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4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22)화(342/353)
외전 22화
* * *
채리아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약간의 변수가 있었지만, 그조차도 완벽하게- 아니, 더 잘 처리했다.
오늘은 바로 그 결실을 맺을 날이었다.
‘더러운 루아티샤를 짓밟고 내가 이 세계의 주인이 될 날인데……!’
그런데.
루아티샤와 시드리한은 아직도 열렬하게 키스 중이었다.
두 사람은 아주 오랜 기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연인처럼 뜨겁게 서로를 갈구하고 있었다.
채리아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아예 둘만의 세계에 빠진 채.
“감히……!”
으득, 채리아가 이를 갈았다.
루아티샤가 가까스로 시드리한의 어깨를 밀어내며 입술을 뗐다.
그렇게나 루아티샤를 음미하고도 부족한지.
시드리한의 입술이 멀어지는 그녀의 입술을 따라 쫓았다.
다시 입술이 겹쳤다.
“하, 잠깐, 읏…….”
농밀한 키스가 루아티샤의 목소리를 숨결에 흩트렸다.
그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결국,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의 등을 팍팍 때리고 나서야 시드리한이 입술을 뗐다.
“하아…….”
시드리한이 살짝 뾰로통한 얼굴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루아티샤는 애써 그 시선을 외면하며 채리아를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당찬 시선이었지만, 두 뺨은 붉고 두 눈은 키스의 여운에 젖어 있었다.
채리아는 그 모습에 더 화가 났다.
자신이 쌓아 올린 일을 무너트리면서, 집중하긴커녕 키스 따위를 즐기는 꼴이라니!
루아티샤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네 힘을 가져와 줘서 고맙다니, 천만에.”
“너-.”
“사실 고맙단 소리는 내가 너한테 해야지.”
“……뭐라고?”
“고마워. 쥐새끼처럼 숨죽이고 있던 키야스에델의 힘을 전부 다 모아줘서.”
루아티샤가 채리아를 똑바로 바라본 채, 천천히 발음했다.
“클라티에.”
“……!”
채리아- 아니, 클라티에의 동공이 흔들렸다.
완벽히 속아 넘겼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방심하지 않았다.
실패는 전에 했던 것으로 족하니까.
루아티샤가 끝까지 눈치채지 못하도록 시드리한을 이용해 정신이 팔리도록 했다.
거사 날 바로 직전에!
그런데.
‘다 알고 있었다고……?’
오늘을 위해 준비하는 동안, 루아티샤는 한 번도 자신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도와줬다.
키야스에델의 유산을 찾으러 가는 속셈도 모르고, 멍청하게 안내를…….
‘그게, 날 역으로 속인 거였어?!’
클라티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루아티샤는 미소 짓고 있었다.
클라티에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미소!
‘버러지면 버러지답게 기죽어 있어야 하잖아!’
자신 앞에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들던 천더기가 저렇게 두 눈 똑바로 뜨고 있는 꼴이라니!
“클라티에면…… 그 사이비 사기꾼?”
“사이비 사기꾼 정도가 아니지. 사기까지 써서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했잖아!”
“근데 클라티에는 이미 죽었잖아? 악신을 자기 몸에 받아들인 대가로…….”
“무슨 수를 써서 되살아난 게 분명해. 아까 그 기분 나쁜 새빨간 힘, 사기였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클라티에는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루아티샤가 문제가 아니다.
클라티에는 가련한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 현혹되지 마세요.”
파아아아앗!
클라티에가 들고 있는 책에서부터 새빨간 힘이 터져 나왔다.
존재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불길한 힘.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이 힘은 그저 신의 축복일 뿐이에요. 신성하고 고귀한, 축복의 힘이요.”
이상한 일이었다.
클라티에가 그렇게 말하자 정말 그렇게 보였다.
한 영애가 홀린 것처럼 그 힘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손끝에 새빨간 사기가 닿았다.
“아아, 정말 따사로운 힘이에요. 신의 은총이 느껴지는…….”
영애가 몽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힘이 차오르는 느낌이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지? 이 힘은…….”
“그저 닿은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사람들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클라티에는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예전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지금쯤 루아티샤는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반응에 허둥지둥하고 있을 터.
‘미안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야.’
시드리한은 걸려들지 않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말은 또 있었다.
“펠릭스.”
펠릭스는 클라티에만을 따르는, 그녀의 포로이자 신실한 종이었으니까!
“내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줄 거지, 응?”
클라티에가 달콤한 목소리로 펠릭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녀의 손길이 부드럽고 나긋하게 펠릭스의 뺨을 감쌌다.
“있지, 제온 파에라톤이 날 노리고 있나 봐.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물론 제온은 공격 당하는 순간 망설임 없이 펠릭스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루아티샤는 말리겠지.
‘그러다가 누구 하나가 죽어도 좋겠어.’
루아티샤가 얼마나 괴로워할까?
그 틈을 타서-.
“내가 미쳤냐?”
“……어?”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클라티에가 고개를 들었다.
펠릭스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미쳤냐고. 너 같은 게 원하는 걸 다 들어주게. 아, 손이나 좀 치워.”
펠릭스가 클라티에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제온 녀석이 왜 널 노려. 네 목숨을 노린다면 모를까. 걔 눈 높아.”
“무, 무슨……”
클라티에는 당황했다.
제도에 올라오고 나서, 펠릭스는 완전히 자신에게 푹 빠져 있었다.
“펠릭스, 나를 봐.”
클라티에가 펠릭스를 붙잡고 눈을 맞췄다.
하지만 펠릭스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오히려 신경질적으로 클라티에를 밀어냈다.
‘왜?’
처음 펠릭스를 꾀어낼 때보다 힘은 더 강해졌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완전히 현혹되고도 남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난 계승자를 따르기 위해 태어나서. 우리 가문은 사기에 내성이 있거든.”
“뭐?”
클라티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 처음부터…….’
그녀의 두 눈에 루아티샤에게로 가는 펠릭스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루아티샤가 당연하다는 듯 펠릭스를 반겼다.
“고생했어, 펠릭스.”
“너 진짜 나한테 이런 거 시키지 마라. 얼마나 불쾌했는데.”
“그런 것치곤 너무 잘하던데. 역시 펠릭스는 그런 방면으로 재능이 넘쳐난다니까.”
“내가 무슨 그런 데에 재능이 넘쳐나!”
펄쩍 뛰는 펠릭스를 보고 루아티샤가 픽 웃었다.
일전에 펠릭스에게 부탁했다.
“뮤리엘 샤본느 때처럼 채리한테 홀린 척해서 감시하고 정보 좀 캐내 줘.”
물론 펠릭스는 기겁했다.
“왜, 펠릭스는 그런 거 잘하잖아.”
“무슨……! 내가 그런 걸 잘하다니!”
“전에는 잘했으면서. 한 번 해주라. 응?”
“절대 싫어.”
클라티에는 사건의 전말을 깨달았다.
그때 싫다는 남자한테 추잡하게 매달린다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접근하기 싫어서 그랬단 말이야?!’
콱 틀어쥔 클라티에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드리한도, 펠릭스도 애초에 손아귀에 떨어진 적 없다니!
모든 게 루아티샤의 계략이었다니……!
완전히 농락 당했다.
저 버러지 같은 천더기에게!
시드리한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속을 거라고 생각한 게 신기해. 아무리 세뇌 당해 봤자 내가 널 루아티샤라고 착각할 리 없잖아. 쪽지에서부터 기분 나쁜 냄새가 났는데.”
“…….”
“아무리 루아티샤인 척해도 넌 내 주인님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해.”
클라티에의 눈에서 불꽃이 번쩍였다.
자신은 루아티샤를 따라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루아티샤인 척한 게 아니다.
‘나야말로 진짜 이 세계의 주인인데, 내가 왜 저딴 애를!’
클라티에가 이를 갈며 외쳤다.
“그래서? 너희가 내 인형이 되지 않아서 달라지는 게 뭔데? 사람들을 봐!”
사람들은 여전히 홀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완전히 연둣빛이 된 눈동자가 독기를 품고 루아티샤를 노려봤다.
“힘을 전부 다 모아줘서 고맙다고? 하!”
“…….”
“내가 우습나 봐? 나를 쉽게 본 그 안일함이 네 목을 조를 거야.”
“…….”
“결국 내게 힘이 전부 다 모였잖아?”
클라티에가 비식 웃으며 책을 펼쳐 들었다.
펼쳐진 페이지에서 핏물보다도 더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피어올랐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힘.
“죽어가면서도 고맙다고 말해 봐!”
쿠우우우웅!
거대한 굉음과 함께 사기가 해일처럼 공간을 메웠다.
* * *
그 시각.
파에라톤 공작저에 있던 나비가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지?”
칸도르 백작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나비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거대하고 강렬한 힘이었다.
기분 나쁘고, 불쾌한…….
‘채리아가 나한테 넘겨줬던 힘과 결이 같아.’
루아티샤가 위험하다.
그 생각이 든 순간, 나비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어딜 가는 거지? 공녀님은 널 그냥 두라고 했지만, 나는 널 못 믿어.”
“비켜.”
나비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경고는 한 번뿐이다. 날 막으면 죽인다.”
“무슨-.”
“낭비할 시간 따위 없어. 이 힘은 그 여리고 가냘픈 애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뭐……?”
그제야 말귀를 알아먹은 건지 칸도르 백작의 표정이 변했다.
“네가 그렇게나 생각하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공녀님이 위험하다고. 알아들었으면 비켜.”
싸늘하게 말한 나비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멍청하고 순진한 여자. 기껏 가르쳐 줬는데…….”
그 말에 칸도르 백작의 얼굴이 더 굳었다.
루아티샤의 하녀들까지 충격받은 얼굴로 되물었다.
“어, 저기, 그…… 여리고 가냘프다고요? 아가씨가?”
“연약하다고도 했지?”
“와우…….”
그런데 반응이 이상했다.
“공녀님이 순진하다니……. 그 공녀님이 순진……. 하…….”
칸도르 백작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말은 없다는 듯이.
“우와, 이게 바로 콩깍지인가.”
“이건 콩깍지 수준이 아니야.”
“어떻게 아가씨 보고 연약하고 가냘프고 여리고 순진하다고 할 수가…….”
“우리 아가씨는 패왕의 자질을 타고 나셨는데.”
나비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래도 그 여자애를 아끼는 자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딴 농담 따먹기라니.
그저 겉으로만 잘해준 것뿐이란 말인가!
이들에게는 루아티샤를 걱정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이딴 놈들한테 할애할 시간 따위 없다.’
나비의 신형이 일순 사라졌다.
그는 힘의 파동을 쫓아 바람처럼 이동했다.
초조함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으며.
‘미련한 여자, 바보 같은 여자.’
순진무구해서 아무에게나 따뜻함을 나눠주는 바보.
속기만 하는 순수한 멍청이.
온실 속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여자애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비야!”
해맑게 웃는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어쩌면.
어쩌면 그 얼굴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이상한 일이었다.
가슴 아래가 뻐근했다.
명치가 아렸다.
꼭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
제 몸인데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진짜로 몸에 구멍이 뚫렸을 때도 이런 느낌은 없었다.
단지 그 가냘프고 여린 여자애가.
의심이라고는 하나 없는, 맑고 투명하던 여자애의 눈동자가.
‘젠장.’
그리고 초조함에 가득 찬 나비 앞에 나타난 건-
“너 진짜 뒤졌어!”
-제 몸집만 한 대검을 휘두르며 피와 살육의 축제를 벌이는 루아티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