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4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27)화(346/353)
외전 27화
“꼬, 꼭 자랑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단다.”
“자랑하기 위해서 맞잖아!”
시선을 피하고 목소리가 떨리는 게 딱 찔리는 사람- 아니, 신의 반응이었다.
“어쩐지. 오늘 말투도 그렇고, 답지 않게 자상하고 자애로운 느낌이 이상했는데.”
“실례야! 나는 항상 자상하고 자애롭다고!”
“퍽이나.”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프타네스를 바라봤다.
다른 신한테 ‘한 수 가르쳐주겠다’면서 차원 이동시키라고 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치만…… 그치만 네 탓도 있어!”
아프타네스가 항변했다.
“약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결혼을 못 하는 게 오죽 답답해야지!”
“?!”
“지켜보는 입장에서 얼마나 고구마였는지 아느냐?! 넌 내게 3년 동안이나 고구마를 먹였어!!”
“가,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어이가 없었다.
“루아티샤 파에라톤, 나의 계승자여.”
아프타네스가 멋진 미소를 지었다.
후광이 그의 머리 위로 비쳤다.
“사랑에는 시련이 필요한 법이란다.”
그딴 말 폼 잡고 하지 마.
* * *
아프타네스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거였다.
“그러니까, 나와 시드를 결혼시키기 위해서 꾸민 짓이다?”
“관계가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사랑의 시련이 필요한 법이지. 결국 이번 일 덕분에 결혼하게 되지 않았느냐.”
“원래도 슬슬 할 생각이었거든?”
황당했다.
하지만, 그래도 뭐.
“간만에 재미는 있었지.”
둘이 되어버린 시드라든가.
양쪽에서 나를 유혹하던 시드라든가.
같은 얼굴로 서로를 견제하던 시드라든가.
“……차원 이동자들을 만나고, 클라티에가 돌아와 그 난리를 쳤는데 결국 네 머리에 남는 건 둘이 된 시드뿐이냐?”
“그만큼 고자극이었어.”
“너도 참 너다.”
아프타네스가 짜식은 눈으로 나를 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프타네스한테 저런 시선을 받고 싶진 않은데.
“둘 다 진짜 시드였으면 훨씬 더 좋았을 거야. 훨씬, 훨씬, 훨씬!”
“……그러면서 왜 나를 봐?”
“아니, 그냥 그렇다고.”
“…….”
“아까 추가 보상은 항상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걸 엄선해서 준댔지? 참고해.”
“……너, 둘이 된 시드로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냐.”
나는 씨익 웃었다.
“아니, 말하지 마. 들으면 신격이 훼손될 것 같아.”
“참나, 말해줄 생각도 없었어.”
아프타네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비록 음란꾸러기지만 이번 일은 잘했다.”
“…….”
“수십 번이나 반복된 회귀로 망가져 가고 있던 회귀자를 구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 하지만 나는 너라면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한쪽은 멘탈이 바스라진 계승자.
한쪽은 약혼만 3년째, 고구마만 먹이고 있는 계승자.
두 신이 의기투합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다만.
“흐응, 그 과정에서 짭짤하게 돈도 받고?”
“어, 어?”
“둘 다 원하는 게 있었다고 해도, 네가 밑지는 장사인데?”
“…….”
“네 성격상 절대 공짜로 남 좋은 일을 해줬을 리 없잖아. 네 계승자라는 나한테도 퍼준 적이 없는데.”
“난 나름대로 네게 최선을 다했다! 그, 그래! 이번에도 백만 캐시를 주지 않았더냐!”
“그것도 그쪽 신한테 고맙다고 받은 돈에서 살짝 떼준 거지?”
“나, 나를 뭐로 보고!”
아프타네스가 발끈했다.
“캐시에 집착하는 누구와 달리 나는 그런 세속적인 것에 현혹되지 않는다!”
“그래서 뭘 받았는데.”
“……신격이라면 좀 넘겨받았지.”
이 자식…….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받는다더니.
아프타네스는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자세를 바로 했다.
헤일로가 찬란하게 빛나며 신성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로써 고통받던 다른 세계의 인간들이 구원받게 되었다.”
“…….”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회귀자가 네 덕분에 다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
“차원을 넘어 세계를 구원하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아프타네스가 자비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프타네스…….”
“그래, 나의 계승자여.”
나는 그에게 똑같이 자비로운 미소를 돌려주었다.
“그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해도 소용없어. 신격을 받았으면 백만 캐시보다 더 줘야지. 그 신격을 캐시로 환산하면 얼마인데? 사실상 내가 일한 거니까 내가 90%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다시 계산해 보자.”
“……너어는 참.”
왜, 뭐, 왜.
맞는 말이잖아.
나는 뻔뻔하게 얼굴을 치켜들었다.
“하아, 내가 계승자 하나는 잘 골랐지.”
중얼거린 아프타네스가 결국 피식 웃었다.
“아니, 내 손으로 직접 너를 창조하였으니 네가 날 닮은 건 당연한가.”
그 말과 함께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가 기울고 아프타네스의 형상이 흐릿해졌다.
모든 것을 까맣게 집어삼키는 암전이 찾아오기 전.
“그 아이와 함께 잘 살거라.”
아프타네스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이번에야말로.”
* * *
번쩍, 눈이 뜨였다.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거참…….’
나는 누운 채 볼을 긁적였다.
‘그렇게 말 안 해도 잘 살 생각이긴 한데.’
그때였다.
“일어났어, 달링?”
나른한 목소리와 함께 귓가에 숨결이 훅, 불어왔다.
소름이 돋아서 고개를 돌리니 카인이 내 옆에 길게 누워 있었다.
“너, 너……!”
“후후, 아침부터 날 보니까 좋아서 말도 안 나와? 그 상태 그대로 있어도 돼. 내가 밤보다도 더 끝내주게 달링을-.”
콰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침대 헤드가 뽀개졌다.
피하지 않았으면 침대 헤드 대신 뽀개질 뻔했던 카인이 항변했다.
“너무하네. 죽을 뻔했잖아.”
물론 카인의 항변 따위 크레센티오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는 경멸 가득한 얼굴로 카인을 노려봤다.
“레이디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것으로 모자라 침대에까지 기어들다니. 마족이란 천박하기 짝이 없군.”
“그렇게 말하는 너도 허락도 없이 달링의 방에 들어왔잖아? 엉큼하긴!”
“난 불결한 마족을 처단하기 위해 왔을 뿐이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두 사람의 공방을 구경했다.
‘이제 일도 다 끝났는데 얘네 슬슬 안 돌아가나.’
소환하면서 너무 많은 캐시를 쏟아부었는지 둘은 아직도 멀쩡히 인계에 있었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싸울거면 나가서 싸워. 나 오늘 바빠. 황궁에 가기로 해서.”
“……기껏 키야스에델의 잔재를 배제했는데 또 바쁘다고?”
“그래, 난 오늘 달링이랑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주 재밌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둘 다 빨리 나가는 게 좋을걸?”
“……넌 언제나 날 밀어내는군. 우리 천족은 오직 너만을 기다렸건만.”
“너무해, 달링.”
“곧 니케 올 시간이야. 맘마 먹으러.”
“……!”
“……!!”
두 천사와 마족은 빠르게 나갔다.
그리고 그 직후.
“마마아-!!”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귀염뽀짝 내새꾸 니케가 방에 들어왔다.
내 품에 안겨서 아양을 부리던 니케가 멈칫했다.
“더러운 마족 나부랭이와 천족 나부랭이의 냄새가 나는데? 이것들이 가암히 마마의 방에 기어들어와? 뒈질라고!”
“……니케?”
“후, 후에엥! 니케 코가 아야해쪄, 마마! 마족이랑 천족 냄새 때문에!”
“…….”
“히이이잉.”
니케가 내 품에 머리를 부볐다.
그래, 이렇게 귀여운 내 새꾸가 험한 말을 했을 리가 없지.
잘못 들었나 보다.
나는 니케의 배를 간질이며 우르르 까꿍을 해줬다.
어쩐지 저 멀리서 학을 떼는 카인과 크레센티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음, 역시 잘못 들은 거겠지.
* * *
볕 좋은 오후.
황비 궁의 후원.
“그래, 아가 들었단다.”
황비님이 그 어느 때보다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 식을 올리기로 파에라톤 공작과 이야기했다지?”
“……빠르시네요. 오늘 전하를 뵙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내 감탄에 황비님이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아가의 일인데 어찌 내가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겠니?”
저기요.
아드님의 일이기도 하잖아요.
어이없어서 황비님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황비님이 내 손을 잡고 토닥였다.
“아가는 걱정 말거라. 이미 디비니타스 홀에 성혼식을 올릴 준비를 다 마쳤단다.”
디비니타스 홀.
황제의 성혼식에도 개방되지 않는 곳으로 오직 대관식에만 사용하는 홀이었다.
결혼식을 위해 개방되는 경우는-.
“오로지 성녀 루아티샤 훈장을 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지.”
“내가 아내의 덕을 보는군요.”
시드가 내 손을 들어 짧게 키스하며 말했다.
쟤는 아내라고 부르면서 왜 눈을 저렇게 뜬대?
당장 키스하고 싶게.
내가 황비님이랑 황제 앞만 아니었으면 덮쳤다.
“유트라가 이미 몇 벌이나 되는 드레스를 만들어 놨단다. 그 중 아가가 원하는 것을 고르면 돼.”
황비님의 말에 황제가 허,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벌 수준이 아닐 텐데? 3년째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걸 황비가 다 후원했으니…….”
“폐하께서는 좀 조용히 하세요. 이 결혼 실패하면 책임지실 거예욧?”
“…….”
아내의 성화에 황제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우리 아가가 원하는 건 다 이뤄줄 거란다. 말만 하렴.”
“아, 전 딱히…….”
“정말 없니? 내가 뭐든 해주고 싶어서 그래.”
“그렇게 말씀하셔도…….”
‘내가 원하는 건 오지는 첫날밤을 보내는 건데.’
그렇게 말할 순 없잖아!
나는 힐끔 시드를 보며 돌려 말했다.
“저는 시드만 있으면 돼요.”
“어머나……!”
황비가 광대를 올리며 입을 가렸다.
“참으로 귀여운 커플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폐하?”
“……그때 내가 그대를 두고 폐후와 혼인한 것은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는-.”
“누가 뭐래요? 찔리나 보죠? 갑자기 왜 변명이람.”
“…….”
황제가 어깨를 추욱 늘어트렸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황제의 앞으로 다과를 밀어주었다.
황제가 감동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고맙다, 루아티샤.”
“뭘요. 비록 우리 시드를 고생시킨 것으로 모자라 정치적으로 이용까지 했지만, 일단은 시드의 아버지시니까요.”
“…….”
황제가 입을 다물었다.
나는 픽 웃으며 황제에게 말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 뭐예요?”
“흠?”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얼굴로 절 보셨잖아요.”
“그게…….”
약간 눈치를 보던 황제가 결국 결심한 듯 물었다.
“설마 결혼하고도 내 아들을 처가살이시킬 건 아니지?”
“네?”
“그래도 황태자인데- 아니, 정확히는 황제를 처가살이시키는 건 좀…….”
약간 체념이 묻어 있는 목소리였다.
처가살이 반대를 쩌렁쩌렁 외치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
내가 처가살이시키겠다면 시킬 수밖에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나름대로 제국의 황제 폐하이신데 왜 이렇게 작아졌…… 잠깐.’
“황제요?”
“……선위할 생각이었다.”
“……!”
나는 깜짝 놀라 황제를 바라보았다.
나뿐만 아니라 황비님도 처음 듣는지 놀란 눈치였다.
오직 시드만이 여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드, 알고 있었어?”
“나도 처음 알았어.”
고개를 돌린 시드가 황제에게 말했다.
“선위는 사양하겠습니다.”
“뭐?”
“결혼하고 나면 바로 신혼여행을 떠날 생각이거든요. 한 일 년쯤.”
황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로 시드리한을 바라보았다.
“그런 이유로 즉위를 미루겠다고? 신혼여행 같은 건 그냥-.”
“내게는 황제위보다 평생 단 한 번뿐인 아내와의 신혼여행이 더 중요해서.”
시드가 내 눈가에 키스하곤 이어 말했다.
“책임감 강하신 내 아내께서는 내가 황제위에 오르면 신혼보다 치세에 신경 쓸 테니까.”
귓가에 스미는 나직한 목소리가 정원의 밤바람보다도 달콤했다.
“허어……!”
황제가 기막힌 숨을 내쉬었다.
시드가 내 손을 잡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황제는 그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연신 “허어! 허! 하!” 헛웃음만 지었다.
대신 황비님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는 시드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 오르면서 물었다.
“급한 일이라니, 무슨 일? 우리 오늘 두 분 폐하를 뵙는 것 외의 일정은 없잖아.”
“급한 일이 생겨버렸어.”
“……?”
탁.
마차 문이 닫혔다.
시드가 내게로 몸을 기울였다.
“주인님이 급한 일을 만들었잖아.”
“무슨…… 읏-.”
등 뒤에 마차 창문이 닿는 것과 동시에 시드의 입술이 내 입술을 삼켰다.
촤르륵, 마차의 커튼이 드리워지며 키스가 깊어졌다.
“하, 시드- 흣…….”
단둘만 있는 비좁은 마차 안.
도망칠 곳 따윈 없다는 듯, 남자의 몸이 나를 몰아붙였다.
어느새 마차가 출발했는지 등에 닿은 창이 흔들렸다.
다그닥거리는 말발굽 소리.
“잠깐, 마부가 들으면-.”
“내가 약혼녀를 뜨겁게 사랑한다고 생각하겠지.”
시드가 웃었다.
평소와는 다른, 욕망으로 얼룩진 미소.
“잠시 잠깐이라도 못 참을 정도로.”
“너 진짜…….”
“다 주인님 탓이야.”
시드가 내 목에 입을 맞추고 눈을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잖아.”
“…….”
“부모 앞에서 나를 유혹하다니.”
입술이 벌어졌다.
내가 황비님과 황제 앞에서 시드를 유혹했다고……?
“거봐.”
시드의 손끝이 느릿하게 내 눈가를 스쳤다.
“이런 눈으로 나를 보면서, 결혼식에 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
“이 입술로.”
젖은 소리와 함께 다시 입술이 닿았다.
“그게 유혹, 이라고……?”
“못 참겠던데.”
시드가 붉게 젖은 입꼬리를 나른히 올렸다.
“참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