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2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6)화(327/353)
외전 6화
이래서 습관이란 참 무섭다.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쪽팔림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걸 또 어떻게 수습하나 고민하는데.
“할미? ……역시 나이 많은 노괴인가.”
“뭐?”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한 채 사람을 홀리려는 거군. 아니, 그 거짓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죽여 피로 목욕하는 건가.”
아니, 그거 아냐.
변태도 아니고 찝찝하게 피로 목욕을 왜 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야 그런 모습을 할 수 있는 거지?”
“…….”
“웬만큼 죽여서는 평범하게 젊은 모습이었을 터. 한데 이토록 사람을 현혹시키는 요사스러운 모습이라니.”
남자는 이를 갈며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무슨 어린아이 수천 명을 죽인 인류의 적을 보는 것 같았다.
“아가씨, 저 남자는 위험해요. 제 뒤에 계세요.”
아즐이 긴장한 얼굴로 나를 보호하듯 막아섰다.
남자의 시선이 아즐을 향했다.
“하, 거기에 수(水)속성 마물까지 달고 다니다니.”
이번에는 나도 참지 못했다.
아무리 수십 번 회귀하며 수십 번 멸망을 겪은 바람에 상처투성이가 된 야옹이라고 해도 그렇지!
“마물은 무슨 마물이야! 아즐한테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어?!”
“아, 아가씨?”
나는 아즐의 얼굴을 척 들이댔다.
“이 얼굴을 봐! 이 청순하고 순수하고 청초한 얼굴을 보라고!!”
“아가씨이…….”
“이 미모를 눈앞에 두고도 마물이라는 말이 나와?! 우리 아즐은 말이지 무려 물의 요정님의 피가 섞인, 이 척박한 세상의 단비 같은—”
“외모로 판단하는 것만큼 초짜 같은 짓은 없지.”
남자가 내 열변을 차갑게 잘랐다.
“아름다운 외모에 속아서 개죽음을 당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서 말이야.”
왜 그 말은 또 날 보면서 하는데…….
어우, 살벌하다, 살벌해.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즐의 미모가 안 통하다니.
차선책으로 설득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생각해 봐. 우리가 마물이면 그냥 쓱싹하지, 왜 인공호흡까지 하면서 널 구해줬겠어?”
“인공…… 뭐? 나한테 인…… 그런 걸 했다고?!”
남자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애늙은이 같았던 남자가 그제야 제 나이처럼 보였다.
내 또래로.
“응, 했어. 인공호흡.”
“……!”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충격으로 벌어졌다.
엄밀히 말해서는 인공호흡은 아니었다.
아즐이 폐에 찬 물을 빼내면서 호흡을 유도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술법을 사용했다고 하면 또 마물의 술법이냐며 의심할지 모르니까.’
이럴 때일수록 당당해야 한다.
나는 허리에 척 손을 얹으며 턱을 치켜들었다.
“살려줬더니, 뭐? 마물? 피로 목욕을 해?”
“…….”
“이거 이거, 물에서 건져줬더니 아주 봇짐까지 내놓으라고 할 놈이네!”
“봇짐을 내놓으라는 게 차라리 낫죠. 아가씨께서 기껏 살려주셨는데 오히려 아가씨를 공격하려고 하다니요.”
아즐이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즐이 이렇게 말하다니,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정말 네가 날 인…… 살렸다고?”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이미 죽었을 겁니다.”
“……나는…….”
“됐고!”
나는 빠른 진행을 위해 남자의 말을 잘랐다.
지금 중요한 건 빠른 퀘스트 완료와 캐시 획득이었다.
“너 이름이 뭐야?”
나는 남자에게로 다가가며 물었다.
일단 더 이상 날 공격할 것 같진 않았으니까.
“……내 이름을 알아서 뭐 할 거지?”
“뭐하긴. 그냥 부르려고—.”
“이름을 통한 저주라도 걸 생각인가? 아니면 내 정신을 지배하기 위해선 이름을 알아야 하나 보지?”
“뭐?”
“난 널 믿지 않아.”
바짝 날을 세운 채 컁컁컁 짖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울컥 짜증이 났다.
‘시드는 그때 어리기라도 했지. 넌 다 컸으면서!’
사실 난 이 남자의 이름을 알고 있다.
신분증에 적혀 있는 이름을 봤으니까.
‘그래도 직접 서로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물어본 건데.’
흥이다!
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럼 알려주지 말든가! 그냥 나비라고 부른다!”
“무슨—.”
“나비야, 나는 루아티샤야. 루아티샤 파에라톤.”
나는 차원 이동자—나비에게 손을 내밀며 씨익 웃었다.
“우리 세계에 온 걸 환영해.”
* * *
나비는 미심쩍어 했지만, 결국 우리와 함께 배에 탔다.
섬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야트막한 토사만 있는 망망대해에 머무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한 건지도 모른다.
나비는 내내 경계심 가득한 얼굴을 한 채 털을 바짝 세웠다.
하지만 크게 반항하지도 않았다.
배 안에서 난리를 피우면 안 된다는 상식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즐에게 나비의 치료를 부탁했다.
물에는 치유력이 있으니까.
“의사가 제대로 보는 것보단 못하겠지만요.”
아즐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내 부탁에 따라 남자를 치유해줬다.
“구조에, 치유에, 항해까지! 역시 우리 블루는 유능해!”
“내가 아니었으면 저 남자를 찾지도 못했을 거다, 짹!”
아즐을 칭찬하는데 에르메스 짹이 질세라 끼어들었다.
“그래, 그래. 엘리도 대단해.”
“짹!”
에르메스 짹이 늠름하게 가슴을 부풀리며 쿠키를 쪼아먹었다.
그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언제 그렇게 경계했냐는 듯 수마에 빠져 있었다.
하긴, 방금 막 죽을 고비를 넘겼다.
아까처럼 펄펄 날뛰던 게 이상한 거였다.
잠이 든 남자의 얼굴은 지치고 고단해 보였다.
옆구리의 상처뿐만이 아니라 전신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날을 세우기까지 아마 수많은 일을 겪었겠지.’
그걸 생각하면 안쓰럽지 않은 건 또 아니었다.
나는 옅게 한숨을 내쉬고 아까 받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 완료와 동시에 새로 받은 퀘스트였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2)〉
독자님!
드디어 퀘스트를 완료하셨군요.
음…… 할 말이 많지만, 뭐 그래요.
그래도 제시간에 완료하신 게 어딥니까.
시체가 되었다면 평생 완료하지 못했을 텐데.
‘이 자식 자꾸만 나 꼽 주는데?’
이 가련하고도 불쌍한 남자는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무려 멸망한 세계의 회귀자!
그것도 수십 번을 회귀한, 그러고도 세계를 구하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이지요.
로판 독자로서 이런 상처 입은 들짐승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겠지요?
어이가 없었다.
어린 시드가 상처 입었을 때는 그냥 죽이라고 부르짖던 애가 이러다니.
속에 화가 많아서 약간 싸가지 없는 상태지만 원래 그랬던 건 아니랍니다.
지금은 멘탈이 터져서 정신력이 꼭 개복치 같지만…….
좀 손이 많이 가고 성가시겠지만…….
이놈을 보살피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독자님 일이니 전 상관없음ㅇㅇㅋㅋ
‘이 새끼…….’
자비롭고 상냥한 로판 독자로서 이 상처 받은 어린양을 잘 보살펴 주세요.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세요.
-조건: 개복치 키우기
-보상: 개복치 성장 시 캐시 증정! 연계 퀘스트 〈???〉 진행
‘……다시 봐도 이상하단 말이야.’
캐시를 얻기 위해 아까 퀘스트가 오자마자 수락하긴 했는데 어딘가 찝찝했다.
우선 퀘스트가 온 것부터가 그렇다.
‘한동안 오지도 않던 퀘스트를 보낼 정도로 이 남자를 구하는 게 중요한 일인가?’
키야스에델을 처치하기 전부터 점점 퀘스트가 오지 않게 되었다.
그때 악마 놈은 내게 퀘스트가 필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누군가가 이끌어줄 필요 없이, 독자님이 가는 길이 곧 성전이 될 테니까.”
“당신은 아프타네스의 계약자이자 대리자이자, 인과의 한계를 걸을 수 있는 개척자.”
그래서 키야스에델을 처치한 후.
악마 놈의 퀘스트가 아예 오지 않아도 섭섭할지언정 그러려니 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런데 대뜸 퀘스트가 와서는 이 남자를 잘 돌봐주라니.
‘수상해!’
무엇보다—
‘사이다만 찾는 놈이 싸가지 없는 놈을 돌보라는 퀘스트를 주다니, 진짜 수상하잖아.’
기본적으로 상대가 누구든 나한테 싸가지 없이 굴면 악마 놈은 ‘타도 고구마!’를 부르짖었다.
당장 송곳 같이 시원한 사이다를 달라면서.
‘거기다 보상도 특이하고.’
개복치 성장 시 캐시 증정이라니.
잘 보살펴 주면 캐시 뽑기권을 주는 게 이때까지의 패턴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 퀘스트창을 응시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이럴 때 악마 놈은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침묵했다.
‘……뭐, 그래. 갑자기 낯선 세계에 떨어진 미아냥이를 구조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니까.’
저 남자가 대체 어떤 멸망을 겪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어떤 멸망이든 그걸 직접 겪는 것은…….
내가 감히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이런 애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지!’
꼭 캐시 때문에 잘해주려는 게 아니다.
진짜야.
“……뭐야.”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남자가 눈을 번쩍 떴다.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나 보다.
“좀 더 자지. 아픈데 왜 깼어, 나비야.”
“……그놈의 나비 소리 좀 그만 하지?”
“그럼 이름을 알려주든가.”
“왜 그렇게까지 내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거지?”
“그야 당연하잖아?”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서로의 이름을 알고, 이름을 부르고 불리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그딴 게 멋진 일이라고?”
“응!”
그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나비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도 경계심과 살기가 가득했던 아까의 눈과는 조금이지만 달라서.
‘오, 냥냥이가 마음을 열기 시작한 건가?’
이럴 때는 츄르가 답인데.
하지만 지금 내게는 참치캔조차도 없었다.
“아, 저기 봐!”
때마침 물보라와 함께 돌고래가 튀어 올랐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반짝이는 물비늘.
그 사이로 돌고래와 함께 바다 요정이 춤추듯 유영했다.
와, 하고 감탄하는데 옆에서 반응이 심상찮았다.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옆을 돌아보니 나비가 공격 자세를 취하며 이를 으득 갈았다.
“젠장, 마물의 습격이라니.”
“잠깐! 진정해! 너 환자야! 그러다 상처가 덧나면—.”
“너, 나를 마물이 있는 곳으로 유인한 거냐!”
“마물 아냐. 바다 요정님들이야.”
혹시라도 나비가 바다 요정들을 공격할까 봐 나는 나비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
나비가 불에 댄 듯 흠칫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로 세게 잡진 않았는데, 손에도 상처가 있었던 건가?’
나는 손아귀의 힘을 살짝 풀면서도 나비의 손을 놓진 않았다.
여기서 바다 요정을 공격하면 진짜 큰일 난다.
“자, 바다 요정들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잖아. 그냥 놀고 있는 것뿐이라구.”
“…….”
“그러니까 살기는 그만 집어넣지 그래? 돌고래들이랑 바다 요정님들이 놀랐잖아. 아즐이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거야.”
“…….”
나비는 내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비죽비죽 솟았던 위협적인 살기를 슬그머니 갈무리했다.
나는 잘했다는 의미로 나비를 토닥이며 말했다.
“자, 봐봐. 예쁘지?”
내 말에 나비의 시선이 바다로 향했다.
해수면을 물장구치는 돌고래와 바다 요정의 모습은 그저 평화롭기만 했다.
“바다 요정을 직접 보는 건 진짜 드문 경험이야. 멀리서 그림자만 목격해도 평생의 축복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
“또 돌고래를 보면 행운이 온다고 하잖아?”
“…….”
“앞으로는 좋은 일들이 가득할 거야.”
나비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나는 씨익 웃었다.
착각일까?
나를 보는 남자의 까만 눈동자가 떨리는 듯했다.
나는 힘주어 다시 말해주었다.
“앞으로는 꼭 좋은 일만 생길 거야, 나비야.”
“……젠장, 그놈의 나비 소리는.”
나비가 미간을 콱 찌푸리며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꼭 잡고 있던 손까지 뿌리치면서.
“나비 소리가 싫으면 이름을 알려주든가.”
“난 너 안 믿어.”
‘……확 그냥! 냥빨한 다음 방치해 버릴까 보다!’
그때였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떴다.
〈나비〉의 신뢰도가 올랐습니다.
1000캐시 증정!
어?
믿기지 않는 메시지에 나는 글자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바뀌는 건 없었다.
1000캐시 증정!
‘……방치라니, 제가 방금 그런 생각을 했던가요?’
나는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비를 돌아보았다.
나비는 그냥 냥이가 아니라 복냥이었다!
“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바라봐?”
“우리 잘 지내보자, 나비야!”
나는 나비의 손을 덥썩 잡았다.
퀘스트가 수상하든 말든 난 너의 존재 이유를 알았어.
넌 존재 자체가 축복이야.
내 사랑스러운 캐시자판기!!
* * *
시드리한은 미소 지었다.
눈이 가느스름하게 휘고 입꼬리가 보기 좋게 올라간, 그야말로 감탄이 나오는 완벽한 미소였다.
“그래서, 오다 주웠다고?”
“응.”
루아티샤가 말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리한은 그녀에게 뭐라 하는 대신 찬찬히 루아티샤가 주워 온 것을 살폈다.
“……흑발이네?”
그는 흑발에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