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0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05화(305/353)
☆ 제305화 ☆
[그래. 더 분노하거라. 더 증오해.]“죽여버릴 거야. 가장 비참하게. 네 눈앞에서 네 가족들을 산 채로 뜯어먹어 주겠어.”
까드드득一.
그 말에 맞춰 클라티에의 이빨이 흉측하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다! 더 증오해라! 더 미워해라!]머릿속에서 둥둥 울리는 목소리가 깔깔깔 거리며 만족스레 웃는 것이 들렸다.
[너의 그 증오가 나의 신도들에게 전달되고 그게 곧 내 힘이 될 테니!]처절하게 찢어 죽여!
아흔아홉 갈래도 약해!
아예 형체도 없이 이 세상에서 지워버려라! 살 점 한 조각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그래. 이 세상에서 루아티샤의 흔적 따위 전부 지워버릴 거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름의 한 글자조차 남지 못하게.
생각이 뒤엉키고 증오심이 뒤섞였다.
무엇이 자신의 생각이고 무엇이 다른 누군가의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든 똑같은 생각이니까.
그런데.
‘一원래 리리엘의 목소리가 이랬나?’
살심이 온정신을 뒤흔드는 가운데 둔하게 그런 의문이 스쳤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루아티샤를 죽였다.
그럴수록 혈관을 타고 더 강한 힘이 돌았다.
클라티에는 핏줄이 잔뜩 돋아난 손을 내뻗었다.
쿠구구구궁!
기묘한 땅울음을 느끼며 클라티에는 찢어진 입가를 비죽 올렸다.
* * *
쿠구구구궁!
갑자기 들리는 맹렬한 진동음에 나는 깜짝 놀라 아래를 바라보았다.
‘땅이……!’
땅이 갈라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갈라진 땅 아래에 핏빛의 바다가 보였다.
아니, 그건 바다가 아니었다. 이 위에서 전체를 보니 그건 아주 커다란 구체였다.
핏빛의 구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나는 이것과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뮤리엘의 술수에 당해 마계로 통하는 게이트가 열렸을 때.
‘설마一.’
내 생각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구체에서부터 마물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끼릭! 끼리리리릭!
수십 개의 다리가 빠르게 움직인다.
“꺄아아아아악!”
지상 위로 올라온 마물들을 본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괴물만 해도 지옥이 이럴까 싶었는데 그보다 몇 배는 큰 마물들을 보니 어떻겠는가.
나는 니케의 털을 바짝 움켜쥐었다.
‘제도 전체에 게이트를 여는 술법진을 그려놨을 줄이야!’
사이비 교도들이 가진 건물들이 중심축 역할을 해줬던 거겠지.
제도에서도 대형 화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었다.
그 생명을 제물로 바쳐 예전에 뮤리엘이 열었던 것과 비교도 안 되는 커다란 게이트를 연 것이다.
‘어차피 저 마물들은 사기로 인해 변형된 존재. 그러니 사기를 정화하면一.’
그때, 아래에서 사람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안 돼애一! 차라리 날 죽여! 날 잡아먹어! 내 딸은一.”
“피해야 합니다!”
“이거 놔! 내 딸을 두고는 못 가!”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시간이 너무 걸려.’
5분, 10분 안에도 수십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거기에 클라티에의 범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넓어져 가고 있다.
이제 제도 근교의 영지들까지도 사교도의 괴물화가 시작되었을 터.
‘이대로는 안 돼.’
타개책이 보이는 순간 계속해서 닥쳐오는 위기에 마음이 꺾이려고 했다.
‘아니야. 내가 그러면 안 돼.’
“마마?”
위로하듯 부르는 음성에 나는 니케를 토닥였다.
니케, 에르메스 짹, 크레센티오와 카인, 라파엘과 펠릭스, 그 외에 수많은 사람들.
모두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시선을 내리자 아빠와 오빠들이 보였다.
마물을 쓰러트린 가족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계속 나를 살피면서 싸우고 있어.’
그리고 시드.
우주와 같은 보랏빛 눈동자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독였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그러나 내 힘은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신의 대리자라며? 그러면 나를 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러다 사람들 다 죽겠다구!’
아프타네스에게 따졌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역시 사기꾼 악마를 수족으로 부리는 놈다웠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님, 천지 신명님!’
그렇다면 이판사판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한 명만 내 말 좀 들어주세요. 아니 다 같이 들어줘도 좋아요. 제발一.’
의미 없는 공허한 기원이라도,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필요했다.
그 순간.
[영수계가 친구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천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뻗습니다!] [마계가 자신의 인간에게 진한 사랑과 손키스를 날립니다!]마치 내 기원에 대한 화답처럼 알림창이 떠올랐다.
[천계. 마계. 영수계에서 개입을 시도합니다!] [영수들이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려 합니다!] [천족과 마족들이 인계로 강림하려 합니다!] [실패.] [재시도 중…실패.] [재시도 중…실패.] [재시도 중…실패.]계속해서 실패 알림이 떴다.
하지만 그 실패라는 글자 이상으로 재시도 중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제약을 벗어나려고 계속 시도 하는 게 절대 쉬울 리 없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계속一.’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먼저 포기할 순 없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신에게 비는 게 아니라 내 힘으로 해내겠다.
원래 그러지 않았던가?
처음부터 아프타네스가 도와줘서 저절로 이루어졌던 일은 없다.
항상 내가 구르면서 해냈지.
‘그러니까 이번에도!’
[개척자의 강력한 의지를 감지합니다!] [개척자는 인과를 벗어난 길을 걸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개척자의 도움으로 천족·마족·영수들이 일시적이나마 인과의 제약에 벗어날 수 있습니다.] [캐시를 사용해 영수와 마족, 천족에게 적용된 제약을 일시적으로 해제하시겠습니까?]“당연하지!”
생각보다 더 먼저 말이 튀어나왔다.
희망이 보인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남은 캐시를 전부 사용합니다.]그 알림과 동시에 흐드러지게 핀 샤이렌꽃 사이로 부는 바람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래 살고 볼 일이군. 내 생전에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이야.”
“악트셰라켄!”
악트셰라켄의 목소리가 이렇게나 반가울 줄이야.
고개를 돌리자 긴 뿔을 지닌 아름다운 영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이면서 내게 미리 말도 하지 않았던 건가!”
나도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악트셰라켄만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영수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너만 친한 척하지 마.”
“내 영역에도 와주었으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보는구나.”
조그마한 요정 같은 영수가 파닥거리며 내게로 날아오는 순간이었다.
끼에에에에一!
“위험해!”
요정 영수보다 수 배는 큰 마물의 발톱이 그대로 쇄도했다.
작디작은 영수의 몸은 그대로 반으로 찢길 것만 같았다.
“어르신이 말하는데 감히! 지능도 없는 미물 주제에 건방지군!”
하지만 반으로 찢기는 건 마물이었다.
‘조그만 몸으로 엄청나네.’
그때, 다사로운 햇빛이 내 머리에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구름을 가르고 빛이 내비치고 있었다.
서광처럼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빛.
그리고 그 빛 사이로 순백의 날개를 지닌 천족들이 강림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펼치는 강력한 결계.
한정적이었던 안전지대가 곳곳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 광장一 아니, 제도를 넘어서까지.
그리고.
“아으, 여기도 왜 이렇게 더러운 것들이 많아. 드디어 내 사랑을 보나 했더니.”
“빨리 청소하자고.”
검은 날개를 펼친 채 나른한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마족들까지.
그때, 나와 눈이 마주친 마족이 요염하게 윙크를 했다.
‘……마족들은 진짜 한결같구나.’
‘이런 상황에서까지?’
싶어서 어이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힘이 났다.
‘할 수 있어.’
* * *
“성녀님의 기도에 천사들이 강림했다!”
“영수의 뒤로 붙어라!”
“아, 악마지만 우리 편이다! 우리 편!”
천족과 마족, 영수가 가세한 효과는 엄청났다.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천족들이 만들어낸 결계 안에 부상자들과 민간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게 컸다.
아까 고치가 뿜어내었던 사기는 거의 정화된 상황이었다.
니케가 땅으로 내려앉자마자 아빠와 오빠들이 다가왔다.
“루루.”
“아빠.”
“고치를 공격할 거니?”
“……클라티에와 리리엘을 죽이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은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조금 머뭇거리며 변명하듯 대답했다.
위험한 일이라서 아빠가 반대하며 대신 하시겠다고 하면 어쩌지.
‘하지만 사기 덩어리나 마찬가지인걸. 내가 해야 해.’
파사의 힘을 지닌 것은 나뿐이다.
아빠는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보조하마.”
“네?”
“표피가 질겨 보이는구나. 아까 보니 파사의 힘도 닿지 못하던데 뚫기 힘들 거다.”
“반대…… 안 하세요?”
“하고 싶지만.”
아빠가 내 머리를 꾹 눌렀다.
“나는 너를 온실 속에 가둬두고 관상용 꽃처럼 키울 생각은 없다. 너는 내 딸이자 파에라톤이니까.”
“아빠…….”
아빠의 미소에 내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너무 걱정시키진 말거라.”
“응!”
“나를 빼놓으면 섭하지.”
돌아보니 익시온이 장난스레 씨익 웃었다.
“내 동생이 하겠다고 하는데 내가 돕는 건 당연하지.”
“돌아와서 칭찬해줘.”
아레스와 제온까지.
“오빠들…….”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같이 가.”
“시드.”
“내게는 사기에 대한 내성이 있어. 마계에서의 일 덕분에.”
내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시드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절대 혼자 보내지 않을 거야.”
“……알았어.”
니케는 “파파니까 내가 특별히 태워주는 거야.”
하고 생색을 내며 시드를 등에 태웠다.
내 뒤에 시드의 체온이 느껴지자 별것 아닌데 왠지 마음에 큰 의지가 됐다.
“이렇게 커졌다니……!”
하늘 위에 떠 있는 고치는 처음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마치 피막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성채 같았다.
가까이서 보니 부풀어 오르며 팽창하는 모습이나 두근두근 맥동하는 게 잘 보여서 더 징그러웠다.
니케가 피막을 향해 바짝 붙어 앞발로 거칠게 후려쳤다. 겁화가 니케의 발끝에서 튀어 올랐다.
나는 오러를 두른 대검을 정확히 같은 자리에 찔러넣었다.
하지만一.
‘하나도 안 들어가!’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그때, 천족들의 서광마저 뒤덮는 완벽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새까만 마기가 회오리치듯 고치를 압박했다.
그 엄청난 위력에 내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러나 고치는 꿀렁거릴 뿐, 파괴되지 않았다.
“……한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게 좋겠군.”
아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고 또 벤다.
시드가 만들어낸 얼음과 독.
에르메스 짹과 니케의 공격.
나는 가족들이 만들어낸 마기의 흐름에 그대로 파사의 힘을 담았다.
콰아아아아앙一!
귀를 먹먹하게 울리는 폭음과 함께 고치가 커다랗게 흔들리며 구멍이 뚫렸다.
‘생각보다 너무 작지만.’
하지만 내가 들어가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다만 고치가 꿈틀거리며 구멍을 수복하고 있었다.
“니케!”
니케가 구멍을 향해 내달렸다.
얼굴을 정신없이 때리는 바람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자 가족들의 걱정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감정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사기에 내성이 없는 한 오히려 내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꾹 참는 것이다.
나는 아빠와 제온, 아레스, 익시온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시드의 손을 잡은 채 그 자그마한 구멍을 향해 떨어졌다.
* * *
사방이 새빨갛다.
그리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까드득! 끄르르륵一.
뼈가 뒤틀리고 살이 찢어지는 탁음. 호흡할 때마다 끓는 소리가 났다.
클라티에의 모습은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기괴하고 섬뜩했다.
“여, 기까지 왔구나. 결국.”
클라티에가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나는 말 없이 검을 들었다.
괜히 상대하며 시간 끌 것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괴물화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을 터.
파사사삭一.
시드가 일으킨 얼음 기둥이 클라티에의 사지를 꿰뚫고 결박했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발끝으로 바닥을 누르며 크게 도약했다.
상체를 회전해 오른쪽 어깨를 뒤로 뺀다.
‘좋아.’
아직 클라티에는 시드의 포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얼음 기둥 하나를 깨트리면 새로운 기둥이 두세 개가 생겨나 있었으니까.
과연 시드.
‘이대로 검째로 꿰뚫어 파사의 힘을 그 몸 안에 욱여넣어 주지!’
검은 오러가 검날을 타고 훅 부풀어 오르고 파사의 힘이 그 안으로 섞여들었다.
‘이제 끝이야!’
클라티에와 리리엘 모두 이 자리에서 한 줌의 모래로 돌아갈 것이다.
푸우우욱一!
날카롭게 벼린 오러가 클라티에의 배를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