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2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3)화(324/353)
외전 3화
큰일이 일어났다는 가족들의 말과 버석하게 상한 얼굴들.
거기에 퀘스트까지.
나는 굳은 얼굴로 눈앞의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찌이이익—.
멀리선가 균열음이 들리는 것만 같다.
이제는 일상이 되었던 평화가 깨지는 소리가.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1)〉
과연 퀘스트명부터 심상치 않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채 빠르게 퀘스트 내용을 읽었다.
독자님!
정말 답답해 죽겠습니다!
어쩜 이렇게 단둘이 휴양지까지 와서 역사를 쓰지 못합니까?!
……응?
뜨거운 여름 태양!
아찔할 만큼 푸르른 바다!
한껏 얇아진 옷차림!
심지어 짭쪼름한 바닷물에 젖기까지!!!
내 얼굴이 짜게 식기 시작했다.
그러든 말든 퀘스트 내용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15금 소설은 물론 19금 소설까지 찌인~하게 섭렵한 로판 독자면서!!
이런 미적지근한 태도는 로판 독자답지 않습니다!
무릇 로판 독자라면 화끈하게, 응? 아주 그냥 어?!
실망입니다!
별점 빵점!!!
‘얘는 진짜…….’
3년 만에 퀘스트를 주면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나 하다니.
‘진짜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아무리 생각해도 독자님이 문제입니다.
이 아프타네스의 계약자이자 로판 독자다운 면모라고는 전혀 없어요!
역시 모태 솔로라서 그런가요.
전생에서도 그러더니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변함 없습니다.
‘아니, 내가 전생에서 얼마나 개고생하면서 살았는데!’
연애할 시간이 있었겠냐구!
그리고 내 주변에는 시드처럼 잘생긴 남자는 없었어!
그 전생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시드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때를 말하는 거예요.
고대 때도 정말 모쏠 티 팍팍 내면서 보는 사람 복장 터지게 하더니!
‘이 놈이?’
눈가가 씰룩거렸다.
‘고대에서도 시드랑 나를 로판 감상하듯 보면서 팝콘 먹었냐?!’
팝콘 먹을 만큼 뭔가를 해야 먹죠!
지금 여행 와서도 이러는데 그때라고 달랐겠어요?
아프타네스가 괜히 로판을 참고한 게 아니다.
얘도 진짜 로맨스 광인이었다.
그야말로 찐.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설마 시드랑 뭐 찐하게 놀아나라는 퀘스트는 아니겠지.
3년간 고구마 먹었다면서…….
‘진짜 싫다.’
다음 내용을 정말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퀘스트는 끝까지 읽어야 했다.
이게 다 독자님이 현실에 너무 만족해 있기 때문 아니겠어요?
느슨해진 독자님의 인생에 긴장감을 주러 왔다!
오셨다, 오셨다!
이 세계의 기강을 바로 잡으러 오셨다!
“……?”
차원 이동자 등장!
뭐?
독자님!
독자님이 좋아하는 단골 소재 중 하나!
차원 이동자가 이 세계에 등장할 조짐이 보입니다!
과연 이 등장이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
그 결과는 언제나 그렇듯 독자님께 달려 있습니다.
우선 차원 이동자를 찾아내 주세요!
“……!”
두근!
간만에 로판 독자로서의 심장이 뛰었다.
‘차원 이동자라니 대박!’
너무 설레고 신이 났다.
무릇 차원 이동자란 회귀와 빙의가 유행하기도 전에 로판계를 휩쓸었던 존재가 아니던가!
‘괜히 이고깽이라는 말이 생겨난 게 아니라구.’
이계로 간 고등학생이 깽판을 친다!
본디 로봇 타고 지구를 구하는 건 초딩이고, 미소녀 전사로 변신해서 지구를 구하는 건 중딩이고—
‘이계로 가 세계를 구하는 건 고딩이란 말씀!’
……무턱대고 기대하기엔 성녀가 가짜에 쓰레기였긴 하지만.
그래도 모두가 다 리리엘 같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조건: 차원 이동자 찾아내기
-보상: 5000캐시 뽑기권, 연계 퀘스트 〈???〉 진행
‘당연히 해야지!’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좋아, 좋아.
덧붙여 난 그저 차원 이동자가 보고 싶다고 퀘스트를 수락한 게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캐시를 벌면 19금 소설을 소환할 수 있잖아!’
키야스에델과의 최종 전투 때.
나는 천족과 마족 그리고 영수를 부리기 위해 남은 캐시를 전부 다 털어 넣었다.
그 후, 나는 어떤 퀘스트도 새로 받지 못했다.
즉, 캐시를 벌 곳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건 다시 말해—
‘—만 19세 생일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19금 소설을 소환 한 번 못했다는 뜻이지!’
후후, 후후후후!
기다려라!
15금보다 더 짜릿하고 아찔한 19금 여주들의 능력을 빌려서 아주 그냥, 어?
유혹해 놓고 아무 짓도 안 하는 요망한 여우를, 어?
이렇게 요렇게 저렇게, 응?
“루루?”
부름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가족들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루꽃이 왜 갑자기 활짝 폈어?”
“역시 내 동생은 날 본 게 좋아서 그렇지?”
“어? 어, 뭐. 그렇지.”
나는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19금 생각을 하면서 행복해했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런데 가족들의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갔다.
왜 그러지?
순간, 옆에서 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시드가 원망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맞다. 둘만의 여행이었는데 가족이 온 게 좋다고 해버린 꼴이네.’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러게 어젯밤에 왜 그냥 잤어!’
나는 소환했던 15금 소설들을 열심히 복습하면서 여행 준비(?)까지 다 했는데!
흥이다!
* * *
파에라톤 공작이 딸아이에게 물었다.
“차원 이동자라고?”
“네.”
루아티샤는 얼음을 듬뿍 갈아 넣은 음료를 쪼르륵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레스가 그런 동생의 입에 열대과일을 넣어주었다.
익시온이 질세라 다른 과일을 넣어주었다.
제온은 옆에 찰싹 달라붙어 부채를 부쳐주고, 타렌카 후작은 새 음료를 밀어주고 있었다.
‘묘하게 저 놈팡이 녀석이 뒷전인데.’
파에라톤 공작의 시선이 시드리한을 향했다.
평소 딸아이라면 저 놈팡이의 여우짓에 해롱해롱해서 가족보다 저 날강도를 챙겼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기회로군.’
‘기회다.’
‘왜인지 몰라도 잘됐어.’
파에라톤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은 의미심장하게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래서, 그 차원 이동자는 왜?”
차원을 이동해서 세계를 넘어오는 인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물론, 시드리한까지 누구도 루아티샤의 말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만나고 싶어서요.”
하지만 그 말에는 모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냐?”
익시온의 말에 루아티샤는 당황했다.
“여자……일걸?”
그 말에 날카롭게 일어났던 기세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루아티샤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남자면 큰일 날 기세네.’
문제는 차원 이동자의 성별을 루아티샤도 모른다는 거였다.
‘그래도 로판을 참고해서 세계를 만들었네, 어쩌네 하는 애니까. 여자겠지.’
“근데 이 넓은 대륙에서 차원 이동자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내 딸이 원하는 건 이 아빠가 들어줘야지.”
“내 동생은 쉬고 있어. 내가 찾아줄게.”
“솜뭉치는 솜이나 채워 넣고 기다리라구. 이 익시온 님이 잡아서 데려올 테니까.”
“내가 찾으면 쓰다듬어줘.”
“타렌카의 정보력은 본디 내 손녀를 위한 거지.”
가족들이 너도, 나도 입을 열었다.
루아티샤가 뭔가를 먼저 원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예쁨 받아야지!’
간만에 막둥이한테 예쁨 받을 기회가 생겼다.
심지어 지금 루아티샤는 시드리한에게 삐진 상태!
‘저 놈팡이보다 우리가 더 쓸모 있다는 걸 알려줘야겠어!’
다섯 남자가 의욕을 불태우며 동맹을 맺었다.
반면, 시드리한은…….
‘찾기 싫은데.’
불만스러운 눈으로 주인님을 바라보았다.
루아티샤가 신경 쓸 만한 새로운 존재가 또 나타나는 게 싫었다.
그게 여자더라도.
‘……하지만 삐진 것 같은데.’
말랑말랑한 루아티샤에게 어울리지 않는 삐죽삐죽한 가시가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자신에게만.
왜 그런지 모르지 않았다.
어떻게 모르겠는가.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
흡사 고문당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금제에 걸렸을 때가 더 나을 정도로.
그런 제 속도 모르고 삐지더니 이불 팩 덮고 바로 자는 루아티샤를 보며 얼마나 힘들었던가.
문제는 그런 모습조차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고통이 배가 되었단 거다.
‘내가 안 찾아도 다른 사람들이 찾겠지.’
그렇다면 먼저 찾아내서 예쁨 받는 게 최선이다.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가족들을 따돌리고 다시 여행을 재개한다!’
시드리한은 결의를 다졌다.
그렇게 주최 루아티샤, 보상 루아티샤의 경쟁이 붙었다.
* * *
‘이, 이게 대체 뭐야?!’
텁텁한 공기가 지배하는 붉은 사막.
그곳에 사막과 어울리지 않은 복장을 한 한 여자가 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뒤를 몬스터들이 줄줄이 따라붙고 있었다.
‘진짜야? 깜짝 카메라 같은 게 아니라?’
좋게 생각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이렇게 뜨거운 사막의 열기는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여자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사막에 익숙하지 않은 발이 모래에 잡아채였다.
“악!”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몬스터들이 킬킬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연약한 사냥감을 장난감처럼 대하고 있었다.
‘시, 시, 싫어…….’
자신은 그냥 언제나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을 겪게 되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다고.’
눈물이 핑 돌았다.
징그러운 몬스터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위협했다.
자신 따위 저들에게 한 입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죽기 싫어!’
여자가 눈을 질끈 감았다.
난데없이 사막에서 괴물들에게 죽게 되다니……!
‘누, 누가 누가 좀 도와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진짜로 누군가가 나타날 거라는 희망은 없었다.
이곳은 끝없는 모래만이 있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런데.
서걱—.
살과 뼈를 베는 소리라기엔 너무나도 조용하면서도 깔끔한 소리.
꾸웨에에에에엑!
그리고 끔찍한 비명소리까지.
자신의 비명소리는 아니었다.
여자는 살포시 눈을 떴다.
피와 살점이 튀었다.
잔혹하리만치 무참한 광경.
이런 살육의 현장을 보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와…….’
그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릿한 혈향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쩜 저렇게…….’
사막의 햇빛조차도 가릴 것처럼 찬란한 금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오묘한 빛의 보랏빛 눈동자.
넓은 어깨와 큰 키.
단단한 골격과 완벽한 비율.
그림조차 이렇지 않을 것이다.
현실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운 남자가 얼음 기둥 사이로 서 있었다.
그 맑은 얼음 기둥조차 남자의 미모를 빛내기 위해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여자는 깨달았다.
갑작스레 이상한 곳에 떨어져 괴물들에게 공격받았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며 울음이 났는데.
‘난 저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거야……!’
지금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