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9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97화(297/353)
☆ 제297화 ☆
* * *
눈물이 미칠 듯이 흘러내렸다.
내 몸이 아흔아홉 갈래로 찢긴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아프타네스는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걸까.
그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키야스에델의 술수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아주었다.
탐욕에 빠진 그녀를 구해주고 싶어 했던 아프타네스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수천 년도 더 전의 아프타네스의 마음.
하지만.
“부디 악을 멸하여 너 스스로를 구원하려무나.”
그의 마지막 부탁은 키야스에델을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그건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과 이 땅의 모든 이들을 위해서.
“나의 마지막 희망이자 나의 유일한 계승자.”
나를 바라보던 애틋했던 시선.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오로지 너를 만나기 위해一.”
마지막 순간, 그가 내 뺨을 감싸 쥐었다.
“반드시 행복해지렴.”
아프타네스가 아주 조심스럽게 내 아마에 입을 맞추었다.
축복하듯, 기원하듯, 희망하듯 그렇게.
사라졌다.
“…….”
나는 눈물을 닦았다.
이윽고 봄밤처럼 아주 안온한 어둠이 나를 감쌌다.
* * *
제국 최고의 지성이라 자부하는 미첼로인 후작가의 제도 저택은 언제나 조용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를 유지했다.
열띤 토론을 하는 순간만이 후작저에서 유일하게 큰 목소리가 오가는 때였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적인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파에라톤 공작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낮게 깔려 조용했다.
하지만 그 안에 깃든 살기가 이곳에 있는 모든 이의 심장을 콱 움켜쥐었다.
“파에라톤 공작……. 원래 지식 보고에서는一.”
“벌써 보름이 넘었다.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미첼로인 후작이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그 역시 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이렇게 나오지 않는 것인지.
그 역시 루아티샤가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닌지 불안했다.
지식 보고를 다시 한번 개방하려 했지만 목걸이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안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인지 불가능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파에라톤 공작이 마기를 끌어 올렸다.
새까만 마기가 장막처럼 허공을 뒤덮었다.
미첼로인 가의 사람들이 기겁했다.
“이, 일단 진정하십시오, 파에라톤 공작!”
“지식 보고 안에는 어떤 위험도 없습니다! 공녀께서도 무사하실 겁니다!”
“지식 보고는 미첼로인의 근간이자 가보입니다!”
콰앙一!
마기가 지식 보고에 직격했다.
제아무리 견고한 문이라도 그대로 부서질 것만 같은 엄청난 위력.
그러나 문은 끄떡하지도 않았다.
공작의 의도와 달리 마기는 문에 새겨져 있는 문양을 따라 매끄럽게 흘렀다.
문이 살짝 빛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마기가 사라졌다.
‘……똑같아.’
며칠째 공격해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튕겨내거나 반사하는 게 아니다.
‘꼭 흡수하는 것 같군.’
마치 하나의 줄기에서 나온 힘처럼.
‘이상한데.’
어째서 미첼로인 가의 가보에 마기와 비슷한 힘이 깃들어있는 것일까.
파에라톤 공작의 시선이 힐끗 미첼로인 가의 사람들을 향했다.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
‘마기에 대한 반응을 보면 미첼로인의 피에는 어떤 특수성도 없다.’
“아버지.”
아들의 부름에 파에라톤 공작이 고개를 돌렸다.
의문은 나중에 해결하면 그만이다.
지금은 막내딸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아무리 공격해봤자 그대로 흡수한다면.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강대한 힘이면 깨지겠지.’
파에라톤 공작의 발치에서 새까만 마기가 일렁였다.
이때까지와 전혀 다른, 마치 무저갱처럼 그대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운.
방 안의 공기마저 무게를 머금고 이곳의 모든 존재를 짓누르는 듯했다.
“으, 크윽…….”
“끅…….”
마기가 닿은 것도 아닌데 미첼로인 가의 사람들이 목이 졸린 듯한 신음을 냈다.
응축된 마기가 내뿜는 지독한 압박감에 숨이 막혀온 것이다.
사위가 막혀 있음에도 파에라톤 공작을 중심으로 거센 바람이 휘돌았다.
콰장창! 쿵!
풍압에 창문에 깨어져 나가고 방안의 물건들이 찢겨져 나갔다.
‘아직이다.’
언제나 여유로웠던 파에라톤 공작의 이마에도 땀이 맺혔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 없이 거대한 문을 노려보았다.
파에라톤 공작이 마기를 더 끌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쿠웅一!
지식 보고 안쪽에서 둔탁한 폭음이 들렸다.
“……?!”
은은한 빛을 띠던 거대한 문이 바랬다. 꼭 생기가 빠져나간 것처럼.
“솜뭉치!”
익시온이 얼른 문으로 달려갔다.
무슨 수를 써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문이 너무나 손쉽게 열렸다.
“……이건.”
문 너머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꼭 신의 정원을 떼어온 것처럼 생전 처음 보는 온갖 기화요초들이 피어 있었다.
건물 안임에도 보이는 푸른 하늘.
몸에 감기는 부드러운 바람.
파에라톤 공작은 마기를 가라앉히고 서둘러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무성한 수풀 한가운데에 거대한 석상이 보였다.
오래된 석상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넝쿨 꽃이 석상을 타고 오른 데다가 금이 가기까지 했다.
그리고 루아티샤가 그 석상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
“이게 지식 보고의 안…….”
뒤늦게 따라 들어온 미첼로인 후작이 루아티샤의 모습을 보고 말을 흐렸다.
마치 성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광경에 미첼로인 가의 사람들은 움직임도 멈춘 채 석상에 안겨 있는 루아티샤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파에라톤 가의 남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재빨리 석상으로 다가갔다.
막내가 그저 잠들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외에 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파에라톤 공작이 훌쩍 석상으로 뛰어올라 딸아이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루아티샤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이윽고 파라이바빛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몇 번 눈을 깜빡여 초점을 맞춘 루아티샤가 깜짝 놀라 파에라톤 공작을 불렀다.
“아빠?”
* * *
왜 아빠가 여기에 있는 거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아빠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아빠의 표정이一.
“……그래. 아빠다.”
아빠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빠를 마주 껴안으면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빠들까지?”
“이 바보 솜뭉치야!”
“……맨날 걱정만 시키지.”
익시온이 화를 내고 아레스가 안도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왜 그러지?’
그때 제온이 말없이 내 손을 가져가 자기 이마에 대었다.
제온의 손이 조금 떨리고 있어서 나는 미안함을 느꼈다.
“지식 보고 좀 사용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왔는데 왜 그래. 위험한 일도 아니었는데…….”
키야스에델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생각이었다.
물론 안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있긴 했지만.
“그 후로 얼마나 지났는지 알아?”
“얼마나 지났는데?”
“18일.”
“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 지났다니…….
‘그런 것치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데.’
18일 동안 굶었다는 뜻인데 한 먹성 하는 나에게는 절망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지금도 딱히 배고프진 않았지만, 굶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뭔가를 먹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컨디션이 괜찮은 건 아무래도 아프타네스 덕분이겠지.’
눈앞에 떠 있는 알림이 그 방증이었다.
[〈아프타네스〉의 유산을 발견했습니다!] [최초 발견!] [축하드립니다!] [최초 발견자에게만 드리는 특별 선물! 50000캐시 뽑기권의 행운을 누려보세요!] [아프타네스의 유산이 독자님을 유산의 주인으로 인식했습니다.] [아프타네스의 신격의 일부를 습득하였습니다!] [주의!] [신격은 현재 독자님의 신체와 영혼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힘입니다.] [안정화 시스템 가동.] [연결 회로를 봉인합니다.] [봉인 완료.] [아프타네스의 유지가 독자님께 깃듭니다.] [아프타네스의 가호가 독자님과 함께할 것입니다.]“루루?”
아빠의 부름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음, 일단 내려가서 이야기해요.”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금이 간 석상 위에 있었다.
‘풍경도 아까와 전혀 달라.’
분명 책이 끝없이 쌓인 방 안에 있었는데. 창밖으로는 건물이 보이고.
부서질 것 같은 석상과 달리 아까 봤던 건물들은 모두 멀쩡했다.
지식 보고를 나오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부서졌음에도 아름다운 석상은 한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누군지 알았다.
‘아프타네스.’
꼭 오래 방치된 유적 같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까 내가 본 것이 환상이었고 이것이 이곳의 진짜 모습일 테지.
문을 통과해 나오는 순간 내 눈앞에 알림이 떠올랐다.
[아프타네스의 유산을 유지하던 힘이 사라졌습니다.] [폐쇄합니다.]쿠구구구궁一.
낮은 진동음과 함께 지식 보고 안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신기한 점은 지식 보고의 바깥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것이다.
‘나한테 남은 힘을 전부 넘기고 사라졌으니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거구나.’
아흔아홉 갈래로 찢겨진 아프타네스의 편린이 마련해둔 안배.
역할을 다하고 사라지는 것이지만 보고 있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마, 맙소사!”
기겁한 미첼로인의 장로가 다시 지식 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문이 저절로 닫혔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는 그 거대했던 문이 평범한 저택의 문으로 바뀌었다.
장로가 황급히 문을 열었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느 저택의 방처럼 평범한 방이었다.
“이럴 수가……. 지식 보고가!”
장로가 털썩 주저앉았다.
* * *
응접실 안에는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선의로 지식 보고를 사용하게 해주었는데 설마하니 완전히 파괴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자리에 있던 장로들은 물론이고 뒷방으로 물러났던 원로들까지 들고 일어나 난리였다.
미첼로인 후작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었었던 건가.”
“……신을 만났어요.”
“신?”
미첼로인의 장로들이 성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식 보고를 사용한 가주들의 기록은 상세하게 남아있습니다! 하나 그 안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기록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높게 쌓인 책만 있다고 했지.”
“지금 공녀는 본인이 성녀라는 점을 이용해 책임을 면피하려 하는 겁니까!”
‘아무래도 내가 아프타네스의 힘을 계승해서 나만이 만날 수 있었나 보네.’
루아티샤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지금 내 동생에게 삿대질하면서 큰소리치는 건가?”
“……지식 보고는 미첼로인의 가보이자 근간입니다! 파에라톤 공녀 때문에 파괴되었는데 우리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장로는 겁을 내면서도 지지 않고 목청을 높였다.
그만큼 이건 중요한 사안이었다.
“맞습니다!”
“파에라톤이 어떤 식으로 배상해도 이건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소란으로 귓가가 멍했다.
‘……좋게 조용히 해결하긴 힘들겠군.’
루아티샤는 한숨을 내쉬었다.
클라우디아의 집안이니 가주와의 밀약으로 조용히 해결하고 싶었는데.
루아티샤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게 과연 제 탓일까요?”
“무슨……!”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공녀!”
루아티샤는 가만히 시선을 들어 미첼로인 후작을 바라보았다.
난리 치는 장로들과 원로들하고 달리 그는 아까부터 묘하게 침묵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이전까지는 누구도 신과 만날 수 없었겠죠. 그리고 그 이유는 후작님께서도 잘 아실 테고요.”
그 말에 미첼로인 후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미첼로인의 가주에게만 내려져 오는 진실.
미첼로인의 근간이자 자랑, 가보인 성물 〈지식 보고〉는 사실
‘우리의 것이 아니다.’
그저 운 좋게 발견해 남들이 보기 전에 자신의 것으로 취했을 뿐.
그리고 대대로 관리라는 명목으로 그 안에 담긴 놀라운 진리를 살짝 엿보았다.
그리고 그 진리 안에는 ‘진정한 주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언젠가 진정한 주인이 나타나면 지식 보고를 넘겨주어야 한다.
대대로 내려오던 당부.
‘……그리고 진정한 주인은 파에라톤 공녀였다는 건가.’
“허어! 어떻게 다른 가문의 가보를 망가트리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파에라톤 공녀, 아무리 당신이 성녀라 해도一.”
“모두 그만!”
미첼로인 후작이 강하게 외쳤다.
“원래 이렇게 될 예정이었다. 파괴되지 않았더라도 파에라톤 공녀에게 넘겨주어야 했고.”
“예상하신 느낌이네요.”
루아티샤의 말에 미첼로인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녀가 들어갔을 때 제약이 없었네. 우리는 당연히 제약이 따를 줄 알고 준비를 했지만, 조금의 마나조차 닳지 않았지. 그건 공녀가 진정한 주인이기 때문일 터.”
“가주? 대체 그게 무슨…….”
그때였다.
“후, 후작님!”
미첼로인 가의 집사가 문을 열고 황급히 들어왔다.
“황제 폐하께서 깨어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