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1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15화(315/353)
☆ 제315화 ☆
황제의 분노에도 파에라톤 공작과 타렌카 후작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처가살이가 아니라 딸아이가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집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는 겁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제 손녀가 워낙 고생하지 않았습니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게 할아비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청산유수처럼 우아하고 매끄러운 말이었다.
결국 황제는 폭발했다.
“그럴싸한 척 개소리 늘어놓지 말게! 그게 처가살이가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 * *
며칠 전.
제도의 파에라톤 공작저.
루아티샤는 서훈받은 다양한 훈장만큼이나 많은 혜택을 받았다.
기존에 있었던 훈장의 혜택이야 널리 잘 알려져 있었지만, 성녀 루아티샤 훈장은 새로 만들어진 훈장인 만큼 혜택도 새로웠다.
……그것도 여러모로.
“원한다면 바로 즉시 황족 중 누구나와 결혼 가능? 이딴 걸 혜택이라고 써놓은 건가?”
“황족과 결혼 시 디비니타스 홀에서 성혼식 진행? 원하는 다른 홀이 있으면 그걸로 대체 가능. 뭐 이래.”
디비니타스 홀은 황제의 성혼 식에도 개방되지 않는다.
오로지 대관식에만 사용하는 홀이었다.
그 홀을 결혼식에 개방한다는 건 분명 엄청난 혜택이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남자들은 전혀 혜택이라고 보지 않았지만.
“결혼 비용 황가에서 전액 지원.”
“황실 티아라 제한 없이 원하는 것으로 착용 가능. 원하는 게 없을 시 바로 새로 제작 가능.”
“황궁의 모든 인테리어 원하는 대로 바꾸기 가능. 정원 및 온실 포함. 새로운 궁을 지어도 됨.”
“원하는 황실 셰프와 파티셰 우선 배정. 황제 전속 셰프라도 우선 배정 가능.”
“지참금 필요 없음.”
“몸만 오면 됨.”
“…….”
혜택을 하나씩 읽어나가던 가족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순식간에 티룸에 먹구름이 몰려온 것만 같았다.
‘아니, 왜 이렇게 결혼에 진심이야?’
니케의 배를 긁어주며 혜택을 듣고 있던 루아티샤도 좀 어이없을 정도였으니 가족들은 오죽하겠는가.
“겨, 결혼했을 때 말고 다른 혜택은 없어?”
먹구름 사이로 천둥이 칠까, 루아티샤는 얼른 책자를 끌어당겨 살폈다.
‘……아니, 왜 다 황족이랑 결혼을 전제로 한 혜택이야.’
페이지를 몇 장이나 넘겨도 마찬가지였다.
“아, 여기 있다.”
한참을 살피고서야 겨우 찾아냈다.
“황실의 별궁 언제든지 이용 가능.”
“흥, 그딴 성 따위 내 손녀도 몇 개나 가지고 있거늘.”
손녀의 생일마다 휴양지의 성은 물론, 섬까지 사주던 타렌카 후작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황실의 별궁은 또 다르니까요. 우리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여행가도 좋을 거 같고.”
달래는 말에 가족들의 귀가 움찔했다.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참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루아티샤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기 설명도 적혀 있네요. 아름다운 풍광과 최상급의 서비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만드세요. 연인들을 위한 완벽한 휴양지. 데이트 추천. 21대 황제는 이곳에서 허니문 베…….”
루아티샤는 입을 다물었다.
주변이 지나치게 고요했다.
슬쩍 고개를 드니 가족들의 눈에서 안광이 번뜩이는 것이 보였다.
우르르 쾅! 콰광!
먹구름 사이로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아…… 빠?”
파에타론 공작이 공포 영화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려 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미소를 만들어냈다.
“그래. 서훈받은 거 축하한다, 내 딸.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가서 쉬렴.”
다정한 목소리.
‘……괜찮은 건가?’
루아티샤는 힐끔 눈치를 살폈다.
‘생각보다 다들 담담하네.’
눈이 마주치자 할아버지 역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괜찮은가 보다.’
하기야 이 정도로 하나하나 반응하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지 않았는가.
“응, 그럼 다들 잘 자요. 할아버지랑 아빠랑 오빠들도 훈장 받은 거 축하드려요.”
루아티샤는 니케를 달랑 안고 서는 티룸을 나섰다.
* * *
파에라톤 공작가의 가신들과 타렌카 후작가의 가신들은 비상 호출에 놀라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아닌 밤중에 불려온 만큼 무슨 일인지 심히 걱정되었다.
“이 시간에 비상 호출이라니……! 무슨 일입니까!”
“설마 아직 괴물들의 잔당이 남아있는 겁니까?!”
급히 오느라 제대로 의관을 갖추지도 못한 가신들이 대회의실로 들어서며 질문을 쏟아냈다.
상석에는 파에라톤 공작가의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이 심각한 얼굴로 얼굴을 굳힌 채 자리해 있었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하다!’
가신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겨우 모든 것이 끝나고 수습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역시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다.
긴 침묵 끝에 파에라톤 공작의 입술이 열렸다.
“……황실에서 내 딸을 채가기 위해 혈안이다.”
“……예?”
가신들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지금,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비상시국이라고 연락이 와서 텔레포트 스크롤까지 찢어가면서 이동했는데.
그것도 장로급 인사는 물론, 원로까지 다 모였다.
그런데 뭐라고?
황실에서 막내 공녀를 채가려고 해?
“이거 큰일 아닙니까!”
“황실의 월권이 도를 지나쳤습니다!”
“어디 감히 우리 막내 공녀님을 탐을 낸단 말입니까!”
“하긴 우리 막내 공녀님이 워낙 뛰어나시다 보니 탐이 나겠지만!”
“제가 황제여도 원했겠지만!”
순식간에 대회의장에 아우성이 가득했다.
“안돼애애애애애一!”
그 중에서도 눈물을 쏟으며 목청이 찢어지라 외치는 사람이 있었으니.
“황태자비나 황후의 보좌관은 관료들이 우선 배정된단 말입니다! 그럼 저는……!”
철푸덕!
디에르 자작이 비련의 주인공처럼 가련하게 바닥에 쓰러졌다.
“우리 아가씨를 가장 잘 보좌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 우리 아가씨의 첫 번째 종! 저 레디안 디에르란 말입니다!”
또르르륵.
진주 같은 눈물방울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지금이라도 파에라톤의 가신을 때려치우고 관료 시험을 봐야 하는 걸까요?”
파에라톤 공작의 앞에서 할 말이 아니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막 임관한 사람을 황태자비의 보좌로 붙여줄 리도 없는데……! 아아,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아직 막내 공녀님의 연치가 어리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결혼이라니, 절대 안 됩니다!”
우리 공녀님 못 잃어!
핏대를 세우며 외치는 가신들을 보며 칸도르 백작이 허허, 웃었다.
‘개판이구만.’
여기서 정상인은 자신 혼자뿐이란 말인가.
루아티샤의 하녀들은 아예 머리에 띠를 두르고 결사 항전하는 사람처럼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황실 예법상 평민인 그녀들은 루아티샤의 직접적인 시중을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에라톤 공작이 성녀 루아티샤 훈장의 혜택이 적힌 책자를 슥 밀며 말했다.
“황실이 훈장 혜택이라고 준 목록이다.”
“이딴 게 무슨 혜택입니까!”
“이건 패널티입니다!”
가신들이 핏대를 세웠다.
과열되는 분위기에 칸도르 백작이 깊게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자자, 다들 진정하시오. 이렇게까지 흥분할 일은 아니지 않소.”
“흥분할 일이 아니다? 백작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백작께서는 제도에서 지내며 공녀님을 많이 봤겠지만, 우리는 일 년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영지에서 공녀님이 언제 오시나 오매불망 기다렸단 말입니다!”
“이 기만자!”
한마디만 말했을 뿐인데 열 마디의 비난이 돌아오고 있었다.
“백작께선 지금 공녀님께서 시드리한 황자와 당장 결혼해도 된다는 겁니까?”
“그건一.”
칸도르 백작의 눈빛이 변했다.
벼린 날처럼 날카롭게.
“절대 안 되지.”
아닌 척하지만 그 역시 팔불출이었다.
칸도르 백작의 품에는 아직도 네 살 루아티샤가 그려준 그림이 있었다.
‘……당장 결혼하면 보좌 자리에서도 제외될 거고.’
디에르 자작과 같은 신세가 된다.
‘절대 안 되지.’
“하지만 무조건 반대하다간 역효과만 날지도 모른다. 루아티샤의 미움을 받고 끝날 수 있어.”
타렌카 후작이 침중한 얼굴로 말했다.
실제 경험에서부터 우러나온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아가씨께서는 어떠십니까? 서훈식에서는 결혼할 생각 없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내 동생이 결혼을 원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혜택을 빙자해 압박을 주다니!”
“이렇게 꼬셨다간 막내 아가씨께서 생각을 달리하실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시드리한 황자가 하는 짓이 여간 요망하고 잔망스러운 게 아니던데!”
“순진한 우리 아가씨를 꼬여 내려고 아주 황가 전체가 혈안입니다!”
쾅!
파에라톤 공작이 거칠게 책상을 내려쳤다.
그의 머릿속에선 아기천사 루아티샤를 독사 같은 황족들이 홀라당 납치해가고 있었다.
루아티샤가 평생 결혼하지 않고 가족들과 살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자신과 이나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정을 이루는 기쁨……을, 만끽……하길, 원……한다…….
으득.
파에라톤 공작의 턱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내 딸은 너무 어려.”
“아직도 배 내밀고 자는데.”
“여전히 대충 뭉쳐놓은 솜뭉치 같다고. 여전히 내가 챙겨주고 지켜줘야 할 애야.”
“손은 또 어찌나 작은지. 내 반밖에 안 돼.”
제온의 손이 유독 큰 것도 있긴 했지만,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아까 태어난 핏덩이나 다름없지.”
타렌카 후작이 턱을 쓸며 말했다.
만약 루아티샤가 결혼을 한다면 그나마…… 정말 그으으으으나마 개중에선 시드리한이 낫다.
‘내 딸이 워낙 완벽해서 누구를 가져다 붙여도 한없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시드리한은 루아티샤를 위해 많은 것을 했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고마운 마음도 컸다.
‘가족 외에 그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은 시드리한뿐이겠지.’
“……그래도 결혼은 아직 너무 일러.”
그리하여 긴긴 논의 끝에 파에라톤 공작가와 타렌카 후작 가는 결론을 낸 것이다.
무턱대고 반대하다간 루아티샤의 미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선빵 쳐야겠다.’
* * *
그리고 다시 오늘.
갑자기 선빵 맞은 황제는 어이가 없었다.
“아직 여러 일이 있어서 즉위식을 치르지 않았지만, 시드리한은 곧 황태자가 될 몸이란 말이오!”
엄밀히 말하면 선빵이 아니라는 게 파에라톤 공작과 타렌카 후작의 입장이기도 했다.
먼저 훈장의 혜택이랍시고 사심을 가득 넣어 선공한 건 황실 쪽이었다.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타렌카 후작을 보고 황제는 핏대를 세웠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시오? 시드리한은 곧 이 나라의 황제가 될 사람이란 뜻이오!”
“그걸 우리가 모르진 않습니다, 폐하.”
“안다고? 알면서 처가살이를 말하는 거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처가살이가 아니라一.”
콰앙!
그때, 거친 소리와 함께 알현실의 문이 열렸다.
“말도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흥분한 황비가 예법도 차리지 않고 외쳤다.
“황비의 말이 맞소! 어떻게 황태자를一.”
“아가는 황궁에서도 편하게! 자기 집처럼! 우리와 오순도순 지낼 테니 걱정 마시죠.”
“……황비?”
황제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황비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이미 아가가 지낼 궁을 다섯 개 골라 꾸미고 있습니다. 일단 꾸미고 있는 게 다섯 개고 추후에 더 꾸밀 예정입니다.”
일명 ‘이 중 하나는 마음에 들겠지’ 전략이었다.
“황비께선 ‘자기 집처럼’이라고 말하는 것 치고 실제 자기 집 같은 건 없다는 진리를 모르십니까?”
“가족 같은 회사라고 하면 도망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
“흥, 결혼하면 아가의 집은 황궁이 되고, 나 역시 아가의 가족이 됩니다. ‘처럼’, ‘같은’이 아니라 진짜 가족, 진짜 집이 된다구요!”
“시가가 어디 친정만 하겠습니까.”
“편견이에요!”
“객관적인 통계입니다.”
파지지직!
황비 그리고 타렌카 후작과 파에라톤 공작 사이에 번개가 튀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아니, 일단 국정이나 황실의 정례 같은 걸 생각해서一.”
“지금 그게 문제는 아니잖아요!”
황비의 외침에 황제가 찔끔했다.
“폐하께서는 논점을 흐리고 계십니다.”
거기다 파에라톤 공작의 비난까지.
“…….”
황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아니, 나도 루아티샤가 며늘 아가가 되는 건 좋은데……. 그것도 엄청 좋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보단 황태자의 처가살이가 심각한 문제 아닌가?
‘내가 틀린 건가…….’
황제는 시무룩했다.
* * *
“푸흡!”
나는 먹던 차를 뱉을 뻔했다.
“괜찮아?”
시드가 내 입가를 톡톡 닦아 주었지만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나는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뭐라고? 아빠랑 할아버지가 황궁에서 뭘 해?”
내 말에 영수가 혹시 잘못 말했나 하고 눈치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