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4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24)화(344/353)
외전 24화
* * *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었다.
‘아니, 진짜로 낯선 천장인데.’
채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무겁고 움직임이 낯설었다.
‘와, 너무 이상한데? 내 몸인데 왜……. 어라?’
채리아는 멈칫했다.
‘방금 내가 생각한 것들. 어딘지 익숙하지 않나?’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
왠지 무겁고 움직임이 낯선 몸.
‘여기에 내가 깨어났다면서 호들갑 떠는 유모까지 있으면…….’
그때였다.
“어? 세상에! 드디어 깨어나셨어요! 아가씨-.”
호들갑 떠는 유모……가 아니라 하녀가 등장했다.
등장하자마자 방 밖으로 사라졌지만.
채리아는 제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이 익숙하면서도 왠지 묘하게 낯선 듯 보이는 게…….
‘나,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한 거야?!’
차원 이동으로 끝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라니!
어쩐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 몸이 시한부나 악녀일 것 같았다.
‘이쯤 되면 나도 감을 잡을 수밖에 없어.’
채리아에게 소설을 읽는 취미 같은 건 없었다.
그녀는 글을 읽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하지만 로판이 유행하면서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도 했고, 호기심에 슬쩍 몇 편 본 적은 있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이건 로판 여주가 되라는 계시나 다름 없어!’
차원 이동에 이어 이제는 시한부 빙의까지!
(시한부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채리아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악녀보다 시한부가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채리아는 낯선-이라고 하기엔 이제 제 몸처럼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손을 꽉 쥐었다.
‘좋아, 이제 거울만 확인하면……!’
분명 쩔어주는 존예가 되어 있을 것이다!
‘루루처럼!’
채리아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바닥에 발을 내려놓은 순간이었다.
“채리아!”
꾀꼬리 같은 미성이 우렁차게 그녀를 불렀다.
“깨어나서 다행이야!”
그 말과 함께 와락 끌어안겼다.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서도 채리아의 가슴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입술로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
“깨어나서 다행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나를 뭐라고 불렀어?”
빙의자 단골 대사를 자각 없이 내뱉은 채리아를 향해 상대가 고개를 갸웃했다.
“채리아?”
“…….”
“표정이 왜 그래? 아, 채리아라고 서먹하게 불러서 그래? 알았어, 채리. 이제 됐어?”
“…….”
채리아는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움직였다.
방 저편에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그래, 자신의 얼굴이었다.
“나, 나는 분명 시한부가 된 줄 알았는데…….”
실망감에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루아티샤가 기겁해서 채리아의 어깨를 짚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시한부는 무슨! 너 건강해!”
“하, 하지만 몸이 분명 무거웠다고. 어쩐지 움직이는 것도 생경하게 느껴지고…….”
“오랫동안 다른 사람한테 몸을 빼앗겨서 그럴 거야. 이제 다 괜찮아.”
“그럼 나, 시한부 아니야?”
“그러엄!”
루아티샤는 힘주어 채리아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평범하게 살던 여자애가 낯선 세상에 떨어져서 그런 일을 겪었으니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자기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슬픈 생각까지 할 정도로…….’
“싫어어어어! 나는 시한부가…… 병약미 가득한 미소녀가 된 줄 알았다고!”
“……어?”
“분명 병약하고 아련미 넘치는 시한부한테 빙의해서 잘생긴 남자들 33명과 썸 타고 다닐 줄 알았는데……!”
“너어는…….”
루아티샤는 흐린 눈으로 채리아를 바라보았다.
“근데 왜 하필 시한부야?”
“그편이 더 썸 타기 수월할 거 같았어.”
“…….”
‘얘도 진짜 참 대단하다니까.’
하긴, 차원 이동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드리한이 차원을 넘어 만난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루아티샤는 그 운명적 사랑을 방해하는 이물질이라고 여기고.
‘정말 채리아가 맞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행복회로를 활활 불태우는 게 여전했다.
“정신 차린 모습을 보니까 정말로 건강한 거 같네. 검사 결과가 양호했지만 걱정했는데.”
“하, 지금 건강이 문제가 아니야.”
채리아가 입술을 툭 내밀었다.
“너는 존잘 33명을 합친 것보다 잘생긴 남친이 있으니까 내 절망을 이해하지 못 해.”
“무슨 소리야.”
루아티샤가 정색했다.
“시드는 존잘 33명을 합친 게 아니라 3333333333명을 합친 것보다도 더 잘생겼어. 아니, 세상의 모든 존잘을 합쳐도 시드만 못해.”
‘얘 진짜 여전하구나.’
채리아는 루아티샤가 방금 했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다만 채리아의 경우엔-.
‘배 아파 죽겠네.’
조금 샘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채리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눈을 뜨자마자 보인 낯선 천장과 묘하게 낯설게 움직이는 몸을 보고 확신했거늘.”
“몸을 빼앗겼던 사이에 공작성에서 제도로 왔으니 낯선 천장이었을 수밖에.”
“칫, 좋다 말았네.”
루아티샤가 채리아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도 잘생긴 남자들을 실컷 감상할 순 있어.”
“그래봤자 네 가족들은 전부 다 너한테만-.”
말을 하던 채리아가 멈칫했다.
문간에 서 있는 두 남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둘 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리고 미친 듯이 잘생겼다.
“저, 저분들은……?”
“아, 카인이랑 크레센티오야.”
“인간이 아니신 것처럼 잘생기셨네.”
“뭐…….”
둘 다 인간이 아니긴 했다.
“두 분 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니셨는데 전혀 다르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그야…….”
한쪽은 마족이고 한쪽은 천족이었으니…….
“아아, 한 분은 악마적이라고 할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한 분은 절제되고 금욕적이다 못해 고결하고 신성한 느낌마저 들다니!”
“…….”
“저분한테는 해침 당하고 싶고, 저분은 내가 해치고 싶어. 어쩌지?!”
루아티샤는 조금 감탄한 얼굴로 채리아를 바라보았다.
‘채리가 어떤 의미로는 참 정확해.’
그때, 크레센티오가 루아티샤에게 말했다.
“그 여자가 멀쩡하게 깨어났으니 이제 알겠지. 너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이 더러운 마족이 아니라 나다.”
“흐응, 달링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건 이 재미 없는 금욕주의자가 아니라 나일텐데? 달링, 나는 인간은 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어.”
“이런 불결한……!”
“무슨 상상을 했길래 불결하다는 거야? 달링, 이런 속 시꺼먼 천족보다는 내가-.”
“악마의 감언이설 따위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믿는다.”
루아티샤는 지친 눈으로 악마와 천사를 바라보았다.
‘진짜 괜히 소환했나.’
일이 다 끝났는데도 돌아가지 않고 누가 더 낫냐며 들들 볶는 게 진짜 귀찮았다.
‘시드랑 뽀뽀하려면 얘들부터 떼놔야겠는데.’
루아티샤는 힐끗 채리아를 바라보았다.
힘든 일을 겪은, 꿈 많은 소녀에게 행복한 조각상 감상 시간을 선물해도 좋을 것 같았다.
“채리, 네가 안전할 수 있었던 건 크레센티오가 네 영혼을 보호해준 덕이야.”
“뭐?”
“그리고 네 몸을 빼앗은 클라티에를 없앨 수 있었던 건 카인이 도와준 덕분이고.”
“뭐어어어?”
채리아가 발갛게 물든 두 뺨을 감싸 쥐었다.
루아티샤는 방을 나서며 천사와 악마의 어깨를 툭툭 쳤다.
“깨어났다고 해서 멀쩡한 게 아니야. 이상 없는지는 지금부터 잘 살펴봐야지. 둘 다 영혼에는 일가견 있으니까 믿고 맡겨도 되지?”
“달링, 잠깐-.”
“지금 설마 나를 이 여자에게 버리고 가는-.”
“저어, 정말이에요?”
어느새 다가온 채리아가 반짝반짝한 눈으로 천사와 악마를 올려다보았다.
“진짜로 두 분께서 저를 지켜주신 거예요?”
“아니, 우리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아니다. 부끄러워해도 괜찮아요. 그것도 귀여워서 좋으니까.”
소녀의 로망은 강했다.
“아이, 왜 말이 없어요. 이 부.끄.럼.쟁.이들!”
“…….”
“…….”
카인과 크레센티오는 동시에 현기증을 느꼈다.
천족과 마족의 대통합!
그 힘든 것이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 *
[퀘스트〈더러운! 마치 바읍읍 같은!〉을 완료했습니다.] [10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 [키야스에델의 잔재를 찾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완벽하게 제거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훨씬 상회하는 업적입니다!] [연계 퀘스트의 조건을 미리 달성했습니다!] [연계 퀘스트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퀘스트가 오기도 전에 먼저 고구마를 처리하는 멋진 당신☆그대야말로 진정한 로판 독자!] [진정한 로판 독자에게는 멋진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나는 알림창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좋아, 좋아.’
클라티에를 이용해서 키야스에델의 잔재를 전부 다 모은 직후.
나는 곧바로 클라티에를 공격해 그 잔재를 없앴다.
‘한가하게 기다릴 시간이 없었으니까.’
당시 클라티에는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퀘스트 완료가 뜨고 연계 퀘스트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웬일로 그 악마 녀석이 양심이 있네.’
연계 퀘스트를 못 받아서 그 보상도 없어졌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좋게 돌아오다니.
[너무해! 선량한 아프타네스는 항상 양심이 있었다구요!]‘흥, 진짜로 양심 있으면 캐시나 왕창 줘.’
[캐시로 뭐 하려고요?]‘뭐 하긴. 당연히 소설 소환해서 여주 언니들의 능력을 빌려와야지.’
[……지금 다 19금 소설만 떠올린 것 같은데.]“크흠, 흠흠!”
‘캐시가 아니면 다른 것도 좋아. 이성을 잃는 아이템이라든가, 밤이 길어지는 아이 템이라든가 큼큼!’
[…….]‘뭐, 왜, 뭐.’
[틀렸어. 대리자가 너무 문란해. 행복한 결혼식이나 생각하면서 순수하게 설레할 순 없는 거예요?]‘넌 아직도 로판 독자를 모르는구나.’
나는 쯧 혀를 차면서 고민했다.
‘어떻게 시드를 꼬시지?’
내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잘 키워서 그런지 애가 은근히 순진하고 순수한데…….
‘그냥 바로 확 자빠트려버려?”
어떻게 덮칠지 고민하면서 시드의 방문을 열었다.
“음? 방이 왜 이래?”
한낮임에도 방 안은 커튼이 다 쳐져 어두웠다.
“시드? 자나?”
자고 있으면 그대로 덮쳐?
음흉한 생각을 하면서 침실 문을 여는데-.
“……!”
어둑한 침실, 발 아래 별처럼 아스라하게 깔린 조명.
달콤하면서도 관능적인 향기.
새하얀 시트 위에 흐드러진 붉은 꽃.
그리고 그 가운데 시드가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숨결에 탄성이 섞였다.
별빛과도 같은 조명이 견고하면서도 섬세하게 짜인 근육에 음영을 더했다.
조각상보다도 완벽한 몸을 가린 것은 얇은 시트 한 장이었다.
뻔한 유혹이다.
그러나 그 뻔한 유혹조차 이렇게 시드의 몸으로 하니 달랐다.
“루아티샤.”
시드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낮고 깊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감겨드는 순간 머리가 아찔했다.
마치 주박에라도 걸린 듯 내 다리가 절로 움직였다.
침대가 소리 없이 기울었다.
시드의 몸이 움직이며 그 위에 덮인 시트가 바스락거렸다.
완벽하게 갈라진 복근이 눈앞에서 움직였다.
그제야 나는 내가 한쪽 무릎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침대에 어정쩡하게 올라온 내 아래에 시드의 몸이 누워 있었다.
‘안 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몸을 물리지 못했다.
시선을 떼지도 못했다.
‘진짜 안 되는데…….’
“루루.”
허리가 미끈하게 움직이며 그가 상체를 일으켰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며 얼굴이 가까워졌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마.”
시드의 목소리에 머릿속에서 깜빡이던 생각이 흩어졌다.
긴 손가락이 내 목덜미를 천천히 쓸었다.
달라붙었던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감촉조차도 소름이 돋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다.
“네가 원하는 거잖아? 자.”
시드의 손이 내 손을 끌어 제 가슴에 얹었다.
뜨겁고 탄탄한 대흉근의 감촉이 손바닥에 감겨들었다.
“너…….”
“쉬이, 괜찮아.”
귓가에 시드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 목소리가 귀를 타고 머릿속을 헤집은 것처럼 저항할 수가 없었다.
커다란 손이 내 상체를 끌어당겼다.
덜컹, 침대가 흔들리며 나머지 다리가 완전히 올라왔다.
지척에서 눈이 마주쳤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오묘하게 섞인, 내가 사랑하는 눈동자.
그가 내 턱을 움켜쥐는 순간.
“……!”
등 뒤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순식간에 상체가 들리고 곧이어 뜨거운 품이 뒤에서부터 날 끌어안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낮은,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날 끌어안은 시드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꽃이 튈 것만 같은, 달궈진 눈동자.
“내 방, 내 침대 위에서 다른 남자랑 놀아나다니.”
“엄밀히 말하면 다른 남자는 아니지.”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는 시드가 말했다.
날 끌어안고 있는 시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
“그렇잖아? 어떻게 다른 남자야. 완벽하게 똑같은데.”
몸을 일으킨 그가 내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씨익 웃었다.
“그치?”
“말도 안 되는 소리.”
날 끌어안은 시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루루, 설마 저 가짜한테 속은 건 아니지?”
“가짜라니. 루루는 나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루아티샤, 내가 진짜야. 저건-.”
“주인님, 저 녀석은 가짜예요.”
두 시드가 아웅다웅하더니 동시에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가 진짜라는 거, 알지? 난 주인님 거니까.”
“주인님, 나랑 좋았잖아. 그치?”
시드가 둘…….
와, 진짜.
와, 와…….
‘제발 이런 추가 보상 주세요.’
나는 진심으로 악마 녀석에게 빌었다.
* * *
물론 루아티샤는 처음부터 누가 가짜이고 누가 진짜인지 알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도.
루아티샤를 유혹한 건 시드리한인 척하는 카인이었다.
‘채리한테 맡겼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틈에…….’
분명 그 때문에 심술이 난 거다.
“어쩔 수 없잖아. 시드의 몸과 시드의 얼굴로 유혹하니 가짜라는 걸 알아도 저항을 할 수 없었는걸…….”
건방진 가짜를 내쫓은 후, 루아티샤가 항변했다.
시드리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유혹에 약하면 어떻게 해.”
“다른 사람이 유혹하면 절대 안 당하지.”
루아티샤가 단호하게 말했다.
시드리한은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불쾌한데 기쁘기도 하고…….’
언제나 단호한 루아티샤가 알면서도 홀릴 만큼 자신의 얼굴을 좋아한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내 얼굴이 좋아?”
“응.”
“얼굴만?”
“몸도 좋아.”
즉답하는 루아티샤를 보면서 시드리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의 눈매를 살살 만지며 킥킥 웃었다.
“바보네, 시드.”
“…….”
“너라서 얼굴도, 몸도 다 좋은 거야.”
“…….”
“카인인 걸 알면서도 네 눈으로 날 보고, 네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네 목소리로 나한테 말하니까.”
“……하.”
시드리한은 낭패감을 느꼈다.
‘절대 못 당하겠군, 내 주인님한테는.’
저 한마디에 굳었던 입매가 풀어지려고 했다.
하긴, 그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목줄을 벗어도 루아티샤는 언제나 그의 주인이었으니까.
루아티샤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화났어?”
“……화는 안 났어.”
“화난 거 같은데.”
루아티샤가 시드리한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시드리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까와는 다르게, 눈빛이 어둑하고 위험하게 일렁였다.
그의 입꼬리가 사악 말려 올라갔다.
“그럼 주인님, 벌 받아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