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2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4)화(325/353)
외전 4화
* * *
“이게 차원 이동자라고?”
“흐음, 별로 특별할 건 없는데.”
“내 막내가 훨씬 특별해.”
익시온과 아레스 그리고 제온이 미간을 찌푸린 채 한마디씩 했다.
그들의 앞에는 한 여자가 어색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여자가 어색해하든 말든, 세 남자의 심기는 좋지 않았다.
‘젠장, 솜뭉치한테 멋진 오빠가 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내 동생의 예쁨을 뺏기다니.’
‘막내의 벽쿵…….’
그들로서는 시드리한이 먼저 발견한 차원 이동자가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이상하군. 분명 바로 옆 해변에서 이상 반응이 있었는데.”
“전혀 생뚱맞은 사막에서 나타날 줄이야. 분명 바로 옆 해변에 차원 이동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파에라톤 공작과 타렌카 후작이었다.
‘우와아…….’
파에라톤 공작을 본 여자는 순간 어색해하던 것도 잊고 감탄을 흘렸다.
아까 사막에서 보았던 남자와는 또 다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미남자였다.
절대 길들일 수 없는 야생의 맹수 같은…….
‘피는 속이지 못한다더니.’
여자는 눈앞의 세 청년들을 힐끔거렸다.
처음 이 세 사람을 봤을 때도 만만찮은 충격을 느꼈는데.
‘이 네 사람이…… 형제지간인가?’
칠흑 같은 흑발과 루비 같은 눈동자.
각기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는 생김새.
부모님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우월한 유전자의 승리였다.
‘그리고 저분이 아버님?’
여자의 시선이 타렌카 후작을 향했다.
과연 우월한 아들들을 둔 아버님다운 생김새였다.
맹세코 저렇게 잘생긴 할아버지는 처음 본다.
‘생김새는 서로 판박이인 아들들이랑 조금 다르네. 하지만 표정이라거나 분위기가 똑같아.’
잘생긴 다섯 남자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빤히 쳐다봤다.
조금 부담스러운 동시에 가슴 어디선가 묘하게 뿌듯한 기분이 올라왔다.
‘……왠지 다들 나를 찾아다닌 거 같지? 아까 특별하다는 말도 했고.’
그러고 보니 사막에서 자신을 구해준 그 남자도 그렇게 말했다.
“찾았다.”
‘이렇게 찾아다닐 정도로 내가 엄청 특별한 사람인가 봐. 하긴, 무려 차원을 이동했다잖아.’
두근두근.
가슴이 설렜다.
사막에서의 두려움은 사실 그 아름다운 남자를 본 순간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나저나 날 구해주신 은인님은 어디 계시지?’
여자가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문간을 바라보았다.
그에 맞춰 문이 열렸다.
“아빠.”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예상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우와, 예쁘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이 생긴 여자애였다.
‘머리가 진짜 핑크색인가? 신기해.’
여자가 힐끔힐끔 루아티샤를 곁눈질하는 사이, 파에라톤 공작이 딸아이의 부름에 답했다.
“루루.”
“어때요? 하나도 안 위험하죠?”
“확실히.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 보이는군.”
“그럼 내가 봐도 괜찮죠?”
“그래.”
여자는 충격을 받았다.
‘처, 첫째인 줄 알았는데 애 아빠였다고?!’
애 아빠가 저렇게 섹시해도 되는 건가?!
약간 인지부조화가 올 뻔했지만, 여자는 극복해 냈다.
잘생겼지만 무서운 남자들보다는 말랑한 여자애 쪽이 훨씬 말 붙이기 쉬워 보였다.
“저기, 안녕?”
그녀가 가까이 다가온 루아티샤를 향해 인사한 순간이었다.
“야, 너 뭔데 반말하냐?”
“감히 내 동생에게.”
“익시온, 아레스. 위협하지 마. 무서워하잖아.”
“나는 가만 있었어.”
“잘했어, 제온.”
“쓰다듬어줘.”
“…….”
루아티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결국 제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익시온과 아레스는 불만 가득한 눈으로 제온을 노려봤으나 차마 나서지 못했다.
막둥이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공주님 같네.’
여자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 맹수 같은 남자들이 공주님의 눈빛 한 번에 깨갱 하는 게 신기했다.
아니, 정확히는 깨갱이 아니라 예쁨 받으려고 온순한 척하는 것에 가까웠다.
“당황했죠?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약간 낯을 가려서.”
루아티샤가 여자를 향해 말했다.
흡사 견주가 ‘우리 애는 물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선은……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루아티샤의 인사에 여자는 고개를 꾸벅했다.
전혀 다른 언어지만 신기하게 말이 통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난 루아티샤 파에라톤이라고 해요.”
“아, 나는 채리아예요. 채리라고 불러주세요, 힛!”
“음, 갑작스럽지만 확인차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어디에서 왔어요?”
“네?”
“그리고 어떻게 이곳에 온 거예요?”
* * *
채리아의 이야기는 꽤 길게 이어졌다.
온갖 말이 붙었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세상에 떨어졌다.
‘역시 차원 이동한 게 맞잖아.’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를 숨기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았지?’
퀘스트 완료 조건은 차원 이동자 찾아내기.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퀘스트 완료 알림이 뜨지 않았다.
거기에.
-진행 중인 퀘스트: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1)〉
‘……진행 중이라는 건 아직 차원 이동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뜻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저, 저기,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채리아의 물음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이야. 차원 이동자를 찾으면 후속 퀘스트가 뜰 거라고 생각했는데.’
궁극적으로는 원래 세계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게 목적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첫 퀘스트조차 완료하지 못했으니…….
‘빨리 캐시 얻어서 19금 소설 읽어야 하는데.’
그걸로 시드를 잘 덮쳐야 하는데……가 아니라!
나는 그냥 갑작스럽게 낯선 세상에 떨어져서 불안해하는 사람을 도우려는 것뿐이다!
‘어쩌면 동향 사람일 수도 있고.’
채리아가 어떤 세계관…… 아니, 어떤 차원의 지구에서 왔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선은 놀랐을 테니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세요. 필요한 건 다 마련해 드릴 테니까.”
“……알았어요.”
어쨌든 우리가 채리아를 발견한 건 천만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차원 이동하자마자 몬스터에게 당했을 테니.
‘사람을 돕는 건 좋은 일이지.’
……뭐, 그 김에 19금 소설도 읽으면 더 좋고.
절대 그것 때문에 적극적인 게 아니다.
절대로!
* * *
시드리한은 조금 뚱한 상태로 사랑스러운 연인을 바라보았다.
요 며칠 루아티샤는 굉장히 바빴다.
루아티샤야 원래 일이 많긴 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위해 일정을 비워둔 상태 아닌가.
그런데.
‘왜 남은 시간을 다 그 여자한테 쏟아붓는 거지?’
루아티샤의 관심과 빠른 여행 복귀를 위해 사막에서 구해온 그 여자.
그런데 정작 루아티샤의 관심은 온통 그 여자를 향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구해오지 않는 건데.’
지그시 바라보고 있자니 루아티샤가 고개를 들었다.
파라이바빛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는 순간, 시드리한은 오랜 갈증이 해갈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왜 그렇게 봐?”
“보고 싶으니까.”
“그래그래, 그럼 많이 보든가.”
루아티샤가 새침하게 내뱉고는 다시 서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퉁명스러운 말과 달리 뺨과 귀가 은은하게 빨개져 있다.
루아티샤가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 게 좋았다.
하지만.
‘부족해.’
저 푸른 눈동자가 오로지 자신만을 담게 만들고 싶다.
지금은 은은하게 붉어진 뺨이 완전히 새빨개져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아시겠습니까? 쉬운 남자는 인기 없습니다.”
“전하는 공녀님 상대로는 너무 쉽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쉬워질 수 있는지 매번 깜짝 놀란다니까!”
“약혼했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제 애인의 팔촌도 얼마 전 파혼했습니다.”
“그래!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모르는 거요!”
시드리한은 네미스와 바렌의 가르침을 다시금 되새겼다.
둘의 조언이 루아티샤를 꼬시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 루아티샤를 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뭘 먹고 저렇게 예쁘지?’
내리깐 긴 속눈썹이 눈 아래로 깊은 음영을 만들어 냈다.
옅게 상기된 뺨.
집중하느라 앙다문 입술.
서류를 넘기는 가느다란 손끝.
‘……왜 날 유혹하지?’
시드리한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물론 루아티샤는 그냥 열심히 자료를 보고 있었을 뿐이다.)
‘참아야 해.’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하는데.
참아야—.
“시, 시드?”
동그랗게 뜨인 루아티샤의 눈동자가 시드리한을 담았다.
들고 있던 서류 사이를 비집고 시드리한이 얼굴을 들이민 것이다.
그러나 시드리한은 만족하지 않았다.
‘좀 더.’
좀 더 온전히 자신만을 담게 하고 싶다.
더 가득, 다른 것은 들어찰 수 없도록.
“아…….”
입술이 겹쳤다.
초옥,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입술에 루아티샤의 뺨이 새빨개졌다.
시드리한은 참지 못하고 다시 입술을 겹쳤다.
호흡이 얽히고 젖은 열기가 피부를 달궜다.
후드득, 루아티샤의 손에서 서류가 흩어졌다.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만 같은 키스였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연인의 욕망에 루아티샤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상 주세요.”
입술을 맞부딪친 채 시드리한이 속삭였다.
위험할 정도로 낮아진 목소리.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뜨거운 숨결이 루아티샤의 입술을 적셨다.
“상?”
“응, 원래 명령을 잘 받들면 주인님이 상 줘야 하잖아.”
“흐음.”
시드리한의 뺨을 감싸고 있던 루아티샤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단단히 여문 턱선을 스쳐 목으로, 쭉 뻗은 목을 타고 내려와 쇄골에서 잠시 멈춘다.
애태우듯.
“내가 어떤 상을 줘야 할까?”
스윽—
속삭임과 함께 루아티샤의 손끝이 쇄골 아래로 내려갔다.
시드리한의 턱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오싹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류를 만지고 있던 정갈한 손끝이 이렇게 아찔하게 움직이다니.
시드리한은 루아티샤의 손가락이 미는 대로 밀렸다.
그 가느다란 손가락이 절대자의 것이라도 되는 듯.
지고한 주인의 명령에 노예가 순종하듯이.
자신의 드높은 신분이나 지위 따위 루아티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어느새 시드리한은 루아티샤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루아티샤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평소 루아티샤에게서 볼 수 없는 표정.
‘하.’
시드리한은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티 없이 맑고 청명한 루아티샤의 눈동자에 파에라톤다운 정복욕과 지배욕이 일렁였다.
시드리한은 이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손에 쥔 것을 언제나 미련 없이 버리는 잔인한 여자.
그런 여자가 자신을 향해 이런 눈빛을 한다는 게 견딜 수가 없다.
“황태자 전하께오서 상을 조르니 어쩔 수 없네.”
노래하듯 중얼거린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에게로 고개를 숙였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시드리한의 목덜미를 스쳤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시드리한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주는 모든 감각이 황홀했다.
시드리한이 얌전히— 흉포하게 술렁거리는 탐욕을 감추며 상을 기다리는 때였다.
벌컥!
노크도 없이 방문이 열렸다.
“루루!”
활짝 열린 문 앞에는 며칠 사이 이곳에 완전히 적응한 채리아가 서 있었다.
“뭐 해?”
채리아가 순진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물었다.
* * *
‘쟤는 왜 지금 들어온 거야.’
나는 뚱한 얼굴로 채리아를 바라보았다.
‘오늘이야말로! 지금이야말로 못다 이룬 역사(?)를 이룰 수 있었는데!!’
19금 여주 언니의 가르침을 받을 필요도 없이, 응?
아주 그냥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서 시드를 덮쳤을 텐데!!
“왜 그래?”
고개를 갸웃하는 채리아를 보고 나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쟤가 무슨 죄냐.’
갑자기 낯선 세계에 떨어졌는데 주변엔 시꺼먼 남자들만 있으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채리아가 날 자주 찾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항상 시드랑 단둘이 있을 때 끼어드는 것 같단 말이지.’
뭐, 시드랑 둘이 있지 않을 때는 가족들과 있으니까.
내가 방해받는다는 기분을 못 느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슨 일이야?”
“그냥. 뭐 하나 하구. 시드! 왜 무릎 꿇고 앉아 있어?”
채리아가 화들짝 놀라 시드에게 다가와 그를 일으켰다.
시드가 무릎 꿇은 원인(?)인 나는 민망해졌다.
시드가 차갑게 채리아의 손을 쳐내서 더더욱.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리아가 내게 물었다.
“둘이 싸웠어?”
“싸운 건 아닌데…….”
“그럼 왜 시드가 무릎 꿇고 있어?”
“그게…… 어쩌다 보니?”
“싸운 거 맞네.”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대답할 말이 없었다.
‘덮칠 생각으로 무릎 꿇렸다고 어떻게 말해!’
아니, 난 아까 대체 무슨 정신이었지?
정상적(?)으로 덮치는 게 아니라 무릎부터 꿇리다니.
‘아무래도 시드의 주인님 소리에 나도 이상한 취향이 생겨버린 것 같은데.’
조심하자.
나는 변태가 아니야.
‘……그치만 무릎 꿇은 채 나를 올려다보던 시드는 너무 고자극이었는걸—이 아니야!’
나는 변태가 아니다.
한 번 더 강하게 되뇌고 난 뒤 채리아에게 말했다.
“근데 채리, 시드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아, 입에 붙어버려서. 미안. 근데 왜?”
“어?”
“왜 시드라고 부르면 안 돼?”
“그야…….”
그건 나만 부르고 싶은 이름이니까.
그렇게 대답하자니 너무 유치했다.
시드는 뭐가 그렇게 기쁜지 뿌듯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고.
내가 이름을 독점하고 싶어 하는 게 엄청 기분 좋나 보다.
대답할 말을 찾는 때였다.
“아가씨.”
언제 온 건지 열린 문 너머로 아즐이 나를 불렀다.
“아즐, 무슨 일이야?”
“바다 요정들이 뭔가를 발견했는데 아가씨께서 관심 있어 하실 것 같아서요.”
그 말에 나는 아즐에게로 다가갔다.
아즐이 내게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나는 그 꾸러미 속을 보고 멈칫했다.
‘뭐지? 이건…….’
내게는 아주아주 익숙하면서도 낯선 물건이 있었다.
‘지갑이랑 핸드폰?’
“바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바다?”
‘이건…… 채리아의 물건이 아니야.’
왜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설마 다른 차원 이동자가 있는 거야?’
이 핸드폰과 지갑 모두 채리아가 이곳에 올 때 소지품에 없던 것들이었다.
무엇보다 이 지갑은…….
‘남성용인데.’
그 안의 신분증까지.
남자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