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0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08화(308/353)
☆ 제308화 ☆
흐릿한 빛 한 점조차 보이지 않던 끝없는 절망 속에서 건져 올려졌을 때의 벅참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제 살았어!!”
“어허허엉, 엄마아!”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얼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눈물 속에는 온갖 감정이 녹아 있었다.
살아남았다는 순수한 기쁨, 떠나간 이들에 대한 슬픔, 자신을 구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 이런 일을 일으킨 대상에 대한 분노.
마음이 어지러이 뒤엉켜 스스로조차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안도하면서도 불안하고, 앞으로가 두려우면서도 안심되었다.
자칫 이런 감정이 잘못 터졌다가는 순식간에 안 좋은 방향으로 커질 수 있었다.
커다란 비극 앞에서 원망할 대상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때였다.
“저, 저기에!”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들이 하늘을 가리켰다.
저 위에서 운무를 뚫고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 빛은 환수를 타고 있는 성녀를 비추었다. 마치 후광과도 같이.
“아…….”
이윽고 하늘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의 대리자가 인세를 구원하였다.
“이, 이건 신의 음성……?”
“진짜 신의 목소리다!”
“오오, 신이시여……!”
절대자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마음에서 불안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너희 인간들은 이번 일을 거울로 비춰 암흑에 물들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나의 대리자가 기상이 높아 의기를 떨치지 않았다면 이 세상은 거짓된 신의 손에 파멸하였을지니.
나의 대리자를 경배하고 너희의 인도자로 따르라!
“우와아아아一!”
“성녀님! 신의 대리자!!”
“성녀님께서 악을 처단하시고 우리를 구하셨다!”
“성녀 예하 만세一!”
사람들이 소리 높여 환호하며 루아티샤를 경배했다.
그러나 정작 니케의 위에 탄 루아티샤는 다소 찝찝한 표정으로 아래를 살폈다.
“음…….”
“왜 그래?”
시드리한의 질문에 루아티샤가 미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거 아프타네스의 목소리가 아니어서.”
지금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아프타네스의 목소리보다 훨씬 더 멋있고 중후하고 위엄있다.
물론, 완전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아프타네스는 신다운 위용을 지녔지만…….
‘그래도 여태까지의 모습이 있어서 그런지 나한테는 은근히 방정맞게 느껴진달까.’
그런데 아프타네스가 아니면 대체 누구지.
아래를 살펴보던 루아티샤의 눈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천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들이구나!’
저러라고 있는 캐시 다 털어서 인과율의 제약을 해소해준 게 아닐 텐데.
‘사람들의 불안함이 꽤 진정된 거 같으니 다행인가 싶지만…….’
여러분, 천사들이 사기 치고 있어요!
* * *
조금 전.
키야스에델의 고치 안.
“어우 씨! 징그러워 죽겠네!”
어떻게 죽는 것도 이렇게 징그럽게 죽냐.
나는 투덜거리며 손을 털었다.
부풀어 올랐던 키야스에델의 몸이 터지며 끈적거리는 기분 나쁜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고마워, 시드.”
시드가 얼음벽으로 막아준 덕분에 그 더러운 체액을 옴팡 뒤집어쓰는 건 면했지만, 그래도 불쾌한 건 불쾌한 거였다.
‘그래도 이것으로一.’
키야스에델은 죽었다.
아예 말끔히, 아주 작은 편린조차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 증거로.
[축하합니다!] [파멸자 〈키야스에델〉을 처치했습니다!] [최초 업적 달성!]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격을 지닌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업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독자님의 업적이 이 세계를 구원하였습니다!] [천계·마계·영수계가 독자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키야스에델의 죽음으로 각계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마계에 과도하게 고였던 사기가 원래의 농도로 옅어집니다!] [사기에 오염되었던 마계의 마물들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위축되었던 천계의 영역이 다시 정상 범주로 확장됩니다!] [이제 예전처럼 천계에서 신의 목소리를 인계에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영수계의 생태가 정상화됩니다!] [앞으로는 어린 영수가 자연스레 태어날 것입니다!] [인계에 있었던 크고 작은 뒤틀림이 사라집니다.] [신관들의 신성력이 회복되며 더 이상 자연의 마나가 고인 채 잠들지 않습니다.]키야스에델이 리리엘인지 릴라엘인지로 활동하다 사형당했을 때는 뜨지 않았던 알림이 떴다.
‘그리고…….’
나는 스윽 고개를 돌렸다.
“추라티엘.”
부르고 아차, 했다.
악마 녀석이 추라티엘, 추라티엘 거리는 걸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에 붙었네.
여하튼 추라티엘은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다 뜯어지고 끊어진 머리카락으로 어떻게든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는 것 같은 모습.
키야스에델에게 몸을 내어주고 난 결과, 클라티에의 모습은 도무지 인간의 형상이라고 볼 수 없었다.
피부는 원래의 색을 찾아볼 수 없는 데다, 어떤 부분은 쭈글쭈글했고 어떤 부분은 팽창해 있었다.
뒤틀렸던 뼈의 흔적과 퀭한 눈.
내가 그녀에게 한 발짝 떼는 순간이었다.
“오, 오, 오지 마!”
“…….”
“모, 모, 몰라! 나, 나는 아무 것도一 나는 그냥, 그냥……. 나, 나도 속은 거야! 나는 잘못 없어!”
여기까지와 놓고 저런 말을 하는 게 참 대단했다.
적어도 이쯤에서는 반성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긴, 그럴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키야스에델과 협력하지도 않았겠지.’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어 서로를 잡아먹게 만들고, 사기를 퍼트려 사람들을 죽이고, 게이트를 열어 마물을 불러들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클라티에였다.
키야스에델의 능력이지만, 그걸 사용한 것은 클라티에니까.
내가 더 가까이 다가가자 클라티에가 “꺄아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주, 죽이려고? 난 사람이야! 너, 넌 살인자가 되는 거라고!”
“언제는 나 보고 살인자라며? 일부러 재앙을 일으켜서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을 몰살시켰고.”
“그, 그건一.”
“여기서 딱 한 명 더 죽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거 같지 않은데.”
나는 씨익 웃으며 손을 들었다. 새까만 오러가 내 손등을 타고 올라왔다.
“……!”
겁을 집어먹은 클라티에가 오그라붙은 것처럼 몸을 옹송그리더니 나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아, 안돼. 시, 싫어…….”
그 한심한 모습을 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무식하고 멍청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분수에 넘치게 커다란 힘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 지를 본 것 같은 기분.
이런 애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대가로 치렀다.
“네 죄는 사람들 앞에서 정당하게 심판받을 거야. 그리고 넌 네 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거고.”
“뭐……? 나, 난 죄 없어!”
그때, 시드가 내 어깨를 감쌌다.
“눈 썩으니까 추잡한 거 보지 마. 네가 직접 상대할 가치도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들었다.
키야스에델이 사라지자 그녀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던 고치가 무너져내리며 흩어지고 있었다.
푸른 하늘로 흩어지는 사기를 바라보다 나는 시선을 내려 시드를 바라보았다.
“시드.”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나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
할 말이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이런 걸까?
‘만약 시드가 아니었으면 나…….’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존재는 키야스에델이 아니라 나였겠지.
꼬옥一.
시드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손끝에 닿는 따스한 온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마다 시드의 영혼이 느껴졌다.
나의 영혼과 그의 영혼이 한데 묶여 서로에게 예속된 결과였다.
‘참 이상해.’
누군가와 언제나 함께하고 항상 서로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피곤하고 답답한 일일 텐데.
하지만 그 상대가 시드라서 그런 걸까?
전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완벽한 일체감에 안정감을 느꼈다.
다른 사람과 영혼을 공유한다는 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나 충만한 것이었구나.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시드 역시 느끼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지만,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벅참.
가만히 시드의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시一.”
“마마!”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니케가 몸통 박치기를 할 것처럼 우다다다 달려왔다.
그리고 파괴되는 고치 속으로 들어오는 건 니케만이 아니었다.
“솜뭉치!”
“내 동생, 혼자서 힘들었지?”
“……막내한테서 떨어져.”
익시온과 아레스 제온.
그리고一.
“아빠.”
아빠의 표정은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미소 짓고 계셨지만 그 미소는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내게 다가온 아빠가 뭐라 말할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내 머리를 꾹 눌렀다.
“一해냈구나.”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뜻이 너무 깊어서.
나는 차마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아빠의 눈을 마주했다간 울컥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
“해낼 줄 알았다, 짹! 누구의 주인인데!”
“니케의 마마야!”
에르메스 짹이 내 주변을 파닥거리고 니케가 내 허리에 코를 비볐다.
결국 나는 웃었다.
“고생 많았다.”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그 얼마 안 되는 동안 아빠의 눈가는 거뭇해진데다 잘생긴 얼굴이 까칠했다.
“응!”
나는 어렸을 때처럼 아빠를 푸욱 끌어안았다.
울 아빠 냄새 좋다.
‘히히.’
“뭐야, 나도!”
“우리 막내 고생했어, 정말.”
“장하다, 내 동생.”
오빠들까지 합세해 나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몇 겹이나 되는 따뜻한 크루아상처럼 서로를 보듬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기분 좋다…….’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발끝부터 따스해지는 기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감정도 들었다.
‘이건一.’
고개를 드니 오빠들이 시드가 다가오지 못하게 은근슬쩍 견제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당장 팔을 풀었다.
“다들 시드한테도 고맙다고 해. 시드가 아니었으면 난 죽었을 거니까.”
“죽을 뻔했어?!”
익시온이 득달같이 물었다.
다른 가족들도 서둘러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니, 안 죽었고 안 다쳤고 무사해요.”
정확히는 다쳤던 부분이 다 수복된 거지만, 음.
“다 시드 덕분이라구요.”
그 말에 침묵하던 가족들이 시드에게 말했다.
“……고맙다.”
“뭐, 나도. 좀. 고맙긴. 한 것 같기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잘했다.”
조금 그렇긴 하지만 어쨌거나 가족들의 진심이 느껴졌다.
‘시드도 만족하고 있고 이쯤에서 넘어갈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시드가 엄청 만족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루루, 저건…….”
아빠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클라티에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져 있었다.
“걱정 말거라. 아빠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어, 알아서 처리한다는 말이 왜 저렇게 무섭게 들리지?
아빠 눈이 돌아가 있는데요?
“죽이면 안 돼요.”
“그래.”
아빠는 되묻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내 말을 죽이는 것 빼고 다 해도 된다고 이해한 건 아니겠지.’
왠지 그렇게 이해한 것 같지만.
나는 아빠를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아무렴 어떠하랴.
‘쟨 좀 혼나봐야 해.’
클라티에를 죽이지 말라고 한 건 절대 연민 때문이 아니다.
봐주려고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쟤 때문에 죽은 사람이 몇인 데.’
오늘 일도 클라티에가 키야스에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오로지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가족을 잃게 만들었다.
‘그러니 그 피해자들 앞에 서서 자신이 행한 일의 결과를 마주해야지.’
이제 고치는 거의 다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시드와 함께 니케에 훌쩍 올라타 밖으로 나갔다.
* * *
“오오, 이렇게 생겼었구나! 내 상상보다도 더 귀엽고 예뻐!”
“더러운 마족 주제에 어디에 손을 대는 거지?”
“루루는 가만히 있는데 왜 천족들이 난리람?”
“너희는 이 아이에게 관심도 없었지 않느냐! 그에 반해 우리 천족들은……!”
시끄러워.
나는 뚱한 얼굴로 천족들과 마족들 사이에 낑겨 있었다.
“인간이여, 왜 우리는 밖으로 내몬 것이냐. 마족과 천족보다 우리가 못하다는 것이더냐?”
“참으로 서운하구나…….”
거기다 정원에서 낑낑거리는 영수들까지.
“아니, 댁들 덩치를 좀 보세요! 들어오면 우리 집 무너져!”
참다 참다 못해 나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그러자 영수들이 하나둘,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정신계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도 가능한 모양이었다.
“이제 되었느냐?”
그러면서 창문을 타 넘어 엉겨오는데一.
‘으아아아아!’
혼자 있고 싶다!
심지어 저택 밖에는 성녀님을 배알하고 싶다면서 사람들까지 몰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