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0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07화(307/353)
☆ 제307화 ☆
* * *
“커헉! 이 건방진 계집이!”
끄르르륵一.
키야스에델이 몸을 뒤틀며 신음했다. 그럴 때마다 등에서 뼈마디가 우지끈거리며 튀어나왔다가 들어가길 반복했다.
‘이렇게까지 애를 먹이다니……!’
파사의 힘을 두른 루아티샤가 달려들 때까지만 해도 가소롭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러운 아프타네스의 대리자가 감히!”
벌레처럼 끈질긴 년!
당장 저년을 산 채로 찢어발기고 싶었다.
하지만.
“시드리한! 또다시 네 놈이!”
얼음 수정안에 갇힌 키야스에델이 울부짖었다.
루아티샤의 공격 때문에 약해진 틈을 타 이딴 개수작을 부리다니……!
‘그저 이름만 같은 줄 알았는데 정말 그 시드리한일 줄이야!’
키야스에델이 이를 갈며 시드리한을 노려보았다.
수천 년 전, 그렇게나 증오했던 두 명의 인간.
아프타네스의 마지막 창조물이자 무한한 축복을 받은 존재.
그 둘이 되살아나 또다시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사실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아프타네스가 괜히 루아티샤를 자신의 대리자로 삼은 게 아니었어……!’
그렇게나 소중히 아끼고 보듬었던 존재기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이다.
루아티샤는 시드리한의 품에서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었다.
“소용없어! 그 계집은 나를 죽이기 위해 제 몸까지 다 바쳤다!”
루아티샤가 다시 눈을 뜰 일은 없다. 지금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을 뿐.
그럼에도 루아티샤는 자신을 죽이지 못했다.
비록 약해져서 이렇게 갇힌 상태이지만, 키야스에델은 죽지 않았다.
그리고 루아티샤를 제외한 존재는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
‘결국 내가 이겼어!’
내가 이겼다고!
깔깔깔!
키야스에델의 광소가 메아리쳤다.
“시끄러워. 내 주인님 귀에 거슬려.”
“크헉……!”
시드리한의 중얼거림과 함께 키야스에델이 갇혀 있던 수정안에 독이 피어올랐다.
키야스에델이 벌레처럼 끼리릭거리며 바닥을 기었지만 시드리한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겨우 조용해졌군.’
살아 있는 것을 한 줌의 핏물로 만들 정도로 지독한 독이었지만, 원래대로라면 키야스에델에게는 잘 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렇게 통하는 것은 다 루아티샤 덕분이었다.
시드리한은 루아티샤의 머리카락을 조심히 쓸어 넘겼다.
물결치던 긴 머리카락은 가슴까지밖에 안을 정도로 많이 짧아져 있었다.
시드리한은 루아티샤의 얼굴을 매만지고 반만 남은 손을 꽉 잡았다.
‘……죽지 않아.’
루아티샤가 죽는 일 따위 용납할 수 없다.
이미 죽었더라도 그 영혼을 불러와 다시 살려내겠다.
하물며 루아티샤는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미약하게 뛰는 심장의 박동.
그 가냘프고 아스라한 신호를 어떻게든 붙든 채, 그는 기도하듯 속삭였다.
‘돌아와.’
시드리한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다시, 내 곁으로一.’
차가운 입술에 따스한 그의 입술이 닿았다.
* * *
“그게 무슨…….”
아프타네스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허락했다니?
‘대체 내가 언제?’
여태 있었던 외부 개입을 시드가 했다는 것도 지금 막 깨달은 사실인데.
‘거기다 시드와 내가 아프타네스가 만든 최초의 인간이라고?’
내가 전생을 기억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구에서 살았던 전생이었다.
그때였다.
[경고!] [특성자의 에테르에 침입 감지.] [방어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침입자의 신원 확인 중…시드리한. 확인 완료.] [특성자의 에테르에 출입이 허용된 상대입니다.] [방어 시스템 가동 중지!] [시드리한의 요청으로 영혼 동기화가 진행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이게 무슨……?’
시드리한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수락하였습니다.]“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네 마음이 이미 그 아이에게 모든 것을 열어주었으니까. 여전하구나.”
아프타네스가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영혼 동기화 진행 중.] [특성자의 영혼과 시드리한의 영혼이 묶입니다.]그 알림과 동시에 무언가 따뜻한 기운이 내게로 훅 스며들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욕조 안에 들어간 것처럼 편안하고 노곤노곤했다.
온기가 유수처럼 부드럽게 나를 감싼다.
‘시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시드리한이다.
영혼이 묶인다.
서로가 서로의 영혼에 예속되고 속박되어 떨어질 수 없도록 나는 지금 이곳에 있지만, 시드가 느껴졌다.
시드의 곁에 있는 것처럼.
영혼을 내어주고서라도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 애끓는 기원.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고 싶어.’
시드의 곁으로一.
[영혼 동기화 완료.] [중요!] [특성자의 영혼이 시드리한의 영혼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시드리한은 특성자와 마찬가지로 태고의 영혼을 지닌 존재이며, 게이트를 통과한 귀환자입니다.] [태고의 영혼이 둘이기에 감당할 수 있는 권한과 격(格)이 높아집니다!] [특성자의 영혼에 봉인된 신격을 감지.] [안정화 시스템으로 신격과의 연결 회로가 봉인되어 있습니다.]저번에 아프타네스의 유산이 내게 넘겨주었던 신격을 말하는 듯했다.
그땐 내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봉인했었는데…….
[더 이상 안정화가 불필요하다고 판단.] [신격과 연결되었던 회로를 개방합니다.] [봉인 해제!]화아아아악一!
강렬한 빛과 어둠이 내 주변으로 소용돌이쳤다.
불꽃이 별처럼 튀고 어둠이 은하수처럼 흩어졌다.
음과 양이 뒤섞인 혼돈 그 자체.
하지만 내게는 그 안의 거대한 질서가 보였다.
[신격을 보유하였으므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섭니다.] [특성의 등급이 한도를 넘어 극한으로 상향됩니다.] [현재 등급…S] [모든 제한이 해제됩니다!] [능력〈파사의 힘〉]등급: 레전더리
현재 레벨: S
사기를 멸하고 세상을 정화시키는 힘.
알림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내 주변에 휘돌던 우주가 사라졌다.
그리고 내 발밑에서부터 어둠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지닌 나의 힘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둠이 나를 감싸는 가운데, 그 사이로 아프타네스의 모습이 보였다.
단단히 여문 턱선.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어렵지 않게 그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다.
조금 어려 보였던 아까와 달리, 유산 속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一.
“가거라.”
어둠에 가려 아프타네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미소 지었던 것 같아.
* * *
[신격을 완벽히 흡수했습니다!] [손상되었던 방어 시스템이 재가동됩니다.] [세포 손상을 감지. 수복을 시작합니다.]오래 푹 잔 것처럼 몸이 가벼웠다.
눈을 뜨니 바로 앞에 길게 뻗은 속눈썹이 보였다.
그늘져 있음에도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속눈썹.
이렇게 예쁜 속눈썹의 주인은 내가 알기로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거기에 입술에 닿은 따뜻한 감촉.
‘……설마 나 시드의 키스로 깨어난 거야?’
아니, 이게 무슨 백설 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아니고.
황당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시드를 바라보았다.
어찌나 심각하게 내게 입을 맞추고 있는지, 미간이 움푹 패일 정도였다.
짜식, 찌푸린 미간조차 잘생겼네.
여전히 시드는 미동도 없었다. 나는 좀 고민하다가 입술을 오므렸다.
뽀뽀를 하자 예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우주를 담은 것처럼 아름다운 눈동자 드러났다.
믿기지 않는 듯, 크게 뜨인 눈동자.
시드의 입술이 달싹였다.
하지만 정작 목소리는 흘러나 오지 않았다.
부르면 사라질까, 만지면 깨질까 걱정하는 것처럼 시드는 숨조차 제대로 못 내쉬고 있었다.
나는 씨익 웃었다.
“다녀왔어.”
와락一!
시드가 나를 확 끌어안았다. 어찌나 세게 끌어안는지 숨통이 꽉 막히며 등과 허리가 아팠다.
반사적으로 힘을 주었다가 시드의 몸이 떨리는 것을 깨닫고 긴장을 풀었다.
엉망으로 덜덜 떨리는 손이 나를 확인하듯 매만졌다.
“루루.”
“응.”
“루아티샤.”
“응.”
시드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눈물진 얼굴로 미소 지었다.
시드리한의 웃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탁 풀리며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의 뺨을 감싸 쥔 채 엄지로 눈물을 훔쳤다.
“울지 마.”
그러고 보니 시드가 우는 건 처음 본다.
내 손에 얼굴을 맡긴 채 이슬 같은 눈물을 떨구는 가련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
울리고 싶지 않은데 더 울리고 싶은一.
‘……되게 사람 마음을 이상하게 만드네. 위험한 얼굴이야.’
나는 절대 변태가 아니다.
흠흠.
그때였다.
“어떻게……?”
쇠를 긁는 것처럼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흉측한 괴물一 키야스에델이 시꺼먼 공동(空洞)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어떻게?
어째서?
왜 루아티샤가 다시 깨어난 거지?
분명 죽어가고 있었을 텐데?
사기에 세포 단위로 파괴된 몸은 천족이 와도 치유하지 못한다.
그런데 왜……?
루아티샤는 지금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없어졌던 신체조차 깨끗하고 말끔하게 되돌아온 채로.
루아티샤가 천천히 일어나 키야스에델이 갇힌 얼음 수정을 향해 걸어왔다.
“으읏…….”
키야스에델은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를 깨닫고 흠칫 놀랐다.
아무리 루아티샤가 대단하다고 해도 고작해야 인간이다.
그에 반해 자신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은 지고한 존재.
하지만 루아티야에게서 느껴지는 이 거대한 위압감은一.
마치 아프타네스를 마주하는 것처럼.
“과연 그 명맥이 길긴 하구나, 키야스에델.”
루아티샤가 얼음 수정을 향해 손을 뻗자 그녀의 손끝을 따라 얼음이 허물어졌다.
“이제는 확실하게 최후를 맞을 순간이야.”
“날 죽이려다가 되려 네년이 죽을 뻔한 것을 잊은 거냐!”
키야스에델이 애써 목구멍을 쥐어짰다.
분명 아까의 일을 생각하면 자신이 유리하다. 루아티샤가 지닌 파사의 힘은 강하지만, 신격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불안? 이 내가 인간 따위에게 겁을 집어먹는다고?’
그럴 리 없다.
“으아아아아악!”
키야스에델이 괴성을 지르며 루아티샤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뻘건 사기가 그녀의 주변으로 피어올랐다.
성난 바다처럼 흉포하고 무자비한 힘.
그 앞에 선 루아티샤는 너무나 작아서 단숨에 집어삼켜질 것만 같았다.
그 거대한 힘을 앞에 두고도 루아티샤의 파라이바빛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루아티샤의 손에서 새까만 밤이 피어올랐다.
키야스에델의 사기에 비하면 아주 온유하고 부드러운 힘이었다.
고요하고 고요하다.
그저 소리 없이 조용하게 내려앉는 어둠처럼, 모든 것을一 빛마저 뒤덮어 버릴 뿐.
“이 힘은……!”
키야스에델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이럴 리 없어!”
절규와도 같은 외침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몰라보겠는가.
그렇게나 갖고 싶었던 힘.
이 힘을 갖기 위해 아프타네스를 아흔아홉 갈래로 찢고 이 세상에서 그의 존재를 말소시키려 했다.
그런데.
이딴 버러지 같은 인간 따위에게!
“어째서 네년이 신격을……!”
키야스에델의 말은 끝맺어지지 못했다.
고요히 파고든 파사의 힘이 그녀의 영혼까지 덮쳐온 것이다.
끼에에에에에一!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가 고치 안을 울렸다.
‘괴로워.’
아파.
온몸이 타들어 갔다가 얼어붙었다가 녹아내리기를 반복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전과는 다르다.
정말 죽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一.
키야스에델은 눈을 부릅뜬 채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모든 것을 바쳐 가지고 싶었던 힘이거늘 왜 내가 아니라一.
키야스에델은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루아티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 *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서 들린 거대한 폭음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붉은 달처럼 불길하게 떠 있던 고치가 파괴되고 있었다.
그리고.
“괴, 괴물이 사라지고 있어?!”
사람들을 공격하던 괴물들과 마물들 역시 생명이 다한 듯 모래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끝……인가?”
“그럼 저 고치는…….”
설마 고치 안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너무 불길한 상상이라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었다.
“서, 성녀님은? 고치 안으로 들어가셨는데…….”
사람들은 기도하듯 가슴에 손을 모은 채 재차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폭발하는 고치 안에서 거대하고 아름다운 영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영수 위에는一.
“우와아아아아!”
성녀의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이 소리 높여 함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