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9화(29/353)
☆ 제29화 ☆
“…….”
익시온은 루아티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기억했다.
마기를 꺼내는 순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쳐다봤는지.
공포와 혐오, 불안과 경계 그리고 증오.
그런데 아름답다고?
편안하고 포근하다고?
“그럴 리가.”
픽, 비웃음이 나왔다.
“뭐 어쨌든 본인이 그렇게 말하잖아? 실제로 반응도…….”
중얼거리던 아레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가 느릿하게 턱을 쓸었다.
“흐음, 막내는 정말로 마기를 안 무서워하는가 보구나. 신기하네.”
익시온은 칫, 하고 혀를 차고 훌쩍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2층까지 뻗은 가지에서 뛰어 내렸건만 땅을 딛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가벼운 착지였다.
“난 안 믿어.”
익시온은 그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래, 안 믿는다.’
저 못된 계집애는 자신과 노는 게 재밌다고 거짓말하지 않았던가.
사실은 싫었으면서.
본디 약한 것들은 강자에 기생하는 법이다.
루아티샤 역시 파에라톤 주제에 나약하니 강자인 자신에게 잘 보이려 아부하는 것뿐이다.
하녀들이 말을 옮겨주길 바라면서.
‘그래서 저렇게 말하는 거야.’
나는 속지 않는다.
익시온은 다짐하듯 되뇌었다.
Chapter 7. 2만캐시 뽑기권
“막내 아가씨께서 타렌카 후작에게 이 많은 재산을 뜯어…… 아니, 받아오셨다고요?”
“엄청나시군요.”
가신들이 감탄하며 내 갈취 목록을 바라보았다.
제도에 함께 있던 가신 아저씨들은 모두 알고 있던 거지만, 공작령에 있던 가신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아, 이 마나석 광산이 바로 그 문제의 것이군요.”
“감히 파에라톤의 이름을 팔아서 사기를 치려 하다니, 간도 크지.”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타렌카 후작은 아무것도 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울 아가씨께서 다 받아내셨지요.”
“예, 명철한 두뇌로 빠르게 후작의 사기를 간파해내시고! 협박! 아니아니, 협상하시니 못 내놓고 배기겠습니까!”
“그랬나?”
“그럼요! 제가 타렌카 후작에게 재산을 갈취, 흠흠, 요구하는 자리에 아가씨와 함께 있었습니다.”
나와 제도에서 친해진 가신들이 다른 가신들에게 침을 튀겨 가며 열렬히 자랑했다.
그 중에선 타렌카 후작저에 나와 함께 갔던 가신, 디에르 자작이 섞여 있었다.
“아직 연치가 어리신데 대단하시군.”
“예, 각하를 쏙 빼닮지 않았습니까!”
가신들의 시선이 아빠를 향했다.
아빠는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곤 내 입에 라즈베리 쿠키를 넣어주었다.
가신들이 그 모습을 보며 속닥거렸다.
“나는 막내 아가씨가 이 많은 재산을 가져온 것보다 저게 더 신기하네. 각하께서 무릎에 아이를 앉히시다니…….”
“무릎에 앉힌다 뿐입니까?”
“허허, 놀라긴 아직 이릅니다.”
“대체 제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각하만이 아닐세. 자네들도 사람이 변했어.”
“하아, 이건 뭐라 설명드릴 수가 없군요. 울 아가씨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직접 겪어보시는 수밖에…….”
저기요, 다 들리는데요.
왜 부끄러움은 항상 내 몫일까?
‘그나저나 진짜 이상하단 말이야.’
파에라톤 공작가의 위세는 대단했다.
특별한 힘.
엄청난 재력.
거기다 이번엔 전쟁에서 공로도 세웠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로 봐선 여론이 그닥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파에라톤의 이름을 이용해 장난질을 칠 정도일까?’
타렌카 후작은 대체 뭘 믿고 그런 사기를 쳤을까.
성공했어도 마나석을 채굴한 후에 안 들킬 리가 없는데.
게다가 아무리 아빠가 나를 홀대할 거라 생각했어도, 파에라톤 공녀를 그리 부려 먹는 게 말이 되나?
귀족들은 가문의 명예 뭐 그런 게 중요하지 않나?
하긴, 지구에서도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된다는 일이 꽤 일어나곤 했다.
클라티에의 생일에 아빠가 왔을 때 후작의 반응을 보면 뭔가 계획이 어긋난 거 같긴 했지만…….
그때, 무언가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아빠가 전쟁에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온몸이 차가워지는 기분이었다.
“루루?”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올려다
보니 왜 그러냐는 듯 아빠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표정하고 어찌 보면 차갑기까지 한 얼굴이었지만, 나는 이제 알았다.
아빠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
“아빠.”
부르자 곧장 아빠가 내게 손을 뻗었다.
꾹, 머리를 누르는 손길. 그 따뜻한 무게감.
아빠는 무사히 전쟁에서 돌아오셨어.
그리고 내 곁에 계셔.
그렇게 되뇌자 안심이 됐다.
나는 아빠에게 폭 기댔다.
가신들은 또 그 모습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때였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연관 퀘스트가 오픈되지 않아 공개할 수 없습니다.] [다른 퀘스트를 진행해 연관 퀘스트를 받아주시길 바랍니다.]알림이 주르륵 떴다.
퀘스트.
그래,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내 재산은 멈추지 않아(1)〉의 클리어 조건.
마나석 사업에 성공하기.
“아빠.”
“왜 그러지?”
“이거 외삼촌에게 제가 받아 온 거잖아요.”
내가 두툼한 재산 서류를 가리키며 묻자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니까 제가 관리해도 돼요?”
거기에 대한 답은 아빠가 아니라 가신들에게서 나왔다.
“각하, 아직 아가씨의 연치는 지나치게 어립니다. 이런 재산을 직접 관리하시기엔…….”
“무슨 말을 하는 겐가! 도련님들이 몇 살 때 사재를 관리하기 시작했는지 기억하나? 울 아가씨께선 엄청 똑똑하시다구!”
“하지만 아가씨께선 재정학에 대한 교육도 받지 않으셨으니…….”
“지금부터 받으시면 될 거 아닌가! 울 아가씨는 충분히 하실 수 있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한두 개도 아니고 이 많은 걸 어떻게一.”
“말이 많군.”
나직한 한 마디였다.
그러나 그 한마디에 시끄럽던 집무실 안이 단번에 조용해졌다.
가신들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주인의 심기를 살폈다.
“내 딸이 자기 것을 가지고 논다는데 무슨 상관이지?”
어, 저는 재산을 관리하겠다고 했는데요.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한 게 아닌데요, 아빠…….
나이 지긋한 가신 할아버지가 조심스레 운을 뗐다.
“하, 하오나 각하. 외람되지만 아가씨께서는 경험도, 배움도 부족합니다. 재산 관리는 시기상조가 아닐지……. 이 많은 재산이 다 사라질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 네 살 응애였다.
파에라톤이 특별하다는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네 살에게 이 많은 재산 관리를 맡긴다고?
‘거기다 나는 패널티 때문에 진짜 애기가 될 수 있다고!’
아빠 앞에서 애처럼 군 적도 많은데 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
“장로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부디 재고를…….”
“재고를 청합니다, 각하!”
가신들이 너도나도 동의를 표했다.
그래, 아빠!
좀 더 생각해봐!
……비록 내가 해달라고 했지만.
“다 날려도 상관없다.”
아빠가 가신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곤 나를 향해 말했다. 사뭇 자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아빠 돈 많다.”
아니…….
그래도 애가 돈 날리려고 하면 좀 말려요.
* * *
익시온은 울컥 치솟는 짜증에 손을 휘저었다.
새까만 마기가 날아가며 소리 없이 바위를 쪼갰다.
갈라진 바위가 중력에 의해 분리되고 나서야 쿠르릉, 소리가 울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수련장에 있는 수많은 바위가 마기에 의해 쪼개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쾅!
굉음이 울려 퍼지며 바닥이 파였다.
한차례 먼지 구름이 지나가자 대기하고 있던 부관이 익시온의 곁에 다가왔다.
“원래도 더러우셨던 성격, 최근에 더 더러워지신 거 아닙니까.”
“꺼져.”
“막내 아가씨 때문입니까?”
새빨간 눈동자가 부관을 향했다.
익시온을 곁을 지킨지 오래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부관조차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의 살기였다.
익시온은 손을 들어 올렸다.
새까만 마기가 그의 의지를 따라 파스스 뻗어 나왔다.
부관의 몸을 휘감을 듯 말듯 맴돈다.
익시온의 시선이 부관의 얼굴을 향했다.
하얗게 질린, 식은땀에 젖은 낯짝.
칫, 낮게 혀를 찬 익시온이 손을 내렸다.
“재미없어.”
그는 얼어붙은 부관을 내버려 둔 채 수련장을 나섰다.
“막내 아가씨 때문입니까?”
걔가 뭐라고 자신의 기분을 좌우한단 말인가.
단지…… 매일 같이 듣던 뾱뾱 소리가 오늘은 들리지 않았다.
그 거슬리던 소리가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안 들리니 그것대로 신경이 쓰였다.
그뿐이다.
그게 허전함이라는 걸 익시온은 알지 못했다.
‘……오늘은 안 오는 건가.’
하루에 한 번은 꼭 익시온을 찾던 솜덩어리가 오지 않는 게 이상했다.
‘아니, 이상할 거 없지.’
그 애는 좋아서 자신을 찾아오던 게 아니다.
싫은데도 분명한 목적으로 가지고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했다.
강자에게 빌붙어 기생하기 위해서.
그게 나약한 것들의 생존 방식이었다.
‘내가 받아주지 않으니 계속해서 찾아와 봤자 헛된 수고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지?’
그렇게나 좋아하는 아레스에게 갔을 것이다.
“…….”
성큼성큼 내딛던 익시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째서인지 초조했다.
걔가 하루라도 안 쫓아온 적이 있었나?
어제도 분명 내일 만나, 하고 손을 붕붕 흔들었다.
‘그걸 믿어? 걔가 한 약속은 의미 없어.’
“나는 익시온이랑 잘 지내구 싶어.”
“익시온 나 안 괴롭혔어!”
“재밌었어!”
거짓말쟁이.
“사이 좋긴 무슨! 맨날 나 귀찮다고 하구! 못되게 굴구! 저리 가라고 하구! 메롱이야!”
“아레스가 훨씬, 훨씬 좋아! 익시온이랑은 비교도 안 돼!”
거짓말쟁이.
“하지만 마기는 아름다워.”
“마기는 밤이야.”
“눈 감고 쉴 수 있는 밤이야.”
거짓말쟁이.
강자에게 빌붙으려는 약자의 얕은 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익시온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루아티샤가 자주 가던 온실, 티룸, 놀이방, 식당, 심지어는 공작의 집무실 근처까지.
하지만 솜뭉치처럼 데구루루 굴러다니던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불현듯 든 생각에 익시온은 자신의 수련장으로 향했다.
익시온은 사람을 극히 꺼렸기 때문에 그의 수련장은 인기척이 없는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
“하아, 하아…….”
익시온은 밭은 숨을 내쉬었다.
손바닥만한 자그마한 신발이 수련장 주변 풀밭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
어째서일까.
결국 주제도 모르고 그렇게 나대더니 이럴 줄 알았다.
이게 바로 약자의 말로지.
약골은 어쩔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어째서.
콰아아앙!
소름 끼칠 정도로 흉악한 기운을 내뿜는 새까만 가시가 비죽비죽 익시온의 아래에서 솟구쳤다.
머리가 차가웠다. 아니, 뜨거웠다.
눈앞이 새까맸다. 아니, 새하얬다.
마기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며 땅 위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찾아라.
찾아라.
찾아내!
맹렬한 주인의 의지에 마기가 용솟음치며 아이의 흔적을 쫓았다.
익시온의 신형이 휙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길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배경이 바뀌었다.
이렇게까지 빨리 움직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지를 묶인 작은 아이가 몸을 바둥거리고 있었다.
막힌 입에서는 억눌린 울음이 새어 나왔다.
아이를 옮기던 괴한이 귀찮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아이가 얼굴을 들었다.
약골 주제에 항상 당차게 자신을 바라보던 커다란 눈이 눈물로 엉망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익시온은 제 안에서 무언가가 뚝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꽝!
공간을 찢는 듯한 폭발음이 다른 소리를 먹어 치우며 울렸다.
콰과과과과과광!
굉음이 뒤따르며 지반이 진동했다.
세상에 밤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빛 한 점 침범하지 못하는 새까만 기운이 흉악한 몸피를 부풀리며 공간을 살라 먹었다.
그 폭력적이고 잔악한 기운에 루아티샤를 납치하던 괴한들이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그러나 무의미한 반항이었다.
사지가 여덟 갈래, 아홉 갈래로 찢기고 피가 흩뿌려졌다.
한순간이었다.
도륙의 시간이 끝나고 온전한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땅과 하늘을 물들이던 마기가 그 몸을 웅크렸지만, 땅은 여전히 검었다.
피가 고이고 고여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무감정한 얼굴로 그 참혹한 학살의 잔해를 바라보던 익시온이 움찔했다.
루아티샤를 잊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그 약골은 새하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충격에 확장된 동공.
파랗게 변한 입술.
눈물까지 말라비틀어졌다.
평소 익시온이 혐오하던, 버러지 같은 모습.
그러나 비웃고 빈정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역시 거짓말이었어.’
무섭지 않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이해하는 척, 좋아하는 척.
다 거짓이었다.
“익시온”하고 활짝 웃던 얼굴도.
졸졸 따라다니던 몸짓도.
목을 꽉 끌어안던 온기도.
“…….”
기분이 더러웠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죽일까?’
충동이 일었다.
아주 달콤하고 유혹적인 충동이었다.
‘그래, 죽이자.’
여태까지 이렇게 거슬렸던 존재는 없다.
익시온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의지에 반응한 마기가 요동치며 웅크린 아이에게로 뻗어나갔다.
금방이라도 아이의 몸은 새까만 기운에 삼켜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이의 어깨는 약한 만큼이나 작았다.
손도, 발도 너무 작았다.
저 작은 손으로 익시온을 붙잡았다.
저 작은 발로 익시온을 쫓아다녔다.
“……칫.”
익시온이 고개를 돌렸다.
마기가 훅 꺼지며 흔적을 감췄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그가 저벅저벅 걸어 루아티샤를 지나치는 순간이었다.
“이, 익시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