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9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95화(295/353)
☆ 제295화 ☆
“무언가 또 생각이 있나 보네?”
시드가 웃으며 내 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겨주었다.
“응. 오히려 잘됐어. 결국 슈리엘의 정체가 클라티에와 리리엘이 융합한 것이라면一.”
나는 씨익 웃었다.
“둘 다 한꺼번에 족칠 수 있다는 뜻이잖아?”
클라티에를 족쳤는데 그 뒤에 힘을 회복한 리리엘이 나오면 진짜 짜증 날 것 같은데.
‘아, 리리엘이 아니었으면 애 초에 클라티에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구나.’
어쨌든.
이것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타쌍피!
“이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이라니. 역시 나의一. 아야!”
카인이 불만스레 얼어붙은 손 등을 매만졌다.
그러는 사이 크레센티오가 신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다.”
“알아.”
내가 좀 긍정적이고 자잘한 고난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넘어가서 그렇지,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나만 위험했던 것도 아니다.
만약 내가 조금만 늦었다면 티리엘은 아이젤 영애처럼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는 수많은 재해들.
가뭄과 홍수, 해일과 지진, 화재로 죽어 나간 사람이 몇이며, 터전을 잃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이 얼마인가.
무엇보다 이 재해는 절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배후에는 키야스에델이 있다.
사교계에서 몇 마디 주고받고 거기에서 코를 확 눌러주는 것은 새 발의 피일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먹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잖아?”
크레센티오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천천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군.”
“그치?”
나는 활짝 웃었다.
‘내가 본 모든 로판에서는 결국 승리는 여주인공의 것이었다고.’
그리고 내 곁에는 수많은 여주 언니들이 함께 한다!
거기다가 레벨 업까지!
‘다 뒤졌어!’
히죽히죽 웃는데 주변에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음흉한 웃음인데…….”
“흉계를 꾸미는 것처럼…….”
흉계라니!
* * *
나는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인사하고 깨끗이 씻었다.
그리고 아키투스를 경건하게 꺼내 들었다.
처음 보았을 때와 표지가 무척 달라졌다. 화려한 문양, 박혀 있는 보석과 금장식.
스킬을 보관하는 하트도 벌써 다섯 개다.
지금은 그중 세 개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각각 은신, 소드 마스터, 눈새 스킬을 담고 있었다.
‘……눈새만 없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몇 번 발동했으니 이제 사라질 때도 되지 않았나?
어쨌든 지금 표지 역시 레벨 업을 하면 또 바뀔 것이다.
‘현재 가장 급한 건 파사의 힘을 좀 더 원활하게 다룰 수 있게 되는 거야.’
지금은 파사의 힘을 극으로 다루면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하다.
한 마디로 반격당하기 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 탈력감 때문에 정작 전투에서는 적극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
파사의 힘 외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一.
‘사용 완료한 스킬을 다시 뽑아서 재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전에 소환했던 소설은 〈내 책 목록〉에서 다시 소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뽑아서 사용 완료한 능력을 다시 소환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옛날에 〈황녀님이 힘을 숨김〉의 여주 언니가 지닌 소드 마스터 능력 〈하,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구?〉를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폭군의 첫날밤을 훔치고 달아나 버렸다〉를 새로 소환해서 소드 마스터 능력을 다시 뽑은 것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무력 충돌이 생길 게 뻔한 상황에서 소드 마스터의 능력은 필수적이야.’
파사의 힘은 말 그대로 사기를 정화하는 힘.
물론 사기를 상대하는 데에 이보다 더 효과적인 힘이 없다.
하지만 전투란 그렇게 간단하게만 이뤄지진 않는다.
직접 겪지 않았던가.
돌격하고, 회피하고, 맞부딪치려면 그를 뒷받침하는 신체 능력이 필수였다.
멀뚱히 후방에 서서 파사의 힘만 사용했다간 뒤에서 공격당하기 십상이었다.
때문에 내 주변에 날 지켜줄 사람이 필수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데一.
나는 그렇게 보호받고 싶지도 않거니와, 내가 직접 패야지 직성이 풀렸다.
‘그러니까 사용했던 능력을 다시 뽑는 것까지 되면 진짜 완벽한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좀 회의적이었다.
‘그 악마 녀석한테 바랄 걸 바라야지.’
그래도 몇 년 동안이나 한 번도 레벨 업하지 못한 적도 있는데, 이렇게 비교적 단기간 내에 또 레벨 업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었다.
나는 아키투스를 꽉 붙잡고 심호흡을 했다.
‘레벨 업!’
[레벨 업을 진행합니다.] [신원 확인 중…〈아프타네스〉의 계약자. 확인 완료.]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독자님의 영향력이 이 땅에 떨칩니다!] [세계가 독자님과 공명합니다!] [특성 〈러시 앤 캐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현재 등급… A] [축하합니다!] [제한되었던 기능 일부가 개방됩니다!] [〈능력창〉이 하나 더 개방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여섯 개로 증가했습니다!] [캐시를 지불할 시 적성에 맞는 〈능력〉의 영구 사용이 가능해집니다!]어……?
내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로?’
다시 봐도 문구는 똑같았다.
[적성에 따라 필요한 캐시를 지불할 시 〈능력〉의 영구 사용이 가능해집니다!]그럼 뽑기운에 맡기며 새로 능력을 뽑을 필요도 없다는 건데…….
‘심지어 내가 바랐던 것보다 더 좋잖아?’
믿기지 않았다.
캐시만 내면 영구 사용 가능이라니!
‘적성에 따라’라는 문구가 조금 걸리긴 했지만.
‘……악마 녀석이 뭘 잘못 먹었나? 이럴 녀석이 아닌데…….’
조금 미심쩍었지만, 불만이면 도로 물리라고 할까 재빨리 다음 알림을 읽었다.
[〈아프타네스〉와의 소통 채널이 확장됩니다!] [뽑기에서 획득하는 캐시가 상향 보정됩니다!] [캐시 뽑기에서 잭팟이 터질 확률이 증가합니다!] [특성의 레벨 업으로 〈아프타네스〉가 독자님께 직접 부여한 능력 역시 상승합니다!] [부여 능력…〈파사의 힘〉] [능력 〈파사의 힘〉]등급: 레전더리
현재 레벨: A
사기를 멸하고 세상을 정화시키는 힘.
‘파사의 힘 레벨까지 B에서 A로 올랐어.’
나는 조심스레 손을 폈다.
한없이 맑은 빛이 내 손에서 터져 나왔다.
이전과 달리 더 확고하고 선명한 빛무리.
조금 더 강하게 발휘했지만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탈력감은 찾아오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해볼 만하다.
“〈능력〉을 영구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영구 사용할 〈능력〉을 선택해 주십시오.]“〈나 잡아봐라~!〉”
여주 언니가 도둑이다 보니 능력 이름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어쨌거나 소드 마스터의 능력이었다.
처음 뽑았을 땐 필요 없는 능력이 뜬 줄 알고 욕할 뻔했다.
참고로 은신 능력의 이름은 〈캣치 미 이프 유 캔〉이다.
[능력〈나 잡아봐라~!〉와 독자님의 적성을 확인합니다.] [적성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오오!
‘나에게 그런 검술의 재능이 있었다니!’
하긴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들은 전부 다 잘 싸우는데 나라고 다르겠는가.
‘전부터 생각했지만 내가 소드 마스터의 능력을 사용하면 묘하게 시너지가 좋았고.’
옛날에 소환한 〈황녀님이 힘을 숨김〉 속 여주 언니는 얄쌍한 레이피어에 황금빛 불꽃을 피워내는 화려한 검술의 소유자였다.
이번 〈폭군의 첫날밤을 훔치고 달아나 버렸다〉의 여주 언니는 직업이 도둑답게 숏소드에 푸른 오러를 두르고 바람처럼 은밀하고 조용하게 적을 처리해 왔다.
‘그런데 내가 사용하면 여주 언니들의 검술 특성과 상관없이 완전히 패도적인 검술을 사용하게 된단 말이야.’
마기처럼 새까만 오러가 나오고 손에는 몸채만한 대검이 착착 감겼다.
어느 게 더 좋다고 딱 잘라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위력 면에서는 우위인 건 확실했다.
‘엣헴!’
그게 다 검술에의 내 적성이 뛰어나서였다니!
[특히 〈폭력성〉항목에서 S급의 일치도를 보입니다!]“……?”
이거 욕인가?
[캐시 계산 중…완료.] [일치도 S급인 항목이 있기에 최저가로 책정됩니다!] [100캐시 지불 시 능력 〈나 잡아봐라~!〉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시를 지불하시겠습니까?]100캐시에 소드 마스터의 능력을 손에 넣는다니 이건 완전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잘됐는데 전혀 기쁘지 않아.’
조금 덜 일치하고 1000캐시 정도 내는 게 더 나았을 거 같다.
나는 어쨌든 100캐시를 냈다.
파라라라락一!
아키투스의 책장이 넘어가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유영하며 한 곳으로 모인 빛무리에 기묘한 글자가 새겨지더니 내 이마에 닿았다.
빛이 닿은 이마부터 전신에 따스한 기운이 퍼져나갔다.
몸이 가벼워지며 전신에 활력이 솟다 못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뭐든 때려 부술 수 있을 거 같은一.
‘이게 아니지.’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는 비폭력 평화주의자인 걸.’
잠깐.
그때, 불현듯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거 어느 능력이나 캐시만 지불하면 다 되는 거라면一.’
나는 능력 보관함을 살폈다.
거기에는 내가 아끼고 아낀 능력이 있었다.
바로 개연성마저 파괴해주는 무시무시한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이것만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능력 하나 더 영구 사용할래.”
[영구 사용할〈능력〉을 선택해 주십시오.]“〈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와 독자님의 적성을 확인합니다.] [적성이 놀라울 정도로一]오오?!
[一불일치합니다!]누구 놀리냐!
나는 비폭력 평화주의자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폭력성이 들끓었다.
[일치도 F급인 항목이 7개나 됩니다!] [캐시 계산 중…완료.] [9238187210캐시 지불 시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시를 지불하시겠습니까?]“…….”
안 해!
“오랜만이로군, 공녀.”
미첼로인 백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입니다, 백작님.”
“설마하니 정말로 〈지식 보고〉를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
그렇다.
오늘 나는 미첼로인 가문의 근간이자 가보인 지식 보고를 사용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나 역시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네. 사용 후 어떤지 소감을 들려주었으면 좋겠군.”
제약 때문에 가주조차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더니 백작마저 사용해본 적이 없을 줄은 몰랐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첼로인 백작이 미소 짓곤 방을 나갔다.
클라우디아가 내게 미첼로인의 가보 중 하나인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요즘 내게 접근하는 영애들이 늘었어. 다 너와 별로 안 친한 영애들이고 묘한 분위기를 풍겨.”
“아무래도 사이비 교도들이겠지. 초대장은?”
“받았지만 본거지는 아닌 것 같아.”
“그래.”
“걱정하지 마. 본거지 초대장까지 잘 받아낼 테니.”
클라우디아가 생긋 웃었다.
나는 클라우디아의 손을 꽉 잡았다.
“사이비 교도들의 인명록만 알면 충분해. 본거지까지 가는 건 너무 위험해.”
“알았어. 걱정하지 마.”
클라우디아가 웃으며 내 등을 밀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거대한 나무 문 앞에 섰다.
월계수가 양각되어 있는, 세월이 그대로 깃든 것 같이 오래된 문.
내가 목걸이에 손을 얹자 거대한 문이 소리 없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안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디려는 순간, 문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내가 어떻게 하기도 전에 그 빛이 내 몸을 휘감았다.
너무나도 밝은 빛에 눈이 절로 감겼다.
빛이 잦아들고 내가 다시 눈을 뜬 순간.
“여긴…….”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높게 쌓여 있는 책의 향연.
활짝 열린 창밖의 풍경은 미첼로인 가가 아닌 다른 곳을 비추고 있었다.
한없이 맑은 하늘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
주변의 건물들은 지금의 양식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광경.
나도 모르게 창가로 향했을 때.
“누구?”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이 있었나?’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한 남자가一 아니, 한 존재가 홀연히 서 있었다.
땅까지 끌리는 긴 은빛 머리카락.
선명한 황금빛 눈동자.
너무 완벽해서 이질적으로까지 보이는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이 존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위압감.
그는 딱히 나를 짓누르거나 겁주려고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온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력을 느꼈다.
눈 앞의 남자는 인간이 아니다.
이런 존재가 인간일 수는 없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지고한 존재.
그리고 내가一 내 안에 깃들어 있는 힘이 그리고 또 그리워한 존재.
“……아프타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