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1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14화(314/353)
☆ 제314화 ☆
어떻게 이렇게 타이밍까지 잘 맞지?
시드가 나를 보고 눈가를 부드럽게 휘었다.
그 모습을 보니까 괜히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나도 살짝 웃는데一.
“와…….”
“진짜, 하…….”
옆에서 자스민과 티리엘이 기가 막힌다는 듯 내쉬는 한숨 소리가 들렸다.
“왜?”
“아무것도 아니야.”
“어우, 진짜.”
아예 고개까지 절레절레 젓는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클라우디아까지 합세해서 셋이서 나를 등진 채 쑥덕거렸다.
“계속 라파엘 노려보고 있다가 루루가 돌아보니까 재빠르게 아닌 척하는 거 봤어?”
“그러고서 시침 뚝 떼고 우연히 눈 마주친 척하고. 뭔 운명처럼.”
“완전 여우라니까.”
“누구보다 루루 꼬시는 데에 진심이야.”
열심히 떠드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내게는 하나도 안 들렸다.
나 빼놓고 셋이서만 이야기하니 괜히 섭섭했다.
불퉁한 표정을 짓는데 누군가가 부드럽게 내 어깨를 터치했다.
“타이셀 경!”
“성녀 예하를 뵙습니다.”
정복을 갖춰 입은 타이셀 경이 멋들어지게 내게 인사하곤 슬쩍 윙크했다.
옆에서 “꺄아!” 하고 영애들이 탄성을 내지르는 게 보였다.
참고로 타이셀 경은 정식 기사 서임을 받아서 이제는 영애 보다는 경으로 더 많이 불렸다.
“여전히 인기가 많네요.”
“저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우신 성녀 예하 때문 아닐까요?”
“어머? 언제 이렇게 말까지 잘하게 되셨어요?”
“진심인데요.”
타이셀 경이 피식 웃었다.
멋진 언니는 언제나 봐도 옳았기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날 경께서 싸우는 거 봤어요. 용맹한 모습에 반할 뻔했어요.”
“안타깝네요. 반할 뻔한 게 아니라 반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휴, 이 언니가 이러니까 추종자가 끊이질 않지.
“뭐야. 타이셀한테만 반할 뻔했어요?”
“우리도 그날 열심히 싸웠는데.”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아쉘타인의 쌍둥이들이 각각 한 쪽씩 내 팔짱을 꼈다.
“네, 봤어요. 대체 왜 성혼식장에 폭발물을 들고 오셨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렇다.
이 못 말리는 아쉘타인의 쌍둥이들은 그날 괴물들과 마물들에게 연금술로 만든 폭탄을 던지며 엄청난 화력을 뽐냈다.
“에이, 그런 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거지.”
“언제 무슨 긴급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면 폭탄이 필요한 거지?
“그리고…… 짜증 나잖아, 그 결혼식.”
“재수 없어.”
‘……이 사람들, 황태자의 결혼식에서 폭탄 테러할 계획은 아니었겠지.’
아니라고 믿는다.
“어쨌든 그날 꽤 도움이 됐잖아요?”
“그건 그렇죠.”
“우리 잘했죠?”
“네에, 뭐.”
내 말에 쌍둥이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럼 머리카락 딱 한 가닥만 줄래요? 이미 빠진 거라도 좋아.”
“저는 손톱 자르고 남은 거 딱 하나만.”
“…….”
왜 내 주변엔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걸까?
* * *
“인류 존속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많은 이들이 가족과 연인, 친구와 제국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나서주었다. 자랑스럽고 훌륭하다.”
황제의 말이 준엄하게 울려 퍼졌다.
“그중 단연 선봉에 서서 혼란을 수습하는 이가 있었으니一.”
황제가 말을 살짝 멈추는 것과 동시에 천장까지 닿은 문이 열렸다.
“루아티샤 파에라톤.”
나는 붉게 깔린 비단길을 걸었다.
비단길 중간중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꽃이 깔려 있었다.
누가 꽃길을 깔아준 건지 알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시드.’
황제의 앞까지 걸어가자 그가 입을 열었다.
“어려서부터 흑사병 치료제를 개발해 수많은 제국민을 구하더니 이제는 거짓된 신의 손에서 또다시 이 나라를 구원하였구나.”
“…….”
“그대가 아니었으면 제국은一 아니, 제국을 넘어 이 세상은 존속하지 못했을 터.”
황제가 진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황제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루아티샤 파에라톤 그대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 임페리움 벨렉스 황금 훈장을 수여한다.”
“……!”
밝혀진 훈장의 이름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게 들렸다.
사실 오늘 내가 받을 훈장이 무엇인가를 두고 신문 기사 수십 개가 쏟아질 정도였다.
“세상에, 정말로 임페리움 벨렉스 황금 훈장이라니……!”
“저 훈장이 수여된 건 역사적으로 단 두 번뿐 아닌가요?”
“개국 공신 중에서도 단 한 명, 파천한 상황에서 환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영웅 단 한 명. 이렇게 두 번이었죠.”
“물론 공녀님이라면 충분히 받으실만하지만, 수여된 적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다른 걸 받으실 줄 알았는데.”
“솔직히 우리 성녀 예하가 아니면 또 누가 받겠어요?”
웅성거리는 가운데 황비님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셨다.
나는 가슴팍에서 묵직하게 흔들리는 훈장을 바라봤다.
반짝반짝한 게 엄청 예뻤다.
그냥 예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이 훈장 하나에 엄청난 혜택이 따라온다던데.’
혜택이 얼마나 많은지 책자로 만들어서 전달된다고 한다.
“축하한다, 아가. 정말 고맙구나.”
속삭이는 황비님의 목소리에 서훈받았다는 실감이 났다.
뭔가 앞에 나서서 이렇게 공치사를 받으니 괜히 좀 쑥스럽고 멋쩍었다.
딱히 칭찬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내 노력과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구나.’
이제 몸을 돌리려고 하는데 그보다 먼저 황제가 입을 열었다.
“또한 마누스 무공 훈장을 수여한다.”
어? 또?
‘하, 하긴. 내가 좀 많이 팼으니까. 무공 훈장을 따로 줄 만도 한……가?’
잘 모르겠네.
이번에는 교황님이 웃으며 내 가슴에 또 훈장을 달아주셨다.
“역시 우리 예하십니다.”
“다음은 오르디나티오 행정 훈장을.”
또오?!
아빠가 내게 훈장을 달아주고 내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해 주셨다.
히히.
“에그레지움 훈장.”
이번에는 델바트렌 공작이.
“파튀나 로사 훈장.”
이건 이스카밀 공작이.
그렇게 몇 번 반복하자 내 가슴팍은 훈장으로 빼곡했다.
‘대체 언제까지……?!’
너무 많이 주는 거 아니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녀 루아티샤 훈장을 수여한다.”
예?
뭔 훈장이요?
“어머나! 성녀 루아티샤 훈장이래요. 새로운 훈장이 탄생했네요!”
“과연. 기릴 만한 업적이죠.”
재잘거리는 귀부인들의 목소리가 내게 확인 사살을 해주었다.
그야 순교자나 성녀, 혹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이름을 따서 공훈장이나 상을 만드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지구에서도 그러지 않는가.
하지만 그게 내가 되니까
‘쪽팔려!’
그것도 내 이름을 딴 훈장을 내가 받다니요……?
시드가 내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었다.
나를 상징하는 핑크 골드에 파라이바가 물려 있는 것을 보니 더더욱 쪽팔렸다.
“축하해.”
시드가 내게 풍성한 꽃다발을 건네며 미소 지었다.
음.
미인이 세상을 구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꽃을 들고 있는 시드의 잘생긴 얼굴을 보니까 쪽팔림도 좀 가시는 것 같았다.
‘그래, 새롭게 만든 훈장이니 혜택도 엄청나겠지.’
그래야만 할 것이다.
발코니로 나가자 광장 아래에 빼곡하게 모인 사람들이 보였다.
내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이 소리 높여 환호했다.
“우와아아아一!”
“성녀 예하 만세!”
“파에라톤 공녀 만세!”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모였는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광장뿐만 아니라 그 너머까지 사람들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제도뿐만 아니라 제국의 곳곳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오늘을 위해 올라온 것이다.
내가 세운 공을 축하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루아티샤 파에라톤!”
내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
음, 뭐랄까.
어렸을 때 나는 내 이름조차 몰랐다.
내 이름도, 내 생일도, 진짜 아빠와 엄마의 딸인지도 너무나 늦게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귀가 먹먹하도록 커다랗게 울려 퍼지는 내 이름을 들으니一.
가슴이 찡하도록 밀려오는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나는 웃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해서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계를 구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열심히 달려 온 삶은 그야말로 로맨스 판타지 그 자체 아닌가?
그것도 꽤 멋진, 내가 좋아하는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사람들이 내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공녀님 결혼 언제 하세요?”
“시드리한 황자님이랑 하시는 거 맞죠?”
“안돼! 우리 공녀님은 공작님이랑 천년만년 살 거야!”
“우리 공녀님은 파에라톤령에 계속 있으셔야 한다구요!”
아니,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어찌나 배에 힘을 주고 외쳤는지 저 밑에서 외친 건데 내 귀에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음.
생각해보니 꽉 닫힌 엔딩은 아직인 것 같다.
내가 로맨스 판타지를 볼 때 가장 기대하던 장면이 아직 안 나왔으니까.
* * *
서훈식이 끝나고 곧바로 피로 연이 열렸다.
〈메티스〉 회원들과 셰루인 부인 그리고 크로펠 대부인이 내게 축하를 해줬다.
“역시 우리 공녀야. 나는 솔직히 모든 훈장을 다 줘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단다.”
“우리 공녀는 무슨. 언제 그렇게 봤다고. 나는 공녀가 네 살 때부터 봐왔네.”
“흥, 생색은.”
델바트렌 공작이 크로펠 대부인과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과연 어렸을 때부터 앙숙이라고 하더니 나이가 지긋한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우리가 공녀를 가장 먼저 보긴 했지.”
“그때부터 공녀의 영민함을 알아보기도 했고.”
이스카밀 공작과 쉐로델 후작이 델바트렌 공작을 거들었다.
이 세 사람도 참 처음 봤던 때와 한결같았다.
성혼식날 있었던 일 때문에 귀족들의 수는 어쩔 수 없이 줄어들었다.
안타깝게도 살해당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이비에 물들어서 괴물화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다행히도 나와 가까웠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사이비에 빠지지 않은 덕에 거의 다 멀쩡했다.
“하아, 정말 많이 컸구나.”
“처음 봤던 날 야물딱지게 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고.”
“〈메티스〉의 회장으로서 네 활동을 전부 다 지켜봐 왔는데도 어느새 이렇게 컸지, 싶구나.”
그때였다.
“왜 당신들이 눈물짓는 거지? 내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내 곁에 딱 버티고 섰다.
“거참, 자기 손녀라고 생색은.”
“부러우면 내 손녀 같은 손녀 하나 얻든지. 물론 내 손녀 같은 아이는 세상에 다시 없을 테지만.”
할아버지가 오만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내 딸 같은 딸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는 게 당연하니.”
아빠가 내 곁으로 스윽 나서며 말했다.
“그야 내 동생이니까.”
“내 솜뭉치는 내 솜뭉치니까.”
“내 막내.”
가족들이 위풍당당하게 나를 끌어안은 채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쪽팔려.’
왜 항상 쪽팔림은 내 몫일까?
그 순간,
“그럼一.”
나직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파고들었다.
“나는 내 아내라고 불러야 할까?”
시드가 내 손을 잡고 미소 지었다.
우주 같은 보랏빛 눈동자가 살며시 가늘어진다.
“연인도 좋지만 슬슬 다른 이름도 붙이고 싶어져서.”
나는 멍하니 시드를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이해한 게 맞나?’
“어머,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그렇지 않니, 아가?”
황비님이 박수를 짝, 치며 내게 물었다.
시드가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속삭였다.
“결혼하면 매일 밤 같이 자고 매일 아침 같이 일어나자. 내가 아침에 침대로 커피랑 브런치 가져다줄게. 주인님 아침마다 커피 마시잖아.”
순간 머릿속에 아침 햇살을 받은 채 내게 커피를 건네는 시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침이라 그런지 머리카락과 옷도 흐트러져 있고, 표정도 평소보다 훨씬 나른하게 풀려서 목소리는 가라앉아一.
‘으아아아!’
코에 피가 몰렸다.
“누, 누가 결혼해준대?”
나는 괜히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가 이렇게 얼렁뚱땅 결혼 이야기를 꺼내다니!
“안 할 거야?”
시드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동자를 보니一.
‘으으……!’
콩닥콩닥.
가슴이 계속 두근거렸다.
“안 해.”
왠지 말려드는 느낌에 나는 고개를 팩 돌리며 다시 쐐기를 박았다.
“절대 안 해.”
“그럼 노력해야겠네.”
시드가 웃으면서 내 뺨을 붙들었다.
눈앞에 한가득 시드의 얼굴이 비쳤다.
해로워.
이 미모는 심장에 너무 해롭다.
이대로 가다간 코피가一 아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나는 눈을 꾹 감았다.
언뜻, 시드의 얼굴이 더 가까워지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눈을 뜨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자, 거기까지.”
할아버지가 내 얼굴과 시드의 얼굴 사이를 가로막았다.
“내 동생이 황자 전하와 결혼 안 한다고 방금 말했을 텐데?”
아레스가 싸늘하게 웃으며 시드의 품에서 나를 빼냈다.
‘헉! 그러고 보니 가족들이 다 옆에 있었지.’
가족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미쳤어! 다 보는 데에서 뭐 하려고 했던 거람!’
나는 주변을 살폈다.
‘아빠는?’
시드에게 엄청 화내기 전에 내가 수습을 해야一.
“……내 딸이 눈을, 눈을 감았…….”
음.
충격이 심하신 듯했다.
아빠는 화내기보다 울 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 하나.’
갈피를 못 잡는데 쯧쯧,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카멜리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답답해 죽겠네. 책에서 본 것만큼만 해라, 좀.”
“…….”
쟤한테 15금 소설 보여준 사람 누구야!
아, 나구나.
* * *
황제는 뒷목을 잡았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해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뭐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니,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파에라톤 공작!”
황제가 길길이 날뛰었다.
“지금 황태자를 처가살이시키겠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