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3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14)화(335/353)
외전 14화
“아…….”
루아티샤는 조금은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시드리한을 바라보았다.
시드리한의 손은 여전히 자신을 옭아매듯 꽉 붙들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힘주면 부서질까, 깨질까 연약한 유리처럼 보듬던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강제로라도 제게 묶어놓을 것 같은…….
“하? 내버려 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러는 거지?”
나비의 말에 루아티샤의 시선이 그쪽을 향하는 순간이었다.
“……!”
시드리한이 루아티샤의 턱을 감싸 쥐었다.
나비를 향했던 얼굴이 다시 자신에게 향하도록.
두 눈에 오직 시드리한만이 담기도록.
보랏빛 눈동자에 선연한 독점욕과 질투심.
손에 잡힐 듯 진득한 감정을 마주한 루아티샤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난 단 한 번도 루아티샤를 내버려 둔 적 없어.”
여전히 루아티샤에게 시선을 맞춘 채, 시드리한이 낮게 속삭였다.
“그저 이제 기다리기만 하는 걸 그만뒀을 뿐이야.”
루아티샤의 턱을 움켜쥔 시드리한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턱 아래의 예민한 살을 훑고 쭉 뻗은 목선을 따라 내려간다.
바르르, 아찔한 감각에 루아티샤의 살갗이 전율했다.
얼룩진 시드리한의 눈동자가 그 모습을 따라 흘렀다.
떨림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제 내 마음대로 굴 거거든.”
“시드…….”
“왜, 주인님은 나한테 내 마음대로 살라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시드리한이 삐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난폭한 욕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나운 미소.
보통 때와 전혀 다른 미소에 루아티샤는 눈을 깜빡였다.
저 미소는 꼭.
‘나쁜 남자 같아…….’
시드리한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루아티샤를 기다렸다.
루아티샤가 먼저 그에게 다가오도록 요망하게 유혹하면서.
그래서 첫 키스도 루아티샤가 먼저 덮치지 않았던가.
한데 지금은 전혀 다르다.
이대로 루아티샤가 뒷걸음질 치더라도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
집요하리만치 끈질기게 그녀를 붙잡아 끊임없이 요구할 것만 같다.
요구하고 요구하다 종래에는 루아티샤를 완전히 삼켜버릴 남자.
‘어떡해…….’
붉게 달아오른 볼을 한 루아티샤가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취향은 조신하게 유혹하는 폭스인 줄 알았는데.
‘이런 시드도 좋아…….’
콩닥콩닥.
처음 본 연인의 새로운 모습에 심장이 콩콩 뛰었다.
* * *
성대한 환영 연회가 열렸음에도 황제의 심기는 여전히 불편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이자 후계인 황태자를 처가살이 시킨 것만 해도 속이 쓰린 판이다.
그러던 와중 이상한 소문이 제도를 뒤덮었다.
황태자와 웬 남자가 루아티샤를 두고 피의 사투를 벌였다는…….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개뼈다귀 같은 놈이 우리 아가를 노려!”
황비는 당장 파에라톤령으로 가야겠다면서 채비를 했다.
반면 황제는 비교적 냉정했다.
소문이 사실일 리는 없고, 무언가 와전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루아티샤를 믿은 것이다.
그런데 공작성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본 장면이—.
‘루아티샤가 헐벗은 개뼈다귀를 덮치는 모습이라니……!’
파에라톤 공작과 타렌카 후작의 (실질적으로 속만 더 터트릴 뿐인) 설득과 호화로운 파티 따위는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연회가 시작하고 나서도 황제는 한참 동안 트집을 잡으며 화를 냈다.
“이딴 연회로 짐의 아들을 두고 바람 핀 것을 덮으려 해도 소용 없네!”
“저, 저……! 이제 아예 연회장에 대놓고 바람 상대를 데려오는구만?”
“하! 손까지 잡아? 약혼자인 내 아들을 두고 지금 바람 상대를 파트너로 삼은 건가?!”
“파에라톤 공녀와의 약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황제는 그렇게 소리를 질렀었다.
그랬는데.
‘지금 저러고 있으면…….’
황제의 떨리는 시선이 제 아들을 향했다.
시드리한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루아티샤를 옭아맨 채 끌어안고 있었다.
루아티샤는 몽롱한 눈으로 그런 시드리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랑이 가득한 커플의 모습이었다.
아예 주변을 잊고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짐이 그렇게 화를 냈는데 이러면 짐이 뭐가 돼…….’
당사자들은 잘 지내고 있는데 괜히 오지랖 부리며 화낸, 팔불출 아빠가 되어버렸다.
‘파에라톤 공작도 가만히 있는데 내가 팔불출 짓을 하다니…….’
뻘쭘하다 못해 약간의 자괴감마저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에라톤 공작보다도 더한 팔불출 짓을……. 크윽!’
치욕스러웠다.
황제가 그러든 말든, 황비는 광대가 치솟은 채 잇몸을 내보이고 있었다.
‘암! 그래야 내 아들이지!’
루아티샤의 친구들 역시 인중을 늘린 채 속닥거렸다.
“엄멈멈머!! 전하께서 저러시는 건 또 처음 보네.”
“이야, 폭스긴 폭스셔. 또 새로운 모습으로 루루를 홀리는 것 좀 봐.”
“에휴, 아름다운 삼각형을 보나 싶었더니 이래서야.”
“상대도 안 되네. 전하께서 너무 강해.”
한편, 대연회장의 한구석.
짜게 식은 눈으로 시드리한을 바라보는 두 남자가 있었다.
“……사람 간 떨어지게 하시더니.”
“안 꼬신다는 게 저 뜻이었나.”
바로 네미스와 바렌이었다.
“어쨌든 더 꼬셔야 합니다.”
“상대 남자를 해코지하는 게 아니라, 공녀님이 먼저 다가올 수밖에 없도록. 요망하고 아찔하게.”
“싫어.”
단칼에 싫다고 하는 시드리한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아무리 설득해도 시드리한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었다.
“나 이제 그런 거 안 해.”
—라고 하며.
“그런 거 안 한다는 게 설마—”
“—공녀님께서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기만 하는 걸 그만 둔다는 말이었을 줄이야.”
두 사람은 시드리한의 적극적인 공세에 퐁당 빠져 있는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잘 통하는 거 같아 다행인데.”
다행인 한편으로 의아하긴 했다.
네미스와 바렌이 생각하기에 루아티샤는 나쁜 남자 취향이 아니었다.
“다른 남자가 저러면 싸대기 맞았을걸?”
“싸대기면 다행이지, 단번에 2세를 생산하는 능력을 잃게 되었을 거야.”
루아티샤의 킥은 강력했다.
“솔직히 전하여서 통하는 것 같긴 한데.”
“공녀님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네미스와 바렌의 얼굴은 떨떠름했다.
몽롱한 루아티샤의 시선이 너무 시드리한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두 팔은 시드리한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고.
“……얼굴이랑 몸이 다 한 거 아니야?”
그냥 잘생긴 얼굴로 나쁜 남자 향기 폴폴 나는 표정 지으니까 홀린 거 같은데.
“……에이,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또 다시 반한 거지.”
“그, 그래!”
두 사람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루아티샤의 존엄성을 위해서.
* * *
“루루도 정말 너무한다, 그치?”
나비는 제 곁에 다가온 사람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든 말든 채리아는 싱긋 웃었다.
“연고지 하나 없는 우리는 의지할 데가 없는데. 루루는 이런 파티에서 나 몰라라 하고 내버려 두고.”
채리아의 손길이 나비의 어깨를 살살 쓸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냥 구경거리가 됐잖아.”
“…….”
“사람을 노예 취급하고 급을 나누는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봐.”
“…….”
“우리 같은 이방인은 절대 자신과 같은 급이 될 수 없다는 거겠지.”
어깨를 쓸던 채리아의 손이 나비의 가슴께로 내려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탄탄한 대흉근 위에 그림을 그리듯 움직였다.
“어때? 이제 좀 생각이 바뀌었어?”
나비는 깊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채리아를 응시했다.
예쁘장한 얼굴에는 처음에는 볼 수 없었던 어둡고 질척거리는 감정이 가득했다.
“예전에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머? 새삼 나를 다시 봤어?”
“그래.”
채리아가 키득 웃었다.
당연한 일이다.
별거 없는 여자애였던 이전보다 지금 자신은 훨씬 더 매혹적일 것이다.
“이렇게 음습한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뭐?”
“하긴, 그늘진 것을 더 매력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
채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비를 올려다 보았다.
나비의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남자.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기도 해.’
채리아가 붉은 입술을 열었다.
“너도 그런 편이야?”
“글쎄.”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가 채리아의 얼굴을 훑었다.
“다만 궁금하긴 해.”
나비가 채리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채리아의 귓가를 적셨다.
“내게서 뭘 원하는지.”
‘됐다.’
채리아의 입술이 야트막한 호선을 그렸다.
‘이 남자, 내게 넘어온 거나 다름없어.’
자신이 건들기만 해도 바로 거칠게 쳐냈던 저번과 확연히 다르다.
도취된 채리아의 시선이 나비 너머 다른 곳을 향했다.
그곳엔 루아티샤가 서 있었다.
‘어때?’
루아티샤와 눈을 마주친 그대로 채리아가 나비의 어깨를 감쌌다.
‘여전히 모든 게 네 것인 줄 알고 있지?’
전부 다 내 것이라고 하던 루아티샤의 얼굴이 아직도 선연했다.
‘하지만 이제 이 남자는 내 것이야.’
이 고독한 늑대 같은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채리아는 알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수십 번 생을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쌓을 수 있는 힘.
나비는 그런 강대한 힘의 소유자였다.
채리아가 나비의 귓가에 제가 원하는 것을 속삭였다.
‘이번에야말로 네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줄게.’
채리아의 시선이 루아티샤의 옆으로 향했다.
‘오직 너만 바라보고 있는 네 연인까지도.’
정확히 시드리한에게로.
* * *
“나 말고 다른 남자 보지 마.”
그 말과 함께 뜨거운 손이 내 뺨을 감싸 쥐었다.
조금은 고압적인 말투.
그에 비해 초조한, 안달 난 눈빛.
‘……나 진짜 새로운 취향에 눈을 떠버린 것 같은데.’
혹시 변태라고 생각할지 모르니까 시드한테는 비밀로 해야지.
나는 최대한 안 두근거린 척 말했다.
“다른 남자 본 거 아닌데? 다른 여자 본 건데.”
“다른 여자도 보지 마. 나만 봐.”
“그치만 그 다른 여자가 나를 도발하는걸?”
그 말에 시드의 미간이 꿈틀했다.
“나보다 더?”
그러면서 슬쩍 허리를 숙이는데.
와.
와…….
내 눈앞에 시드의 얼굴과 쇄골이 들이밀어졌다.
심지어 풀어 헤쳐진 옷깃 사이로 단단한 대흉근까지 보이는 게…….
진짜 도발적이었다.
‘아니, 이건 도발적인 게 아니라 음란한 거야.’
갑자기 얼굴에 피가 몰려서 심호흡을 했다.
연회장에서 쌍코피를 터트릴 순 없으니까.
고자극에서 멀어지기 위해 눈알을 굴리는데, 채리아와 재차 눈이 마주쳤다.
채리아는 완전 짜증 난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껏 도발했는데 내가 한 눈 파니까 화가 난 모양이다.
‘그치만 너의 도발은 시드의 음란함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걸.’
불가항력이었다.
“자꾸만 딴 데 보네.”
그 말과 함께 시드리한이 내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자연스레 몸이 맞붙고 내 손은 시드의 갈라진 복근 위에 얹어졌다.
……이거 진짜 내 의도가 아니다.
시드가 다가와서 어쩔 수 없이 만져진 것뿐이다.
근데 진짜로 촉감이 끝내줬다.
조금씩 꿈틀거리는 게…….
‘안 되겠다.’
다시 피가 몰려서 나는 황급히 시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서둘러 연회장 옆에 마련된 내 전용 휴게실로 향했다.
‘잠깐. 밀실로 가면 더 위험한 거 아닌가?’
순간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시드의 순결 따위, 오늘 위협 좀 받으라지!
나는 재빨리 휴게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하아, 달링. 이제 오는 거야?”
카인이 반라의 상태로 긴 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
화려한 장미꽃이 그의 몸을 고혹적으로 가린 채로.
“기다리다가 애타 죽는 줄 알았다고. 물론 그조차도 달콤한 고통이지만.”
카인이 윙크했다.
‘이게 대체 무슨…….’
굳어버린 머리에 한 가지 사실이 스쳤다.
‘아, 맞다. 카인과 휴게실에서 보기로 했지.’
그게 저 꼴로 만나자는 뜻은 절대 아니었는데.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지옥의 지저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였다.
“저 새끼가 왜 저 꼴로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