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1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12화(312/353)
☆ 제312화 ☆
본디 자신은 황제의 유일한 자식으로 당연히 황태자가 되고 종래에는 황제가 될 몸이었다.
또한 루아티샤 역시 자신과 성혼해 황후가 될 예정이었다.
황자인 자신 외에 그 누가 그녀가 가진 지위와 능력에 걸맞은 상대가 되겠는가.
새벽 축제에서 처음 루아티샤를 봤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세상에 저렇게 완벽한 여자애가 다 있지?’
一하고 생각했으니까.
루아티샤 파에라톤은 오로지 그를 위해 준비된 소녀 같았다.
그 대단한 파에라톤 공작가의 사랑받는 막내 공녀.
하지만 다른 파에라톤과 달리 사납기만한 마기가 없고, 그에 반해 파에라톤다운 당당함과 능력은 지니고 있었다.
하물며 흑사병 치료제를 만들어 제도에 올라오기 전부터 대단한 명성을 지니지 않았던가.
에스테반은 단번에 루아티샤를 알아보았다.
‘딱 나를 위해서 태어난 내 짝이잖아.’
황제가 된 자신의 옆에 황후의 관을 쓴 채 미소 짓는 루아티샤의 모습이 그려졌다.
분명 자신들은 후대에서도 칭송할 만큼 완벽한 부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드리한이 황궁에 나타나면서부터 어그러졌다.
단단했던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가 하면, 당연히 자신과 새벽 축제 파트너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루아티샤는 시드리한의 손을 잡았다.
어차피 시드리한 따위 자신과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지금 루아티샤는 밀당을 하고 있을 뿐 결국 자신의 품에 안길 거라며 여유로운 척했다.
하지만 사실은 불안했다.
새벽 축제 본선에서 시드리한에게 바짝 붙은 채 아웅다웅하는 루아티샤를 보면 가슴 속에 새까만 잉크를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루아티샤는 뺨을 잘 익은 사과처럼 붉힌 채 시드리한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내게는 단 한 번도 그런 미소 보여준 적 없으면서.’
거기다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까지.
지금 자신은 일생일대의 고비를 맛보고 있는데……!
에스테반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저 자식보다 못한 게 도대체 뭐라고……!”
드디어 루아티샤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
‘너는 항상 이럴 때만 나를 보지.’
“네가 날 봐줬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야. 반대가 되었을 거라고!”
황궁과 귀족 사회에 아무런 기반도 없는 시드리한이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건 전부 루아티샤 덕분이 아닌가.
시드리한이 감히 자신과 루아티샤와 자신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루아티샤가 그를 저지 한 채 앞으로 나서서 더 말해보라는 듯 팔짱을 꼈다.
그 얼굴은 시드리한을 볼 때와 너무나도 달랐다.
“넌 처음부터 저놈을 택했어. 내게는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지.”
에스테반은 천천히 루아티샤를 향해 다가갔다.
“너는 완전히 잘못된 선택을 한 거야.”
“…….”
“저놈이 어떤 놈인지 제대로 알기나 하나? 어렸을 때부터 밖으로 나돌던 놈이다. 황궁에 돌아오고 나서도 몇 년간 실종되었었지.”
에스테반이 루아티샤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 반반한 얼굴로 밖에서 어떻게 살았을지, 어떤 더러운 짓을 하고 다녔을지 모르는데.”
루아티샤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에 반해 나는 널 위해 항상 내 옆자리를 비워두었어.”
에스테반에게 은근하게 호감을 내비치는 영애들은 많았다.
그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넌지시 혼담을 제의하기도 했다.
황태자로 살면서 약혼자도, 연인도 없이 계속 혼자인 상태를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어디서 어떻게 굴러다니다 온 건지 모르는 저 천것과 달라.”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걸까.
루아티샤의 표정이 변했다.
커다란 눈동자가 온전하게 에스테반을 담고 딱딱했던 표정이 풀렸다.
루아티샤는 에스테반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주저하듯 멈췄다.
“루아티샤.”
“하지만 전하께서는 슈리엘一 클라티에와는 사이가 좋았잖아요? 연인 관계셨고 성혼식까지 치를 정도였는데…….”
루아티샤가 에스테반을 향해 뻗었던 손을 완전히 거둬들이며 몸까지 돌렸다.
애가 타는 건 에스테반이었다.
“내가 그딴 괴물 따위에게 눈길 한 번 주었을 것 같나?”
“황궁에서 클라티에와 제가 부딪쳤던 날, 전하께서 클라티에를 품에 안으셨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해요.”
“그건……! 너를 가지기 위해서 잠시 손을 잡았던 것뿐이다.”
그 말에 루아티샤가 씨익 웃었다.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협력 관계였다는 거네요?”
“……!”
에스테반은 아차, 하며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을 받아주는 척한 게 내게서 실토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나?’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순정을 짓밟다니……!’
“협력 관계는 서로 주고받을 게 있어야 가능하죠. 에스테반 전하께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클라티에에게 무엇을 줬는지는 참 명확해요.”
황태자의 연인이라는 위치를 이용해서 클라티에는 단숨에 사교계의 중심에 파고들었으니까.
“하지만 전하께서는 뭘 얻으셨나요? 클라티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 손을 잡을 이유가 하등 없었을 텐데요.”
말이 계속될수록 에스테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루아티샤는 노래하듯 나긋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자신의 목덜미에 올가미를 씌우고 있었다.
“클라티에一 그러니까 슈리엘 공주와 연인이 되었다고 해서 제국이 토렌시아에서 얻는 것은 하나도 없었죠. 심지어 성혼할 때조차.”
“…….”
“황제 폐하의 병환을 치료한 공주라면서 토렌시아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으니까.”
정확히는 할 수 없었던 거였다.
클라티에는 진짜 토렌시아의 공주가 아니었으니까.
“나는…… 네 질투심을 유발해달라고 했을 뿐이다.”
“질투심을 위해 결혼까지 하진 않죠.”
루아티샤는 단칼에 에스테반의 말을 잘랐다.
“정말로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황태자비를 맞이한 거라면 그것 역시 죄입니다. 이 나라의 모든 이들에게.”
그 말에 대중들 역시 동조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역시 저 괴물의 손을 잡고 제국을 멸망시키려 한 거였어!”
“황태자씩이나 되면서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루아티샤는 에스테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직도 고작해야 제 질투심을 위해 손을 잡았다고 하실 생각인가요?”
“루아티샤.”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차임베르크 공께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런 발언을 한 것 같지 않으니까.”
에스테반은 이를 악물었다.
그 말대로다.
차임베르크 공은 그가 가장 신뢰하는 최측근이었다. 하기 어려운 일을 대부분 맡겼기 때문에 그가 모르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 그리고.”
몸을 돌리던 루이탸사가 다시 에스테반을 돌아봤다.
“시드가 밖으로 나돌고 반반한 얼굴로 어떤 짓을 하는지 모른다고요?”
콰악一.
루아티샤가 에스테반의 멱살을 잡았다.
“나는 잘 알아요.”
루아티샤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아.”
그 어린 나이에 끔찍한 금제에 걸린 채 노예로 팔려나가 삶에 대한 의지조차 잃어버렸다.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던 시드리한의 공허한 눈빛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졌다.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나도 어린 나이 아니던가.
아무런 기반도 없던 그가 랭킹 1위의 용병단을 만들기까지 어떤 고난을 겪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몇 번이나 죽은 줄 알았다가 깨어났겠지.
그의 방에 있는, 오래전 자신이 준 꽃다발.
그 수많은 밤 동안 시드리한은 꽃다발을 시들지 않게 살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원래의 지위와 가족을 되찾아 안락하게 살아야 할 그가 마계에 떨어졌다.
‘나 때문에.’
시드는 무사히 돌아왔다 해도 마계에서 몇 년이나 고생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이 모든 것은 키야스에델의 수족들 그리고 그들과 손잡은 폐후 때문이었다.
폐후가 뮤리엘과 손을 잡고 시드에게 금제를 걸어 노예로 팔아넘겼고, 폐후의 지원을 받은 뮤리엘이 게이트를 열었으니까.
“시드가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모르는 주제에 함부로 그 더러운 입을 늘리지 마.”
“큭…….”
“다 당신 엄마 때문이니까.”
“……!”
에스테반의 청회색빛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루아티샤는 그걸 보고 깨달았다.
“너…… 알고 있었구나?”
알고 있는 주제에 감히 그런 말을 입에 담아?
유일한 황자랍시고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루아티샤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졌다.
그 틈을 타 겨우 빠져나온 에스테반이 쿨럭대며 기침을 했다.
루아티샤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가만히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활짝 웃었다.
“차라리 잘됐어요. 그렇죠, 폐하?”
루아티샤의 시선이 황제를 향했다. 거의 종용이나 다름없는 시선이었다.
황제는 한숨을 삼켰다.
그가 루아티샤를 귀애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솔직히 루아티샤는 성격이 온화하고 자애로운 아이는 아니었다.
눈에 뵈는 게 없으면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른다.
‘그래도 바로 죽이지 않고 선고할 시간을 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그냥 죽이는 것보다 심판을 받게 하는 게 역사에 길이 남을 더한 치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만.
황제는 입을 열었다.
“에스테반은 황태자로서 제국을 수호하고 이끌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괴물과 손을 잡아 국가를 전복시키려고 한 점, 감히 황제를 시해하려 한 점…….”
황제의 말은 길게 이어졌다.
끝도 없이 나열되는 죄목에 에스테반의 얼굴이 시뻘게졌다가 종래에는 퍼렇게 질렸다.
‘처음부터 이 자리에서 나를 끝낼 생각이었어……!’
클라티에를 재판하고 처형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에스테반의 죄목 역시 제국민들 앞에 낱낱이 고해 만천하에 드러나도록 할 작정인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준비된 듯 죄목을 읊는 게 말이 되는가?
차임베르크 공의 고발 역시 에스테반의 죄를 더 부각시키는 연출이었을 뿐이다.
‘대체 언제부터……?’
“一이에 에스테반에게서 황태자 지위를 박탈하고 황족에서 제명한다.”
뭐라고?
아예 황족에서 제명한다는 말에 에스테반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또한 죽을 때까지 렌티아렐 산맥에 유폐한다!”
렌티아렐 산맥.
만년설과 북풍이 지배해 인간의 문명이 닿지 못하는 곳.
그 중앙에는 독과 가시로 이루어진 사슬이 있다.
예로부터 황가에서 대역죄인이 나오면 유폐하던 곳이었다.
황가의 직계는 죽일 수 없다.
죽이는 순간 그 죽음에 관련된 사람이 저주를 받기 때문에.
보통은 생명이 다하기도 전에 산 채로 몬스터에게 뜯어먹히는 게 보통이었다.
“부황 폐하! 저는 폐하의 아들입니다!”
“나를 부황이라 부르지 마라! 너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
진노한 황제가 벌떡 일어났다.
“이 정도에서 끝나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마음 같아서는 네 녀석 역시 클라티에의 옆에 매달아 본보기로 삼고 싶으니.”
“부황!”
황제는 더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렸다.
대중들이 황제의 재판에 환호를 보냈다.
“악귀를 죽여라!”
“당장 저 죄인을 렌티아렐 산맥으로!”
어디를 둘러봐도 전부 자신의 죽음을 바란다고 외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 소음으로 귓가가 먹먹했다.
‘……이렇게 끝이라고?’
흔들리는 시야에 루아티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은 바라보지도 않은 채 시드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무어라 속삭이고 있었다.
시드리한이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동자가 애틋했다.
앞으로 계속 저렇게 살겠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위대한 황제와 황후로 칭송 받으며一.
“내가 가지지 못한다면…….”
나직한 중얼거림이 에스테반의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에 그의 목소리는 쉬이 묻혔다.
에스테반의 눈을 희번덕였다.
그는 그대로 루아티샤에게 달려들었다.
“차라리 내 손으로一!”
품 안에서 빼든 단도를 햇빛을 반사해 희게 빛났다.
그러나 그가 채 루아티샤의 앞에 도달하기도 전에,
슈우우욱一
카앙!
“커헉……!”
에스테반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울컥 터져 나왔다.
새까만 마기가 그를 휘감고 얼음이 그의 팔다리를 꿰뚫었다.
“허, 으윽…….”
에스테반은 숨이 막혀 오는 것을 느꼈다. 속이 진탕이 된 것처럼 뜨겁다.
눈에 보이는 몸이 시꺼멓게 변하고 있다.
명백한 중독 상태였다.
“감히.”
시드리한이 루아티샤를 끌어안은 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에스테반!”
진노한 황제가 그를 꾸짖었다.
“수치스럽지도 않느냐! 황족으로서의 긍지는 어디 간 거지? 이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셈이더냐!”
황제뿐만이 아니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그를 욕하고 비난하고 경멸했다.
에스테반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킬킬거리며 웃었다.
“상관…… 없, 어.”
이제 아무래도 좋다.
에스테반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시드리한을 바라보았다.
“나를 죽였으니 이제 네 녀석은 저주받을 거다!”
그는 마지막 힘을 끌어올려 외쳤다.
“너희는 절대 행복하지 못하겠지. 영원히 고통받으며 살아갈 거다! 내 그림자 때문에!”
광소가 그의 입가에서 피어올랐다.
그 소름 끼치는 모습에 사람들이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미안하게 됐군.”
시드리한의 비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저주 같은 거 안 받거든.”
그는 무려 아프타네스가 최초로 만든 인간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