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9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93화(293/353)
☆ 제293화 ☆
“시드는?”
일부러 시드에게 말하지도 않고 왔는데 알게 되면 말짱 헛짓이 된다.
“말 안 했어. 같이 있지도 않았고.”
“휴, 다행이다.”
“다행이긴.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빠져나갈 것도 생각해야지.”
그렇게 중얼거린 카인이 이내 느른히 웃으며 내게로 몸을 기울였다.
“뭐, 나는 이대로 쭉 우리 둘이서 여기 있어도 좋지만.”
세로로 가늘게 찢어진 동공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때?”
“응, 개소一.”
“무슨 개소리냐, 짹!”
에르메스 짹이 카인의 뺨에 핵토파스칼 킥을 날렸다.
바람 소리가 쇄액 나고 풍압에 내 머리카락이 흩날릴 정도의 공격이었다.
“……아프잖아.”
카인이 돌아갔던 얼굴을 다시 돌리며 뚱하게 말했다.
뺨에 찌꼼한 새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에르메스 짹이 늠름하게 꽁지깃을 바짝 세웠다.
그때, 내 시야 한켠에서 크레센티오가 황급히 손을 뒤로 숨기는 것이 보였다.
꽉 틀어쥔 주먹에 신성력이 가득 맺혀 있었던 거 같은데.
‘뭐지?’
바라보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주먹에 맺혀 있던 신성력 역시 사라진 후였다.
카인이 크레센티오를 보고 킬킬 웃더니 내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나가려고?”
“뭘 걱정해.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
“오러로 뚫게? 그러다 건물이 더 무너지면一.”
“아니, 우린 둥지 안에 있을 거야.”
에르메스 짹이 일부러 단단한 둥지를 만들어줬는데 괜히 무너져가는 건물을 돌아다닐 필요 없지.
무엇보다一.
“곧 있으면 니케가 찾으러 올 거거든.”
“과연. 환수라면 충분하지. 하지만 시간은 꽤 걸릴 거다.”
“그래?”
“이곳은 몇 중으로 된 술법으로 숨겨져 있거든. 아무래도 사교도의 전당 중 하나겠지.”
“……이런 곳에서 기분 나쁜 마족 따위와 계속 있어야 한다니. 불쾌하군.”
“흐응一. 그 기분 나쁜 마족 따위와 너도 딱히 다르지 않잖아?”
“헛소리. 네놈과 나 사이에는 털끝만큼의 공통점도 없다.”
“과연 그럴까? 내가 여자를 꼬셔서 이곳을 알아낸 것처럼 너도 마찬가지로 인간들을 신전으로 꾀어냈잖아?”
“그런……!”
크레센티오의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일단 정체를 숨긴 채 신관으로 활동 중이니 직무에 걸맞는 포교 활동을 성실히 하였을 뿐이다!”
카인이 어이없다는 듯 날 바라보았다.
“너 쟤한테 얼굴마담 시키면서 저렇게 말했냐?”
“음. 일 시키다 보니 약간 결벽증이 있길래. 나름대로 대의 명분을 만들어줬지.”
“대의명분은 개뿔. 그냥 얼굴로 미끼 삼은 거잖아.”
“저 얼굴이 꽤 도움이 되긴 하더라구? 아, 뭘 그렇게 쳐다봐.”
마족한테 ‘세상 물정 모르는 애를 이용한 쓰레기’라는 눈빛을 받으니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중간중간 얼굴 이야기도 하긴 했어. 완전히 속인 건 아니야.”
처음에는 눈새 스킬이 발동한 상태라 크레센티오의 생각을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지만.
‘저 녀석도 은근히 잘생겼다는 말을 좋아한다니까.’
아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크레센티오를 보고 깨달았다.
잘생겼다는 말에 집착하는 건 마족과 악마 녀석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천족, 마족, 악마 녀석 할 것 없이 다 그런 거였다.
“흥, 역시 위선적인 천족답군. 얼굴로 꾀어냈다는 본질은 알면서 겉으로는 고매하신 대의를 위한 것처럼 굴다니.”
“본질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딱 저급한 마족의 수준이군.”
크레센티오와 카인이 아르릉 컁컁거리기 시작했다.
‘또 싸우네.’
……괜찮을까?
얘네랑 협력해야지 키야스에델을 막을 수 있을 텐데.
‘과연 협력이라는 게 가능한 관계일까?’
말리는 것도 귀찮아서 나는 내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있던 에르메스 짹을 손바닥 위로 내려 목을 긁어주었다.
“아앙? 해보자는 거냐?”
“수틀리면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그 자세가 바로 저급하다는 거다.”
긁긁긁.
에르메스 짹이 기분 좋은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였다.
꼬르르륵一!
내 배에서 성대한 아우성이 울려 퍼졌다.
‘아, 그러고 보니 나 별로 먹은 게 없지.’
거기에 대검을 들고 격한 운동까지 했다.
순간 나는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자 카인과 크레센티오가 컁컁거리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이렇게 주목받으니 왠지 수줍네.
‘진짜 아끼고 아끼고 또 아낀 건데 어쩔 수 없지.’
나는 조금 머쓱한 태도로 물었다.
“라면 먹을래?”
* * *
시드리한은 에첸의 모습을 한 채 니케의 빵빵한 배를 살살 긁어주고 있었다.
잘 먹인데다가 한참 놀아주기까지 하니 니케의 기분은 상당히 좋은 상태였다.
시드리한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엄마가 또 뭐라고 했어?”
“우음, 선물 받은 실크를 보고 예쁘다고 했어.”
시드리한의 손이 멈칫했다.
“그래? 누가 줬는데?”
“아레스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더 경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파에라톤 공작가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막내의 결혼을 허락할 것 같지 않았으니까.
‘……일단 돌아가서 상단을 다 불러들여야겠군.’
“요즘 그 남자도 자주 와? 주황색 머리.”
“가끔? 근데 다른 남자가 더 자주 와.”
그 말에 시드리한이 상냥한 미소를 머금었다.
“누구?”
“뭐였지. 카이? 그 비슷한 이름이었는데.”
‘펠릭스 카이셴을 말하는군.’
“근데 걔한테 아주 친숙한 느낌이 나. 묘하단 말이야.”
그 말에 시드리한이 니케의 양 앞발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건 친숙한 게 아니야. 기분 나쁜 거야. 알겠지?”
“그치만一.”
시드리한은 얼른 사탕을 내밀었다.
“웅!”
니케가 헤헤 웃으며 커다란 사탕을 할짝였다.
루아티샤는 이 썩는다고 잘 주지 않기에 사탕은 엄청 소중했다.
시드리한은 니케의 궁둥이를 토닥토닥해 주었다.
“그리구 엄마가 어떤 애가 짜증 난대.”
“누구?”
“있어. 엄청 못생긴 애.”
시드리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지 바로 알겠다.
“엄마가 짜증 나면 안 되지.”
그가 낮게 읊조리는 순간이었다.
“마마?”
니케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왜 그래?”
“마마가 니케를 부르고 있오! 우음, 뭔가 이상하네. 가까이에 있는데 아주 멀리 이써.”
시드리한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혼자서 해결할 생각이었군.’
그럴 줄 알고 최근 일부러 니케와 함께 있었던 거지만.
“마마가 갇힌 거 같은데? 그럼 위험하잖아! 니케가 구해줘야 해!”
조그마했던 니케가 한순간에 집채만하게 커졌다.
시드리한은 니케의 등에 훌쩍 올라탔다.
니케는 루아티샤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감히 자신의 등에 올라탄 것에 조금 불만스러움을 느꼈지만, 내버려 뒀다.
‘……파파니까 내가 한 번은 봐준다.’
니케는 시드리한을 등에 태운 채 훌쩍 뛰어올랐다.
물리적인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사기로 된 술법이 몇 중으로 루아티샤가 있는 곳을 은폐하고 있었으니까.
인간들 혹은 다른 생명체에게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환수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따라 니케가 내달렸다.
그 길에는 앞을 가로막는 붉은 사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니케는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콰앙一!
시드리한이 만들어 낸 날카로운 얼음 창이 사기의 진을 꿰뚫고 찢어발겼으니까.
성체 환수에게는 이미 어그러진 술법진 따위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거침없이 루아티샤를 향해 거리를 좁히는 순간이었다.
“……?”
니케가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뒤틀며 멈춰 섰다.
“왜 그래?”
“마마가, 마마가一.”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은 초조함을 억누르며 되물었다.
만약 그녀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면一.
“행복해해.”
그러나 니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단어였다.
“뭐……?”
“……극상의 기쁨. 환희. 추억.”
“…….”
“맛있다……?”
니케는 정신을 집중했다.
성체인 만큼 가장 친밀하고 밀접하게 느끼는 존재인 루아티샤의 마음을 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이 맛이지? 엠에스지 나트륨 최고?”
니케는 루아티샤의 마음에 강렬하게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읊으며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파파, 이게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최면 공격에 당한 듯하군.”
“헉!”
니케가 기겁해서 숨을 들이켰다.
“빨리 가야 해!”
거대한 몸이 바람처럼 크게 도약했다. 사람만한 꼬리가 회오리쳤다.
* * *
둥지 안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카인이 불을 피우는 것까지는一정령이 만든 둥지 안이라 불을 피워도 괜찮았다一 별문제 없었다.
하지만.
“성수를 이딴 곳에 사용하겠다는 거냐!”
“그치만 배고픈걸.”
루아티샤가 불만스레 입을 삐죽이며 크레센티오를 올려다봤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성수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읏…….”
결국 천족은 성수를 내주었다.
“이야, 천족이 다른 것도 아니고 성수를 배고프다고 물 끓이는 데에 내줄 줄이야. 개척자의 능력이 엄청나긴 한가 봐?”
카인의 비아냥은 덤이었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을 겪을 줄이야.”
루아티샤는 천족이 큰 덩치를 만 채 의기소침해 하든 말든 룰루랄라 라면을 끓일 준비를 했다.
나름 종교의식을 치르던 건물이라 그런지 있을 건 있었다.
‘그래도 바로 사용하긴 찝찝하니까.’
“이것 좀 신성력으로 깨끗이 해줘.”
“더러운 사교도의 제기(祭器)를 내가 왜…….”
“딱히 제기도 아닌 것 같은데. 사기도 안 느껴지는 걸. 그냥 쓰던 물건 같은데.”
“추악한 사교도가 사용한 물건이라는 건 변함 없다!”
그러면서도 크레센티오는 신성력을 뿜어냈다.
사실 처음 “내가 왜…….”라고 말할 때부터 신성력은 나오고 있었다.
‘편리하네.’
그렇게 라면을 끓이자 곧 둥지 안에 맛있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탱글탱글 익은 면발을 보며 루아티샤는 군침을 꼴깍 삼켰다.
대체 얼마 만에 보는 라면의 자태인가.
‘하, 여기에 파 송송 썰어서 계란 탁 넣으면 딱인데.’
그래도 아무것도 안 넣은 순정 버전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기 마련.
루아티샤는 그릇에 라면을 담았다. 그 모습을 본 크레센티오가 놀라 물었다.
“벌써 완성된 건가?”
“응! 굉장하지?”
“……과연 그런 것을 제대로 된 음식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군.”
“일단 먹어보고 말해.”
“그딴 저급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
크레센티오가 고개를 돌렸다.
“놔둬. 천족들은 원래 저래. 편협하고 고상하시니까.”
그렇게 말한 카인이 냄비 안에 포크를 넣더니 한입 먹었다.
“오, 이거 진짜 맛있는데?”
“그치?”
“면발도 쫄깃쫄깃하고 매콤하면서도 짭쪼름하고 감칠맛도 있는 게…….”
“그렇다니까? 중독적인 맛이야.”
크레센티오는 옹기종기 나란히 앉아서 라면 토크를 하는 루아티샤와 카인을 바라보았다.
맛있는 냄새.
그렇게 잠깐 끓인 거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향에서 깊은 풍미가 감돌았다.
거기다 정말 맛있어하는 두 사람의 얼굴.
‘……사이까지 좋아 보이는군.’
나보다.
왜 항상 저딴 마족놈들을 더 친숙하게 여기는 거지?
자기들 일만 신경 쓰던 마족 놈들과 달리 천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一.
그때, 루아티샤가 슬쩍 그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한 입 줄까?”
“…….”
거절해야 하는데 거절하지 못했다.
“내가 원래 ‘한 입만’ 하는 사람들 진짜 싫어하는데 한 입 줄게. 먹어.”
루아티샤가 라면을 내밀었다.
크레센티오는 못 이기는 척 한입 먹었다.
그리고.
“……!”
눈이 동그래진 크레센티오를 보며 루아티샤가 깔깔 웃었다.
“거 봐. 맛있지?”
“……나쁘진 않군.”
크레센티오가 새침하게 말했다.
* * *
타닥, 타닥.
모닥불 타들어가는 소리가 정겹게 났다.
루아티샤는 지쳤는지 잠이 들었다.
크레센티오는 자신의 무릎 위에 루아티샤의 머리를 올리고 날개를 끌어 그녀의 몸을 덮었다.
그 모습을 본 카인이 비죽 웃었다.
“이야.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모습을 다 보게 되네?”
“시비 걸 거면 닥쳐라. 이 아이가 깰 테니까.”
“그렇게 아끼면서 왜 처음부터 다정하게 굴지 않았던 거야? 지금도 잠들고 나서야 보듬어주고.”
“…….”
“하여간 천족 놈들은.”
카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 콧대 높은 천족이 직접 이 땅에 강림할 줄은 몰랐어. 먼저 부른 것도 아닌데.”
그 말에 크레센티오가 입을 꾹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