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2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2)화(323/353)
외전 2화
* * *
니케는 예전부터 동생, 동생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이렇게 확신에 차서 동생이 생겼다고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나 대신에 시드가 나섰다.
“둘째가…… 니케 동생이 생겼다고?”
니케가 으흥흥, 하고 웃으며 몸을 푸르르 털었다.
“니케는 다 알아! 니케 동생 생겼어!”
“……대체 언제?”
“어젯밤에!”
“……?!”
“……!!”
똘망똘망한 니케의 대답에 나는 기함했다.
어젯밤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응애가 대체 뭘 안다구!’
엄마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기분이 복잡했다.
‘어렸을 때 내가 엄마 아빠 금슬 얘기했을 때 할아버지 기분이 이러셨을까.’
“후작님도 참. 별걸 걱정하셨네요. 솔직히 자식을 넷이나 낳았는데, 웬만큼 금슬이 좋지 않고서야…….”
그때는 할아버지가 고장 났었는데 지금은 내가 고장 나버렸다.
정작 폭탄 발언을 한 니케는 기분 좋은 듯 갸르릉거리며 말했다.
“니케 동생은 남자애일까, 여자애일까?”
고장 난 나와 달리 시드는 여유롭게 물었다.
“니케는 어느 쪽이 좋아?”
“우음, 으으으음! 니케는, 니케는 역시 여동생이 좋은데! 니케가 꽃반지 만들어 주고 꽃 왕관 만들어 주구…….”
“남동생은 싫어?”
“그, 그건 아닌데! 남동생도 좋은데! 남동생이랑 같이 귀뚜라미 잡고 베짱이 잡고! 엄청 재밌을 거 같아!!”
“그럼 남동생이 더 나아? 여동생 섭섭하겠다.”
“그, 그건 아닌데, 둘 다 좋은데, 니케는…….”
시드의 놀림에 니케가 끙끙거렸다.
그 소리를 배경 삼아 들으며 나는 머리를 감쌌다.
‘니케가 동생이 생기는 방법을 어떻게 아는지는 차치하고서…….’
중요한 전제가 잘못되었다.
‘그럴 만한 일이 없었다고!!!’
동생이 생길 만한 일 같은 거 안 했다.
아니, 못했다.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나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시드를 흘겨봤다.
처음으로 시드와 함께 온 여행이었다.
이렇게 단둘이 여행 오기 위해서 엄청난 희생과 대가까지 치렀다.
‘내가 이번 여행을 위해 가족들한테 어떤 주접을 떨었는데……!’
그 주접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왼팔의 흑염룡을 소환한 것처럼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도지려고 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힘들게 얻어낸 여행인데.
시드 저놈이…….
내 원망도 모르는지 시드는 니케를 얼렀다.
“괜찮아, 니케. 남동생도 여동생도 다 생길 거야.”
“정말?!”
“응, 인류에 이바지해야 하거든.”
시드가 씨익 웃으면서 날 봤다.
순간적으로 원망마저 날아갈 정도로 유혹적인 미소였다.
문제는 저래 놓고도 아무 짓도 안 한다는 거지만.
‘꼬셔놓고 모르는 척하는 건 유죄야!’
원망은 배가 되었다.
“그런데 니케는 왜 동생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시드의 질문에 니케가 네 다리로 당당하게 우뚝 섰다.
“흐흥, 니케 이제 어른이라구! 알 만한 건 다 알아~!”
“뭐……?”
충격이었다.
물론 영수들이 니케가 다 커서 혀 짧은 소리 한다면서 극혐하는 건 잘 알고 있다.
환수인 니케는 진짜로 다 큰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래도, 그래도 우리 니케는 아직 응애인데……!’
엄마랑 같이 자고 싶다고 떼쓰는 응애가 알 만한 건 다 안다니…….
그것도 지가 어른이라면서!
“마마, 니케 사랑하는 영수가 생겼어. 그 영수랑 결혼하고 싶어.”
“뭐? 응애가 무슨 결혼이야! 절대 안 돼!”
“니케 이제 어른이야. 그 영수랑 결혼해서 얼룩덜룩한 응애 낳고 살 거야!”
‘안 돼애애애애!’
순식간에 떠오른 생각에 손발이 차갑게 식었다.
얼룩덜룩이라니…….
그때, 니케의 발랄한 목소리가 내 상념을 깼다.
“어제 보름달 떴자나!”
엥?
“마마, 몰 그르케 놀란 눈으로 봐! 니케 다 안다니까?”
“뭘…… 아는데?”
“보름달 뜨면 아가 생겨. 마마랑 파파랑 보름달이 뜨는 밤에 서로 손 잡구 사랑으로 기도하면 황새가 물어다 주는 거니까!”
“…….”
“…….”
나와 시드는 할 말을 잊은 눈으로 니케를 바라봤다.
“엣헴!”
그 시선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니케가 턱을 치켜들며 자랑스러워했다.
“아가는 엄마랑 아빠가 보름달이 뜨는 밤에 서로 손을 꼬옥 잡고 사랑으로 기도하면 황새가 물어다 주는 거랬어요. 그쵸?”
아주 오래 전에 내가 할부지의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해 했던 말이다.
그때 니케는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 상태였다.
‘그게 사실인 줄 아는구나!’
환수는 알이어도 다 듣고 느낄 수 있으니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나는 착잡한 눈으로 니케를 바라보았다.
니케가 내 주변을 빙글빙글 날아다니며 물었다.
“니케 동생은 어디써?”
반짝반짝.
기대감으로 초롱초롱한 니케의 눈동자를 보니 없는 동생도 당장 만들어 줘야 할 것만 같았지만…….
“니케 동생 없어.”
나는 흥, 하며 시드를 흘겨봤다.
“아빠가 기도 안 했거든.”
“뭐어~?!”
내 말에 니케가 충격 받은 얼굴로 시드를 바라보았다.
“오또케 그럴 수가 이써!! 니케가 얼마나 동생 갖구 싶어 하는지 파파는 다 알면서!”
“그러게 말이야. 파파는 니케한테 동생 만들어 주기 싫나 봐.”
“파파 미워!!”
울먹울먹한 얼굴로 시드를 바라보던 니케가 우렁차게 외쳤다.
“니케 파파 아냐!!”
그 말을 끝으로 니케는 열린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궤적을 따라 진주 같은 눈물을 흩뿌리며.
‘거참, 우리 니케가 날 닮았긴 닮았구나.’
우리 아빠 아니라며 난리 쳤던 내 과거가 생각나는 발언이었다.
니케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시드가 다가왔다.
“커피에 얼음 다 녹았네. 새로 내려줄까? 주인님은 커피에 얼음 넣어 마시는 거 좋아하잖아.”
시드는 나의 얼죽아 취향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었기 때문에 내 취향은 특이한 편이었다.
그치만 로판을 참고해서 세계를 만들었는데 아.아가 없다니 솔직히 아프타네스의 설정 오류 아니야?
‘덕분에 내가 유행시켰지만.’
다정하고 헌신적인 연인의 제안이었지만 나는 쀼루퉁한 얼굴로 시드를 바라보았다.
지금이 커피나 다시 내릴 때냐?!
‘인류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안 하다니!’
혈기 왕성한 남녀가, 어?
그것도 약혼까지 한 사이인 남녀가!
단둘이서만 여행 왔는데……!
없던 불꽃도 피어오를 뜨거운 여름 휴양지로!
‘내가 아무리 모쏠이었어도 여기서 손만 잡고 자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건 안다!’
“왜?”
내 이글이글한 시선을 받은 시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보랏빛 눈동자는 담백하기만 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뭐야.’
“아무것도 아냐!”
나는 심통 난 얼굴로 고개를 팩 돌렸다.
* * *
파에라톤 공작성의 비밀 정원(루루꽃의 열넷 생일을 기념해 파에라톤 공작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원이다).
파에라톤 공작은 딸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아빠가 만들어 준 푸딩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루아티샤가 오물오물 복스럽게 먹으면서 말했다.
파에라톤 공작의 얼굴이 봄볕처럼 부드러워졌다.
“그러면 아빠가 평생 루루 푸딩을 만들어 줘야겠구나.”
“응응! 다른 사람은 싫어! 루루는 아빠랑 평생 살 거예요.”
“녀석, 어렸을 때도 항상 그렇게 말하더니.”
히히.
딸아이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웃음은 어렸을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좋군.’
이 정원에는 자신과 딸 외에 아무도 없다.
이제 제 차례라며 딸아이 곁을 얼쩡거리는 아들들도,
갑자기 허리 아프다며 침 놔달라고 딸아이의 관심을 가져가는 장인어른도.
‘무엇보다—’
—여우짓하며 딸아이의 관심을 홀랑 채가는 짜증 나고 재수 없는 특수절도범도!
그 여우 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곧 파에라톤 공작은 심기를 가라앉혔다.
‘이 비밀 정원은 루루꽃과 나만의 정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우르릉!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하늘에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길하기 짝이 없게 휘몰아쳤다.
그리고,
“주인님.”
어둠의 대마왕처럼 나타난 특수절도범이 루루꽃을 납치해 갔다.
“루루!”
파에라톤 공작은 서둘러 딸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아무리 손을 뻗어도, 애타게 불러도 딸아이에게 닿지 않았다.
오히려—
“루루는 시드랑 남쪽 나라로 떠날래!”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날강도 놈의 품에서 딸아이가 활짝 웃는 것 아닌가?
아빠는 완전히 잊은 것처럼!
“루루! 루루!”
손이 절박하게 허공을 휘젓는 것과 동시에 파에라톤 공작은 눈을 번쩍 떴다.
어둑하고 익숙한 방 안이 그를 반겼다.
‘……꿈이었군.’
정말이지 지독한 악몽이다.
파에라톤 공작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딸의 초상화—크기별로 방 안 곳곳에 있다— 앞에 선 그가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조차도 지독한 악몽이군.’
딸아이가 없는 집은 지옥 그 자체였다.
하루 사이 마른 공작이 힘없는 걸음걸이로 방을 나섰다.
딸아이의 방이라도 가봐야 이 타들어 가는 초조함이 조금이나마 희석될 것 같다.
파에라톤 공작이 루아티샤의 방문을 열었을 때였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주인 없는 방에 사람이 가득했다.
세 아들들과 장인어른이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로 어두운 방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눈가가 거뭇한 게 자신과 상황이 비슷해 보였다.
다섯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 채 침묵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익시온이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난 솜뭉치의 가족이라고! 왜 우리가 떨어져야 해!”
“상식적으로 피가 안 섞인 남보다 가족인 내가 내 동생과 함께 있어야지.”
“난 막내 없으면 죽어.”
“살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조금이라도 손녀딸과 시간을 보내야 하거늘.”
네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파에라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딸은 나와 평생 산다고 했다.”
다섯 남자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얼굴로 공작성을 나섰다.
* * *
브런치를 먹은 후, 나는 시드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눈앞에는 그야말로 눈부신 바다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와, 바다가 파워에이드 색이야!”
“파워에이드?”
“응!”
기분 좋았다.
전생에서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이국 휴양지의 바다.
그게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것도 프라이빗 비치!
‘무려 이 해변이 내 것이라는 말씀!’
후후, 이것이 바로 성공한 부자의 삶.
끝내준다!
나는 얼른 바닷물에 손을 담갔다.
파도가 칠 때마다 차가운 바닷물이 시원하게 손가락 사이를 간질였다.
“에잇!”
장난기가 돈 나는 시드에게 바닷물을 튕겼다.
절대 어젯밤 아무 일도 안 일어나서 삐져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장난친 거다.
“뭐야.”
물벼락을 맞은 시드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쟤는 어째 저런 모습도 화보 같냐.’
해변에서 찍는 향수 화보 같았다.
‘심지어 향기도 좋아.’
분명 향수 같은 거 뿌리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좋지?
“루아티샤.”
“……어?”
시드의 부름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시드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미모와 향기에 홀려 나도 모르게 바짝 다가가버린 것이다.
“이, 이건…….”
욕망에 너무 솔직해서 민망해진 나는 재빨리 딴청을 피웠다.
시드에게 또 바닷물을 끼얹은 것이다.
“해보자는 거야?”
시드가 내게 바닷물을 끼얹었다.
나 역시 질 새라 바닷물을 끼얹었다.
도망치고 도망가고 서로 장난치며 웃던 때였다.
“꺅!”
모래사장에 발이 뒤엉켰다.
휘청이는 날 보고 시드가 재빨리 손을 뻗었다.
쏴아아아아—
파도 소리가 귓가에서 부서졌다.
모래 위에 누운 내 몸을 바닷물이 적셨다.
그리고.
“…….”
내 위를 덮은 시드의 몸이 여름 태양보다도 더 뜨거웠다.
젖은 숨결이 살갗을 달궜다.
위험할 정도로 낮아진 시드의 눈.
무언가 깊고 어둑한 것이 그의 눈에서 일렁거렸다.
내가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
입술이 겹쳤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이 튀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모든 신경이 서로를 향해서만 곤두세워져서.
모든 감각이 시드를 느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시드도 이런 기분일까?
‘아.’
열감으로 흐릿한 시야 사이로 시드를 보는 순간 의문은 흩어졌다.
나를 원하는 얼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화상을 입을 듯 뜨겁다.
나는 기꺼이 그 갈망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때였다.
“이, 이, 이게 대체 무슨……!”
노기 어린 음성과 함께,
콰아아아아앙!
바다가 갈라졌다.
* * *
“아, 아, 아빠랑 오빠들이랑 할아버지가 왜 여기에?!”
“내 동생, 지금 그게 중요해?”
“저 새끼가! 저 짐승 새끼가!”
“순진한 내 막내를……!”
“이 할아비는 이건 아닌 거 같다. 어쩜 이렇게 네 엄마를 닮았니.”
엄마, 할아버지 앞에서 무슨 짓을 했던 거예요.
뭐라 말이라도 하는 오빠들과 할아버지와 달리, 아빠는 충격으로 우뚝 굳어 있었다.
‘어쩌지. 충격이 커 보이는데.’
나는 쩝,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난 성인이고, 상대는 약혼자고. 애정행각 좀 할 수 있지!’
나는 불만스럽게 가족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 안 온다고 했잖아요.”
“큰일이 일어나면 온다고 했지.”
“……큰일이라도 났어요?”
내 말에 가족들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니 덜컥 걱정이 되었다.
‘다들 눈가가 새까매…….’
턱선도 한층 더 날카로워진 것이 하루 사이 마르기까지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키야스에델을 몰아내고 세계를 구한 후.
평화가 도래한 다음 다시 뜨지 않았던 알림.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다시 퀘스트가 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