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3화(33/353)
☆제33화 ☆
왈칵, 핏물을 토해내는 것과 동시에 루아티샤가 쓰러졌다.
그 자그마한 몸이 허물어지는 모습이 익시온의 눈에는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보였다.
그의 몸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스윽, 순식간에 루아티샤의 곁에 도착한 익시온이 쓰러지는 아이의 몸을 받아들었다.
그러고 나서야 주변인들에게서 놀란 반응이 튀어나왔다.
“꺄악!”
“아가씨! 어, 어떡해! 피, 피가……!”
“의사, 의사! 당장 의사를 불러라!”
그야말로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난리가 났다.
그 시끄러운 소란 와중에 루아티샤가 생각했다.
‘아니……. 당황하지 마. 나 아픈 거 아냐…….’
사랑받아서 몸 좋아지는 것뿐 이었다.
정말이다.
[면역력이 올라갑니다!] [피로가 풀립니다!] [뭉치고 긴장했던 뒷덜미가 말랑말랑해집니다!] [퀘스트 〈착한 독자의 길(1)〉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캐시가 지급됩니다.]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이 그 증거였다.
‘근데 내 뒷목 뭉쳤던 건 다 악마 놈 때문 아니냐!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아까 고혈압에 잡았던 뒷덜미가 사르르 풀리는 것을 느끼며 루아티샤는 입을 열었다.
“익시……온, 소란……마. 나 진짜 흑, 괜찮…….”
투욱.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루아티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익시온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러나 항상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던 커다란 눈은 굳게 닫힌 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루아티샤! 루아티샤!”
새파랗게 질린 익시온이 막내 동생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이놈아, 그만 흔들어. 골 울려.’
[두통이 회복됩니다!]안 울리네.
‘맨날 날 문전박대하더니.’
이렇게까지 놀란 익시온을 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다.
괜찮다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곧 루아티샤의 의식이 깊게 가라앉았다.
* * *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소, 송구합니다, 각하.”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파에라톤 공작의 손에서 새까만 마기가 맺혔다.
“제 역할도 못 하는 쓰레기는 이 성에 필요 없다.”
“차, 참으십시오, 각하!”
안나가 엎드린 의사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무릎을 꿇었다.
새빨간 눈이 안나를 향했다.
여차하면 안나마저 죽일 기세였다.
안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의사의 목숨을 살리고자 앞으로 나선 건 아니었다.
“저도 당장 이 자들의 멱살을 잡고 싶지만, 아가씨를 치료하는 게 우선입니다. 어쨌든 이들은 공작령에서 손꼽히는 의사입니다. 없으면 아가씨의 용태를 살필 사람이 없습니다.”
파에라톤 공작의 시선이 엎드린 의사를 향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의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공작의 손에 맺힌 새까만 마기는 자취를 감췄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의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어, 각하. 진찰 결과 막내 아가씨는 건강하십니다. 유괴 사건 직후보다 오히려 몸 상태가 좋습니다.”
“그런데 왜 내 딸이 피를 토하고 쓰러진 거지?”
“그건…….”
숙련된 의사로서도 명쾌히 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전처럼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면 이번에야말로 목이 떨어질 것이다.
의사의 뇌가 맹렬히 돌아갔다.
“인간의 몸은 신비합니다. 특히 아가씨께서는 파에라톤의 핏줄. 아무리 마기가 없다고 해도 보통 인간과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뭔 헛소리인가 싶지만 팔불출에게는 통하는 말이었다.
“……내 딸의 영민함을 보면 확실히 다른 인간들과 달리 특별하지.”
“예, 그러니 아가씨의 신체 역시 특별하셔서 은연중 쌓인 안 좋은 기운을 배출해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혓바닥이 너무 길었다.
미심쩍은 시선을 느낀 의사가 서둘러 재차 입을 놀렸다.
“왜, 오러 사용자들이 오러를 통해 몸에 쌓인 사기나 탁기를 배출해내지 않습니까. 그와 비슷하다 봅니다.”
“그럼 쓰러진 건 어째서지?”
“탁기를 배출하는 것은 오러 사용자들에게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당연히 아가씨의 어린 몸으로 지치는 일이었겠지요. 회복을 위해서 깊은 잠에 빠지는 건 보통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요?”
살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짜 맞춘 말이지만, 그닥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원래 장님이 뒷걸음치다 문고리를 잡는 때도 있는 법.
이 자는 장님이 아니라 본디 아주 특출난 의사였다.
“결론은?”
“이 상태대로라면 아가씨께서는 무사히 깨어나실 겁니다.”
솔직히 원인은 전혀 모르겠지만, 막내 공녀가 무사하다는 것은 확실했으므로 의사는 꽤 확고한 어조로 답했다.
파에라톤 공작이 낮은 한숨을 쉬었다.
“물러가라.”
드디어 떨어진 허락에 의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허리를 굽힌 채 막 방을 빠져나가려는 순간이었다.
“혹여라도 내 딸에게 문제가 생길 시.”
서릿발 같은 파에라톤 공작의 목소리가 그의 발목을 잡아챘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될 거다.”
새빨간 눈동자가 번뜩이며 의사를 응시했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의사가 방을 빠져나간 후, 파에라톤 공작은 누워 있는 루아티샤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이의 앳된 얼굴은 정말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어째 너는 날 편히 내버려 두는 날이 없구나.”
유괴당할 뻔한 것으로 모자라 이번에는 각혈하며 쓰러지기까지.
그뿐만이 아니다.
기껏 전쟁에서 돌아오니 피죽도 못 얻어먹은 몰골로 떨고 있질 않나.
데려와서 잘 먹이고 입히면 다 해결되는 건 줄 알았는데 곁에 있어 달라질 않나.
안아달라며 손을 뻗지 않나.
재워달라고, 먹여달라고, 손잡아 달라고.
바라는 것도 참 많았다.
그러더니 나중엔 밉다고, 우리 아빠 아니라며 울기까지.
참 성가신 아이.
위로 자식이 셋이나 있지만 이런 아이는 처음이다.
“그래도 난 네가…….”
사라락, 잠이 든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이 건들면 깨지는 유리를 만지듯 조심스러웠다.
“루아티샤 파에라톤.”
아이의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입안 가득 달콤한 것을 베어 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달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참을 수 없이 중독적이다.
“내 딸.”
혈육.
자신의 피를 이은 아이.
그런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나.
“너에게라면 평생 휘둘려도 좋다.”
* * *
한참 딸의 곁을 지키던 파에라톤 공작이 밖으로 나왔다.
사실은 딸이 일어날 때까지 계속 곁에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익시온.”
방문 앞에 웅크려 있던 아이가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항상 빙글거리며 방만한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은 풍파라도 맞은 것처럼 피폐했다.
이 녀석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루아티샤가 방으로 옮겨졌을 때부터 이 앞에서 단 한 번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익시온의 기척 때문에.
“아부지…….”
처음이었다.
건방지다고 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던 셋째 아들이 이렇게 완전히 무력하게 자신을 부르는 것은.
“나, 나 때문이에요.”
길 잃은 어린아이 같은 얼굴.
“내가 그 애 앞에서 마기를 계속 계속 써서…….”
익시온의 손이 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공격용 마기가 아니더라도 어린애 몸에는 마기 자체가 부담이 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계속 썼어요.”
소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후회하는 중이었다.
“……루아티샤를 다른 곳에 보낸 이유를 기억하나?”
“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존재는 외부 자극에 취약하다.
강대한 힘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마기는 가히 치명적이다.
미성년의 파에라톤은 힘을 완벽하게 갈무리할 수 없어 은연중에 마기를 흘리기 마련이다.
당시 공작가에는 미성년의 파에라톤이 셋이나 있었다.
파에라톤 공작의 세 아들들.
“마기를 타고 나지 못한 루아티샤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외가에 보내졌습니다.”
“빠트린 게 하나 있군.”
“예?”
“내가 공작성에 있었다면 얼마든지 너희가 방출하는 마기로부터 루아티샤를 보호해줄 수 있었을 거다.”
그 말에 익시온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황제와의 맹약 때문에 전쟁에 나가야 했지.”
보호해줄 파에라톤 공작조차 없었기에 루아티샤는 타렌카 후작에게 보내졌다.
“지금 이 성에는 내가 있다.”
단순하지만 묵직한 말이었다.
익시온이 아무리 마기를 흘려 봤자 파에라톤 공작의 보호 하에 있는 루아티샤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할 수 없다는 말.
“하, 하지만 저는 은연중에 방출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마기로 그 애를 뒤덮기까지 했어요.”
그것도 일부러 그랬다.
시험하려고.
대체 왜 그렇게까지 시험하고
싶었는지도 모르는 채.
이제서야 겨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믿고 싶었어.’
그 애가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는 게 믿기지 않아서.
무섭지 않다고,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그 애의 말이 진심 인지 확인받고 싶어서.
‘그렇게 확인해서 믿을 수 있게 되면, 뭐. 어떻게 하려고?’
모른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애를 마음껏 사랑하고 싶어서.’
고작 그런 이유로.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그저 겁이 났던 거다.
그냥 그 애를 믿어버리면, 사랑해버리면 상처받을까 봐.
그래서 계속 확인했다. 믿어도 되는가, 진짜인가, 믿지 못할 이유가 분명 존재하지 않을까.
‘내가 상처받기 싫다고 그 작은 애를 저렇게 아프게 만들었어.’
참 쓸모없는 짓이었다.
익시온은 사실 훨씬 오래 전부터 루아티샤를 믿고 있었다.
이미 사랑해버렸으니까.
“……윽.”
사무치는 후회가 소년의 눈가를 붉게 물들였다.
“익시온.”
파에라톤 공작이 고개 숙인 아들을 나직하게 불렀다.
“네가 루아티샤를 간호해라.”
“그, 그래도 돼요?”
반색해서 고개를 휙 들어 올렸던 익시온이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안 돼요. 내가 곁에 있으면 더 나빠질 거야.”
자신을 탓하는 아들의 모습에도 파에라톤 공작의 얼굴엔 위로의 기색이 떠오르지 않았다.
“건방지군.”
오히려 꾸짖기까지 했다.
“네가 아무리 마기를 쏟아부어 봤자다. 내가 내 딸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거 같나?”
비뚜름한 미소가 파에라톤 공작의 얼굴에 걸렸다.
익시온이 멍하니 제 아비를 바라보았다.
오만하리만치 당당한 모습.
하지만 감히 그 누가 파에라톤 공작에게 오만하다 하겠는가.
황폐했던 익시온의 얼굴에 서서히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익시온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동안 쭈그리고 있었는데 힘들지도 않은지, 소년의 얼굴엔 봄비를 흠뻑 맞은 꽃처럼 활기가 가득했다.
곧장 안으로 들어갈 듯하던 익시온은 정작 문 앞에서 주춤했다.
파에라톤 공작이 고개를 끄덕여주고 나서야 그는 결심한 듯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들어갔다.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내내 서성이던 막내 동생의 방안으로.
파에라톤 공작은 말없이 그런 셋째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 * *
시원한 것이 뺨을 감쌌다.
‘기분 좋아.’
방안은 땀이 날 정도로 난방이 되고 있었다.
나는 잠결에 미소 지으며 그 시원한 것에 뺨을 비볐다.
움찔.
물체가 잠시 굳더니 조금 더 확실히 뺨을 감쌌다.
‘……근데 이게 뭐지?’
서서히 수마가 물러가고 있었다.
사람 손인 것 같았다.
‘안나? 아니면 아빠인가?’
나는 졸음기가 가득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내 뺨을 감싸고 있는 사람은 안나도, 아빠도 아니었다.
‘익시온?’
얘가 왜 여기 있지?
찾아가도 맨날 방문 잠그고 있던 애가.
의문은 잠깐이었다.
‘맞다, 나 쓰러졌었지.’
너무 푹 잔 바람에 순간적으로 깜빡했다.
몸이 안 좋긴커녕 아주 가뿐 했기 때문에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쓰러지기 전 맨 마지막으로 봤던 익시온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멀뚱멀뚱 익시온을 바라봤다.
“뭘 봐.”
익시온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툭 내뱉었다.
‘그땐 내가 잘못 본 건가?’
이 까칠한 꼬맹이가 울 것 같이 날 바라봤을 리가 없잖아.
치, 하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익시온의 곁에 수반과 물수건, 체온계 따위가 있는 걸 발견했다.
“익시온, 나 간호하고 있었던 거야?”
“…….”
“진짜?”
“……네가 약골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익시온이 팩 고개를 돌리며 성질을 냈다. 언뜻 보이는 그의 귓등이 붉었다.
‘아니, 약골이라니. 나 완전 건강한데요.’
입술을 비죽이고 있으니 익시온이 협탁에 있는 침대등을 켰다.
밝게 드러난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초췌했다.
‘진짜로 계속계속 내 옆을 지켜준 거야?’
조금 놀랐다.
‘열도 안 났을 텐데.’
혹시라도 열이 오를까 계속 체온을 잰 모양이었다.
꼼지락. 나는 괜히 손가락을 꿈질거렸다.
이렇게 가족에게 간호받은 게 처음이었다.
‘……비록 아픈 건 아니었지만.’
나는 남아있는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몸살 기운이 물러갑니다!] [오장육부가 튼튼해집니다!] [내장 지방량이 줄어듭니다!]참 짜증 나는 능력이었지만, 내장 지방량이 줄어든 건 그래도 기뻤다.
……분명 그래서 입꼬리가 올 라가는 거야.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나는 힐끔 익시온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익시온은 그리 나쁜 애가 아닐지도.’
하도 틱틱 대면서 날 괴롭혀서 못된 꼬맹이라고 욕했는데.
“루아티샤.”
“응?”
나는 놀라서 익시온을 바라보았다.
익시온이 나를 제대로 부른 건 처음이었다.
익시온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한참 동안 나를 노려보았다.
겨우겨우 입술을 달싹였다 싶은 순간 다시 꾹 다물었다.
익시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하려는 말을 다 들었다.
“죽으면 죽여버릴 거야.”
“아냐 안 죽일게. 눈 좀 떠봐.”
“내가 잘못했어.”
“……나도 너랑 친해지고 싶었어.”
정신이 완전히 깨면서 잠결에 들었던 익시온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으니까.
나는 익시온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모른다. 어떻게 알겠어.
‘하지만 요 꼬맹이한테 무언가 상처가 있다는 건 알아.’
익시온은 자기가 상처받았는지도 모르는 바보다.
전생의 나처럼, 이 애도 제대로 크지 못했다.
“익시온, 나는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혼자였어. 그래서 다른 사람이 꼭 필요했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고 맨날 기도했어.”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필요로 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냥 으레 ‘혼자는 외로우니까’ 하고 다들 생각하듯 납득했다.
혼자가 아니게 되고 난 지금에서야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을 필요로 했는지 깨달았다.
‘함께 하는 게, 같이 있는 게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니까.’
휘청여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주니까.
아주아주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주니까.
그 마음이 가득가득 쌓여서 내가 아주 소중한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으니까.
‘익시온한테도 그런 사람이 필요해.’
함께 있을 사람.
발을 디딜 단단한 땅.
“익시온.”
“……왜.”
“나한테는 익시온이 필요해.”
익시온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내 오빠가 되어줄 수 있어?”
나를 담고 있는 붉은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