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0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06화(306/353)
☆ 제306화 ☆
그런데.
‘이건……?’
무언가 이상했다.
클라티에에게 찔러넣은 검을 통해 무언가 거대한 기운이 역으로 내게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커헉!”
그 충격에 내장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분명 검에 파사의 힘이 실려 있음에도, 오히려 사기가 파사의 힘을 짓누르며 타오른다.
‘이 힘은…….’
신격과도 같이 강대하고 드높은 힘.
도무지 인간一 아니, 인간이 아닌 다른 그 어떤 생명체도 담을 수 없는 힘.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리리엘이 아니다.
“키야스……에델?”
“흐흐, 흐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기괴한 웃음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음성이 겹쳐진 것만 같은 목소리.
“드디어 깨달았구나!”
클라티에와 리리엘一 아니, 키야스에델이 나를 보며 웃었다.
“어때? 내 마지막 준비가.”
“흡…….”
울컥 치솟는 핏덩이에 입술을 앙다물었음에도 핏물이 새어 나왔다.
“깔깔! 보기 좋구나! 이걸 노리고 그동안 내가 아닌 척, 그저 내 힘을 이어받은 마물인 척했단다.”
설마 리리엘이 키야스에델이었다니.
‘처음부터一.’
“그때는 내 힘이 약했지. 빌어먹을 아프타네스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몸이 잠들어 있었어. 겨우 운신해서 힘을 키우려 했더니 네가 내게로 와야 할 영향력을 다 빼앗아 갔지.”
“…….”
“영활한 너라면 그때 내 정체를 아는 순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였겠지?”
그래.
알았다면 내 손으로 리리엘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아주 좋은 눈빛이야. 네가 그런 식으로 후회하는 걸 꼭 보고 싶었단다.”
스르륵, 새빨간 사기가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내 뺨을 훑었다.
“설마하니 아프타네스의 성물에 그런 깜찍한 짓을 해놨을지는 몰랐어. 여기까지 오지 않고 네년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완전히 허를 찔렸지 뭐야?”
“…….”
“하지만 이번엔 내가 네 허를 찌른 거 같네. 그리고.”
쿠드드득一.
“이게 마지막이겠지. 넌 내게 졌어. 아프타네스처럼.”
검이 빠지지 않았다.
꿰뚫린 배에서 징그러운 힘줄이 불거져 나와 검을 붙들고 있었다.
일렁이던 사기가 일순 단단한 칼날처럼 벼려져 내게로 쇄도 해왔다.
“……!”
단단한 품이 나를 부드럽게 감쌌다.
“시드!”
시드가 나를 꽉 끌어안은 채 몸을 훌쩍 뒤로 물렸다.
콰과과과과一!
사기가 얼음벽을 꿰뚫고, 꿰뚫고, 또 꿰뚫었다.
‘일격에 이렇게나……!’
시드의 얼음벽은 그냥 얼음이 아니다. 이능으로 이루어져 오러막보다 단단했다.
수정 클러스터처럼 일어난 얼음벽이 전방위를 막고 나서야 사기가 멈췄다.
“흥, 쓸데없는 반항을 하는구나. 하긴 그렇게 나와야 쥐새끼를 몰아넣는 것처럼 재미가 있지.”
키야스에델은 느긋하게 미소 지었다.
“어느 쪽이 좋을까?”
나는 입을 다문 채 시드와 눈빛을 교환했다. 아주 조금씩, 핏빛의 바닥에 얼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옅고 연약한 얼음 꽃이.
“그냥 지금 바로 죽을래? 아니지. 그건 너무 편하잖아. 이 세상이 절망으로 물들어 내게 구원받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는 게 더 좋겠지?”
“…….”
“아니면 살고 싶어? 날 즐겁게 해주면 너만은 살려줄 수도 있어. 그 생이 다하는 날까지 영원히 좌절한 채 구덩이를 기는 것을 봐도 재밌을 거 같거든.”
키야스에델이 마음에 든다는 듯 징그럽게 비죽거리며 웃었다.
“그래, 좋아. 그걸로 하자.”
그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키야스에델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휘몰아쳤다.
시드가 나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엄청난 압박감.
숨이 막히고 저절로 무릎이 꺾이려고 했다.
거대한 해일을 눈앞에 둔 사람의 심정이 이럴까.
무력한 절망감에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진 기분.
그러나 닿기 전의 해일과 달리, 저 흉포한 기운은 그저 눈앞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하게 타격을 주었다.
만약 이 힘이 이대로 밖으로 나간다면一.
‘막아야 해.’
내가 키야스에델을 봉인해야 한다.
‘아니, 봉인이 아니라 확실하게 죽여야 해.’
가능할까?
아까 키야스에델의 사기가 내 파사의 힘을 상회했던 것을 보면 결과는 뻔하다.
“거기다 파사의 힘을 A급으로 다루다니.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까지 이르렀구나. 인간이 파사의 힘을 이만큼 다루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는 자들이 많았는데 네가 해냈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까지 이른 나와 달리, 키야스에델은 인간을 넘어 신격이나 다름없는 힘을 지녔다.
“…….”
나는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지웠다.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의문은 마음을 나약하게 만들 뿐이다.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파사의 힘을 지니고 아프타네스를 대리하는 존재는 나뿐이니까.
다른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성공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야.’
다만, 성공해도一.
‘죽는다.’
“…….”
차가운 칼날이 목에 드리워진 느낌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각오를 해야 했다.
“주인님.”
시드가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람처럼.
혹은一.
‘이상하지.’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어릴 적과 달리 시드의 턱선은 벼린 듯 날카롭고 눈가는 더 깊어졌다.
커다란 키, 단단한 어깨와 넓은 가슴, 꽉 조여진 허리.
골격도, 생김새도 어렸을 때와 확연히 다른데.
‘어렸을 때 보았던 시드의 얼굴과 똑같아.’
지금 시드의 얼굴은 그에게 구속구의 열쇠를 쥐여주며 자유를 주었을 때의 얼굴과 똑같아서.
단 한 순간이었고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눈 한 번 깜빡이자마자 변했던 표정이지만.
‘언제 이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나를 노려봤었지.’
애틋한 기억에 나는 웃었다.
“있잖아. 나 되게 제멋대로잖아.”
나는 내 어깨를 붙잡은 시드의 손을 살짝 쥐었다.
강하게 붙들었던 게 거짓말처럼 시드의 손은 아주 쉽게 떨어져나와 내 손안에 자리했다.
“성녀라고 하지만 나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죽을 순 없어.”
시드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내가 더 빨랐다.
“하지만.”
시드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빠를 위해, 오빠들을 위해, 할아버지를 위해, 그리고一.”
나는 시드의 뺨을 감싸 쥐었다.
“시드, 너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어.”
“그러지 마…….”
속삭이듯 떨리는 나직한 음성.
시드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시드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나는 그대로 한걸음 물러났다.
“루아티샤!”
시드가 다급하게 내게로 손을 뻗었지만,
후우욱!
거칠게 일어난 검은 오러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나는 그대로 키야스에델을 향해 진각을 밟았다.
‘아마 많이 슬퍼하겠지.’
슬퍼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파할 것이다.
그렇지만 다 같이 죽는 것 보단 낫잖아.
살아주면 좋겠어.
슬퍼도, 가슴 아파도, 애통해도 살면 좋겠어.
‘하하.’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나왔다. 비록 버석거리는 메마른 웃음이었지만.
‘내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죽을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이건 희생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내가 원하는 결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일 뿐.
그만큼 내게 소중하다는 것을, 내가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나는 거세게 일어난 사기의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 * *
[경고!] [경고!] [경고!] [사기가 너무 높습니다!] [방어 시스템이 손상되었습니다!] [특성자의 에테르에 사기가 침입했습니다!] [경고!] [파사의 힘이 극한을 넘어 발동된 상태입니다!] [당장 발동을 멈출 것을 권고합니다!] [경고!] [당장 파사의 힘 사용을 중지하십시오!] [이 이상 파사의 힘을 사용할 시 사용자의 세포가 파괴됩니다!]눈앞에 쉴 새 없이 떠오르는 경고창을 바라보며 나는 파사의 힘을 더 끌어올렸다.
시야는 이미 몽롱했다.
‘괴로워.’
숨이 끓는 것처럼 속에서부터 몸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경고!] [특성자의 보호를 위해 파사의 힘 사용을 강제 중단합니다.]‘안……돼.’
하지만 기껏 끌어올렸던 파사의 힘이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가물거리는 눈을 부릅떴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절대 안 돼!’
슈우우욱一!
가라앉았던 파사의 힘이 내 의지에 따라 다시금 꿈틀대기 시작했다.
“커헉!”
검게 변한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손끝이 흩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조금 더.’
아직 약하다.
이 정도로는 한 번 신을 죽이기까지 했던 키야스에델의 숨통을 끊어놓을 순 없다.
‘더 강하게一!’
[특성자의 명령으로 보호 시스템 가동을 전면 중지합니다.] [특성자의 생명에 대한 방#*$^&%!] [외부 개입 발생!]흐릿한 시야에 일렁이는 글자가 보였다.
[코드 SD-0001] [@*$%&를 정지합니다.] [사용자의 영혼#]*(#A& 강제@/)$+합니다.]그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해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살랑살랑.
‘기분 좋아.’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게 이마를 간질였다.
나는 그 감각을 즐기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푸른 하늘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여긴…….’
나는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살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신전의 모습이 보였다.
분수대에서는 햇빛을 받은 물 줄기가 마치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나는 이곳이 어딘지 단번에 깨달았다.
꿈에서 악마 녀석과 만나던 곳이었다.
맨 처음 보았을 땐 정말 다 스러져가는 폐허였는데 지금은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들 정도로 흠결 하나 없이 우아하고 격조 있었다.
문득, 나는 이렇게 변한 신전의 모습이 어딘지 낯익다는 것을 느꼈다.
지식 보고一아프타네스의 유산 안에서 창밖을 보았을 때 눈에 비쳤던 풍경.
그때도 어디선가 봤던 풍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이었어.’
분수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높디높은 제단이 있었다.
제단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이전에 보았을 때보다도 더 커져버린 뒷모습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 악마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악마 녀석은 단 한 번도 내게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 이유는一.
“아프타네스.”
그가 나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드디어 나를 제대로 불러주는군요.”
악마 녀석一 아니, 아프타네스는 여느 때처럼 반가운 얼굴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독자님.”
아프타네스의 유산에서 봤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살짝 더 어린 느낌.
아무래도 유산 속의 모습은 키야스에델의 손에 찢기기 전의 모습이라 그런 걸까.
“어떻게 된 일이야?”
“누군가가 독자님을 보호하기 위해 영혼을 강제로 이동시켰습니다.”
나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시드가?”
그는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알고 계셨군요.”
알고 있었던 게 아니다.
그저 직감적으로 느꼈을 뿐.
‘그럼 여태까지 있었던 외부 개입 전부 시드가 관여했던 건가?’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해킹이라도 당한 것처럼 오류가 났었지만, 그 결과는 전부 다 내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인간이 대리자와 저의 연결에 관여하는 건 본래 불가능하죠.”
“…….”
“하지만 그는 가능합니다.”
“시드는 가능하다고?”
왜?
“그는 내가 최초로 만들어낸 인간이니까.”
아프타네스가 고요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독자님과 더불어서.”
“……!”
뭐라고……?
“잊으셨습니까?”
아련한 미소가 아프타네스의 얼굴에 떠올랐다.
“네가 그에게 직접 허락하지 않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