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9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91화(291/353)
☆ 제291화 ☆
크레센티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시선으로 무너진 벽을 바라보았다.
육중하고 두꺼운 석벽이 마치 오래된 유적처럼 무너진 가운데.
작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강인하게 우뚝 선 그림자가一
“콜록, 콜록! 아, 진짜! 뭔 놈의 건물이 이렇게 후져!”
一손사래를 치며 걸쭉하게 욕……이 아니라 표준어를 내뱉었다.
“…….”
“에이씨!”
자욱하게 일었던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희뿌연 시야에 루아티샤의 얼굴이 보였다.
루아티샤가 당혹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슈리엘을 보더니 비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남의 등이나 처먹는 사이비 새끼들의 건물이라서 그런가.”
“……루아티샤.”
“아니면 건물주의 인성이 워낙 별로라서 그런가.”
“여긴 어떻게 왔지?”
“뭘 또 새삼스럽게. 원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이잖아?”
“…….”
“그리고 너는 맨날 개수작 부리다가 나한테 깨졌잖아. 오늘도 그런 것뿐인걸.”
“여전히 오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는구나. 네 아빠가 널 그렇게 가르쳤니?”
“응.”
루아티샤가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독이라고 사양 떨지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하셨어.”
“하!”
“그리고.”
루아티샤가 씩 웃으며 검 끝으로 슈리엘을 가리켰다.
“너는 내가 겸손 떨 상대가 아니잖아.”
“…….”
“예의는 사람한테 차려야지.”
루아티샤가 한쪽 눈을 깜빡이며 윙크했다.
그때였다.
“피해!”
크레센티오의 경고와 함께 슈리엘에게서 새빨간 사기가 여러 갈래로 튀어나왔다.
타앗!
루아티샤는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뛰어올라 옆으로 물러나며 사기를 피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사기는 마치 살아 있는 촉수처럼 방향을 휘며 루아티샤를 향해 달려들었다.
전부 끝이 날카롭게 벼려져 닿는 순간 여린 살갗을 금방이라도 꿰뚫을 듯 보였다.
루아티샤는 일부러 벽 쪽으로 물러나며 방향을 유도했지만, 사기는 벽에 부딪히기 전에 유연하게 방향을 틀었다.
‘……적어도 한두 개는 벽에 부딪힐 줄 알았는데. 꽤 끈질기네.’
사기를 피하기 위해 발돋움한 순간, 뒤이어 오던 사기의 속도가 느려졌다.
허공에서 방향을 틀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시차를 둬 공격하는 것이다!
루아티샤의 목에, 배에, 허벅지에 새빨간 사기가 그대로 꽂힐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루아티샤의 몸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공중에서 그대로 몸을 돌린 그녀가 검을 바투 쥐었다.
새까만 오러가 대검의 검신을 타고 흐른다.
붉은 사기와 새까만 오러가 일시에 충돌했다.
콰앙!
꽝! 꽝! 꽈앙!
기운과 기운의 충돌임에도 마치 쇳덩이끼리 부딪친 것처럼 굉음이 울린다.
검은 오러는 사기를 완전히 쳐내고 난 다음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하게 타오른다.
붉은 사기를 어둠으로 완전히 뒤덮어 버리겠다는 듯.
“…….”
슈리엘은 루아티샤가 보인 예상외의 무위에 다소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마치 평생 검만 잡아 온 사람 같은 몸놀림.
‘거기에 사기와 충돌하고 나서도 오러가 약해지긴커녕 더 강해지다니!’
당연하지만 오러는 사기를 정화할 수 없다.
순수한 힘의 대결이었는데 사기를 상쇄하고 나서도 여력이 남을 정도라니.
‘우악스러울 정도로 강한 힘이군.’
하지만.
‘왜 파사의 힘을 쓰지 않는 거지? 그편이 더一.’
가늘어지는 슈리엘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멀찍이 선 루아티샤가 검을 힘껏 뒤로 뺀 모습.
“……?”
저긴 아무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꽝!
“……!”
넓적한 대검에 후드려 맞은 석벽의 잔해가 마치 총알처럼 슈리엘에게로 날아왔다.
“이 무식한!”
슈리엘은 기겁하며 몸을 물렸다.
하지만 물린 쪽으로 다시 다른 석벽의 잔해가 날아왔다.
쿠웅!
루아티샤는 무너진 석벽이 슈리엘에게 맞았는지 어땠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또 날렸다.
꽈앙! 쿵! 꿍!
“미친! 이게 무슨……! 그만
해!”
소드 마스터의 우아하다 못해 우악한 검술에 슈리엘이 기겁했다.
사기가 날아오는 석벽을 휘감아 허공에서 멈췄지만, 루아티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유효타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날린 게 아니었다.
슈리엘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사기가 훨씬 더 단단해.’
이전에 뮤리엘을 상대했을 때 와는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이곳은 사기가 충만했다.
제 발로 적의 주둥이 안으로 들어 온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슈리엘은 언제든지 자신의 주둥이 안으로 들어온 루아티샤를 씹어 삼킬 수 있다.
‘그렇다면一.’
루아티샤는 검을 바투 잡았다.
새까만 오러가 그녀의 몸체만한 대검을 타고 기어오른다.
고도로 집약된 힘에 검날이 웅웅거리며 진동하고 꽉 잡은 검병이 삐걱거렸다.
보통의 검이었다면 그 힘을 못 이기고 부서졌을 것이다.
‘못 씹도록 그 아가리를 찢어 주면 되지!’
꽈아아아앙一!
폭음이 울려 퍼졌다.
새까만 오러가 해일처럼 밀려 들며 공간을 뒤덮었다.
루아티샤가 휘두르는 일검에 벽이 무너지고 벽면을 타고 가득 흐르던 사기가 깨어져 나갔다.
‘미친!’
슈리엘이 기겁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힘으로 저 짙은 사기를 찍어 누르다니!
하지만 가능하고 말고를 판단할 계제가 아니었다.
쇄애애애액一!
검게 물든 대검이 슈리엘의 목덜미를 향해 쇄도해 오고 있었으니까.
꽝!
핏빛 사기에 물든 슈리엘의 우수가 검날을 막았다.
“……읏!”
사기로 두텁게 감쌌음에도 손목이 징징 울릴 정도로 충격이 엄청났다.
그러나 거기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파라이바 빛 눈동자가 짙은 살기를 띠고 있었다.
힘껏 당겨진 루아티샤의 상체.
‘온다.’
슈리엘은 주변에 흩어져 있던 사기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핏빛 장막이 그녀의 앞에 짙게 드리우고 마치 여러 갈래로 나뉜 꼬리처럼 스멀거리는 사기가 주변을 휘감았다.
하지만.
루아티샤가 노리는 건 슈리엘이 아니었다.
바닥이 패일 정도로 거세게 진각을 내디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뒤?’
쿠웅一.
그리고 슈리엘의 뒤에 있던 벽이 날아갔다.
크레센티오가 갇혀 있던 바로 그 벽이었다.
사기가 슈리엘에게 집중되어 술법이 느슨해진 틈을 타 공격 한 것이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크레센티오가 신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꽤나 무식한 방법을 쓰는군.”
“구해줬는데도 말이 많아. 아, 날개 털지 마. 먼지 날려.”
“…….”
크레센티오가 날개를 고이 접었다.
농담을 던지긴 했지만 루아티샤의 시선을 가라앉아 있었다.
‘……몸을 휘감은 사기는 그대로 남아있어.’
크레센티오의 전신을 타고 새빨간 사기가 날름거리고 있었다.
“설마 크레센티오를 먼저 구할 줄이야. 남을 위한다는 리리엘이 맞긴 맞았네.”
“내가 좀 착해서.”
“그래, 어리석은 거 같아.”
슈리엘이 생긋 웃었다.
그와 동시에 바닥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팽창하는 강대한 사기를 버티지 못하는 것뿐이다.
“……!”
루아티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직도 이만한 사기가 남았다고?!’
이래서야 끝이 없다.
아무리 힘으로 되받아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거기다가 소드 마스터 스킬에는 제한 시간까지 있어.’
당황한 루아티샤를 보고 슈리엘이 미소 지었다.
“후후, 이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고 온 모양이네.”
심상치 않은 기세에 루아티샤가 다리에 힘을 주며 상체를 낮췄다.
그때였다.
후욱!
사방에서 동시에 뻗어진 사기가 루아티샤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대비하고 있었음에도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
루아티샤가 오러를 이용해 검막을 펼쳤지만 이미 늦었다.
쏟아지는 사기가 그대로 루아티샤의 몸을 난자할 것만 같았다.
루아티샤는 빠르게 검을 놀렸다.
채앵! 챙!
심장과 배를 노린 사기는 쳐 냈지만, 결국 팔이 살짝 베이며 붉은 선혈이 튀어 올랐다.
‘응?’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약해?’
보기와 다르게 공격이 약했다.
상처 부위로 스며든 사기는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정화될 정도.
사기를 쳐낼 때도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설마!’
루아티샤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크레센티오!”
마치 피로 이루어진 바다를 보는 것만 같았다.
새빨간 사기가 넘실거리며 크레센티오를 짓누르며 옭아맸다.
순백의 날개가 뒤틀리며 꺾였다.
“커헉……!”
“마족과 달리 천족에게는 사기가 내부에 스며들 때 치명적이지.”
“이딴 걸로 나를……!”
크레센티오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검붉게 변한 피가 그의 입을 타고 흘러내렸다.
‘젠장!’
루아티샤는 서둘러 크레센티오 쪽으로 손을 뻗었다.
오러와는 전혀 다른 기운.
오로지 루아티샤만이 쓸 수 있는 파사의 기운이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크레센티오의 몸 안에 가득하던 사기가 조금씩, 조금씩 정화되기 시작했다.
루아티샤는 이를 악물었다.
“큭…….”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이만한 사기를 정화하는 것은 힘이 든다.
루아티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슈리엘이 그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루아티샤!!”
크레센티오의 외침과 동시에 루아티샤의 등 뒤에 새빨간 사기가 솟아올랐다.
마치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린 독사처럼.
루아티샤는 파사의 힘을 사용하느라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작은 몸이 핏빛 사기에 물어뜯길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이딴 개수작이 통할 것 같으냐, 짹!”
커다란 호통 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쫙 펼쳐진 손가락만한 날개!
두툼한 가슴!
오목눈이가 위풍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령……?”
놀란 슈리엘을 보고 루아티샤가 미소 지었다.
애초에 루아티샤가 내내 크레센티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것도 아닌데 두 사람이 접선한 걸 어떻게 알고 미행했겠는가.
‘당연히 우리 에르메스 짹이 계속 감시해준 덕분이지.’
에르메스 짹이 위엄 있게 포르르 비상하며 사방을 점했다.
정령이 만들어 낸 길을 따라 진이 완성되었다.
쿠웅!
거대한 진이 사기를 그대로 막아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쩌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루아티샤의 대검이 그대로 사기를 맞받아치기 시작했으니까.
‘조금만.’
루아티샤는 정신을 집중했다.
‘조금만 섞자. 파사의 힘을 아주 조금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다.
새까만 오러에 아주 조금씩, 기묘한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힘으로만 쳐냈던 아까와는 다르다.
맞붙었던 사기가 조금씩, 조금씩 정화되기 시작했다.
“어딜……!”
슈리엘이 사기를 더 강하게 끌어올렸다.
그 순간이었다.
“윽?!”
슈리엘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당황한 슈리엘이 코끝을 훔쳤다.
“이건…….”
손바닥 가득 묻은 피를 내려다보며 슈리엘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다음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땐.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 아직 융합이 완전하지 않아서 말이야.”
어쩐지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아니, 바뀐 건 분위기만이 아니었다.
샛노란 눈동자.
루아티샤는 단번에 그게 누구의 눈인지 알아챘다.
이미 짐작하고 있던 바였으니까.
“리리엘……!”
루아티샤의 외침에 슈리엘一 아니, 리리엘이 생긋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야, 루루.”
“역시 살아 있었군.”
“덕분에 말이야. 예상했나 보네? 별로 놀라지 않는 것 같아.”
루아티샤가 손에 침을 탁 뱉었다.
그리고 검병을 꽉 쥐었다.
손에 아주 착 달라붙는 게 기분 좋았다.
“마침 잘 나왔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일부러 파사의 힘을 아껴두고 있었다.
파사의 힘을 써버리면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지니까.
“안 그래도 내가 정신 잃은 사이에 니가 그냥 사형당했다고 들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
루아티샤가 척, 검을 어깨 뒤로 넘겼다.
“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