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2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5)화(326/353)
외전 5화
* * *
[그렇습니다, 독자님!] [감 떨어지셨나요?]눈앞에 메시지창이 한가득 떠올랐다.
[이 아프타네스는 독자님을 그렇게 키우지 않았거늘!] [예전이었다면 퀘스트 완료가 뜨지 않았을 때 바로 생각해 내셨을 텐데!!] [힌트도 있었잖아요!]‘힌트? 아…….’
사막으로 간 시드와 달리 우리 가족들은 전부 이 근처 해변을 수색했다.
그쪽에서 에너지 이상 반응이 있었다면서.
‘그럼 정말 근처 해변에 차원 이동자가 나타난 걸까?’
아즐은 내게 바다에서 요정들이 이 물건을 발견했다고 했다.
가족들의 추적이 틀리진 않은 모양이다.
[흥! 평화가 독자님의 탄산을 무디게 만들었군요!]‘탄산이 아니라 칼날이겠지.’
[로판 독자는 언제나 고구마를 무찌르기 위해 탄산을 갈고 닦아야 하는 법입니다!] [차가운 사이다를 위하여!]‘……얘는 왜 또다시 경박해진 거야.’
[경박이라뇨! 언제나 멋진 이 아프타네스한테!]그래, 바로 이런 점이 경박하다.
한편으로는 조금 반갑기도 했다.
키야스에델을 인생 하차시키고 난 뒤 아무런 메시지도 오지 않았으니까.
[흐응, 맨날 아닌 척하지만 독자님께서도 이 아프타네스의 매력에 빠지신 모양이에요?]‘반갑다는 거 취소야.’
[흥입니다!]나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핸드폰을 켰다.
하지만 바다에 빠져서인지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일단 이 핸드폰의 주인을 찾아야겠지.’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신분증을 보면 확실히 남자인데. 아빠랑 오빠들이 찾는다면…….’
나한테 오기도 전에 차원 이동자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면 퀘스트 완료는 영원히 불가능하고, 나는 캐시를 벌지 못하고, 19금 소설 소환은 물 건너가고…….
‘절대 지켜, 캐시!’
가족들한테는 비밀로 해야겠다.
혹시 모르니 시드한테도.
‘WBD나 SSS를 움직일까?’
울딸랑구호위부와 내돈내손 네목내손 쁘티큐티프리티 울막내손녀딸램공주 TMI부.
둘 다 기본적으로 아빠와 할아버지의 인력들이지만 내가 협박…… 아니, 부탁하면 몰래 해줄 거다.
[직접 찾으세요, 직접!] [예전에는 뭐든 직접 하더니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남들 시키기나 하고!] [로판 독자답지 않아요!]‘아니, 이렇게 좋은 인력을 놔두고 왜 내가 직접?’
[추가 보상!]‘—직접 하는 게 좋지! 판타지 세계는 역시 두 발로 뛰어야지!’
왠지 어이없어 하는 악마 놈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지만.
‘딱 기다려, 시드.’
내가 야무지게 캐시 벌어서, 어?
여주 언니한테 온갖 것을 배워서 너를, 응?
저런 미모의 남자를 그대로 가만히 두고만 보는 것은 죄악이다.
힐끗 시드를 보는데 곧장 시선이 마주쳤다.
잘생긴 얼굴을 보니 전의가 활활 불타올랐다.
나는 아즐의 두 손을 꼬옥 붙잡았다.
“고마워. 역시 아즐이야. 딱 내가 흥미 있어 할 걸 알아서 가져오네.”
“아가씨께 도움이 되는 건 제 기쁨인걸요.”
다정하고 싱그러운 물빛 눈동자가 나를 보고 부드럽게 휘었다.
물의 요정님께서는 어쩜 오늘도 이렇게 청순하실까.
“그럼 나 계속 도와줄 거지?”
“당연한 말씀을.”
나는 아즐과 함께 방을 나섰다.
‘기다려라, 캐시야!’
* * *
탁.
시드리한은 완전히 닫혀 버린 문을 바라보았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그의 눈빛이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시드!”
채리아가 활짝 웃으며 시드리한을 불렀다.
그러나 시드리한은 여전히 닫힌 문만 바라볼 뿐이었다.
“루루는 많이 바쁜가 봐.”
“떨어져.”
시드리한이 채리아의 팔을 쳐냈다.
루아티샤가 안 보이자마자 사람이 바뀐 것처럼 냉랭해진 시드리한을 보고 채리아는 입을 삐죽였다.
“시드는 내숭쟁이구나.”
“날 그렇게 부르지도 말고.”
“왜애~, 시드는 시드 이름인걸! 시드를 부르려면 시드라고 부를 수밖에 없어!”
“아예 부르지 마. 너한테 불리려고 있는 이름이 아니니까.”
차갑게 떨어지는 목소리에 채리아가 흠칫했다.
‘그래도 시드는 내 앞에서는 솔직하니까!’
이렇게 내숭을 벗어던지고 대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루아티샤는 절대 못 보는 모습이기도 하고.
채리아가 두 손을 반짝 들곤 귀염성 있게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시드라고 안 부를게. 루루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알았어.”
무엇보다 시드리한이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이유를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
‘시드는 루루의 노예였다고 했지.’
그럼 시드리한은 루아티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쌍하게도.
‘으, 노예가 있는 세상이라니. 정말 끔찍하다.’
자신이었다면 노예 해방을 위해 앞장섰을 텐데.
“그럼 나는 리한이라고 부를게! 시드리한이라고 부르는 건 정 없잖아!”
“날 부르지 마.”
“리한도 차암!”
틱틱거리는 모습이 재밌었다.
“리한, 리아. 우리 뭔가 비슷하다, 그치.”
채리아가 해맑게 웃었다.
어둠을 다 몰아낼 것같이 환한 미소였다.
* * *
드넓은 해원 위.
새하얀 날개를 늠름하게 뻗은 새가 그 위용을 뽐내며 창공을 비상했다.
“이 근방엔 없다, 짹!”
늠름……하다기엔 다소 찌꼼했지만.
나는 피지컬의 한계를 내보이는 에르메스 짹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저쪽으로 한 바퀴 돌아줘.”
“나는 수색조(鳥)가 아니다! 전령조(鳥)다, 짹!”
나는 말없이 ‘물건’을 스윽 꺼냈다.
검은깨 같은 에르메스 짹의 눈이 검은콩만큼 커졌다.
“그, 그것은……!”
“그래, 황비님의 파티셰가 직접 만든 솔티드 캐러멜 초콜릿 쿠키다.”
“……!”
에르메스 짹이 포르르 날아올랐다.
“저쪽만 돌면 되냐, 짹? 그 옆도, 그 뒤도, 그 앞도! 다 돌고 오겠다, 짹!”
바람처럼 사라진 찌약이를 보며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아즐이 웃었다.
“에르메스 짹은 정말 한결같네요.”
“한결같긴 무슨. 이제 평범한 초코칩 쿠키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구.”
“그래도 에르메스 짹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 바다를 전부 돌아보는 건 무리니까.”
“그리고 아즐이 있어서 다행이지!”
나는 아즐을 보며 씨익 웃었다.
“아즐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바다에서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겠어?”
내가 탄 배에는 항해사도, 선장도 없다.
그러나 물의 요정과 혼혈인 아즐의 능력 덕분에 순항 중이었다.
아즐이 수줍게 웃었다.
그때였다.
“찾았다, 짹!”
에르메스 짹이 쏜살같이 날아왔다.
쿠키에 대한 열망이 빠른 전개— 아니, 수색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 * *
에르메스 짹이 안내한 곳은 조그마한 섬이었다.
사실 모래가 야트막하게 쌓여 해수면 위로 올라온 곳이라 섬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했다.
파도에 떠밀려 온 것인지, 남자는 정신을 잃은 채 해안가에 쓰러져 있었다.
“그래도 이런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차원 이동하자마자 바다에 빠져서 곧장 죽었을 거야.”
“아가씨, 발밑 조심하세요.”
아즐이 날 잡아주었다.
나는 아즐과 함께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딱 봐도 차원 이동자네.’
복식부터가 이곳과 달랐다.
나는 남자를 살펴보다 멈칫했다.
‘뭐야, 왜 상처를 입고 있지?’
남자의 옆구리 쪽에는 날카로운 것에 찔린 것 같은 상처가 있었다.
“이 주변에는 몬스터가 없지 않아?”
“네, 아가씨 소유의 땅 주변은 잘 관리되고 있으니까요. 땅값 떨어지면 아가씨께서 슬퍼한다고.”
아무래도 전생의 기억 때문에 난 땅값에 아주아주 민감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땅값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 중이었다.
덕분에 내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치안과 편의성이 좋다며 대만족 중이었고.
“……살아는 있는 거겠지? 여기 온 지 며칠이나 지났으면 안 그래도 목숨이 위험할 텐데 상처까지 입었으니.”
나는 남자의 곁에 주저앉아 코에 손을 댔다.
“숨을…… 안 쉬는데?”
너무 늦은 걸까?
그러고 보니 퀘스트 완료 알림도 뜨지 않고 있다.
“이, 일단 인공 호흡이라도……!”
나는 남자를 똑바로 눕히고 기도를 확보했다.
“아, 아가씨?!”
“인공 호흡이라도 해봐야지! 이러다 진짜 죽겠어!”
“하지만 어떻게 아가씨께서…….”
아즐의 만류에 난 아차, 했다.
아즐은 지금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다.
“서둘러, 아즐!”
“네?”
“인공 호흡할 수 있지?”
내 말에 아즐의 시선이 남자의 입술로 향했다.
아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
“그, 그치만—.”
“아즐이 첫키스도 아직이라는 건 알아!”
“그, 그걸 어떻게—.”
“하지만 의료 행위일 뿐이라고! 의미 두지 마! 아무리 첫키스를 기대 중이더라도! 아무리 첫키스를 빼앗기는 느낌이더라도!”
“그게 아니라 저는—.”
“이러다 늦어버리겠어!”
아즐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그게 아니라! 저는 폐 속에 들어간 물을 밖으로 빼내서 호흡을 유도할 수 있어요!”
아.
“진작 말하지.”
어쩐지 아즐이 원망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 * *
“커헉……!”
막힌 숨이 터진 것처럼, 기침과 함께 남자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조금 지나자 남자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
“됐어! 고생했어, 아즐.”
“……아가씨께 도움이 되는 건 제 기쁨이니까요.”
어째 아즐의 목소리가 평소랑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근데 신기하네? 퀘스트는 며칠 전에 왔는데 지금 구출해도 되다니……. 차원 이동하고 바로 물에 빠진 게 아니었던 걸까?’
그러고 보면 상처 입은 것도 이상했다.
의문을 뒤로 한 채 나는 일단 상처 부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이었다.
파악—!
거센 손길이 내 손을 쳐냈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다 죽어가다시피 했던 사람이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남자가 거리를 벌린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경계심 어린 새까만 눈동자.
그 눈과 내 눈이 마주하는 찰나.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5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차원 이동자를 직접 찾아냈습니다.] [(그래도 약속했으니 선량한 아프타네스는)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조금 쓸데없는 말과 함께) 퀘스트 완료가 떴다.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 내용을 본 순간.
나는 이 남자가 왜 이렇게 경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이런.’
난 탄식을 흘렸다.
이 남자는 그냥 차원 이동자가 아니었다.
무려 수십 번 회귀한,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는 아포칼립스물의 주인공 되셨다.
‘남성향 판타지는 내 전문이 아닌데.’
나는 로판 외길을 걷는 독자였다.
“넌 뭐지?”
남자가 경고하듯 말했다.
오른손이 허리춤으로 가는 게 평소 저쪽에 무기를 넣어놓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처 입은 채 털을 바짝 세우는 고양이는 잘 알고 있지!’
시드를 처음 만났을 때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지금 시드는 손을 완전히 탄, 애교 많은 집냥이가 됐다.
남자가 살기를 내뿜으며 읊조렸다.
“인간형 마물인가?”
“이눔아, 할미 보고 마물이라니!”
내 말에 남자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아, 맞다.
나 할미 모습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