사용합니다.] [축하합니다!]제발!
[5000캐시 당첨!]“…….”
장난하나?
어떻게 오만 원이 오천 원이 될 수가 있어?!
1000캐시 뽑기권 돌리면 100캐시 나오더니.
일부러 비율을 맞춘 거야?
누구 놀려?
이 엄청난 결과에 나는 마른세수를 하다가 진정했다.
어쨌든 지금 나는 캐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이렇게 나오면 죽는다.’
[10000캐시 뽑기권을 사용합니다.] [축하합니다!]‘나 클라티에 족쳐야 한단 말이야!’
[10000캐시 당첨!]어……?
믿기지 않는 숫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지, 진짜야?’
클라티에를 족쳐야 한다는 나의 염원이 우주의 기를 모은 것인가?
그때였다.
[잭팟!]네?
[축하드립니다!] [잭팟이 터졌습니다!] [잭팟 효과로 당첨금이 두 배가 됩니다!]돌림판에서 악마 미니미가 꽃가루를 흩뿌렸다.
‘그, 그럼 20000캐시?!’
한순간에 50000캐시가 5000캐시가 된 아픔이 잊혀졌다.
‘어, 잠깐.’
참고로 나는 미신 따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렸을 때 횡단 보도를 건널 때 흰색 선만 밟은 적이 있고, 컴퓨터가 멈추면 기계공학(?)적으로 고치기보단 일단 한 대 쳤으며, 인터넷에서 ‘오늘의 별자리 운세’라는 말이 있으면 괜히 내 별자리를 찾아 한 번 읽어봤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10000캐시 뽑기권을 또 돌릴 준비를 했다.
‘꼭 잘 나와야 해!’
[10000캐시 뽑기권을 사용합니다.] [축하합니다!]‘클라티에를 족치기 위해선……!’
[10000캐시 당첨!]“……?!?!?!?”
이게 되네?
클라티에 너란 존재는……!
캐뽑신도 인정한 고구마란 말인가!
* * *
크레센티오는 로브를 눌러썼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군.’
괜히 와서 사서 고생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一.
“신관님.”
보드라운 목소리에 상념이 끊겼다.
돌아보자 여자가 쓰고 있던 로브를 살짝 젖히며 그를 향해 생긋 웃었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금발과 신록과 같은 연둣빛 눈동자가 싱그럽게 드러났다.
슈리엘은 다시 로브를 썼다.
“다른 분도 아니고 크레센티오 신관님께서 저를 이렇게 따로 만나자고 하시다니 정말 기뻐요.”
“……우선 자리부터 옮기지.”
그 말에 슈리엘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은밀한 곳을 안내해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