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0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04화(304/353)
☆ 제304화 ☆
‘왜, 어째서 이런 일이…….’
에스테반은 살아 있는 지옥이 된 성혼식 홀 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슈리엘이 기묘한 힘을 지녔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손을 잡았다.
아니, 오히려 알고 있기에 손을 잡은 것이다.
도움도 안 되는 무능한 측근들과 달리 슈리엘은 충분한 힘이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황태자로 세웠음에도 탐탁지 않아 하는 아버지.
시드리한이 다시 돌아오고 나서는 더더욱 눈빛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그랬던 황제조차 슈리엘의 손에 쓰러졌다.
모든 것은 잘되어 가고 있었고, 이제 자신에게는 절대 권력을 삼키는 일만 남은 상황이었다.
루아티샤 역시 오늘을 기점으로 결국 제 손에 떨어질 예정이었다.
날개가 꺾인 채 모든 것을 잃은 그녀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으니까.
분명 그랬을 텐데一.
“전하!”
커다란 외침과 함께 에스테반의 눈앞에 오러가 튀었다.
에스테반의 몸을 반으로 찢으려던 괴물의 팔이 썰려 나갔다.
‘……!’
괴물의 팔이 땅에 떨어지고 나서야 에스테반은 정신을 차렸다.
‘방금 진짜로 죽을 뻔했어.’
바로 코앞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냄새에 심장이 차가워졌다.
설마하니 자신까지 공격할 줄은 몰랐다.
“정신 차리십시오, 전하!”
괴물의 완전히 숨통을 끊은 자가 에스테반의 팔을 거칠게 잡아채 자리를 옮겼다.
에스테반의 검술 스승인 차임 베르크 공이었다.
“도, 도망쳐야 한다. 차임베르크 공, 어서 나를 엄호해라. 비밀통로로 이곳을 빠져나가면 돼. 어차피 통로 안엔 사람도 없으니 괴물도一.”
두서없이 말을 하던 에스테반이 멈칫했다.
이 다급한 상황에 차임베르크 공은 아무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스테반이 붉어진 얼굴로 외쳤다.
“무엇 하는가! 나는 이 제국의 황태자이자 미래다! 내가 무사해야 제국이 유지되고 명맥이 끊이지 않는 거다!”
차임베르크 공은 한참 동안 가만히 에스테반을 바라보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전하.”
* * *
‘끝이 없어.’
클라우디아에게 사교도의 명단을 받았을 때도 놀랐지만, 직접 상대하고 있자니 정말 엄청 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一.’
루아티샤의 시선이 힐끗 위를 향했다.
그곳에는 붉은 피막으로 이루어진 징그러운 고치가 두근거리며 맥동하고 있었다.
다만 그 고치에 연결된 사기 중에는 밖에서부터 뻗어져 온 것이 하나, 둘 추가되고 있었다.
광신도들은 이곳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밖에는 대응할 인력이 없을 텐데.’
루아티샤는 홀의 벽면을 따라 장식된 거대한 크리스탈을 바라보았다.
가장 큰 크리스탈에는 아칼란테스 궁 바로 앞 광장의 모습이 비쳤다.
수많은 사람들이 황태자의 성혼식을 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다른 크리스탈에도 제국 각지의 중앙 광장의 모습이 영사되고 있었다.
오늘 성혼식을 중계하기 위해 설치한 양방향 통신 크리스탈이었다.
광장 쪽에 설치된 크리스탈에는 성혼식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성혼식 홀의 벽면에 설치된 크리스탈에는 그런 광장의 모습이 배경처럼 중계되었다.
온 제국민의 축복과 축하를 받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내게 누명을 씌우는 모습을 전제국에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겠지.’
그 덕에 마치 관제탑처럼 다른 곳의 상황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아칼란테스 궁 앞 광장에는 이미 괴물화가 시작되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다른 곳은 아직 괜찮았다.
아무래도 고치화가 된 클라티에와 거리가 멀어서 미처 그 영향이 닿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 말은 다시 말해서
‘시간이 지나면 가까운 곳부터 차례로 괴물화가 시작될 거야.’
안전한 곳은 오직 파에라톤령뿐이었다.
파에라톤령에 루아티샤의 영향력이 최대치라 사이비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시간을 끌수록 상황은 악화 돼.’
클라티에가 고치 안에서 계속해서 생명력을 흡수해 강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이다.
루아티샤의 검 끝에서 검은 오러가 더 날카롭게 솟구쳤다.
콰앙一!
대검 앞에서 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럼에도 마음이 급하다.
‘어떻게 해야一.’
툭.
루아티샤는 자신의 어깨를 치는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
“라파엘!”
“그렇게 네가 다 처리하려고 하다간 바로 앞에 있는 것도 놓친다.”
언제나와 같은 여상한 태도.
“뭐, 이럴 땐 좀 기대라고.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라파엘이 씨익 웃었다. 조금은 개구져 보이는 웃음.
이제는 훌쩍 커서 얼굴에 젖살도 쏙 빠진 데다 검사답게 몸도 굵었지만, 그 표정만큼은 어렸을 때와 똑같다.
“……뭐야.”
라파엘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최근一 아니, 그 이전부터 루아티샤가 무언가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하지만 단 한 번도 캐묻지 않았다. 섭섭하다는 티도 내지 않았다.
그저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있어 주었다. 다소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그리고 이렇게 필요할 때 손을 뻗어준다.
“고마워.”
“네가 그런 인사를 하니까 좀 소름 돋는데.”
라파엘은 별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많이 하거든?”
루아티샤의 불만에 라파엘이
씩 웃고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은 채 무릎을 굽혔다.
“그럼 성녀 예하. 조금 이따 뵙지요.”
루아티샤는 입술을 깨문 채 그를 바라보았다.
라파엘을 실력을 못 믿는 건 아니다.
최연소 소드 마스터.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타이틀이지만, 로판 세계에 태어나서 깨달았다.
그 타이틀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없을 빛나는 재능과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서도 쉬이 얻지 못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때, 라파엘이 입을 열었다.
“나를一.”
“믿어.”
함께 해온 세월이 얼마던가.
라파엘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어떤 마음인지 단번에 알아챈 루아티샤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이따 꼭 봐야해. 알았지?”
“그래.”
“그리고 너도 나를 믿어.”
라파엘이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저 위험한 곳에 너를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라파엘은 미소 지었다. 루아티샤가 보았던 그의 미소 중 가장 근사한 미소였다.
그는 몸을 돌려 그대로 밖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 * *
“가, 감사합니다, 델바트렌 공자님!”
라파엘은 인사를 하는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바로 지척에 괴물에게 먹히려는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에게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아.’
오러를 최대치로 뽑아내 아무리 넓은 범위를 사수한다고 해도 그의 몸은 하나였다.
거기다가 괴물들은 사람들과 뒤엉켜 있는 상황이었다.
광범위 공격을 쏟아부으면 사람들이 죽는다.
괴물만 죽이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구하면서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흐아아아앙!”
주저앉아 우는 아이의 울음에 라파엘이 서둘러 몸을 던졌다.
카가가각一!
오러가 잔뜩 실린 검이 단번에 무려 괴물 셋의 공격을 받아냈다.
실로 엄청난 방어!
하지만.
‘이런……!’
라파엘은 좌측과 뒤에서부터 괴물들이 쇄도해 들어오는 것을 감지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검을 빼면 아이가 죽는다.
라파엘은 이를 악물었다.
“믿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루아티샤의 눈동자가 눈앞에 떠올랐다.
라파엘은 딱히 루아티샤와의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치고, 하지 말라는 건 오히려 더 했다.
“……그러니까 이따 꼭 봐야 해. 알았지?”
“그래.”
그러니 그 약속을 지키지 못 해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라파엘은 아이의 몸에 오러를 둘렀다.
그의 발끝이 땅을 꾹 밀어냈다.
포기하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진 싸울 것이다.
그러나 몸을 아끼면서, 다치지 않으며 싸우는 건一.
검병을 쥔 라파엘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미안.’
“하아아앗!”
기합과 함께 검에 오러가 치솟았다.
무리한 오러 운용에 기혈이 뒤틀리는 게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라파엘이 자신의 검을 짓누르고 있던 괴물 셋을 그대로 베어냈다.
강력한 힘으로 좌측까지 크게 베어냈지만, 뒤에서 치고 들어오는 공격은 허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괴물이 그대로 라파엘의 머리를 그대로 뜯어먹을 것처럼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때였다.
“계승자의 뜻을 따르라!”
퍼억!
커다란 외침과 함께 괴물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라파엘은 뒤를 돌았다.
흰장미의 귀공자라 불리는 펠릭스 카이셴이 무기를 높게 치켜든 채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뒤로 카이셴 가문의 사람들이 뒤따랐다.
그들의 손에는 처음 보는 형식의 기묘한 무기가 들려 있었다.
마법사의 스태프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모습. 오히려 성직자들의 목장과 비슷했다.
그들은 괴물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아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스태프에서 터져 나온 새하얀 빛은 마치 흐드러진 꽃잎처럼 괴물을 휘감고 움직임을 제한했다.
라파엘은 다소 얼떨떨한 느낌으로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내가 그랬잖아. 나를 믿으라고.”
“위험한 곳에 너를 혼자 두지 않는다고 했지?”
루아티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언제나 그를 향해 짓는 짓궂은 미소도.
라파엘은 검을 들어 올렸다.
‘할 수 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카이셴 가의 사람들은 괴물을 전문적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슈리엘이 영역을 더 넓혀 점점 많은 사교도들이 괴물로 변하기 전에, 더 빠르게一.
‘막을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까드드득!
소름이 돋았다.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린 것만 같은 느낌.
끄륵, 끄르르륵一.
‘대체 무슨 일이……?’
라파엘이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크리스탈에는 성혼식 홀 안의 상황이 비쳤다.
징그러운 피막이 부풀어 올랐다 수축하기를 반복하며 점점 더 몸피를 부풀리고 있었다.
콰드득!
핏줄과도 같은 흉측한 선이 피막 위로 퍼지더니 고치가 더 위로 솟아올랐다.
위로, 더 위로.
커다란 고치가 아칼란테스 궁 위로 달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마치 풍선처럼 내부가 부풀었다.
푸슉一!
한순간에 고치가 수축하며 질척거리는 새빨간 기운이 피처럼 터져 나왔다.
그 섬뜩한 광경에 라파엘이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이었다.
“커헉……!”
사람들이 입과 코에서 검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사기……!’
라파엘은 서둘러 오러를 운용해 전신을 보호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고, 공자님……. 아파요. 도, 도와주세요. 구해주세요…….”
검은 피를 눈물 대신 흘리며 사람들이 그의 발치에 매달려 애원했다.
괴물을 상대하는 법을 아는듯했던 카이셴 가문의 사람들조차 움직임이 둔해졌다.
“크아아아一!”
퍼지는 사기 속에서 괴물들은 새 생명을 얻은 듯 괴성을 내 지르며 쓰러진 사람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젠장.’
솟았던 희망이 한순간에 꺼졌다.
‘이대로 가다간 전부一.’
그때.
라파엘은 자신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태양마저 가리는 그림자.
‘대체 또 어떤 재앙이一.’
하지만 고개를 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거대한 환수가 그의 위에서 도약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태양이 다시 드러나며 환수를 비췄다.
정확히는 환수의 위에서 허리를 세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라파엘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소꿉친구가 성녀 같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一.
반짝이는 태양을 머리 위에 인 루아티샤가 손을 내뻗었다.
마치 세상에 고요한 밤의 장막을 드리우듯, 성녀의 손끝에서 파사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 * *
루아티샤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피막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징그러워.’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사기를 퍼트리다니.’
이대로 가다간 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다.
무고한 일반 시민들은 물론, 괴물과 클라티에에게 대항해서 싸우는 용기 있는 사람들까지도.
‘크레센티오의 결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크레센티오는 결계를 계속해서 확장 중이었다.
하지만 결계까지 사람들이 도착하는 것도 힘든 상황.
“니케!”
루아티샤의 부름에 허공에서 진이 생겨났다.
거대한 환수의 등장에 지쳐 있던 홀 안의 사람들의 시선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그래, 환수와 성녀님이 계신다.
“마마!”
루아티샤는 니케의 등에 훌쩍 올라탔다.
“높게 도약해. 파사의 힘을 퍼트릴 거야.”
“웅!”
니케가 그대로 뒷다리를 박찼다. 그대로 머리를 천장에 박을 것처럼 높은 도약이었다.
그러나 천장은 환수의 앞발 휘두르기 한 번에 부서져 나갔다.
홀 밖으로 나온 니케가 궁의 꼭대기에 착지한 후, 다시 한번 허공을 향해 도약했다.
파사의 힘을 퍼트리기 최대한 넓게 퍼트리기 좋도록.
“에르메스 짹!”
“바람길을 만들겠다, 짹!”
포르르 날아오른 에르메스 짹이 짧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신수의 주변을 바쁘게 쏘아 다녔다.
전령새가 다니는 길은 가장 빠른 길.
이 길을 통해 파사의 힘은 더 빠르게, 최소한의 소실로 퍼져 나갈 것이다.
‘좋아.’
루아티샤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눈을 감았다.
그녀에게만 허락된 신의 힘.
그 강대한 힘이 전신을 휘돌다 밖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 *
고치 안에서 눈을 감은 채 웅크려 있던 클라티에가 눈을 반짝 떴다.
‘이건…… 파사의 힘?’
그것도 광신도들과 인간을 양분 삼아 쏟아낸 사기가 정화될 정도로 강력했다.
심지어 범위조차 넓다.
‘……이 정도로 강했다고?’
아니다.
일전에 크레센티오를 구해낼 땐 분명 이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사이 더 강해진 건가? 대체 어떻게?’
분명 계속해서 신도들을 모으던 자신과 다르게 루아티샤는 두문불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제에 더 큰 힘을 손에 넣다니!
어째서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 보다 루아티샤가 항상 더 손쉽게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걸까.
‘대체 얼마나 날 괴롭혀야 만족한 거야!’
단단한 고치 안에는 파사의 힘이 깃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클라티에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