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3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17)화(338/353)
외전 17화
루아티샤의 손이 나비의 상처 부위를 꾹 눌렀다.
“…….”
“아니, 아프면 좀 소리를 내라구. 미간이라도 콱 찌푸리든가.”
“……그게 아프게 한 장본인이 할 말인가?”
“이걸로 쌤쌤이니까 죄책감 갖지 말라고.”
루아티샤는 머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군.’
나비는 순진한 얼굴을 보며 생각하다 멈칫했다.
‘종잡을 수 없다니. 이 내가.’
헛웃음이 나왔다.
“나비야?”
예상할 수 없고, 종잡을 수 없다.
역시 이런 존재는 이 여자가 유일했다.
반복된 생의 유일한 변수.
“짜식, 내 말이 그렇게 기가 막혔어? 그래도 웃는 거 보니까 좋네. 좀 웃고 살아라.”
루아티샤가 나비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비는 그 그늘 한 점 없는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가지고 싶다.’
두 손에 움켜쥐고 절대 놓아주고 싶지 않다.
이 여자를 완전하게 소유하고 싶다.
수십 번 생을 반복하면서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열망이었다.
그리고 나비는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못 가진 적이 없었다.
언제나.
* * *
며칠 뒤.
“드디어 제도에 도착했네.”
채리아의 말에 나비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채리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흥, 내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더니 이제야 들은 척이라도 하는 거야?”
“쓸데없는 말에는 반응하지 않는 주의라서.”
“쓸데없는 말이라니.”
채리아가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렸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나비의 탄탄한 가슴을 간지럽히듯 짚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모자의 말인데.”
채리아의 숨결이 나비의 귓가를 뜨겁게 달궜다.
“우리는 같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특별한 사이잖아.”
나비의 눈동자가 채리아를 담았다.
채리아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나비가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그 순간.
“꺄아아아아아악!”
찢어질 듯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마차 창문을 뚫고 울려 퍼졌다.
나비는 반사적으로 채리아를 바라보았다.
“너, 무슨 짓을 꾸민 거지?”
“뭐?”
“공모자라고 한 주제에. 내게 말도 안 하고 판을 벌일 줄이야.”
그 말에 채리아가 피식 웃었다.
“후후, 미적지근해 보이더니. 내가 너 빼고 혼자 움직이니까 삐졌어?”
“…….”
“안타깝게도 내가 꾸민 짓은 아니야.”
채리아가 팔짱을 끼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잘됐지. 루아티샤가 제도에 귀환하는 날에 우연히도 사고가 일어나다니. 전부 다 루아티샤 탓 아니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렇게 군중심리를 몰고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아니면 루아티샤를 미워하는 누군가가 날 대신해서 일을 꾸며준 걸지도 모르지.”
“……다른 제3자가 꾸민 짓이다?”
“그럴 만해. 걔는 원래 미움받을 만한 짓만 골라서 하는 애거든. 걔를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많을걸?”
“…….”
“누군지 몰라도 우리 편이 될 수 있을 거야!”
채리아가 활짝 웃으며 창가에 바짝 붙었다.
“자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한 번 볼까? 아, 사람이라도 왕창 죽었으면 좋겠다!”
촤아아아악!
채리아가 마차의 커튼을 걷은 순간이었다.
환
♥
성녀님
♥
영
축
♥
제도 귀환
♥
하
펄럭펄럭!
화려하게 꾸며진 거대한 현수막이 바람에 웅장하게 휘날렸다.
뿐만이 아니었다.
✿ 제도에 루루꽃이 활짝 피었네 ✿
번쩍거리는 전광판에 루아티샤의 영상과 함께 주접 문구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
“…….”
순간 채리아와 나비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성녀님!”
“성녀니이이이임!”
두 사람이 고장 난 사이에도 몰려든 인파들은 목청을 높여 루아티샤를 부르짖었다.
그에 화답하듯 앞서가는 마차의 창이 열렸다.
루아티샤가 창을 열고 손을 흔든 것이다.
“아아아아악!”
“아악!”
흥분한 소녀들의 비명이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정말로 처절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아까 그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전부 다―”
그냥 좋아서 내지르는 함성이었단 말인가?!
나비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창밖에 몰린 수많은 인파들을 바라보았다.
“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성녀니이이이이임!!”
그야말로 광기의 도가니였다.
‘온실 속에서 자랐다는 말은 취소해야겠군.’
아니, 온실은 온실이었다.
다만 혼돈과 파괴의 온실이었다.
뜨겁다 못해 폭발할 거 같은 열기…… 아니, 광기로 가득한.
* * *
제도의 파에라톤 공작저.
‘다들 미쳤어, 미쳤어.’
채리아는 속으로 그 말만 중얼거리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광신도도 아니고 대체 뭐야?’
예전에도 루아티샤의 인기는 말이 안 됐다.
루아티샤는 절대 그런 인기를 누릴 만큼 귀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때보다 더 미쳐 있었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루아티샤가 제도에 귀환하며 무슨 행사를 열었던 것도 아니다.
간만에 제도에 귀환한 성녀가 축복을 내린다면 사람들이 몰린 게 이해라도 가지.
하지만 루아티샤는 그냥 파에라톤 저에 들어갔을 뿐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런데 이게 뭐야!’
채리아는 라운지에 가득한 선물들을 노려봤다.
수많은 초대장과 꽃다발, 샴페인과 초콜릿 등등.
제도에 도착한 지 고작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저렇게 선물이 쌓였다.
“정상이 아니다라……. 확실히 좀 과하긴 하지?”
선물 사이에서 루아티샤가 약간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선물을 살펴보던 아레스가 생긋 웃으며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들 그만큼 내 동생을 반긴다는 거지.”
“나를 반기는 것도 반기는 거지만, 다른 이유도 클걸?”
루아티샤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누구의 살롱이나 티타임에 처음 나타날 건지 신경 쓰는 거겠지.”
“하긴, 내 동생의 첫 행보로 본인의 위상이 달라질 테니까.”
파에라톤 공녀이자 황태자의 약혼자이자 성녀.
하나의 직함만 가지고 있어도 정치사교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루아티샤는 무려 세 가지 직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헹, 여자애들뿐만 아니라 아줌마, 아저씨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할망구랑 할아범탱들까지 아주 난리네, 난리.”
“익시온. 고운 말, 예쁜 말 써야지.”
“루아티샤.”
“응……?”
루아티샤가 왜 부르냐는 듯 익시온을 바라보았다.
익시온이 머리 뒤에 손깍지를 끼며 툭 내뱉었다.
“고운 말, 예쁜 말 쓰라며. 루아티샤.”
“……?”
“그게 세상에서 제일 고운 말이고 예쁜 말이잖아.”
그제야 익시온의 말뜻을 깨달은 루아티샤가 내적 비명을 질렀다.
‘으악!’
소름이 확 돋았다.
어쩔 수 없는 생리적인 반응이었다.
‘익시온은 진짜 저런 주접을 어디서 배운 거야?!’
전생의 도움으로 한 주접 하는 자신보다도 더 심했다.
심지어 아무렇지도 않게 건조한 태도로 툭 내뱉는 모습을 보라!
‘완전 진심인 거 같아서 더 소름 돋아!’
루아티샤가 팔을 벅벅벅 긁었다.
그 모습을 본 채리아는 눈매를 일그러트렸다.
‘저렇게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도 모르는, 버릇없는 애가 왜 다 가진 거야?!’
자신이었다면 저렇게 버릇없이 반응하지 않았을 거다.
‘나였다면 익시온에게 다정하게 대해줬을 텐데!’
그때였다.
루아티샤가 채리아를 돌아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까. 채리, 너 예전에 파티 같은 거 궁금하다고 했었지?”
“어?”
“공작성에서 가솔들이 내 귀환을 환영해 줬을 때 있잖아. 그때 다른 가문도 오는 파티는 어떤지 궁금하다고 했잖아.”
“아, 응…….”
채리아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빙의하기 전의 일이잖아. 왜 그딴 촌스러운 말을 한 거야?’
이렇게 상기시키는 루아티샤가 얄미웠다.
루아티샤가 생긋 웃었다.
“그럼 채리, 네가 골라 보는 건 어때?”
“뭐?”
생각지 못한 제안에 채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첫 참석 자리인데 그런 식으로 결정해도 돼?”
“괜찮아.”
그 말에 채리아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아까 루아티샤도 언급했듯, 첫 참석 자리는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다.
그런데 그걸 타인에게 고르라고 하는 것은…….
‘어디에 참석하든 상관없을 정도로 본인 위치가 우월하다는 거야, 뭐야!’
재수 없다.
‘결국 잘난 척하려고 나더러 고르라는 거잖아.’
이 수많은 초대장을 하나하나 살펴보라고.
어떤 대단한 사람들한테서 왔는지 부러워하라고!
그때였다.
지금까지 말없이 초대장만 살펴보고 있던 제온이 입을 열었다.
“이건 빼.”
그의 손에는 초대장 한 뭉텅이가 들려 있었다.
루아티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상한 곳에서 온 거야?”
“응.”
“진짜? 어딘데?”
루아티샤가 놀라서 제온에게 다가가 초대장을 살펴봤다.
“……딱히 수상하진 않는데. 어, 델바트렌 공작님 초대장도 있는데?”
“응, 이상한 데서 왔잖아.”
“……?”
“남자한테서 온 것들이야.”
“…….”
루아티샤가 짜게 식은 눈으로 자신의 첫째 오빠를 바라보았다.
“……제온, 이분은 아흔아홉 살이신데. 한의원 단골이셔. 그리고 얘는 아직 열두 살이야. 어머, 이번 새벽 축제 우승자라고 자랑해 놨네? 귀여워라.”
루아티샤가 제온의 손에 들린 초대장을 살펴보며 말한 순간이었다.
“귀여워?”
“귀엽다고?”
제온이 무표정한 얼굴로 되묻는 것과 동시에 아레스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달랐지만, 풍기는 기세는 똑같았다.
사납고 흉흉한 기세.
“……솜뭉치보다 어려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익시온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소리가 들렸다.
루아티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틀렸어. 우리 오빠들은.’
그 순간.
“나보다 더?”
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시드리한이 고개를 갸웃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눈동자에 요망한 울망거림이 가득한 것이…….
루아티샤는 씁, 하고 숨을 들이켰다.
‘아, 진짜 귀엽다.’
그냥 귀여운 게 아니라 귀엽고 섹시하고 청순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러지?”
역시 시드리한은 신이 손수 빚은 인간(진짜)이라서 달랐다.
‘그 악마 놈이 유일하게 잘한 게 있다면 우리 시드를 최초의 인간으로 한땀 한땀 빚은 거야.’
똑같은 짓을 오빠들이 했을 땐 틀렸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태세 전환이었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을 뿐, 자신의 주접이 익시온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본인만 몰랐다.
‘뭐야…….’
순식간에 병풍이 된 채리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지만 이대로 입술만 물어뜯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루아티샤. 잘난 척하느라 나한테 고르라고 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채리아는 초대장 중 하나를 집어 들며 씨익 웃었다.
‘고마워, 루루. 이번에야말로 내 일을 도와줘서.’
* * *
며칠 후.
‘드디어……!’
나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크레센티오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간 틱틱거리기만 하고 말 안 듣는 야생 고양이 수발을 들어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오늘 드디어 그 빛을 보게 되었다!
‘……물론 19금 소설을 소환하려면 좀 더 돌봐줘야겠지만.’
빨리 19금 소설을 소환해서 시드와 실습해야 하는데 세상이 날 가만두지 않았다.
‘그래도 크레센티오만 소환하고 나면 나머지 캐시는 전부 19금 소설에 올인할 수 있어!’
진짜 완전 고수위로 소환할 거다.
눈 뜨고 차마 못 볼 정도의 아찔한 소설을 소환할 거야!
나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윽고 빛과 함께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엥? 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