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5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외전 (31)화(352/353)
외전 31화
* * *
“지금 당장 벗기고 싶어.”
그 목소리가 귓가에 닿는 순간 오싹 소름이 돋았다.
시드의 눈동자에는 오직 나만이 가득했다.
광활한 우주와 같은 눈동자는 오직 단 한 가지의 욕망으로 집약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나라는 존재조차 그 욕망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디비니타스 홀을 가득 메운 수많은 하객들도, 그 하객이 만들어 내는 환호성도, 진행을 맡은 신관의 목소리도, 환상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홀조차도…….
그 무엇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블랙아웃된 것처럼 현실이 유리되고 오직 시드와 나만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스르륵.
내 손을 감싸 쥔 길고 뜨거운 손가락이 뱀처럼 간교하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손목 안쪽, 맥박치는 여린 살을 지그시 탐하는 손길.
그 아찔한 감각에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미쳤어, 미쳤어!’
이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하는 중이다.
심지어 양방향 통신 크리스탈이 다각도에서 우리 모습을 찍고 있다.
그런데도 혼이 쏙 팔리다니.
‘쟤는 왜 저렇게 야한 거야.’
이건 내 탓이 아니었다.
전적으로 저 앙큼폭스 탓이었다.
목소리도, 눈빛도…… 심지어 향기까지 야하니까.
‘그치만 시드에게 잘못은 없어. 나랑 결혼하니까.’
결혼해줄 것도 아니면서 꼬시는 건 예의 없다.
하지만 시드는 결혼하며 꼬시니 옛 성현께서도 무덤에서 뛰쳐나와 예의 별점 10개를 외칠 법했다.
‘그리고 얼굴 별점은 백 개…… 아니 백만 개를 주겠지. 암암.’
내가 속으로 주접을 떨며 최대한 시드를 덮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동안.
성혼식은 무사히 잘 진행되었다.
어느새 대신관이 우리 앞에 나와 축복을 할 차례였다.
그가 손을 든 순간.
우우우우우웅-!!
고래의 노래와도 같은 낮은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디비니타스 홀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신석이 파르르 진동하며 떠올랐다.
“시, 신석이, 신석이 빛나며 부유하고 있습니다!”
경악과 경탄이 뒤섞인 외침.
황홀하리만치 찬란한 빛이 높이 떠오른 신석으로부터 내리쬐었다.
지금 이 순간, 하나가 되길 소망하는 신부와 신랑을 향해.
“세상에……!”
“성스러운 광명이 두 분을 비추고 있어요!!”
“신께서 직접 황태자 전하와 성녀 예하의 성혼을 축복해주시다니……!”
“기적입니다!!”
디비니타스 홀은 흥분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세계를 구한 두 분의 결합이니 신께서 친히 은총을 내리실 만하지요.”
“아아, 두 분께서 제국을 이끄시니 아무런 걱정도 없습니다.”
“성스럽고 고귀한-.”
모두 감격에 젖은 얼굴로 두 손을 모았다.
그 누가 이 신성한 기적의 순간에 고취되지 않겠는가.
다만.
[예의 바른 앙큼폭스 유교뽀이에게 별점 10개를 드립니다.]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에 나는 뭐 씹은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성스럽고 고귀하긴 개뿔.
[별점 10개가 제 축의금임ㅎ]그런 거 줄거면 캐시로 달라고!
* * *
“후후훗, 아가와 내가 한 가족이 되는 것을 신께서도 바라 마지않으셨군요.”
황비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성혼식이 끝나는 즉시 신전에 기부해야겠어요.”
“허허…….”
옆에 있던 황제는 기막힌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이건 그냥 놀랍고 신비로운 일로 끝날 사건이 아니었다.
이후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등골이 짜릿할 정도다.
‘이것으로 내 아들은 역대 황제 누구도 갖지 못한 정통성과 신성성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군.’
무려 신이 직접 인지한 황태자와 황태자비나 다름없었다.
누가 그들의 정책에 반기를 들겠는가.
‘루아티샤. 저 아이가 내가 하지 못한 일을 또 해내는구나.’
그는 아비이기 전에 황제로 살았다.
아들을 사랑하면서 외면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루아티샤는 불같이 분노했다.
“그 말은 절대, 절대로 시드에게 하지 마세요. 행동이 따라오지 않는 말은 오히려 고통만 줄 뿐이니까요.”
새파랗게 타오르던 파라이바빛 눈동자.
그때 황제는 루아티샤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다.
어리고 혈기 왕성해서 감정에 치우쳐 대의를 우선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결국 내가 부족했던 거지.’
자신의 다음 대는 훨씬 더 나으리라.
국정은 물론이고 황궁까지도.
루아티샤와 시드리한은 자신과 황비 같지 않고, 정치 때문에 자식을 외면하지도 않을 테니까.
루아티샤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시드리한을 외면하지 않았듯이.
‘파에라톤 공작이 딸 하나는 정말 잘 뒀어.’
힐끗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보자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시드리한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 아들들도 완전히 똑같은 표정인 게 판박이 그 자체였다.
그러다 딸아이를 바라볼 때면…….
‘내 아들을 노려보던 치와 동일 인물인가 싶을 정도군.’
봄 햇살에 순식간에 언 땅이 녹듯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툭.
파에라톤 공작의 눈에서 투명한 이슬이 떨어져 내렸다.
‘울어? 진짜 운다고? 그 파에라톤 공작이……?’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파에라톤 공작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허어…….”
황제는 기막힌 숨을 내쉬었다.
한편으로는 저토록 가감 없이 사랑을 드러내는 공작이 부럽기도 했다.
루아티샤가 그토록 강하게 자라난 것도 공작의 사랑 덕분일 터.
‘……나도 좀 더 솔직해진다면.’
“크흠, 황비…….”
“아, 시야 가리지 좀 마세요! 내 아들이랑 내 아가가 잘 안 보이잖아욧!”
“…….”
황제는 어깨를 추욱 늘어트렸다.
하지만 포기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시드리한 녀석은 자신이 물고 빨아봤자 극혐하는 시선이나 보내올 터.
‘며늘아가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지.’
황비 못지않은 며늘아가 팔불출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황태자비 부부 만세!”
“황태자 전하 만세!”
“성녀 예하 만세!”
시드와 함께 손을 흔들 때마다 저 아래 모여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예식이 끝났다.
잘 끝났다는 안도감에 숨을 내쉰 순간이었다.
“그래서 황손은 언제 볼 수 있나요?”
몰려든 군중 틈에서 조금 짓궂은 외침이 들려왔다.
곧 그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시드리한이 내게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자식 많이 낳으랬지. 그게 세계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내, 내가 그랬어?”
“열둘은 낳으라고 했어.”
숫자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나는 주인님 말씀 잘 들으니까.”
“…….”
“그러려면 우리 많이 노력해야겠다. 그치?”
시드가 씨익 웃으면서 내 손에 깍지를 끼는데.
진짜 장난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인지 당장 실천하고 싶을 정도로.
그때였다.
“휘이이이이익!”
“이야, 뜨겁다, 뜨거워!”
“신혼이니까!”
저 아래서 휘파람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외침이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시드의 손을 놓았다.
하마터면 수많은 관중들 사이에서 또 시드의 마력에 빠질 뻔했다.
“주인님.”
“나, 나비랑 채리 기다리겠다!”
나는 서둘러 발코니에서 빠져나왔다.
* * *
디비니타스 홀 안뜰의 가제보.
채리아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 어느새 정든 사람들과 인사 중이었다.
“진짜 너무 아쉬워. 이렇게 잘생긴 남자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건 흔치 않은데. 좀 더 있다 갈까?”
“언제는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빨리 가고 싶다더니.”
“막상 가려니까 아쉬워서 그러지이.”
종알거리는 채리아와 달리, 나비는 사람들과 떨어진 채 홀로 서 있었다.
그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한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묘한 아우라에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그때, 가제보 기둥에 기대고 있던 나비가 고개를 들었다.
봄의 왈츠처럼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 소리.
루아티샤의 발걸음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루아티샤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그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시드리한의 손을 꼭 잡은 채.
“…….”
루아티샤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웨딩드레스가 물결치며 꽃잎처럼 퍼졌다.
발갛게 상기된 뺨과 웃음기 가득한 얼굴.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 모습.
“둘 다 많이 기다렸지.”
루아티샤의 말에 채리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하루쯤은 더 늦게 와도 됐는데.”
채리아와 한참 떠든 루아티샤가 나비를 바라보았다.
“저기.”
그의 앞에 선 루아티샤가 머뭇거렸다.
나비는 바로 그 이유를 알아챘다.
그녀의 입안에서 맴도는 말은 아마 제 이름일 것이다.
루아티샤가 망설이는 사이, 나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루아티샤 파에라톤.”
“어……?”
루아티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비가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건 처음이었다.
파라이바빛 눈동자 한가득 자신이 들어찬 것을 보며, 나비는 천천히 발음했다.
그녀가 잊지 않도록.
“나는 한수호다.”
“……한수호.”
되뇌던 루아티샤가 활짝 웃었다.
“드디어 불러보네. 내가 얼마나 네 이름을 부르고 싶었는지 알아?”
“그런 것치고는 나비라고 잘만 부르던데.”
“그거야 네가 이름을 안 알려줘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고.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이름 막 부르면 스토커 같잖아.”
장난스레 콧잔등을 찡그린 루아티샤가 이내 진지한 얼굴로 한수호를 바라보았다.
“수호야.”
“…….”
“수호야.”
“…….”
“수호야.”
“……왜, 루아티샤.”
루아티샤가 배시시 웃었다.
한수호는 그 순연한 얼굴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그가 알지도 못하는 무언가가 자꾸만 치밀어 올랐다.
이 조그마한 여자애의 말이 맞았다.
이름을 불리고 부르는 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너는 세계를 수호할 거야. 나는 알아.”
“…….”
“몇 번을 반복해도 그건 계속된 실패가 아니라 성공까지의 과정일 뿐이야.”
“…….”
“결국 너는 세계를 구할 거니까.”
어째서.
이 여자애는.
루아티샤는.
이렇게나.
“……왜?”
버석거리는 희미한 음성.
몇 번의 달싹임 끝에 한수호가 물었다.
“왜 내가 세계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유가 중요해?”
“…….”
“넌 할 거잖아.”
“……!”
한수호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벌어졌다.
숱한 회귀 동안, 그를 신처럼 받들고 메시아처럼 따른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한수호가 세계를 구할 거다’라는 그들의 말에는 수십, 수백 가지의 이유가 따라붙었다.
놀라운 전투력, 미래를 읽는 것 같은 통찰력, 신의 축복을 받은 듯한 운, 심지어 이름조차 ‘수호’다 등등.
하지만 루아티샤에게는 이유가 없었다.
마치 지구가 자전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사실을 말하는 태도.
바라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환상을 품고 그를 떠받드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래서일까.
이상하게 이 여자애의 말은 가슴에 파고들었다.
과연 그보다 한발 앞서 세계를 구원한 사람의 말에는 무게가…….
“그리고 하다가 주옥 같으면 신을 욕해. 사람을 이렇게 굴리다니 욕먹을 만하지.”
……무게가 없었다.
하나도.
그 와중에도 루아티샤는 한없이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캐시…… 아니, 능력 더 내놓으라고 멱살잡이 좀 하고.”
“…….”
“신이란 족속들은 멱살 좀 잡아야 말을 듣더라.”
“……푸핫!”
결국 웃음이 나왔다.
이런저런 이유는 다 집어치우자.
그냥 이 여자애의 말이기에 그렇게 가슴에 박혔던 거다.
다른 이유 따윈 없다.
그냥 이 여자애라서.
루아티샤 파에라톤이라서.
한수호가 웃는 것을 보고 루아티샤는 씨익 마주 웃었다.
저쪽 세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계승자가 이렇게 강하니까.
‘좋아. 그러면 차원문을 열어볼까.’
다행히 차원문을 여는 소설을 소환해서 랜덤으로 능력을 뽑을 필요는 없었다.
캐시를 써서 천족과 마족 그리고 영수들을 소환했던 것처럼, 역소환할 수도 있었다.
다른 차원이다 보니 몇 가지 조건이 추가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태였다.
[캐시를 사용해 〈차원 이동자〉를 역소환하시겠습니까?]‘응.’
[역소환할 〈차원 이동자〉 … 2명.] [필요한 캐시를 계산 중입니다.]루아티샤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어차피 100만 캐시가 있으니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계산 완료 … 999,999캐시.]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