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1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10화(310/353)
☆ 제310화 ☆
“그 간악한 것이 재앙을 일으키고서 두목 성녀님께 뒤집어씌우려고 했다지?”
“그 재앙 때문에 두목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폐하가 쓰러지신 것도 전부 그 죄인 때문이잖아!”
“그러고 보니 진짜 토렌시아의 공주도 아니라면서?”
“토렌시아에는 슈리엘이란 공주가 없대.”
“그럼 그 사절단이랑 수행원은 대체 뭐야?”
“그러니까 악독한 술수에 다 홀렸던 거지.”
키야스에델이 사라지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클라티에를 클라티에로 인식했다.
“사실은 성녀 예하의 사촌이었다며? 그, 왜 예전에 예하를 모함하려 했던一.”
“아아, 알지. 또다시 죄를 예하께 뒤집어씌우려고 하다니. 참 한결같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그런 것에 당할 우리 두목님이 아니시지!”
그러는 사이 해가 높이 떴다.
광장으로 나오는 집행관들을 보며 꼭두새벽부터 광장에 몰려와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굳어가기 시작했다.
충격적이었던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애써 밝은 태도로 일관했지만, 사실 침중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이제 클라티에의 재판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 * *
끼이이익一.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이중 철문이 열렸다.
부들부들 떨며 웅크려있던 클라티에는 그 소리에 몸을 더 말았다.
그래봤자 퀴퀴한 냄새와 곰팡이, 가끔씩 사삭거리며 지나가는 벌레만 있는 옥사에서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는데.
“클라티에.”
그 목소리에 클라티에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루, 루, 루아티샤…….”
그녀가 무릎걸음으로 기어 루아티샤의 앞으로 다가왔다.
자존심 세우며 문이 열리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
클라티에는 그야말로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남자들과 시드리한이 어찌나 집요하고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히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려도 등 뒤가 축축해지고 손발이 지릿 거리며 경련했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들이 그 어떤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신체에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벼랑 끝으로 몰린 이유는 상상하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잔혹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클라티에가 쭈글쭈글한 손으로 루아티샤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나, 나 좀 여기서 꺼내줘. 나 좀 구해줘…….”
그 말을 하면서도 클라티에는 불안한 듯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루아티샤는 가만히 말없이 클라티에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잘못했어, 응?”
루아티샤를 올려다본 클라티에가 엉망이 된 얼굴로 입꼬리를 비죽 올려 억지웃음을 만들어냈다.
벌린 입 안에는 치아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가 그중 하나는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길게 자라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내가 미안해. 내가 너한테 좀 못되게 굴었지? 미, 미안해. 응?”
한 번 키야스에델의 힘으로 인해 개조되었던 몸은 흉측했다.
흉통이 이상하게 부푼 데다가 뼈가 튀어나와 혹이 여기저기 솟아난 것처럼 보였다.
클라티에가 숨을 내쉴 때마다 구역질 나는 악취와 함께 쉭쉭거리는 소리가 났다.
수포가 잔뜩 잡힌 얼굴.
이미 클라티에는 모습은 인간의 형상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물도 아닌 기묘한 모습.
“…….”
루아티샤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클라티에는 애가 타는 듯 드레스 자락을 흔들었다.
“그, 그치만 너도 잘한 건 없잖아. 니가 날 그렇게 무시하지만 않았어도一. 니가 날 함정에 빠트리지만 않았어도!”
흥분한 클라티에가 눈을 부릅떴다.
“나는 타렌카 후작 영애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야. 그래, 맞아. 네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탁一!
루아티샤는 클라티에의 손을 싸늘하게 털어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본인 편한 대로 사실을 왜곡시키는 재주는 여전하구나.”
“뭐……?”
“내 답안지를 베끼고 바꿔치기한 사람이 대체 누구지? 그래놓고 내가 함정에 빠트렸다고? 오히려 반대 아니야?”
“넌 알면서도 일부러一.”
“눈치챈 순간 최소한의 대비를 한 거였지. 네가 마지막 순간 마음만 고쳐먹었어도 아무 문제 없이 끝났을 거야.”
“…….”
할 말이 없어진 클라티에는 억울한 눈빛으로 루아티샤를 노려봤다.
그 모습에 루아티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이해가 안 돼.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옛날이야기가 나와?”
분명 그 일은 클라티에의 인생에서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되었을 것이다.
고위 귀족 영애에서 평민으로一그것도 다른 평민들과 달리 성 씨도 못 가진 죄인으로 떨어졌으니까.
하지만 그때 일을 곱씹으며 분노하는 것도 어느 정도 평범한 삶을 살 때나 가능한 일이지.
지금은 클라티에로 인해 제국의 근간이 흔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터전을 잃고 가족과 친구, 연인을 떠나보내야 했다.
아직도 그날 입었던 부상 탓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중에서는 남은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진, 해일, 수해와 대형 화재처럼 계속되었던 재해까지!
클라티에가 본인의 욕심 때문에 일으켰던 수많은 비극.
그 비극에 희생된 사람까지 헤아리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었다.
“적어도 네 입에서는 다른 이야기부터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렇게 쏙 빼고 잘못을 빌다가 결국은 남 탓을 하는 걸 보니 기가 막혔다.
“모, 몰라…….”
클라티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 회피하는 모습에 루아티샤는 더 화가 났다.
본인 역시 자신이 초래한 결과를 알면서도, 아니, 알기에 마주하기 싫어서 저러는 것이다.
“클라티에.”
“다 너 때문이잖아!”
클라티에가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네가 날 그렇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내가 리리엘과 손을 잡을 일 따위 없었어!”
“…….”
“솔직히 그렇잖아? 네가 먼저 미움받을 짓을 해놓고! 난 그래서 미워한 건데 왜 나한테 그래?”
“…….”
“그리고 뭐가 그렇게 잘못된 일인데? 난 충분히 벌을 받았어! 아니, 과할 정도로 벌을 받았다고! 지금 내 몰골을 봐!”
클라티에가 수포로 가득한 자신의 얼굴을 쥐어뜯었다.
두껍고 노란 손톱에 긁힌 피부에서 수포가 터지며 끈적한 피가 흘러내렸다.
클라티에는 피 묻은 손으로 루아티샤의 손을 꽉 붙잡았다.
“다 끝난 일이잖아, 응? 이런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자꾸 나를 괴롭혀……?”
광기에 젖은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클라티에는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루아티샤, 내가 다 잘했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사람은 원래 때가 되면 다 죽어. 다 그때가 와서 죽었을 뿐이야.”
“…….”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만약 내가 이겼다면 상황은 반대였을걸? 사람들이 죽은 거? 그건 문제 삼을 때 문제가 되는 거지. 승자인 내가 문제 삼지 않으면 딱히一. 커헉!”
콰아앙一!
클라티에의 몸이 공중에 붕 뜬 채 석벽에 부딪혔다.
어찌나 강한 힘인지 처박힌 클라티에를 중심으로 석벽에 금이 갈 정도였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등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되었을 정도의 위력.
“허억……. 하, 으…….”
클라티에는 목을 감싼 채 숨을 헐떡였다.
숨통이 꽉 졸린 것처럼 괴로웠다.
핏줄이 목과 턱을 따라 돋아나고 발이 허공에서 요동쳤다.
루아티샤는 무감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다행이야.”
서늘한 목소리가 루아티샤의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반성을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죄인데. 네가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아서.”
“끅!”
“마지막 순간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도 죄가 어느 정도인 사람이 해야지.”
뚜벅, 뚜벅.
루아티샤가 천천히 클라티에에게로 다가갔다.
“이딴 짓거리를 벌인 사람이 반성하며 어떤 벌이든 다 수용하겠다는 태도로 편안해하면 기분이 참一 애매해지더라고.”
“끄아아아악一!”
“적어도 나는 그래. 이건 내가 성격이 나빠서 그런가?”
느긋하게 말하는 루아티샤와 달리 클라티에는 고통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쳤다.
루아티샤는 그저 클라티에의 쇄골 사이에 손끝을 얹고 있을 뿐이었다.
그 손끝에서부터 파사의 힘이 퍼져나가며 클라티에의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반성하면 회귀해서 개과천선한 악녀 여주물을 찍을 거 같고. 하긴, 넌 회귀할 수조차 없겠지만.”
이미 클라티에의 영혼까지 오염되었으니까.
복수심과 증오심에 불타 신을 죽인 키야스에델을 받아들인 대가였다.
“너를 위한 지옥은 이미 마련되어 있어.”
“사, 살려……. 제, 발…….”
끄르륵, 피거품이 클라티에의 입가에서 끓어올랐다.
“하지만 너를 지옥으로 보내는 건 내가 하지 않을 거야.”
루아티샤가 클라티에의 몸에서 손을 뗐다.
“너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몫이니까.”
“커헉!”
벽에서 무너져내린 클라티에가 벌레처럼 몸을 말며 기침을 토해냈다.
루아티샤는 그 모습을 보지도 않고 옥사 밖을 나왔다.
“루루.”
시드리한이 그녀를 불렀다.
내리쬐는 햇볕 사이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마음에 가득했던 검은 선이 흐릿해져 가는 것만 같았다.
“나 괜찮아.”
“그래.”
시드리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루아티샤의 손을 꽉 붙잡았다.
루아티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키야스에델이 소멸했다는 알림을 보긴 했지만, 혹시 몰라 마지막 처리까지 전부 다 끝마쳤다.
분신이 남아있었던 것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클라티에가 죽으면 키야스에델의 모든 잔재마저 사라질 것이다.
* * *
“너 때문에 내 가족들이 전부 다 죽었어!”
“내 딸을 돌려내!”
“이 살인자! 사기꾼! 악마!”
광장 앞에 끌려 나온 클라티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자신을 향해 달려들 듯 소리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악귀 같았다.
그리고 번쩍거리는 영상석까지.
본디 흉악범에 대한 재판은 사회 질서를 위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재판은 거기에 더해 유례없이 생중계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려 황태자의 성혼식을 생중계하는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만약 클라티에를 제대로 단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분노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었다.
‘시, 싫어…….’
온 세상이 사람들의 목소리에 묻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전부 자신을 비난하고 욕하고 저주하고 있었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괴물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
화살촉과 같은 시선.
“……하는 죄를 저질렀다. 또한 국가 존속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황제의 말이 길게 이어졌고 사람들이 그에 동조하며 클라티에를 욕했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황제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다만 가장 마지막 말은 확실하게 들어왔다.
“一이에 사형을 선고한다!”
사형?
사형이라고?
‘내가 죽는다고……?’
죽기 싫어!
물론 지금의 삶은 죽는 게 나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특히 파에라톤 공작이나 시드리한이 찾아올 때는 차라리 죽어서 편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로 죽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한 번 키야스에델을 받아들였던지라 죽음 끝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보게 되었다.
그 끔찍한 심연一.
‘무, 무서워. 살고 싶어……!’
클라티에는 바닥에 엎어진 채 빌었다.
“아, 아니야……. 난 몰랐어요. 진짜예요. 나는…… 나도 그, 그 괴물한테 당한 거예요. 내 의지가 아니었어요. 그 괴물한테 세뇌 당해서一.”
“거짓입니다!”
당당한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에스테반 황태자가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단상에 올라왔다.
“클라티에는 자신의 의지로 그 괴물과 협력했습니다. 여기 그 증거입니다!”
에스테반이 황제에게 증거 자료를 건넸다.
“제국의 황태자로서 가장 먼저 이 간악하고 악독한 죄인의 정체를 간파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합니다.”
황제가 그 자료를 보는 사이, 에스테반은 입을 열었다.
“하여 이제라도 바로 잡아 제 죄를 조금이나마 갚고자 합니다.”
“……증거는 충분한 듯하군. 황태자가 지금 제출한 증거 외에도 신전 측의 증거가 있다.”
황제가 자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광장에 죄인을 매달아라! 죽을 때까지 물 한 모금 주지 말고 발밑에 꺼지지 않는 불을 붙이도록 해라! 비난하고 싶은 자는 얼마든지 죄인을 비난해도 좋다! 정당한 분노이니!”
황제의 명과 동시에 병사들이 클라티에를 거칠게 매달기 시작했다.
“이, 이거 놔!”
클라티에가 몸부림쳤으나 소용없었다.
황제가 멍석까지 깔아준 상황.
사람들은 클라티에를 향해 침을 뱉고 돌을 던졌다.
“이 괴물! 죽어라!”
“죽어!”
퍼억!
돌이 이마에 스치며 피가 흘렀다.
뜨거운 불이 지펴져 발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온몸을 불태우지 못할 정도의 불. 그렇기에 더 고통스러웠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
클라티에는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싫어하는 거야?’
나는 열심히 살려고 했을 뿐인데.
그때였다.
“우와아아아아!”
사람들의 환호가 들렸다.
“성녀님이시다!”
“성녀 예하!”
“두목님!”
광장에 루아티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클라티에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왜……?’
쟤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제에 저렇게 사랑받는 거야?
‘나는 이렇게 노력했는데.’
너무너무 노력해서 겉모습까지 다 바뀌었는데.
‘어째서……?’
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나는 불에 타오르는 클라티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끝났군요.”
내 말에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덕분에 제국一 아니, 인류는 큰 위기를 넘겼구나.”
“그럼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요.”
나는 생긋 웃으며 옆을 돌아보았다.
“에스테반 황태자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