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1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19화(319/353)
☆ 제319화 ☆
* * *
〈우리 이제 연인 관계를 그만두려 합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미쳤어?!”
“안돼애애애애!!!”
전면에 박힌 커다란 루아티샤와 시드리한의 사진.
그리고 커다랗게 쓰인 저 엄청난 문구.
가판대를 지나던 사람들은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 서서 절규를 했다.
“이, 이 신문 한 장 주시오!”
“나도 주시오!”
너도나도 서둘러 신문을 구매하고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 주변에서 머리를 쑥쑥 들이밀었다.
“나도 좀 봄세.”
“대체 무슨 일인가!”
촤악
신문을 펼쳐 드는 순간,
〈이제, 부부가 되려 합니다.〉
접혀 있던 아랫부분에 예전 파티에서 함께 춤을 추던 행복한 두 사람의 모습과 함께 그 문구가 박혀 있었다.
“부, 부부?!”
“아, 심장 내려앉는 줄 알았네.”
그 아래로 길게 기사가 쓰여 있었다.
“그럼 이제 성녀 예하께서 청혼을 받아주신 건가?”
“와, 드디어!”
초면인 사람들이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폴짝폴짝 뛰었다.
“진짜 다행이다……. 깜짝 놀랐다니까요.”
“그러니까요. 심장 내려앉는 줄 알았네.”
정말 다행이긴 한데.
놀랐던 가슴이 좀 가라앉자 이제 분노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무슨 기자가 이렇게 제목을 뽑아?!”
“판매량 올리려고 별 개수작을 다 부리네.”
“지나가다 이런 제목 한 번 보고 결별설 루머 퍼트리는 사람 꼭 있는데.”
그렇다.
성녀와 황태자 커플.
꼭 소설에나 나올 법한 조합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양쪽 모두 본래부터 대중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었던 데다가.
특히 새벽 축제에서부터 사람들이 두 사람의 인연을 지켜봤기에 관심도가 남다른 부분이 있었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썸 타고 연애하는 걸 지켜본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얼마 전에는 힘을 합쳐 세상을 구하기까지 했으니…….
하지만 유명하다 보면 이러저러한 루머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루아티샤와 시드리한의 관계를 두고도 여러 루머가 많았지만 거의 결혼설이나 결별설이었다.
다음 달에 결혼한다는 루머.
곧 헤어질 거라는 루머.
사실은 비밀리에 두 사람만의 결혼식을 올렸다는 루머.
이미 헤어진 지 오래라는 루머.
결혼설과 불화설이 마치 싸움하듯이 퍼져나갔다.
“기사 제목만 보고 좋다고 결별설 퍼트리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판매 부수 올리려고 이딴 제목을 쓰다니!”
“쓰레기 같은 기자…….”
“이 기자 쓰레기네.”
“기레기…….”
“기레기?”
왠지 모르게 입에 착 붙는 어감이었다.
“이 기레기!”
사람들이 기자를 비난했다.
그리고 가판대에 헐레벌떡 다가와 신문 한 부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그 신문 말고 다른 거 사세요!”
“그거 기레기야!”
“그래, 저 신문이 좋겠네요. 아주 정직하네.”
새로 온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가리킨 신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시선을 강탈하는 헤드라인 때문에 못 봤을 뿐, 다른 신문 기사들은 멀쩡했다.
“와, 진짜 이놈만 기레기였네.”
다른 기자들은 믿을 만했다.
〈드디어 프러포즈 성공?!〉
〈장장 7개월에 걸친 시드리한 황태자의 구애 일대기〉
〈루아티샤-시드리한 커플, “우리 결혼합니다”〉
〈루아티샤 공녀, 드디어 황태자에게 “예스!”〉
〈황실, “아름다운 인연이 결실을 맺어…….”〉
〈황비, “이미 예물 전부 마련해 뒀다. 언제라도 줄 준비 되어 있어.”〉
〈[단독] 공녀의 결혼 승낙과 정! 측근의 시선에서 본 생생한 후기〉
“후우, 진작 다른 신문들도 살펴볼걸.”
“주인장, 거 이딴 신문은 뒤로 빼버리쇼!”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긴 주인장이 신문을 슬쩍 뒤로 뺐다.
* * *
사실 루아티샤 공녀는 그날 오후까지만 해도 결혼 승낙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였다고 한다.
싫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장 예스를 외칠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듯.
부끄러운지 정확한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밤,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나타난 시드리한 황태자에게 바로 결혼 승낙을 한 것!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무엇이 그 단단한 성녀님의 마음을 녹인 것일까?
대체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뭐였길래!
이 이벤트를 따라 하면 프러포즈 필승 전략이 생기는 것 아닐까?
두근두근하는 독자들에게 안타까운 소식.
이벤트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답은 “얼굴”이었다.
측근의 말에 따르자면 “너무 오래간만에 봐서 잘생김에 면역 없어져서 어어, 하다 약혼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그 말을 하는 측근이 굉장히 어이없어했다고.
“이벤트를 준비하면 뭐 하나. 원래는 불꽃놀이도 있었고, 환상 마법을 사용한 이벤트도 있었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다.”
“지친 루아티샤가 기분 좋은 데이트를 하면 좋을 거 같아서 협력했는데 얼굴에만 홀릴 줄은 몰랐다.”
무슨 얼굴 때문에 결혼을 승낙 하나 싶겠지만, 시드리한 황태자의 얼굴을 직접 배알한 필자는 충분히 납득했다.
혹시라도 아직 시드리한 황태자의 실물을 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성혼식날을 노려보자.
광장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더라도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미모니까.
우리는 살아있는 예술작품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녀님의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이야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터.
혹시 청혼을 고민 중인데 따라 할 수 없어서 슬퍼하는 중인가?
그런 당신에게 〈엠파이어〉에서 드리는 팁!
시드리한 황태자는 “예스”라는 말로 결혼 승낙을 받는 게 아니다.
무려 “짙은 키스”로 받았다!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그런 것일까?
모든 것은 키스를 부르는 시드리한 황태자의 입술 덕분이겠지만, 대사는 따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알려드릴 테니 자, 시도해보자.
* * *
짜악!
따귀를 때리는 파열음이 청명하게 울렸다.
“지금 장난해?”
따귀를 맞은 사내가 억울한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키스하면 나랑 사귀는 거다? 그걸 말이라고 해?!”
“나, 나는 그냥……. 좋아할 줄 알고…….”
“네가 무슨 황태자 전하라도 되는 줄 아는가 봐? 기가 막혀서.”
흥!
여자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사내는 홀로 남아 황망하게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또르륵, 눈물이 흘렀다.
썸이 깨졌다.
“키스하면 결혼?”
“네 남친도 그렇게 청혼했어? 나도 그랬는데!”
“자기가 무슨 황태자 전하인 줄 아나.”
“반의 반만큼이라도 닮았어도 말을 안 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그 말만 띡 하는 것도 어이없지 않아?”
“그 시드리한 황태자 전하조차 별장까지 새로 지어가면서 준비한 걸 말 한마디 해서 날로 먹으려고 하다니.”
“그것도 남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해서.”
“진짜 있던 정도 확 떨어지더라니까.”
루아티샤와 시드리한의 구애 기사가 불러온 사회적 파장은 엄청났다.
〈「엠파이어」편집장 대국민 사과, “송구스러움을 이루 말할 길 없어.”〉
〈「엠파이어」편집장, 억울함 토로 “본인이 시드리한 황태자라고 착각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분위기를 봐서 참고하라는 뜻이었을 뿐.”〉
그러나 가장 심각한 파장은 사회 전반이 아니라 바로 파에라톤 공작저에 일고 있었으니…….
파사삭!
잡지가 저절로 오그라들며 구겨지다가 아예 새까만 마기에 타들어 갔다.
“시드리한 황태자의 키스를 부르는 입술?”
잡지에 적혀 있던 말도 안 되는 문구에 꿈틀,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기사에서는 시드리한의 입술을 심층 분석하며 남자들에게 입술을 가꾸는 팁을 전수하고 있었는데, 그 탓에 지면 가득 시드리한의 입술이 클로즈업 된 채 여러 각도로 실려 있었다.
문제는 파에라톤 남자들의 뇌리에서 그 입술의 잔상이 지워지질 않는다는 거다.
“그 요망한 것이…….”
으득!
이 가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렸다.
분명 그날은 친구들이랑 놀러 간다고 들었는데 시드리한의 계략이었을 줄이야!
“이딴 농간을 부리다니.”
짙은 마기가 공간을 좀먹기 시작했다.
파에라톤 가의 가신들은 숨을 죽였다.
‘또 난리 나겠구나.’
‘집기들은 다 치웠지?’
‘대체 누가 또 저 잡지를 가져다준 거야! 최대한 각하의 눈에 안 보이게 하자고 했잖은가!’
‘아레스 도련님이 가져오신 겁니다.’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의 청혼을 받아들였다는 기사가 난 이후로 파에라톤 공작가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때였다.
“아빠一. 어? 다들 모여 있었네요?”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루아티샤가 모여 있는 가족들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그 미소에 방안에 가득하던 마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솜뭉치.”
“응?”
“진짜로 이 새…… 놈…….”
루아티샤의 뾰족한 시선에 익시온이 서둘러 말을 바꿨다.
사랑하는 솜뭉치가 자신을 저런 눈으로 쳐다보다니.
‘모든 건 그 망할 새끼 때문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도 막내의 시선은 무서웠기에 익시온은 얌전히 말을 바꿨다.
“……황태자와 결……할 생각이냐?”
루아티샤가 픽 웃었다.
“아직도 그 소리야?”
대체 몇 번이나 물은 건지 모르겠다.
“시드 아니면 내가 누구랑 결혼해.”
“그게 아니다.”
파에라톤 공작의 말에 루아티샤가 고개를 돌렸다.
진중한 시선.
파에라톤 공작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외에는 결혼할 사람이 마땅찮아서 그 사람과 결혼하는 게 아니라, 네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
루아티샤는 말없이 아빠를 바라보았다.
팔불출이라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一.
‘결국 나를 가장 생각해주는 사람은 우리 아빠구나.’
상황이 이러니까, 정략적으로도 이득이 되니까, 시드리한이 루아티샤를 위해 많은 것을 해 줬으니까, 등등.
혹시라도 루아티샤 스스로의 마음보다 다른 이유가 결정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루아티샤는 두 손을 꽉 붙들었다.
“여러 여건상 시드가 아니면 결혼 상대로 부적절하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조금 부끄럽다.
“시드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걸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一.”
그 누구의一 심지어 시드리한의 앞에서도 이렇게 진솔하게 마음을 입 밖에 낸 적이 없어서.
“一저는 시드가 좋아요.”
발그레.
시선을 살짝 내리깐 루아티샤의 뺨에 옅은 홍조가 어렸다.
파에라톤 공작은 가만히 그런 딸아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아직 한없이 어리디어린 딸.
그러나一.
“……그래.”
이 아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자신의 뜻이 확고했지.
결코 자신의 마음을 착각해서 틀린 답을 고르는 적이 없었다.
지금 시드리한을 좋아한다 말하는 루아티샤는 행복해 보이고 설레 보였다.
그 말을 하는 데에도 마음이 새어 나와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그러면 됐다.”
파에라톤 공작은 눈을 감았다.
‘이나이스.’
죽은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마 이나이스가 살아있었다면 그 누구보다 딸아이에게 찾아온 사랑에 기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기조는 자신과 아들들, 그리고 장인 역시 마찬가지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막내의 완벽한 행복이었다.
“그 새끼가 내 솜뭉치를 울리면 가만 안 둘 거야! 조금이라도 눅눅해져 봐!”
“눈물을 기준으로 하면 너무 선이 낮지. 내 동생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굳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
“막내의 속눈썹……. 떨어지는 순간 죽인다.”
“제온, 속눈썹은 원래 떨어져.”
루아티샤가 제온에게 핀잔을 주었다.
잠자코 그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던 타렌카 후작이 파에라톤 공작에게 말했다.
“……나도 그때 이렇게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언제나 후회했지만 오늘은 특히 더 그렇구나.”
“…….”
“내 과오를 반복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파에라톤 공작은 고개를 들었다.
햇빛이 좋았다.
“루루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생각이지만 황실과 결혼 논의는 아직입니다.”
“그럼?”
지금 이 순간에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황비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며칠간 계속 “당장 결혼!”을 외치는 황실 공식 기사를 몇 번이나 내면서 자랑해 신경을 긁던 것까지.
“이대로 황실 좋은 대로 지나갈 순 없지요. 누구 딸의 결혼인데.”
파에라톤 공작의 입가에 위험한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