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4화(34/353)
☆제34화 ☆
* * *
“나한테는 익시온이 필요해.”
아이의 목소리는 자그마했다.
하지만 그 음성이 파동을 일으키며 익시온에게 닿았을 때.
“내 오빠가 되어줄 수 있어?”
천둥보다도 더 커다란 울림이 되었다.
‘어째서?’
익시온은 멍하니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강해…….’
그럴 리가 없는데 말랑한 얼굴로 미소 짓고 있는 솜뭉치가 그 어떤 존재보다 강인하게 느껴졌다.
익시온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 너 약골이야!”
익시온이 빽 소리쳤다.
“넌 약골이니까!”
“…….”
루아티샤의 얼굴이 흐려졌다.
이번에도 또 마찬가지인가.
약골이니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거절.
루아티샤가 실망으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내가 지켜줄게.”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번쩍 고개를 드니 익시온이 시선을 피하며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내가 네 오빠니까.”
그렇게 말하는 소년의 얼굴이 살짝 붉었다.
루아티샤가 웃었다.
[퀘스트 〈집안을 먼저 다스려야(1)〉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3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퀘스트 대상 익시온의 정신 상태가 대단히 안정되었습니다!] [익시온이 독자님의 강인함에 감탄합니다!] [익시온에 대한 영향력이 최대치입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중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인물 중 한 명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특성을 레벨 업하실 수 있습니다!]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수많은 말이 올라왔다.
인생 하차에 대한 위협도 사라지고 캐시도 얻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一.’
루아티샤가 익시온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부끄러운 듯 소년의 뺨이 붉었다.
하지만 더 이상 루아티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익시온이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라서 기뻐.’
퀘스트 클리어 조건.
익시온에게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그러니까 이제 정말로 익시온과 가족이 된 것이다.
“익시온!”
루아티샤는 엉덩이를 꿈질꿈질 옆으로 옮겼다.
팡팡!
솜주먹으로 빈 옆자리를 두드리자 익시온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야?”
“같이 자자!”
루아티샤가 활짝 웃으며 권했다.
가뭇한 익시온의 눈가를 보니 한숨도 못 잔 것 같았다.
“내, 내가 왜 너랑!”
“응? 원래 오빠는 동생 재워주는 거야.”
솔직히 현실에서 그런 다정한 오빠 따위 없을 것 같았지만, 루아티샤는 뻔뻔하게 말했다.
“정말?”
“응 나 지켜준다며.”
익시온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붉은 눈이 말랑말랑한 루아티샤의 얼굴을 훑었다.
“……할 수 없지. 넌 약골이니까.”
익시온이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그는 조금 어색한 기분으로 옆의 기척을 느꼈다.
누군가와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같이 잠드는 것도 익시온에게 처음이었다.
루아티샤는 제 옆에 누워 삐그덕거리는 익시온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색해하는 게 눈에 다 보여서 귀여웠다.
‘그나저나 얘도 진짜 잘생겼단 말이야. 꼬꼬마 주제에.’
그동안 누나 속이나 많이 썩이고.
“익시온, 나 손 잡아줘. 원래 다 해주는 거야.”
익시온은 조금 미간을 찌푸렸지만, 잠자코 손을 잡아주었다.
‘오?’
루아티샤가 장난기 어린 웃음을 감추며 말했다.
“머리 쓰다듬어줘.”
돌아누운 익시온이 퍽 어색한 손길로 슥슥, 루아티샤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루아티샤가 배시시 웃었다.
“그럼 이제 앞구르기 후 백텀블링을 하며 공중에서 박수 세 번을一.”
“죽을래?”
칫.
안 속네.
“그러면 노래 불러줘.”
“적당히 해라, 솜뭉치.”
더 이상은 안 통하나 보다.
그래도 고분고분한 익시온이 낯설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럼 내가 노래 불러줄게.”
“뭐어?”
“거절은 거절한다!”
그런데 막상 부르려니 어색했다.
‘……그냥 관둘까.’
나는 나란히 누워 있는 익시온을 바라봤다. 불퉁한 표정이었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그런 추억이 갖고 싶었다.
날 토닥이며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잠드는 기억.
‘내가 불러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나는 큼큼, 하고 입을 열었다.
잘자라 잘자라 우리 아가
달님이 찾아왔어요
새근새근 잠든 우리 아가
토닥토닥 토닥이네
아가양도 아가새도 새근새근
해님이 안녕 안녕 인사해요
잘자 내일 봐
잘자라 우리 아가
익시온은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은 채 나지막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웃겼다.
분명 웃긴데.
익시온은 눈을 감았다.
‘……잘 자. 내일 봐.’
다른 사람 곁에서 잠이 올 리 없다고 생각했건만.
스르륵, 수마가 베일처럼 부드럽게 익시온과 루아티샤 위로 드리웠다.
아주 달고 편안한 잠이었다.
Chapter 8. -666
햇빛이 반짝반짝 비추는 숲.
내 앞에는 자그마한 샘이 있었다.
동화 속 옹달샘같이 예쁜 광경에 나는 감탄하며 손을 뻗었다.
내 손끝이 닿자 고요하던 샘에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첨벙!
물이 중력을 거스르고 나를 향해 쏟아졌다.
“꺅?!”
깊은 물에 빠진 것만 같은 감각에 허둥거리는 순간, 풍경이 바뀌었다.
고대의 유적과도 같은 신성한 제단.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그 중앙에서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어서 오세요.”
고결하게 펼쳐진 새하얀 날개.
“과연 아프타네스의 선택을 받은 자.”
가히 신의 사자라고 할 법한 정결한 외양.
“저는 당신을 믿고 있었一.”
“야! 너 이 새끼 잘 만났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예? 아니…….”
“이 사기꾼 놈! 뭘 거룩한 척 폼 잡고 있어!”
무대까지 마련해놓고 천사 행세 중이신 사기꾼 악마가 떨떠름한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이, 이게 아닌데? 왜 안 통하지?”
“왜 안 통하겠어, 응?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일단 진정하시고, 지금 너무 흥분하셨어요. 우리 평화롭게 대화로…….”
“응, 대화 좋지. 대화하자. 몸의 대화.”
나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가 막대기 하나를 척 집어 들었다.
뭔가 귀해 보이는데 상관없겠지.
물건의 용도란 쓰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정해지는 법!
“이리 와.”
나는 손바닥에 침을 퉤, 뱉고 몽둥이一한때 신성한 의식에 사용하던 성물이었던一를 탁탁 쳤다.
오케이, 착착 감기는 게 손맛 좋고.
사기꾼 놈이 사색이 된 채 뒷걸음질 쳤다.
“아, 아니, 그래도 우리 오랜만에 보는 건데…….”
“그래, 정말 오랜만이야. 내가 그간 얼마나 널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 가까이 와 봐.”
“가까이 가겠냐고요!”
사기꾼 악마 놈이 빽 소리치며 하늘로 포르르 날아올랐다.
‘치사하게.’
나는 못마땅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저번이랑 좀 달라진 거 같다?”
장신구가 더 추가되고 옷도 좀 더 고급스러워졌다. 몸도 조금 자란 거 같기도 하고.
“후후, 어떤가요? 저의 고귀함이 더 돋보이나요?”
악마 놈이 훗, 하고 턱을 치켜들며 허공에서 핑그르르 돌았다.
사기꾼 놈이 좋은 거 걸치고 자랑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니꼬웠다.
“응, 멋지다. 자세히 구경하게 일단 내려와 봐. 가까이서 보자.”
“싫어요. 때릴 거잖아요!”
칫.
이래서 눈치 빠른 아이는 싫다니까?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내가 그간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선량한 아프타네스의 이름을 걸고 저는 계약 사항을 준수했다고요! 금수저에 잘생긴 아빠랑 오빠, 심지어 능력까지 다 줬잖아요!”
어,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는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예전이라면 모를까, 아빠와 오빠들과 친해진 지금은, 음.
“그런데 간만에 보자마자 때리려고 하고! 연장(?)부터 챙기고!”
움츠러든 날 보고 녀석이 기세가 올라 외쳤다.
“평소에도 어? 맨날 별점 0점이라고만 하고! 잘생긴 얼굴 볼 때만 10점 주는 거 내가 다 봤어!”
그 말에 나는 언제 움츠렸냐는 듯 당당하게 배를 뽈록 내밀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잘생긴 건 복지야! 만족도가 올라간다구! 당연히 10점이지! 꼬우면 너도 좀 잘생기든가.”
“나 잘생겼거든요?”
하.
나는 굳이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오구, 그래그래, 꼬꼬마야. 차암 잘생겼다. 우유 줄까?”
“이익! 자기도 꼬꼬마면서! 나 진짜 잘생겼다구요! 내 본체만 되찾으면 당신도 분명……!”
소리 지르던 악마 놈이 움찔했다.
쿠궁!
커다란 소리와 함께 공간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중얼거리던 그가 쯧, 하고 혀를 찼다.
“하여간에 계약자 하나는 끝장나게 골랐지.”
일렁임은 점점 더 심해졌다.
공간이 팽창했다가 수축하며 세계가 소용돌이쳤다.
“이, 이게 무슨…….”
“중요한 말은 하나도 못 해줬네요.”
나는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들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 어어?”
내 몸은 그 소용돌이 속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
“잘 해낼…… 믿는다. 나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를 기울였지만 이내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완벽한 어둠이었다.
* * *
“헉!”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내 곁에는 꽃이 가득했다.
꽃?
아직도 꿈속인가?
“일어나셨어요?”
안나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게 물었다.
“어? 으응…….”
나는 잠시 꿈의 잔재에서 허덕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꽃은 다 뭐야?”
“익시온 도련님께서 두고 가셨어요.”
“엥?”
익시온이 꽃을?!
이렇게 안 어울리는 선물이라니!
설마 아직도 꿈인가?
“도련님 대신이라는 뜻일까요? 잠든 아가씨를 두고 먼저 나가셨으니까요.”
“도련님께 그런 면이 있으실 줄은 몰랐어요.”
언니들이 귀엽다며 후후, 웃었다.
“저희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아가씨가 일어나실 때까지 익시온 도련님께서 계셨을 텐데요.”
“도련님께서는 잠든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시니까요.”
“설마. 그냥 일어났으니 나간 거겠지.”
나는 내 주변에 가득한 꽃을 바라보았다.
‘진짜로 익시온이 이걸…….’
한 아름 모아서 코를 묻자 달콤하고 상쾌한 향기가 났다.
“씻고 바로 식사하시겠어요?”
“응!”
밥이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이 꽃은 버리지 말구 화병에 장식해줘!”
괜히 쑥스러워서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하자 하녀 언니들이 웃었다.
“물론이지요.”
히히.
* * *
나는 깨끗이 씻은 후 아침밥을 뚝딱 비워냈다.
그리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들기며 소파에 앉았다.
방에는 나 혼자였고 내 앞에는 아키투스가 있었다.
딱 봐도 예사롭지 않은 꿈을 꾸기도 해서 생각을 좀 정리해 볼 참이었다.
“어제 분명 특성을 레벨 업할 수 있다는 알림을 봤는데.”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어젯 밤 봤던 알림이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특성을 레벨 업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레벨 업하시겠습니까?]아니, 뭘 이런 걸 물어봐.
“당연히 해야지!”
[〈아키투스〉에 손을 얹어주십시오.]나는 시키는 대로 책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파아아아앗!
눈 부신 빛이 아키투스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책과 닿아있는 손에서부터 무언가 뽀글뽀글한 온기가 내 몸 안으로 번졌다.
빛이 얽히고설키며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원 확인 중… 〈아프타네스〉의 계약자. 확인 완료.]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독자님의 영향력이 이 땅에 떨칩니다!] [세계가 독자님과 공명합니다!] [특성 〈러시 앤 캐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현재 등급…E] [축하합니다!] [제한되었던 기능 일부가 개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