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3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16)화(337/353)
외전 16화
“절대 싫어!!!!”
카인이 절규하듯 외쳤다.
‘카인이 이러는 모습은 정말 드문데.’
무슨 일이 일어나든 능글맞게 웃으며 변태 같은 말이나 내뱉는 악마가 이런 반응이라니.
“흐음, 그렇게 천사님이 싫어?”
“천사님이라니! 나한테는 마족 나부랭이라고 하면서 그 자식한테는 천사님이라니!”
“하지만 크레센티오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안정시키며 보호하는 천사님이잖아.”
“……달링, 예전에는 그놈을 재수탱이라고 부르지 않았어?”
“그거야 천사님인 걸 몰랐을 때고. 크레센티오는 어쨌든 행동 하나하나가 고결하고 우아하긴 하잖아.”
“자신의 감정에도 솔직하지 못하고 틱틱거리는 재수탱이겠지. 거기다 앞뒤 꽉 막힌 꼰대.”
“음, 그 새침하고 부끄러워하는 면모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던데. 그리고 꼰대가 아니라 고지식하고 정결한 금욕주의자라고 불리던걸?”
“이건 종족차별이야!”
카인이 바르르 떨었다.
어찌나 동요했는지 평소에는 감추고 있던 꼬리까지 나와서 허공에 휘몰아쳤다.
평소에는 내가 카인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뛰었는데.
관계 역전은 언제나 짜릿하다!
나는 팔짝 뛰는 카인을 충분히 감상하곤 입을 열었다.
“어차피 당장 소환 못 해.”
“……뭐?”
카인이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천족 소환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잖아. 얼마 전에 마족을 소환했는데 연달아 할 수 있겠어?”
크레센티오를 바로 소환하기엔 캐시가 부족했다.
카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달링, 그럼 지금 나 가지고 논 거야?”
“응.”
카인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자기가 당해보니 반성할 생각이 좀 드나 보지.
하지만 이내 고개를 든 카인이 한 말은—
“……짜릿한데?”
—내 예상과 전혀 다른 개소리였다.
카인이 제 배꼽 아래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방금 여기가 짜르르 울렸어.”
예?
길고 매끄러운 꼬리가 나긋하게 내 몸을 휘감았다.
“날 이렇게까지 가지고 놀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달링뿐이야. 나는 웬만해서는 절대 동요 안 하니까.”
……왜 또 변태 짓 시작인데!
“하아, 달링. 더 해줘. 날 가지고 놀아줘. 날 장난감처럼 마구잡이로—.”
깡!
카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시드와 라파엘이 양쪽에서 동시에 카인을 내려쳤기 때문이다.
한쪽은 인간을 초월했다고 불리는 이능력자.
한쪽은 최연소 소드마스터.
두 사람에게 당해 그대로 고꾸라지는 카인을 보니 조금 불쌍—
‘……하긴 무슨! 쌤통이다!’
나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됐고. 연회장에서 채리랑 나비가 나눴던 대화나 말해봐.”
나는 카인에게 둘의 대화를 엿들어 달라고 했다.
그 때문에 휴게실에서 만나기로 한 거였고.
카인이 얻어맞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나 아픈데. 내가 셋이서 즐기자고 한 건 이런 식이 아니었어. 너희 둘이 아니라 달링과 함께…….”
깡!
“빨리 대답이나 해.”
“칫. 나한테 너무한 거 아냐? 이 대악마님을 시시한 염탐꾼으로 쓰기나 하고.”
카인은 투덜투덜하면서도 제대로 염탐 결과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영향력을 이용할 생각이야.”
“영향력?”
“그 남자, 원래 세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인간이야. 솔직히 짧은 인간의 생으로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나비는 수십 번이나 회귀를 반복했으니까.’
“거의 하나의 세계를 장악할 정도의 영향력이야. 아무리 이세계의 일이라고 해도—”
“그 정도면 우리 세계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군.”
시드의 말에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그렇게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존재는 보통 처음 보는 인간들에게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달링을 봐.”
카인의 꼬리가 나를 감돌더니 끝으로 내 뺨을 콕 찔렀다.
“막강한 영향력의 소유자는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과 같아. 빛에 날아드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 주변에 모이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딱히 그런 것 같진 않던데.”
친구들은 나비가 엄청 잘생겼다면서 좋아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파에라톤의 가솔들은 오히려 나비를 경계하면 경계했지, 반기지 않았다.
“뭐, 공작성 인간들이야 다 달링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으니 그 남자에게 크게 매료되지 않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 남자를 무시하지도 못하잖아?”
“흠, 클라티에가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더러운 짓을 꾸밀 만하다는 거네.”
“그렇지.”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잠자코 있던 시드가 입을 열었다.
“클라티에는 영혼에 무려 키야스에델을 받아들였어. 채리아의 몸에 빙의할 수 있었던 건 영혼에 그 힘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일 거야.”
역시 시드다.
슈리엘이 만들어진 과정을 단번에 간파해 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하필 채리였을까?”
“이곳 사람이 아니어서겠지.”
내 질문에 시드가 답했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다른 세계에서 온 채리아의 몸이기에 겨우겨우 빙의에 성공한 거야.”
“그 말은 즉, 그만큼 힘이 약하다는 거네.”
라파엘이 요점을 짚었다.
“그 남자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동시에 키야스에델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 분명히 무슨 짓을 꾸밀 거야.”
“예전에는 성물에 사기를 감춰뒀었지.”
슈리엘의 결혼식 날.
성물에 감춰둔 사기를 개방해 세상을 멸명시킬 뻔했다.
“만약 그런 게 또 있다면…….”
키야스에델의 계략으로 아프타네스의 이름이 지워진 시기는 족히 몇백 년이 넘었다.
키야스에델이 제 힘을 숨겨 안배를 해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문제는 그걸 우리가 찾을 수 없다는 거네.”
라파엘의 말에 시드리한이 카인을 빤히 쳐다봤다.
“이놈은 쓸모가 없군. 사기를 추적하라고 불렀는데 감지하지도 못하니.”
“쓸모 없다니, 너무하네!”
카인이 툴툴거리더니 내게 윙크했다.
“하지만 다른 쓸모는 꽤 있을지도? 아주 황홀하고 즐겁게 해줄게. 나는 달링을 기쁘게 만들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어.”
깡!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가 못 찾아도 딱히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
“음?”
나는 시선을 돌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커다란 퀘스트창이 떠 있었다.
채리아에게 클라티에가 빙의했다는 것을 알아내고 난 뒤, 새로 받은 퀘스트였다.
〈더러운! 마치 바읍읍 같은!〉
그렇습니다, 독자님!
악녀 빙의물입니다!!
이번 경우는 무고한 영혼이 악녀의 몸에 빙의한 게 아니라, 악녀가 무고한 몸에 빙의한 거긴 하지만요.
뭐, 무고하다기엔 채리아는 조금 재수 없지만.
‘채리가 약간 꽃밭이긴 하지.’
어쨌든!
더러운 키야스에델의 끄나풀이 죽지도 않고 살아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추라티에의 영혼이라니!
리리엘과 추라티에의 융합이라는 끔찍한 혼종은 어찌 이리 끈질긴 걸까요?
마치 바읍읍처럼요!
잡아도, 잡아도 절대 박멸할 수 없는 벌레!
더러운!
이런 순간 만큼은 악마 놈과 마음이 잘 맞았다.
독자님.
이제 완전히 끝을 낼 때가 왔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이 더러운 바퀴 추라티에를 박멸해 주세요!
이 세상에서 키야스에델의 존재를 말살시켜 주세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클라티에의 영혼이 깃든 채리아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언제 또 어디서 키야스에델의 잔재가 남아 세상을 더럽힐지 모릅니다.
우선, 키야스에델의 잔재부터 찾아주세요!
-조건: 키야스에델의 잔재 찾기
-보상: 10000캐시 뽑기권, 연계 퀘스트 〈???〉
“못 찾아도 문제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라파엘이 물었다.
나는 씩 웃었다.
“클라티에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키야스에델의 마지막 분신을 찾지 못했을 거야.”
리리엘이 감옥에서 분신을 만들어 빠져나갔다는 것조차 몰랐으니까.
아메바처럼 분신 역시 본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몰랐고.
“그 말은—.”
“맞아. 우리에게는 길을 안내해줄 상냥한 길잡이가 있어.”
예전에도 그랬듯이.
“내 친애하는 사촌 언니가 내 앞길을 밝혀줄 거야.”
* * *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살짝 열렸다.
이윽고 그 틈으로 분홍빛 머리카락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방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루아티샤가 히히 웃는다.
“왜 노크에 대답도 안 해. 자는 줄 알았잖아.”
“……안 올 줄 알았는데.”
방 주인, 나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대? 내가 데려온 사람이 다쳐 있는데 당연히 와야지.”
루아티샤가 창틀에 기대 있는 나비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나비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루아티샤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림자 한 점 없는 말간 얼굴.
나비가 말이 없자 루아티샤는 곧 의아한 기색을 거두고 치료 준비를 했다.
“자, 일단 창틀에서부터 내려 와.”
루아티샤가 나비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 보드랍고 따스한 손길이 제게 닿는 순간, 나비는 속이 뒤틀리는 충동을 느꼈다.
충동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
쿵, 소리와 함께 루아티샤가 벽으로 밀렸다.
나비는 벽에 밀어붙여진 채 제 아래에 갇힌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그 정체 모를 짜증 나는 충동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나비가 짓씹듯 말했다.
“너,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
“설마 모르는 건가?”
루아티샤가 의아한 얼굴로 눈을 깜빡거렸다.
정말 바보인가 싶어서 나비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왜 초조해하는 건지도 모른 채.
“너…….”
“아!”
그때, 루이탸샤 알겠다는 듯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혹시 너랑 채리 둘이서 너희를 구해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 내 뒤통수 치려는 음습하고 더러운 계략을 세우고 있는 거 말하는 거야?”
“…….”
순간 나비는 할 말을 잃었다.
저렇게 들으니 진짜 개새끼 같았다.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지. 연회장에서 그렇게 티를 다 냈는데.”
“그럼 왜…….”
루아티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그거고. 너는 환자잖아.”
“……뭐?”
“지금은 일단 다 나을 생각이나 하라고. 너 죽을 뻔했던 건 알고 있지?”
“다 나으면.”
나비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오지 않는 건가.
차마 그 말을 끝까지 못한 채.
“그런데.”
루아티샤가 이상하다는 듯 나비를 올려다 보았다.
“왜 네가 화내?”
“뭐?”
“왜 네가 초조해하냐고.”
“…….”
“내가 너희 둘의 계략도 모른 채 바보처럼 속고 있으면 더 좋은 거 아냐?”
“……!”
나비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역시 자신이 왜 이렇게 짜증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날 너무 호구처럼 보지 마.”
루아티샤가 나비의 팔을 치우며 씨익 웃었다.
“나도 다 얻어가는 게 있어서 너한테 오는 거거든.”
루아티샤가 힐끗 옆을 바라보았다.
〈나비〉의 신뢰도가 올라갔습니다.
1000캐시 증정!
‘왜 또 신뢰도가 올라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된 일이었다.
“그러니까 죄책감 갖지 말라고.”
“……죄책, 감?”
나비는 어색하게 그 단어를 발음했다.
죄책감이라.
그런 건 너무 오래 전에 잊혀진 감정이다.
이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내게 죄책감 갖지 말라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역시 이 여자애는 순진하기 짝이 없다.
온실 속에서 자라나서, 다정함밖에 모른다.
연약하고, 쉽게 스러질, 손짓 한 번에 뭉그러질 꽃잎처럼.
이런 여자애 따위 비웃고 짓밟아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 가냘픔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