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2화(32/353)
☆제32화 ☆
[능력을 장착합니다.]내가 선택한 하트컷 크리스탈이 아키투스의 표지에 스며들었다.
투명했던 표지의 크리스탈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능력 〈콜록콜록, 왈칵!〉]– 공감 글귀:
“콜록콜록!”
기침이 터져 나왔다.
왈칵, 핏물이 입에서 쏟아져 내렸다.
“괜찮으냐! 의사! 의사를 불러라!”
“이 아이를 치료하지 못하면 다 죽을 줄 알아라!”
나는 핏물을 닦으며 난리 치는 남주와 흑막과 서브남주와 원작여주와 아빠와 오빠와 고모와 삼촌과 사촌들과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니……. 이 피는 내 병이 치료되는 증거인데요.
〈시한부 악녀는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의 여자주인공이 황당해하며 생각했던 구절입니다.
그녀는 주변인의 사랑을 받을수록 저주가 낫는 시한부 악녀에 빙의했습니다.
이 능력은 패시브이므로 독자님의 재량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두근두근하네요♡
– 능력 효과: 사랑받을수록 몸에서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며 각혈합니다.
– 발동 횟수: 0/3
“허.”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딴 것도 능력이라고?
“두근두근하긴 뭐가 두근두근해! 화병으로 심장이 미칠 듯이 펌핑하는 걸 말하는 거냐?!”
그렇다면 아주 성공이다.
지금 내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리거든!
“취소야, 취소! 다른 능력으로 바꿀래!”
나는 표지의 크리스탈을 떼어내기 위해 박박 긁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장착한 능력은 해제할 수 없습니다.]이 능력으로 고정됐다는 확인 사살만 시켜줄 뿐.
“내 아까운 캐시!”
〈시. 악. 사〉의 여주는 모두에게 미움받는 악녀에 빙의했다.
그런데 이 악녀는 사실 저주에 걸려 있었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수록 저주가 풀린다는 게 주요 설정이었다.
그래서 여주는 “알고 보면 불쌍한 악녀를 괴롭혔으면서! 난 너희의 사랑 따윈 원하지 않아!”라고 외치면서도 살기 위해 열심히 주변 인물의 호감도를 올렸다.
‘그리고 난 그 호감도를 보는 능력이 필요했던 건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행운의 물약이라는 건 다 거짓부렁이었다.
〈건강만 하자, 내 독자님이〉
걱정 마세요, 독자님!
진짜 시한부가 된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건강해진다구요?
돈 주고도 못 사는 건강!
건강해질 수 있는 능력이라니 운이 좋네요!
내 독자님, 건강길만 걸어♡
“건강은 무슨! 고혈압으로 쓰러지겠다!”
진짜로 뒷목이 당겨와 나는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신체 나이 네 살에 고혈압이라니요!
“하, 이 자식 갑자기 하트 써 재끼는 거 분명 나 열받으라고 이러는 거야.”
진짜 만나면 뒈졌어.
“내가 열심히 캐시 벌어서 기필코 악마 족치는 능력 뽑는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저 악마 놈의 시키 머리를 반드시 땅에 심어준다!
* * *
파에라톤의 가신과 경비대, 기사단 그리고 고용인들은 모두 차디찬 바닥에 엎드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들의 앞에는 파에라톤 공작이 흉흉한 기운을 내뿜으며 태산처럼 서 있었다.
“감히 방비를 소홀히 해 내 성에서 내 딸이 유괴당할 뻔한 일이 생겼다.”
나직하지만 연무장에 있는 사람들을 다 갈아 마실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이에 대한 책임은 죽음 외로 질 수 없지.”
한 마디로 방비에 관련된 자는 다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명단 뽑는 건 제게 맡겨주십시오. 감히 내 동생의 신변에 소홀했던 자들을 용서할 수 없으니까.”
“명단 뽑을 게 있나? 그냥 다 죽여버리면 될 것을.”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파에라톤 공작과 아레스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부자의 정을 나눴다.
그 대화를 듣던 사람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두 파에라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머니, 아버지 먼저 가는 불효자식을 용서하십시오.’
‘이번 휴가 때 앨리스에게 청혼하려 했는데…….’
‘내년 봄에 태어날 손주 얼굴은 보고 싶었건만.’
‘우리 아가씨 크는 모습은 보고 죽어야 하는데에에에!’
‘막내 아가씨이이이이!’
모두가 삶의 끝에서 마지막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때였다.
“아빠!”
어린아이의 깜찍한 목소리가 비탄에 휩싸인 연무장에 울렸다.
루아티샤가 파에라톤 공작을 향해 쫑쫑쫑 뛰어왔다.
파에라톤 공작은 흉흉한 기세를 발산하던 것도 멈추고 막내딸을 안아 들었다.
“루루, 여기까진 무슨 일이지? 네가 구경할 만한 게 아니다.”
“안나랑 낸시랑 로라랑 틸다가 안 보여서요.”
네 사람 모두 연무장에 엎드려 있었다.
“……루루, 그 넷은 너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 그 책임을 져야 해.”
그 말에 루아티샤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내가 마음대로 돌아다녀서 그런 거예요. 언니들은 잘못 없어요.”
“네 집에서 네가 네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건 당연해. 그래도 안전하도록 이들이 있는 거고.”
“아니에요. 내가 가만히 방에만 있었으면 유괴당할 일도 없었어요.”
“루아티샤, 네 자유를 위해 이들이 있는 거다. 영리한 너라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 텐데?”
안 통하는군.
루아티샤가 쳇, 혀를 찼다.
‘그렇다면……!’
“루루가 잘못해쪄여!”
필살 3인칭+혀 짧은 소리다!
쪽팔리긴 하지만 효과가 있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빠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거부감에 저러는 건 아니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나는 네 살 응애야! 나에게 수백 명의 목숨이 걸려 있다! 적어도 울 언니들은 지켜야지! 난 네 살 응애! 난 할 수 있어!’
루아티샤의 커다란 눈이 가련하게도 물기를 머금고 반짝 빛났다.
“루루가 방안에 가만히 이찌 아나서 언니랑 아찌들 혼나는 거에오?”
“아, 아니…….”
“구럼 루루 평생 방안에만 이쓸래오! 루루 탓이니까.”
그때 옆에서 아레스가 “평생 방안……. 나쁘지 않은데?” 하고 중얼거렸지만, 루아티샤는 듣지 못했다.
아이는 열심히 애처로운 척, 처량한 척 가짜 눈물을 훔쳤다.
“평생 방안에 갇혀서…… 하늘도 못 보고 꽃도 못 보고 루루는 행복도, 기쁨도 모르고…….”
“괜찮아, 사랑스러운 내 동생. 내가 하늘도, 꽃도, 보석도 네 방안에 가져다줄게.”
아레스가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루아티샤는 떨떠름해졌다.
상냥하고 친절한 우리 오빠가 왜 이러지?
“그러고 보니 방안에만 있으면 운동 부족으로 일찍 죽는다고 하던一.”
“생각해보니 죽음 외에도 책임을 질 방법은 다양하군.”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과 아레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후에 논의하도록 하지.”
파에라톤 공작의 말에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처우를…… 후에 다시 논의 한다고?’
제도에 있는 공작저에서부터 함께 했던 사람들은 그나마 상황 파악이 빨랐다.
하지만 공작성 사람들은 지금 일어난 일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 없었다.
지금 공작님의 처벌 의사를 아가씨께서 철회하신 건가?
그게 가능해?
“일단 해산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이미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막내 아가씨!”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아가씨!”
“평생 목숨값을 갚겠습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루아티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루아티샤는 휴, 하며 땀을 닦았다.
‘쪽팔림은 한순간이고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다!’
아직도 부끄럽긴 하지만 우리 언니들의 목숨을 구했다. 그 김에 다른 사람들도.
그때, 눈앞에 알림창이 다다닥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가신 무리가 독자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기사들의 충성도가 오릅니다!] [기사 여럿이 독자님을 자신의 레이디로 모시고 싶어 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고용인 무리가 독자님의 은혜에 감격합니다.]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파에라톤령 곳곳에 독자님의 명성이 울려 퍼집니다!] [축하합니다! 영지민들에게 독자님의 존재가 각인되었습니다!] [파에라톤 가문 내 독자님의 영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8000캐시가 지급됩니다!]‘8000캐시! 뽑기권도 아니고 그냥 캐시!’
캐시를 얻으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내심 기대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8000캐시가 통으로 올 줄이야!
나는 쪽팔림은 뒤로 던져버리고 히히 웃었다.
* * *
익시온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손은 익시온의 목덜미를 금방이라도 움켜잡을 듯 닿아 있었다.
익시온은 까끌거리는 입을 열었다.
“왜, 지금 죽이게?”
“그럴 리가.”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식으로 널 죽여봤자 내 능력을 증명할 수 없는걸.”
익시온은 콧방귀를 끼며 몸을 일으켰다.
아레스는 순순히 물러나며 그에게 미지근한 물을 건네주었다.
익시온은 굳이 자존심 세우며 거절하지 않았다.
꽤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도 몸이 좋지 않았다.
아레스는 그런 익시온의 상태를 보고 눈매를 살짝 찡그렸다.
“그러게 미숙하게 왜 그랬어? 아주 성대하게 벌려 놨더만.”
“신경 꺼.”
“사방을 뒤덮을 정도로 마기를 썼지. 루아티샤를 찾기 위해서였지?”
“…….”
“조금만 더 시간을 들였으면 좀 더 효율적으로 수색할 수 있었을 텐데.”
익시온은 침묵했다.
효율?
그땐 그런 것 따위 생각할 수 없었다.
몸이 찢겨나가도 좋으니 어서 빨리 루아티샤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무식할 정도로 마기를 퍼부으며 몸에 무리가 올 정도로 고속 이동이라. 자살하려면 다른 방법이 더 편할 거야.”
아레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마기를 대폭발시켰지. 덕분에 온전한 시체가 없더라.”
“어쩌라고. 걔들은 죽어도 쌌어.”
“죽인 것 가지고 뭐라 한 게 아니란 걸 알 텐데?”
“…….”
“마기 폭주가 안 일어난 걸 다행으로 여겨라. 폭주가 일어났다면 넌 이미 죽었을 테니까.”
“폭주는 오버야. 난 그렇게 미숙하지 않아.”
“폭주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어. 아니, 오히려 그 상태까지 갔는데 폭주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야.”
“……었어.”
“뭐?”
아레스가 되물었지만, 익시온은 입을 다물었다.
‘폭주할 수가 없었어.’
폭주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그 조그마한 솜뭉치까지 죽어버릴 테니까.
“루아티샤가 몇 번이나 찾아왔는데 안 만나줬지? 그 작은 아이가 어찌나 슬퍼하던지.”
“꺼져.”
익시온이 곧바로 이를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레스가 “흐응.”하고 비음을 흘렸다.
“진짜 신기하네. 네 녀석이 그렇게 마음을 열다니.”
“내가 언제!”
“아니라면 됐고.”
그 말과 동시에 아레스가 손을 뻗었다.
새까만 마기가 그에게서부터 익시온으로 빨려 들어갔다.
텅텅 비어 고갈되었던 마기가 빠르게 차오른다.
몸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익시온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아레스를 바라봤다.
“……왜?”
저놈이 자신의 회복을 돕다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도 믿기지 않았다.
그 시선을 받은 아레스가 눈매를 나붓이 휘며 답했다.
“사랑스러운 동생인데, 당연히 이 형님이 도와줘야지.”
“개소리!”
“너무하네.”
아레스가 싱긋 미소 지었다.
“나약한 모습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서 문 걸어 잠그지 말고.”
아레스가 어둠 속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루아티샤가 널 많이 보고 싶어 한단다.”
아레스가 사라진 빈자리에는 그가 남긴 말의 잔향만이 남았다.
‘저놈이…….’
익시온은 이를 으득 갈았다.
분하지만 덕분에 완전히 몸이 회복되었다.
“루아티샤가 널 많이 보고 싶어 한단다.”
그 말이 이상하게 귓바퀴에서 맴돌았다.
침대에서 벗어난 익시온이 커튼을 잡고 확 젖혔다.
환한 빛이 방안에 가득 고인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왜, 왜 이제 와!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이 나쁜 놈아!”
혼몽 가운데 계속해서 들렸던 아이의 목소리가 빛과 함께 울린다.
‘늦게 구하러 왔다고 나더러 나쁜 놈이라니.’
황당해야만 하는 말인데, 명치가 이상하게 아렸다.
‘그 약골한테는 내가 구하러 오는 게 당연했던 거야.’
나를 무서워하긴커녕 믿고 의지했던 거야.
“…….”
익시온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겨울인데도 용케 꽃이 피었다.
그 옅은 분홍빛이 그 솜뭉치의 머리칼과 닮았다.
‘지금 가면 또 화낼까?’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왜 문도 안 열어줬냐고.
마치 그 솜뭉치에게 당연히 익시온을 만날 권리가 있다는 듯.
“……건방져.”
가서 한소리 해줘야겠다.
그렇게 말하는 익시온의 얼굴엔 꽤 따스하다고 할 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비록 방을 나오며 사라지는 바람에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루아티샤를 찾는 것은 참 쉬운 일이었다.
그 솜뭉치는 어딜 가나 사람의 시선을 모으니까.
저 멀리서 꽃을 한 아름 들고 있는 루아티샤를 발견한 순간, 익시온은 발걸음을 멈췄다.
덜컥, 가슴 한구석이 내려앉았다.
그게 겁이 난 거라는 걸 익시온은 알지 못했다.
‘……진짜로 내가 무서운 게 아닐까?’
그런 끔찍한 광경을 봤는데?
마기에 의한 학살을 목격하고 트라우마에 걸린 사람은 많았다.
검은색을 보기만 해도 발작하며 침을 질질 흘리던 버러지들.
차라리 그건 나았다.
손가락질하며 저주하며 증오하는 인간들.
“…….”
저 약골 솜뭉치가 그럴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참 더러웠다.
‘대체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는 거지?’
짜증이 치솟았다.
‘저 약골이 어떻게 하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데.’
“익시온!”
그때, 솜뭉치가 그를 발견하며 꽃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활짝 웃는 얼굴이 한심스러울 정도로 평화로웠다.
울컥.
무언가가 치밀어올랐다.
고민하던 나만 바보 된 것 같은…….
‘아니, 내가 언제 고민했다고!’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익시온이 마기를 일으켰다.
저 솜뭉치가 마기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든 아무 상관 없다.
진짜다.
설령 지금 당장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더라도 아무一.
“콜록, 헉!”
一상관도…….
익시온의 눈동자가 크게 벌어졌다.
그의 마기가 루아티샤에게 닿은 순간, 그녀가 몸을 뒤틀며 기침했다.
그리고.
후두둑!
아이의 품에서 꽃이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그 꽃이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루아티샤가 흘린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