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0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03화(303/353)
☆ 제303화 ☆
* * *
[정신 차려.]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클라티에는 흠칫했다.
[또다시 루아티샤에게 말려 들어갈 셈이야?]그 질책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칫하면 과거와 똑같은 결말을 맞을 뻔했다.
‘예전의 내가 아니야.’
설마하니 루아티샤가 에델의 풀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 줄은 몰라서 당황하긴 했다.
하지만一.
[그래봤자 바뀌는 건 없어. 애초에 네 손에는 지금 이 상황을 뒤집을 패가 있잖아?]‘그래, 맞아.’
이미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목소리로 호도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그건 이미 한 번 뼈저리게 겪지 않았던가.
“파에라톤 공녀.”
침착을 되찾은 클라티에가 루아티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재해를 일으키고 수습하는 척하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한 것으로 모자라 이번에는 황제 폐하를 협박해 내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겁니까?”
“증거가 명백한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요?”
시드리한이 가져온 마석부터 에델의 풀, 황제의 증언까지.
확실히 루아티샤의 말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명백했다.
“과연 그 증거가 누구의 죄를 증명할지 한 번 보면 알겠죠.”
클라티에의 연둣빛 눈동자가 루아티샤를 직시했다.
“마석에 깃든 힘, 그리고 황제 폐하를 해했다는 풀에 감춰진 힘.”
“…….”
“그 힘의 근원이 어디서 온 것인지. 누가 사용하던 힘과 똑같은 힘인지.”
클라티에가 성물을 꽉 움켜쥐었다.
“성녀께서 사용한 이 성물이 확실하게 증명해 줄 테니까!”
그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성물에서 맑디맑은 빛이 터져 나왔다.
아무런 흠결도 없는, 어둠을 밝히는 새벽의 첫 볕처럼 한없이 순결한 빛.
“아름다워…….”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리며 홀린 듯 그 빛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아닌데……?’
클라티에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계획대로라면 이 성물에서는 정제된 사기가 나와야 했다.
그런데 지금 성물에서 나오는 힘은 전혀 달랐다.
한없이 온화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빛.
‘분명 내가 했던 준비는 완벽했을 텐데……?’
영악한 루아티샤가 재해의 핵을 발견할 것까지 대비해서 크레센티오를 속여 성물을 손에 넣었다.
이 성물에 정제된 사기를 넣어 루아티샤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서!
그렇게만 되면 저 지긋지긋한 루아티샤도 끝이었다.
대단하신 파에라톤 공작가까지 단번에 끌어내릴 수 있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계책!
루아티샤가 보는 앞에서 제 아비와 오라비들을 불에 태우고 목을 칠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모두가 인류의 적이 된 루아티샤에게 침을 뱉고 돌을 던지겠지.
루아티샤는 저주와 비난 속에서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어갈 것이다.
종래에 숨이 끊겨도 그 누구도 시신조차 수습해주지 않겠지.
그리고 자신을 버린 타렌카 후작에게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게 하리라.
그렇게 되면 그도 루아티샤가 아니라 자신을 선택해야 했다고 절절하게 후회할 터.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아프타네스가 마지막 남은 힘을 전부 걸었던 대리자가 죽는 순간, 세상은 더 빠르게 파멸을 향해 달려갈 테니까.
더러운 인간들을 전부 다 죽이고 깨끗이 청소할 생각이었다.
리리엘의 뜻대로 이 세상에서 아프타네스의 흔적을 다 지울 셈이었다.
오직 자신과 리리엘을 따르는 인간들에게만 새로운 몸을 내려주어 영원히 자신을 경배하고 찬양하게 하리라!
그런데.
‘어째서……?’
천사의 날개와도 같은 순백의 빛은 한자리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빛이 클라티에의 주변을 휘도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몸 안에서 힘이 거칠게 파도치는 것을 느꼈다.
‘아, 안돼!’
클라티에는 역류하는 힘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역류하던 힘이 기어코 밖으로 터져 나왔다.
“커헉……!”
클라티에의 몸에서 새빨간 핏빛의 기운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기운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심장에 소름이 돋는 것 같은 본능적인 거부감.
“저, 저건 사기……?”
“사기가 왜……. 그것도 황태자비의 몸에서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떠올랐다.
성녀 행세를 하던 리리엘의 몸에서 솟구치던 사기.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백했다.
황제가 입을 열어 외쳤다.
“기사단은 들으라! 감히 재앙을 일으키고 성녀를 모함해 제국과 인류의 안녕을 위협한 역적을 당장 잡아들여라!”
황제의 지엄한 명령에 황실 기사들이 검을 빼 들었다.
그러나 클라티에의 주변으로 타오르는 사기에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병장기를 꺼내든 기사들이 내는 소음으로 홀 안은 먹먹했다.
그 소란 속에서 클라티에는 오도카니 선 채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홀로 오롯이 초연한 얼굴.
파라이바빛 눈동자는 어렸을 때와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혼자 꼿꼿한 척, 깨끗한 척, 고결한 척하는 위선적인 눈동자.
[죽이고 싶어?]죽이고 싶어.
[내게 그랬지. 루아티샤를 죽일 수만 있다면,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뭐든 할 수 있어.
영혼이고 생명이고 전부 다 바칠 수 있다.
저년을 죽일 수만 있다면.
나를 바라보는 저 눈을 파낼 수만 있다면……!
[좋아.]리리엘의 목소리와 동시에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은 격통이 척추를 강타했다.
“허으, 아…….”
클라티에의 몸에서 악취가 피어올랐다.
계란이 썩는 것 같은 유황 냄새.
우드득, 까드드득!
뼈가 갈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러로 사기를 막아내던 황실 기사들은 멈칫하며 클라티에를 바라보았다.
“크흐, 흐, 흐하하하!”
기묘하게 몸이 꺾인 채로 클라티에가 광소를 터트렸다. 입 끝이 비죽 찢어진 기괴한 모습이었다.
살이 찢기고 뼈가 뒤틀리는 고통마저 반가웠다.
그 고통을 상회하는 축복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전신을 내달리는 강력한 힘!
혈류가 거세게 질주하고 심장이 한계를 넘어서 뛰었다.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충만한 힘을 즐긴 클라티에가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굴렸다.
이제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그 눈동자에 비친 것은 루아티샤였다.
* * *
“꺄아악一!”
“저, 저 괴물!”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어!”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홀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여, 영애? 갑자기 왜 그러시는 一. 크아아악!”
멀쩡하던 사람들이 붉은 사기에 휩싸이더니 괴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의 손을 잡고 도망치던
어린 영애가 불안한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갑자기 멈춰 서서 부들거리는 아빠를 보니 두려움이 왈칵 찾아왔다.
“아, 아빠. 왜 그래요. 나 무서워.”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아빠를 보고 아이의 얼굴이 밝아진 순간이었다.
“끄르륵一.”
아빠의 얼굴은 이미 인간의 형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비죽 튀어나온 손이 그대로 아이를 향해 휘둘러졌다.
아이는 비명도 못 지르고 주저앉아 눈을 꽉 감았다.
“……?”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가 살며시 눈을 떴다.
단단한 등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결치는 분홍빛 머리카락, 새하얀 예복.
“성녀님……?”
그 부름에 루아티샤가 아이를 돌아보았다.
“괜찮아?”
그제야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기 시작했다.
“서, 성녀님. 아빠가, 아빠가…….”
루아티샤는 아이를 끌어안아 보호하며 외쳤다.
“크레센티오!”
“이쪽이다.”
크레센티오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결계를 펼쳤다.
루아티샤는 아이를 안은 채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에서 언니, 오빠들이랑 같이 있어. 절대 나오면 안 돼. 알았지?”
아이는 루아티샤의 옷자락을 꾹 잡은 채 놓지 못했다.
“여기에 있으면 내가 꼭 구해줄게. 언니 믿지?”
아이는 여전히 무서워 보였지만, 떼를 쓰지도 않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모습에 가슴이 아려와 루아티샤가 이를 악물었다.
홀 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가족이, 연인이, 친구가 괴물이 되어 소중한 사람들을 잡아 먹으려 하고 있었다.
인간을 양분으로 삼기 위해서.
그리고 그 양분은 클라티에에게로 흡수되고 있었다.
‘클라티에……!’
루아티샤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클라티에를 노려보았다.
인두겁을 쓰고 이딴 끔찍한 일을 저지르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절대 곱게는 안 죽인다.’
루아티샤가 클라티에를 향해 진각을 밟았다.
“어머, 아직은 안 되지.”
클라티에가 히죽거리며 손을 휘두르자 핏빛의 사기로 이루어진 뱀이 아가리를 벌린 채 루아티샤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수십이 되는 괴물들이 일제히 루아티샤의 앞을 막아섰다.
[잘했어. 시간이 우리의 편인데 굳이 지금 정면으로 붙을 필요는 없지.]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들의 생명력이 양분이 되어 클라티에에게 더 강력한 힘을 선사하고 있었다.
‘내게 더 많은 힘을! 루아티샤 따위 단번에 눌러 죽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원해!’
그 염원에 반응하듯 괴물들에게서 뻗어져 나온 사기가 마치 고치처럼 클라티에의 주변에 뭉치기 시작했다.
자신을 감싸는 넘치는 생명력을 느끼며 클라티에가 비죽 웃었다.
이제 알겠다.
이전의 자신은 아직 날개를 펼치지 못해서 루아티샤에게 당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진정한 자신으로 거듭나 새로 태어날 테니까!
징그러운 붉은 피막이 클라티에를 완전히 감쌌다.
두근두근 맥박치는 피막 속에서 그녀가 웃었다.
‘나는 나비가 될 거야!’
* * *
쿠웅!
새까만 마기가 피어오르자 괴물들이 쓸려나갔다.
파에라톤 공작이 내딛는 걸음마다 괴물들이 종잇장처럼 쓰러졌다.
‘과연 파에라톤 공작…….’
황실 기사단장이 침을 꿀꺽 삼키며 감탄을 흘렸다.
오러를 써도 쉽게 베이지 않을 정도로 괴물들은 강력했다.
오러 유저인 황실 기사 셋이서 겨우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
그런데 파에라톤 공작은 어떤가.
공작만이 아니었다. 그의 아들들인 공자들도 인간을 넘어선 무위를 선보이고 있었다.
때마침 기사단장의 눈앞에 마기가 검은 번개처럼 뻗어나갔다.
“한꺼번에 다섯. 내가 더 잘했어. 봤어, 솜뭉치?”
“유치하긴.”
혀를 찬 아레스의 발밑에서 마기가 파도를 쳤다.
소리 없이 일어난 그림자가 단번에 괴물 일곱을 집어삼켰다.
아레스는 딱히 말을 하진 않았지만 뿌듯한 얼굴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이 상황에서 한눈을 팔 정도로 여유 있다니…….’
거기다.
“추잡하고 못생겼어. 막내의 예쁜 눈을 더럽혀.”
저런 말을 중얼거리며 무표정하게 괴물들을 학살하는 제온 파에라톤까지.
왜 파에라톤이 파에라톤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시드리한 황자께서 저 정도의 무력을 갖추셨단 말인가!’
시드리한의 자질이 에스테반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각도에서 자유자재로 형성된 얼음기둥이 괴물들을 꿰뚫고 동시에 사람들을 보호했다.
‘빙결 이능을 이렇게까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얼음 기둥 하나만 생성해도 온 신경을 쏟는 게 보통이었다.
심지어 시드리한은 이능을 하나만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얼음 기둥이 박히고서도 움직이는 괴물들이 표피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독이라니…….’
독이 이능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었단 말인가?
거기다가 한 사람이 두 가지의 이능력을 다루다니.
시드리한이 빙결의 이능을 지닌 건 알았지만 독에 관련된 건 전혀 몰랐다.
‘황궁에 돌아와 정치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이빨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아니, 왜 자꾸 악마라고 하는 거야. 마족들은 이러지 않거든?”
불만스레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루아티샤의 친구라던 카인이 괴물들에게서 사기를 빼앗고 있었다.
‘대체 정체가 뭐지?’
어쨌거나 사기를 빼앗긴 괴물들은 약화되어 기사들이 상대하기도 수월했다.
어지러운 전황.
하지만 노련한 기사단장의 눈에는 전황의 중심이 잘 보였다.
다들 각개 전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루아티샤가 손쉽게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보조하고 있었다.
파사의 힘과 강력한 오러를 지닌 루아티샤가 마음껏 힘을 펼칠 수 있도록.
그 덕분에 루아티샤는 더 과감하게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위험을 주변에서 엄호해줄 것을 믿고.
‘그야말로 완전히 서로를 믿고 있군.’
그리고 저런 강력한 결계를 펼칠 수 있는 크레센티오까지.
기사단장이 검을 바투 쥐었다.
오러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 괴물들을 보고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자신의 단원들에게 기사단장이 소리를 높여 격려했다.
“밀리지 마라! 적어도 짐이 되어선 안 된다. 성녀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 * *
“주, 죽을 거야……. 우리 전부…….”
결계 안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저 황태자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억울하고 두렵고 무서웠다.
공포는 참으로 전염되기 쉬운 감정이었고 이 상황에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그때였다.
“아니야! 안 죽어!”
앳된 목소리가 결계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어린아이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와들와들 떨리는 몸으로 외쳤다.
“언니가 구해준다구 했어! 다치지 않을 거라고 했어!”
때마침 기사단장의 외침이 들렸다.
“성녀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차마 두렵고 무서워서 괴물이 득실거리는 결계 밖을 쳐다보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 고개를 들었다.
절망에 빠진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걸 수 있는 희망.
악을 섬멸하고 인류를 구원한 신의 대리자.
과연 황금빛의 관을 쓰고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예복을 입은 성녀 예하께서一.
꽈앙!
콰과과과광! 꽝!
괴물들을 보이는 족족 패고 계셨다.
“…….”
괴물들과 함께 천년목으로 만들어진 기둥이 무너지고 오러로도 자르기 힘들다는 백강석 이루어진 바닥이 움푹 패였다.
어떻게 된 게 검을 휘두르는 데도 베어 넘기는 게 아니라 그냥 패는 거 같지?
“어우 씨! 더러워! 못생겼어! 징그러워! 개빡치네! 다 족쳐버릴라!”
성녀님께서 욕하고 계신 거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
‘충격으로 귀가 잘못돼서 환청이 들리나?’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의 신체 상태를 의심하며 루아티샤의 실드를 쳤다.
비록 고막이나 머리에 이상이 생겼을지라도 어쨌든 더 이상 두렵진 않았다.
“서, 성녀님을 따르라!”
기사단장이 말을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