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29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99화(299/353)
☆ 제299화 ☆
* * *
파에라톤의 마법부에서는 바로 약초에 관해 분석해주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약초는 아주 평범해 보였다.
‘실제로는 다른 재료를 썼으면서 이 약초를 쓴 척 블러핑 한 건가?’
아니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빠가 구해다 주신 것인걸.
‘이걸 사용한 건 확실해.’
만약 다른 재료를 사용했다면 아빠는 그 사실까지 파악하고 진짜 재료를 내게 주셨을 거다.
이 약초에는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분석하지 못하게 되어 있거나 다른 것과 결합해야만 반응을 한다는 등 갈래는 많았다.
‘그렇다면…….’
나는 능력 보관함을 열었다.
그림에 손을 뻗자 이내 내 손에는 단단한 하트 모양의 보석이 잡혔다.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무려 작가가 개연성까지 파괴해가며 여주에게 꽃길을 깔아줬다고 보장한 소설 〈꽃길이 지나쳐서 난감하다〉에서 뽑은 능력.
흑사병 치료제를 만들었던 〈전설의 풀 타입!〉역시 〈꽃.지.난〉에서 뽑은 능력이었다.
‘이건 치료제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돈길을 보여주는 거지만.’
결국 이 약초를 사용해서 치료제를 만들어 낸다면 그것 역시 돈을 버는 방법 아닌가?
〈전설의 풀 타입!〉과 달리 대상이 없을 땐 사용하기 힘든 능력이지만, 지금 내 앞에는 클라티에가 사용한 약초가 있다.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를 장착합니다.]나는 아키투스 표지의 빈 보석이 붉게 물드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이 약초를 사용해서 치료제를 만들어서 돈을 벌 방법을 알려줘.”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를 발동합니다.] [대상을 지정합니다…지정 완료. 에델의 풀.]에델의 풀?
‘클라티에는 인터뷰에서 이걸 아시카라는 약초라고 불렀는데.’
그리고 아시카는 진짜 토렌시아에서 나는 약초였다.
‘알림창에 이름이 잘못 적힐 리는 없어.’
그렇다면 이건 아시카라는 약초가 아니라는 건가?
‘설마 아시카와 똑같이 생긴 전혀 다른 식물……?’
[대상을 치료제로 활용한 돈길을 사용자 앞에 전개합니다.]이어 떠오르는 알림을 보고 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 식물이 정확히 뭔지는 이제 보면 알겠지.’
하지만.
[오류!] [대상을 활용해 치료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뭐?
눈앞에 떠오른 것은 실패 알림이었다.
‘이럴 수가…….’
당혹한 가운데 무언가가 뇌리를 스쳤다.
‘내 사용 횟수!’
설마 실패한 것까지 횟수에서 차감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서둘러 능력창을 열었다.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 능력 효과: 적용 대상의 돈길이 보입니다.
– 사용 가능 횟수: 1/3
“…….”
까였다.
두 번 남아있었던 사용 가능 횟수가 이제는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이 방법은 안 되나.’
다른 능력을 뽑아야 하는 건가.
하지만 뭘 뽑아야 좋을까.
‘약제사 여주? 그치만 애초에 이 약초를 활용해 치료제를 만들지 못하는데 아무리 약제사라도一.’
잠깐.
나는 다시 실패 알림을 확인 했다.
[오류!] [대상을 활용해 치료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치료제를 만들 수 없는 거라면一.
‘다른 것은?’
그러고 보면 예전에 이 능력을 사용했을 땐 정확하게 뭘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대상인 ‘텅 빈 마나석’만 지정했을 뿐.
‘치료제가 아니라 다른 것이라면…….’
처음부터 클라티에가 멀쩡한 치료제를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남은 사용 횟수는 딱 한 번.’
내 추측이 잘못되었다면 귀한 능력 하나를 그냥 날려버리고 끝난다.
‘영구 사용도 못 해.’
저번에 적성에 안 맞는다며 영구 사용할 거면 90억도 넘는 캐시를 달라고 했었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그 악마 놈은 양아치였다.
딱히 내 생각에 강력한 확신은 없지만.
‘우리 아빠를 믿어.’
아빠는 정확하게 클라티에가 사용한 것을 내게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약초로 사람을 해치는 약을 만들었다고 해도 결국 돈벌이가 된다.
능력의 발동 조건은 다 갖춘 셈.
‘좋아. 걸어보자.’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를 발동합니다.] [대상을 지정합니다…지정 완료. 에델의 풀.] [대상을 활용한 돈길을 사용자 앞에 전개합니다.]알림이 뜨는 것과 동시에 내 앞에 돈길이 깔렸다.
‘됐다!’
성공이다.
내가 들고 있는 에델의 풀 주변으로 퍼지는, 마법진 모양의 막대한 정보.
내가 하나하나 이해할 필요조차 없이, 완벽하게 보였다.
그리고 내 두 눈으로 그걸 확인한 순간,
‘……이건.’
무릎에서 저절로 힘이 빠져나갔다.
* * *
“그 소식 들었어요? 슈리엘 공주님과 황태자 전하의 결혼 일자가 잡혔대요.”
“결혼이요? 약혼도 아니고?”
전부터 황태자와 토렌시아의 공주가 약혼할 거라는 말이 돌았었다.
하지만 약혼도 건너뛰고 바로 결혼이라니.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폐하께서 의식을 차리셨다고 하나 아직도 건강이 안 좋으신 상태인데, 황태자비가 공석인 건 좋지 않죠. 황후 자리도 비어 있기까지 하고.”
“하긴, 슈리엘 공주님은 폐하의 병환을 돌본 은인이시기까지 하니…….”
“이런 경사는 폐하께서 의식을 차리셨을 때 하는 게 맞긴 하죠.”
말을 주고받던 귀족들이 잠시 침묵한 사이, 누군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파에라톤 공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갑자기 공녀님은 왜요? 공녀님은 에스테반 황태자 전하께 관심 없었어요. 황태자 전하께서 쫓아다닌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여태까지 파에라톤 공녀가 그 연령대 중에선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레이디였잖아요.”
귀족 사회에서 루아티샤는 또래 영애 중 그 신분으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
황녀도, 다른 공녀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슈리엘 공주님이 황태자비가 되시면 파에라톤 공녀보다 더 위로 올라가는 거잖아요?”
“확실히. 황태자비 앞에서는 파에라톤 공녀 역시 고개 숙여야만 하겠네요.”
“하지만 공녀님께서는 성녀 예하이시기도 해요. 그렇게 단순하게 상하 관계를 나눌 순 없죠.”
“흥, 솔직히 성녀라면서 공녀가 한 게 뭐 있나요?”
“성녀의 탄생 자체가 축복이라는데 파에라톤 공녀가 성녀 위에 오르고 나서 축복은커녕 오히려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고 있잖아요.”
“이거 비밀인데, 잘못된 사람이 성녀 행세를 하고 있어서 신께서 노하신 거라는 말이 있어요.”
“내가 듣기로는 신전 자체가 비리의 온상이라던데요? 애초에 크레센티오 신관을 제외하면 딱히 신성력을 잘 쓰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들었어요. 진짜 신관들은 음지로 쫓겨났다고 하더라고요.”
“쫓겨난 신관들이 진실을 설파하고 있다고 들어서 저도 가 봤는데一.”
“지랄하네.”
갑자기 말을 툭 끊고 들린 뾰족한 목소리에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뒤를 돌았다.
“듣자 듣자 하니 빡치게.”
“포, 포셰트 영애.”
사교계의 망나니, 카멜리아 포셰트가 뒷목을 주무르며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파티에 왔으면 그냥 놀다 가라, 응? 이상한 헛소문이나 퍼트리지 말고.”
“헛소문이라니요.”
“뭔 진짜 신관들이 신전에서 쫓겨나. 그딴 음모론은 사이비에서나 말하는 거겠지.”
“음모론이 아니라 진짜예요. 제가 직접一.”
“응, 다음 사이비교도.”
“포셰트 영애!”
“루루가 하는 일이 없다고? 와, 진짜 양심도 없고 염치도 없네. 너네 영지에 났던 산불 수습, 누가 다 해줬지?”
“그건一.”
영애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러나 곧 그녀는 이를 악물고 카멜리아를 노려봤다.
“애초에 파에라톤 공녀가 성녀가 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예요.”
“응, 그렇게 남 탓만 하면 편해서 좋겠다. 근데 그거 멍청하다고 티 내는 거라는 건 알고 있지?”
“남 탓이 아니라一.”
“그게 남 탓이 아니면 뭔데?”
카멜리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팔짱을 꼈다.
“필요할 땐 도움 다 받아놓고 내 친구 뒷담 깔거면 꺼져. 아, 진짜. 이 녀석은 왜 이딴 수준 낮은 것들까지 초대한 거야.”
카멜리아는 파티의 주최자인 남동생을 탓하며 휙 돌아섰다.
몇 걸음 걷자 그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내 친구.
그 말을 할 때 내심 뿌듯했다.
카멜리아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미첼로인 영애의 부탁으로 저런 애들까지 초대하긴 했지만.’
도대체 왜 초대하라고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근데 일부러 초대한 거면 내가 저렇게 뭐라고 하면 안 됐던 거 아닌가?’
루아티샤가 보여줬던 소설에서처럼 겉으로는 친절하게 대하며 뒤로 공작을 꾸며야 했다던가.
고민하던 카멜리아는 고개를 털었다.
‘에이, 몰라. 그치만 엄청 열 받았다고!’
다시 생각해도 빡친다.
씩씩거리던 카멜리아가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루루.’
사교계가 이토록 엉망인데 왜 두문불출하는 걸까.
그러면 그럴수록 이상한 소문이 활개를 치는데.
루아티샤 대신 사교계의 중심 역할을 하던 미첼로인 영애까지 슈리엘인지 신발리엘인지랑 어울려 다니니 더 그랬다.
아무래도 미첼로인 영애는 뭔가 계획이 있는 것 같지만.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그렇지, 분위기가 너무 기괴해. 괜찮았던 사람들까지 확 이상해지는 게 꼭 뭐에 홀린 것처럼…….’
카멜리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머리 터져라 생각해봤지만, 딱히 답이 나오진 않았다.
원래 머리를 쓰는 건 자신의 취미가 아니었다.
포셰트는 창문을 등지고 툭 몸을 기댔다.
‘루루, 빨리 돌아와.’
보고 싶어.
하필이면 키스하기 직전에서 소설이 끊겼단 말이야.
그리고…….
‘너도.’
동갑내기 친구와 아무 생각 없이 평화롭게 웃고 떠들던 때가 그리웠다.
* * *
“루루!”
“다들 오랜만이야.”
“그러니까. 몰래 만나는 것도 힘들다.”
클라우디아와 자스민, 티리엘이 재잘재잘 떠들며 자리에 앉았다.
“네가 나오지 않는 동안 사교계가 정말 미쳐 돌아갔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티에 때문에 나 역시 본격적으로 다시 사교계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두문불출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나랑 슈리엘 공주랑 한판 크게 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싸움을 피한 꼴이 되어버렸지.’
그러면 사람들의 마음은 클라티에에게 기울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클라티에는 공식적으로 황제를 치유한 제국의 은인.
또 곧 황태자비가 될 존재였다.
황후가 없는 제국에서 황태자 비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다.
황제가 깨어났다고는 하나 정무를 볼 수도 없는 상태이니 더더욱.
황비님이 계시긴 하지만, 귀족들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클라티에의 권세가 황비님을 넘어설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황태후의 경우가 그렇지 않은가.
정쟁에서 져 자신의 아들이 아닌 후궁 소생의 황자가 황제가 되는 바람에 황태후의 직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권력의 최정점에 서지는 못하고 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슈리엘에게 꼬리를 말고 도망갔다고 생각할 테니.”
아프타네스의 유산 안에서 18일 동안이나 갇혀 있던 동안 이미 분위기는 그렇게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뒤늦게 사교계에 가서 떠난 버스를 잡으려고 애쓰지 않고 다른 것에 집중했다.
“완전 난리 났어. 예전에는 사교도들이 몰래몰래 활동했잖아. 이제는 대놓고 말해.”
“그만큼 세력이 늘어났다는 거겠지.”
“그래도 카멜리아 걔가 할 말 다 해서 속이 시원하긴 하더라. 진짜 나 요즘 인내심 기르는 수양을 하는 기분이야.”
클라우디아가 다크써클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침착하고 차분한 그녀라고 할지라도 슈리엘 옆에서 개소리를 계속 들어주며 맞장구쳐주는 건 힘든가 보다.
‘클라우디아는 카멜리아랑 성격이 너무 달라서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대강 카멜리아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지 눈에 선했다.
원래 앞뒤 안 가리고 행동하는 애니까.
“카멜리아가 그렇게 이목을 끌어주는 덕분에 내가 활동하기 편한 것도 있고.”
클라우디아가 내가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네가 원했던 명단이야.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다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말에 나는 미소 지었다.
“보면 알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