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1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16화(316/353)
☆ 제316화 ☆
“놀라서 그런 거야. 괜찮으니까 말해봐.”
어린아이 모습을 한 영수가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다가 말했다.
“황제에게 말하고 있어. 황태자, 처가살이.”
“아니야. 처가살이 아니래.”
말한 영수와 쌍둥이처럼 털 색만 다를 뿐, 생김새는 꼭 닮은 영수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두 아기 영수의 머리 위에 돋아나 있는 귀와 엉덩이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처가살이 아니구 딸이一 손녀가 편한 곳에서 지내야 한대. 너무 고생했어.”
“황비가 와서 화내. 황궁이 아이의 집이 될 거래. 자기랑 같이 살 거래.”
“시가는 절대 아이의 집이 될 수 없대.”
“황제 혼났어. 황제 시무룩해.”
음.
왜 혼나서 시무룩해진 황제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걸까.
‘별로 상상하고 싶진 않았는데.’
어쨌거나 확실한 건 아빠와 할아버지가 시드를 처가살이시키겠다고 황궁에 가서 깽판 치고 있다는 거다.
‘나 몰래 쑥덕대고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설마 황태자를 처가살이시킬 작당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즉위하지만 않았을 뿐, 지금 시드는 황태자나 다름없는 입지였다.
혼란을 수습하고 나면 황태자 즉위식을 치를 예정이었고.
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시드에게 사과했다.
“미안. 우리 아빠랑 할아버지가 좀 걱정이 많아서.”
“나는 좋은데.”
“뭐?”
시드가 고개를 기울이며 슬며시 웃었다. 햇빛이 그의 뺨 위에 고였다.
“처가살이라는 건 일단 결혼한 다음에 하는 거잖아.”
스윽, 그가 내게로 몸을 기울였다.
나란히 앉아있던 탓에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졌다.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타인의 체열.
조금씩, 모양 좋은 선홍빛 입술이 다가온다. 가까이, 더 가까이.
닿을 듯 말 듯 내 입술을 간질이던 입술이 느릿하게 내 턱선을 타고 빗겨나가 귓가에 닿았다.
“난 너랑 살면 어디든 좋아.”
나지막한 속삭임.
시드가 눈만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촘촘한 금빛 속눈썹과 그 아래 자리한 짙은 보랏빛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누, 누, 누가 결혼해준대?!”
벌떡!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이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나, 나는 생각도 없거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루아티샤.”
시드의 부름에 두 다리가 바닥에 딱 붙었다.
“이거 가져가야지.”
힘줄이 돋은 커다란 손이 내 팔목을 부드럽게 스치곤 내 손을 움켰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가 느릿하게 떨어져 나갔다.
손바닥에 단단한 영상석이 쥐여 졌지만, 내 신경은 온통 손가락 사이의 연한 살에만 있는 듯했다.
그의 체열이 남은 그 자리에.
“숄도 걸치자. 슬슬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으니까.”
시드가 레이스 숄을 내 어깨에 걸쳐주었다.
반사적으로 숄을 잡는데 그가 숄 안으로 들어간 머리카락을 빼내 주었다.
그러며 단단한 손끝이 내 목선과 쇄골을 스쳤다.
‘……읏.’
나는 입안의 여린 살을 꽉 깨물었다.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니면 내가 너무 의식하는 거야?
어젯밤에 15금 소설 보지 말걸.
내 머리카락을 다 정리해준 시드가 내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참 담백하게.
“그리고 난 너랑 결혼하고 싶어.”
그가 웃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어.”
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비친 내 얼굴은一.
“새, 생각해볼게.”
나조차도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나는 일부러 새침하게 그를 지나쳤다.
“아가씨? 일찍 나오셨네요?”
“응?”
“……무슨 좋은 일 있으셨어요?”
“아니?”
“그래요…….”
안나가 묘한 어조로 말을 끌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마차에 올라타는 내 손을 꼬옥 잡았다.
“아가씨, 어딜 가시든 저를 꼭 데리고 가셔야 해요……?”
“응?”
안나는 내 전담 하녀지만 외부 수행원은 아니었다.
오늘도 원래 안나를 데리고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따라오겠다고 해서 데려온 거였다.
갑자기 왜 이러나 의아했지만 곧 납득했다.
키야스에델을 처치하며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데다가 내가 죽을 뻔했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불안한가 보다.
“알았어.”
괜히 안쓰러워져서 나는 안나의 손을 꽉 잡았다.
안나는 안심한 듯 웃더니 내가 나온 건물을 째려봤다.
‘……?’
왜 째려보지?
어쨌든 나는 마차에 올라타 뜨거운 뺨을 식혔다.
“그리고 나는 너랑 결혼하고 싶어.”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어.”
귓가에 시드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걔는 목소리까지 왜 그렇게 좋담.
문득 마차 창에 비친 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시드를 앞에 두고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얼굴.
하지만 이 표정 역시 내게 익숙하지 않았다.
아, 진짜.
‘왜 입꼬리는 자꾸 올라가는 거야.’
마차는 꼭 내 마음처럼 거침없이 내달렸다.
한참 휙휙 변하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뭘 잊어버린 거 같은데…….’
고민하다가 깨달았다.
‘아, 맞다. 영수들!’
아가 영수들을 놓고 왔다.
* * *
“너무해!”
“나빴어!”
아가 영수들이 귀와 꼬리를 쫑긋대며 솜주먹으로 나를 통통 쳤다.
나는 아가들을 안아주며 둥둥 이를 토닥였다.
“미안, 미안. 정신이 없었어.”
훌쩍, 훌찌럭.
영수들이 울먹이며 나를 바라 보았다.
음, 속상해서 우는 아가들을 보며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一.
‘귀여워……!’
아직 아가라서 변형이 미숙한 걸까?
인간형으로 변하긴 했는데도 영수의 귀와 꼬리를 달고 있어서 더 귀여웠다.
‘근데 생각해보면 내가 데려간 것도 아니고 얘네들이 알아서 내가 있는 곳에 찾아왔는데.’
왔을 때도 창문을 부술 듯이 탕탕치면서 어서 문 열라고 성화였다.
공교롭게도 마침 시드와 키스 각을 재고 있던 타이밍에.
어쩜 그렇게 타이밍을 잘 맞췄는지 우연이지만 참 놀라울 정도였다.
‘……영수는 인간이랑 다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왔던 거니까 딱히 미아가 된 건一.’
“후에에에엥!”
“오구오구, 미안, 미안.”
빽빽 우는 모습에 나는 의심을 지우고 아가들을 토닥였다.
그때였다.
“그렇게 엉겨 붙으며 징징거라디니. 영수로서의 자존심도 없는 건가? 추하군.”
오늘도 어김없이 천사들이 주거 침입을 일삼으며 말했다.
“추하다니. 아가들한테.”
내가 나무라자 천사들의 뒤를 이어 들어오던 마족들이 피식 웃었다.
“뭐가 아가야. 딱 봐도 7천 살은 족히 넘은 할아범이랑 할멈이구만.”
뭐?
‘7살도 아니고 7천 살……?’
나는 내 품에 안긴 채 울먹거리던 아가들을 내려다보았다.
순진한 아가들이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팩 돌렸다.
“칫.”
방금 혀 찼지?
“네가 아기들한테 약한 걸 알고 일부러 겉모습을 저렇게 만들어서 그러는 거란다.”
“우리도 날개를 없애는 거 말고 다른 외양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극히 마족다운 생각이군.”
천족과 마족이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참 평화롭구나.
“이 비겁한 영수 놈들!”
날카로운 바람과 함께 에르메스 짹의 포효가 거칠게 울려 퍼졌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쭈인을 속이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짹!”
영수와 정령은 특히나 앙숙 사이이긴 했지만, 에르메스 짹은 평소보다 더 흥분해서 날개를 파닥거렸다.
“무슨 일 있었어?”
“저 녀석들이 내 쿠키를 다 먹었다, 짹!”
에르메스 짹이 파르르 떨었다.
“아껴둔 거였는데! 라즈베리랑 화이트 초코칩 가득 박힌 거! 나는, 나는 애기인 줄 알고…….”
에르메스 짹도 속았구나.
하필이면 라즈베리 화이트 초코칩 쿠키는 에르메스 짹의 최애 쿠키였다.
내가 부리 썩는다고 잘 주지 않기에 항상 아끼고 아끼고 또 아껴 먹었다.
‘그래도 싫어하는 영수들이 아가라고 양보할 줄도 알고…….’
니케가 알이었을 때부터 나랑 같이 돌봐와서 그런가?
“저기 할머니, 할아버지. 애 거를 뺏어 먹으면 어떻게 해요.”
“그치마안一.”
“나두 꾸끼 먹구 싶었는걸.”
영수들이 울망울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귀, 귀여워…….’
“그리고 에르메스 짹두 나랑 동년배인걸…….”
“솔직히 쟤두 귀척 쩌는데.”
“…….”
누가 영수들에게 이런 말을 가르친 걸까?
그때였다.
“마마의 아가는 니케뿐이야아아아!!”
니케가 와앙, 하고 달려들어 내 무릎에 있던 영수들을 다 쫓아냈다.
‘그러고 보니 니케도 성체였지.’
악트셰라켄이 다 큰 애가 혀 짧은 소리 낸다고 질색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영수들 입장에서는 짱 센 왕이 애기짓하는 거 아닌가.
슬쩍 영수들을 보니 기막혀 하……지 않고 완전 쫄아붙어 있었다.
‘니케가 그렇게 무섭나?’
아닌데.
우리 니케 완전 순진하고 착하고 엄마밖에 모르는 애깅이인데.
“마마?”
니케가 꺄웅, 하고 배를 까뒤집으며 날 올려다보았다.
‘아무렴 어때. 니케는 아가인 걸.’
나는 니케의 배를 긁어주었다.
“……저 녀석이 제일 문제야.”
“어후, 진짜 소오름.”
“무서워.”
“꿈에 나올까 두렵다.”
음.
쟤네 대체 언제 자기네들 집으로 돌아가는 거지?
‘괜히 캐시를 다 쏟아부었나.’
솔직히 천족들은 부상 당한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어서 그래도 도움이 되는데, 나머지들은…….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는 영수들과 마족들이 해맑게 웃었다.
* * *
[이듐, “이번 콜렉션은 전부 시드리한 황자님의 주문 제작.”] [사상 최고가로 낙찰된 보석 〈대양의 푸른 별〉, 낙찰자는 시드리한 황자!] [시드리한 황자, “〈대양의 푸른 별〉은 연인 루아티샤에게 줄 선물.”] [불레아, “황태자 전하의 오더는 즉위식에 사용할 장신구 아냐.”] [황태자의 불레아 오더, 여성용 악세사리로 밝혀져!] [시드리한 황태자의 특별한 즉위식, 연인이자 성녀 루아티샤와 함께.] [드디어 프러포즈 성공? 파에라톤 공작, “절대 아냐. 연인 관계는 어찌 될지 몰라.”] [황태자 직할령에 만개한 장미꽃의 정체는?!] [새로운 장미 품종 개발, 〈로사 루아티샤〉] [타렌카 후작, “황태자는 정무에나 집중하길.”] [황태자 지지율 90% 넘어, 황비 “황태자 업무 매우 잘하고 있다.”]* * *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넘기는데 오늘도 나와 시드에 관한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대체 이게 몇 개월째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읽지도 않고 기사를 넘겼다.
무슨 가십지도 아니고 일간지가 이런 내용을 계속 보도하는지.
대강 헤드라인을 훑었지만 특별한 소식은 없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좋은 아침, 아즐.”
아즐에게서 안수르 상단에 관한 간단한 보고를 받고 방에서 나와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는 오늘도 선물이 잔뜩 쌓여 있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보내신 겁니다.”
“성녀님의 목이 건조하시다고 들으셨다며 직접 정원에서 재배한 꽃으로 차를 만드셨습니다.”
시드의 시종이 내게 편지를 전해주며 미소 지었다.
“고맙다고 전해줘.”
나는 조금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흥.
계속 선물 주면 뭐 하나.
‘정작 몇 주째 못 만나고 있는데!’
나는 시드가 준 선물 중에서 꽃다발을 품에 안고 내 방으로 돌아와 풀썩 침대에 누웠다.
꽃향기는 또 너무 좋았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아니, 왜 못 만나냐고, 왜!’
에스테반은 황태자로 즉위하고서도 어찌나 한가한지 마주치고 싶지도 않은데 잘만 마주치더니.
시드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몇 주째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하고 있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나도 파에라톤령에 내려가서 이것저것 하고 신전의 행정 업무도 이김에 뿌리 뽑자 하고 열심히 일했는데一.
‘이게 몇 주 째야, 진짜!’
그것도 언제 만난다는 기약도 없었다.
다음 주에는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다음 달?
‘……아무리 바빠도 5분도 못 만나는 건 너무한 거 아냐?’
이제는 화가 나다 못해 울적했다.
“아가씨, 오늘 친구분들과 만나기로 하셨잖아요.”
“그랬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녀 언니들이 기운 없는 나를 보더니 달래기 시작했다.
“간만에 친구분들이랑 만나서 수다 떠시면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맞아요. 오늘은 주무시고 오시는 거죠?”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 보고 싶다.
보고 싶은데 괘씸해서 보고 싶지 않아.
‘……그래도 보고 싶다.’
흑.
나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