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5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26)화(351/353)
외전 26화
* * *
‘……네?’
세계를 구해요……?
루아티샤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내가 뭘 했다고……?’
채리아에게 빙의한 클라티에를 조질 때도 뜨지 않았던 알림이 떴다.
‘오류 아냐……? 아프타네스도 나이가 나이라 슬슬…….’
[세계를 구하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당신에게 1,000,000캐시 증정!]‘어?’
루아티샤는 눈을 비비고 알림창을 다시 봤다.
[1,000,000캐시 증정!]‘지, 지, 진짜 백만 캐시야? 그것도 뽑기권이 아니라 증정?!’
[오류 같으면 취소할까요?]‘아니이! 신은 완벽한데 무슨 실수야!’
[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슬슬 노망이 났을 수도 있으니까요.]‘노망이라고까진 안 했어.’
[흥칫핏.]지금 이 순간은 이 악마 놈의 귀척조차도 귀엽게 보였다.
루아티샤는 떨리는 숨을 애써 진정시켰다.
뭔지는 몰라도, 지금 이 백만 캐시라는 엄청난 보상을 얻게 된 건 아마도-
“너, 왜 그래?”
-나비 덕분이었다!
“나비야!”
루아티샤는 나비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고마워! 진짜 고마워! 진짜, 진짜 고마워! 넌 내 은인이야!”
“뭐……?”
나비는 미간을 설핏 찌푸렸다.
갑작스레 루아티샤의 두 뺨이 발갛게 상기되고 숨결이 거칠어지길래 어디 아픈가 했더니.
지금은…….
“와, 진짜. 역시 널 만난 건 내 인생의 행운이야.”
루아티샤가 해사하게 웃었다.
그늘 한 점 없는, 그 순연하고 맑디맑은 미소.
숱한 회귀를 하면서도, 이토록 티 없는 웃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티 없이 순연하고 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는 루아티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걸로 19금 소설 왕창 소환해야지. 19금이 아니라 29금…… 아니,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야한 걸로 엄선해서 소환해야지. 그래서 엄청난 신혼을 보내버릴 거야.’
루아티샤가 입꼬리를 씰룩 올렸다.
나비는 그 순진한(?) 미소를 지그시 보다 물었다.
“뭐가 그렇게 고마운데?”
“어?”
“내가 네 은인이라며. 뭐가 그렇게 고맙냐고.”
“아, 그게, 그러니까…….”
루아티샤에게도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네 덕분에 99금 소설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순 없었다.
“나, 나비가 채리의 계략을 알려줬잖아!”
다행히 루아티샤에게는 그럴싸한 핑계가 있었다.
애초에 그 말을 하려고 나비를 찾아온 거니까.
“저번에 나한테 사기를 보여주면서 알려줬잖아. 채리가 네게 말했던 것까지.”
그렇다.
그날, 나비가 루아티샤의 앞에서 사기를 불러냈을 때.
나비는 루아티샤에게 그 힘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채리아가 내게 넘겨준 힘이다.”
증거로 보여주고 진실을 말해주었다.
“정확히는 채리아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오물 같은 영혼이 넘겨주었다고 할까.”
“…….”
“내 눈에는 보이거든. 그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다른 영혼이. 그걸 멀쩡한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나비는 당혹스러워하는 루아티샤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내게 이 힘으로 널 가지라고 했다.”
“……나를?”
“이제 알겠지. 너 같이 약한 게 끼어들 일이 아니야. 그 여자한테 접근하지 말고, 가만히-”
“네게 그 힘으로 날 공격하라고 했으면 지금쯤 걔는…….”
루아티샤의 말이 멎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뒤돌아서는 그녀의 팔을 나비가 붙잡았다.
“가지 마.”
루아티샤가 나비를 돌아보았다.
“가라고 알려준 거 아니었어?”
루아티샤의 말을 듣고 나비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약하디약한 주제에, 제 몸은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이 여자애라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나 사랑하는 연인의 일이라면, 특히나 더…….
“그래도 가지 마.”
그걸 알면서도 말한 건 어쩌면.
“내 옆에 있어.”
새까만 눈동자가 거울처럼 루아티샤를 담았다.
.
.
“그때 나비는 내가 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진실을 알려준 거잖아. 걱정하는 마음에.”
루아티샤가 배시시 웃었다.
나비는 말없이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사기를 불러 일으키기 전, 나비는 이 여자애를 망가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파괴해서라도 모든 것을 가졌듯이, 이 여자애를 가지고 싶다고.
그랬는데.
“역시 나비는 좋은 사람이라니까.”
이토록 환하게 웃다니.
“……나는 그냥 그럴 수 없었을 뿐이야.”
“응?”
그래, 도저히 이 여자애를 망가트릴 수 없었을 뿐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다니.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나비는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이 여자애 앞에서는 제 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축복식 날 이 여자애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때, 왜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는지.
“나쁜 일을 알면서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는 게 나비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잖아?”
루아티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에 나비는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아니, 확실하게 자신은 이 여자애를-
“좋은…… 사람.”
“응, 좋은 사람.”
“……하하.”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십 번이나 생을 반복하면서 나비는 사랑을 비웃고 조롱하고 의심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결국.
“어? 지금 너 웃은 거야?”
“하.”
“아니, 이런 웃음 말고. 방금 진짜 웃었잖아.”
사랑에 빠지다니.
“하…….”
나비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왜 고맙다고 하지?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넌 다 알고 있었잖아.”
“알고 있어도 알려준 건 고맙지. 날 걱정해서 말해준 건데.”
“……알고 있어도 걱정되는 것처럼?”
“어?”
“그때,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놈한테 갔잖아. 채리아의 계략을 다 알고 역으로 함정까지 파놨으면서도.”
그 말에 루아티샤가 머쓱하게 볼을 긁적였다.
“그야 좋아하는 사람 일이니까…….”
좋은 사람.
좋아하는 사람.
두 글자 차이인데도 그게 얼마나 커다란 차이인지 루아티샤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너.”
나비가 루아티샤의 팔을 붙잡았다.
시드리한을 떠올리던 눈이 다시 나비를 향했다.
이 자그마한 변화가 기뻤다.
빌어먹게도.
“……?”
루아티샤가 의아한 눈으로 나비를 바라보았다.
몇 번의 달싹임 끝에야 겨우 목소리가 나왔다.
“……네가 날 구했잖아.”
“어?”
“그러니까-.”
“안타깝지만 주인님에게는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 모르는 근본 없는 인간을 키우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야.”
마지막 말은 루아티샤에게서 나온 게 아니었다.
어느새 열린 문가에 시드리한이 서 있었다.
“시드.”
“그건 나 하나로 족해. 그렇지, 주인님?”
시드리한이 루아티샤를 끌어안았다.
자연스럽게 나비의 손에서 루아티샤의 팔이 빠져나갔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 모르는 근본 없는 인간이라기엔…… 시드는 황태자 전하시잖아?”
“들었지? 내 주인님은 혈통도 따져.”
“야.”
루아티샤가 어이없는 눈으로 시드리한을 흘겼다.
시드리한이 웃으며 루아티샤와 눈을 맞췄다.
“빨리 나 하나로 족하다고 해줘.”
“갑자기 나타나서 별…….”
“나 질투 많은 거 알잖아, 응?”
“……바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루아티샤는 새빨간 얼굴을 한 채 속삭였다.
“난 너만 있으면 돼.”
시드리한이 더없이 배부른 얼굴로 루아티샤를 제 품에 숨겼다.
그리고 그와 상반되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비를 바라봤다.
의도가 명백한 시선이었다.
“……안달 난 남자란 한심하군.”
“질투하는 남자는 추하고.”
나비의 말에 시드리한이 웃으며 응수했다.
루아티샤를 데리고 나가는 등을 보며 나비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열 받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질투가 났으니까.
* * *
그날 밤.
‘오늘 진짜 하루가 알찼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뿌듯하게 하루를 회고했다.
시드랑 꽁냥거리고, 아빠한테 결혼 승낙(?)도 받고, 무엇보다-
‘백만! 캐시!!!’
나비한테 인사하러 가기 정말 잘했다.
역시 인사 잘하는 사람에겐 캐시가 온다니까?
‘후후, 나비는 정말 캐시덩이…… 아니, 복덩이야!’
사람을 캐시 자판기 취급하는 건 너무 그렇지.
나는 반성하며 이불을 덮었다.
‘좋아, 여기에 추가 보상 받은 것까지 있으니까.’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추가 보상이 뭔지 확인한 다음에 더 설레도 늦지 않다.
‘캐시는 많으니까 제발 신박한 아이템 나와라!’
판타지 세계니까 이성을 잃는 아이템이나 밤이 길어지는 아이템 같은 게 있어도 괜찮잖아!
‘시드가 둘이 되는 아이템도 나쁘지 않을지도.’
두 명의 시드-한 명은 카인이었지만-가 동시에 나를 유혹했던 때는 정말…….
[추가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내 마음을 읽은 듯 알림창이 떠올랐다.
‘당연하-.’
그때였다.
쿵!
눈앞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
.
“……진짜 이 타이밍에 부르기야?”
나는 어이없는 눈으로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상대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 타이밍이니까 가능했던 거란다.”
길게 늘어트린 은빛 머리카락.
태양보다도 더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
모든 예술가들이 제 손으로 표현하는 것을 꿈꾼다는, 완벽한 신의 육체.
신성 그 자체인, 세계의 창조주가 내 앞에 있었다.
“거짓말을 무슨 밥 먹듯이 하네.”
물론 나한테는 망할 사기꾼 악마 놈일 뿐이었지만.
“거짓말이라니 너무해. 진짜인데.”
“퍽이나.”
“오늘 네가 세계를 구했잖니. 그 덕에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거란다.”
“하지만 내가 추가 보상을 열어보려고 할 때일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나의 날카로운 지적에 아프타네스가 뜨끔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흐음? 추가 보상이 별로인가 보네? 추가 보상을 열어본 다음에 만나면 내가 뭐라 할 게 뻔하니까 급하게 부른 거 아냐?”
“크흠! 흠! 무슨 소리인지 통 모르겠구나. 난 언제나 네게 도움이 되는 것만 엄선해서 보상으로 줬단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프타네스를 바라보았다.
아프타네스가 얼른 내 앞에 간식거리를 밀어주었다.
“일단 다과라도 들려무나.”
뻔한 말 돌리기였지만 넘어가 주기로 할까.
어쨌든 백만 캐시를 받았으니까.
“그런데 내가 세계를 구했다는 건 또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란다.”
“……?”
“수십 번이나 재앙을 반복한 바람에 완전히 멘탈 털린 회귀자를 구원했으니까.”
“……내가?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비의 상처가 이제 다 나았으니까?”
“……희한하네. 지금은 눈새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프타네스가 갑자기 내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구나.”
“근데 나비를 구한 게 왜 세계를 구한 거야?”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지 않니. 그리고…….”
아프타네스가 미소 지었다.
“그는 세계를 구할 존재란다. 너와 같아.”
“나랑?”
“그래, 그 세계의 신이 선택한 계승자니까.”
“……!”
놀란 내 얼굴을 보고 아프타네스가 웃었다.
“수십 번이나 생을 반복할 수 있는 회귀 능력을 그냥 얻은 줄 알았느냐.”
“그건 아니지만…….”
“하긴, 그쪽 신은 바보지. 나처럼 캐시 뽑기 능력을 줬으면 단번에 세계를 구원할 수 있었을 텐데. 괜히 회귀 능력을 줘서.”
아프타네스가 우쭐해서 말했다.
묘하게 자랑하는 태도였다.
‘사행성 도박 능력을 준 주제에.’
“요즘 신들 사이에서 내가 핫하단다.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세계를 구했냐고.”
나는 좀 짜식은 눈으로 아프타네스를 바라봤다.
솔직히 아프타네스가 세계를 구한 게 아니라 나란 시드랑 우리 가족들이 개고생해서 구한 거 아닌가.
‘지가 한 건 날 열받게 만드는 메시지 보내기랑 도박 유도뿐인…… 잠깐.’
불현듯 든 생각에 멈칫했다.
계승자를 통해 세계를 구하는 신들.
단번에 세계를 구하는 것에 성공해서 신들의 부러움을 산 아프타네스.
수없이 회귀를 시켰지만, 아직도 세계를 못 구한 나비 세계의 신.
“그럼 나비가 차원 이동을 한 게 우연이 아니라-.”
자랑하기 위해서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