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6화(36/353)
☆제36화 ☆
대회의장 안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을 때였다.
“푸하…….!”
시원한 웃음소리가 정적을 깨트렸다.
익시온이었다.
그는 어느새 파에라톤 공작을 뒤따라 들어와 성대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윈체른 자작, 그러게 치카치카는 좀 잘하지 그러셨습니까.”
익시온이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윈체른 자작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공자님.”
“왜요. 아, 이 문으로 들어와서? 각하와 같이 들어온 건데 괜찮지 않습니까?”
익시온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됐습니다.”
결국, 윈체른 자작은 치카치카를 안 한다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익시온은 방만한 자세로 걸어가 비어있는 자신의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 모습을 본 가신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익시온 도련님이 대회의에 참석을…….”
“이게 얼마 만인지.”
파에라톤 공작의 귀환.
돌아온 막내 공녀의 초고속 입지 상승.
거기다 익시온의 대회의 참석까지.
아무래도 파에라톤 공작가 내에 이변의 바람이 불 듯했다.
“그럼 금년도 마지막 월간 정례 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엄숙한 선언과 함께 복잡한 심사를 숨긴 이들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 * *
나는 조용히 대회의의 분위기를 살피다가 일전에 확인했던 퀘스트를 다시금 열었다.
〈원수 갚는 까치(2)〉
유괴 사건의 진범, 전 집사 알렌은 신문 과정에서 자신은 니콜라스 타렌카의 사주를 받았다 실토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니콜라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아 범죄 클랜에 독자님의 유괴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뭘까요, 이 찝찝함.
무려 파에라톤 공작가에서 그런 음험한 범죄가 일어나는데 아무도 눈치 못 챘다니요?
알아내 주세요, 독자님!
– 조건: 유괴 사건과 관련된 인물 찾아내기
– 보상: 2000캐시 뽑기권, 퀘스트〈???〉의 힌트 활성화
– 힌트: 이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알렌은 삼촌의 사주를 받고 일을 꾸민 거였다.
타렌카 전 후작의 최후의 발악이었달까.
왜 내게 굳이 말하지 않았는지도 알겠다.
네 외삼촌이 널 유괴하려고 했어一같은 말을 애한테 할 수 없지, 암.
‘그나저나 이미 다 끝난 사건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관련자가 있다니, 대체 누굴까.
파에라톤 공작가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거대한 가문이었다.
오늘 대회의에서 파벌을 파악하면 좋을 듯했다.
〈집안을 먼저 다스려야(2)〉
독자님!
파에라톤 공작가를 잘 정복하고 계시군요!
로판 독자라면 다음 대상은 누구인지 예상하셨지요?
– 조건: 아레스에게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 보상: 5000캐시 뽑기권, 파에라톤 공작가 내 영향력 증가, 연계 퀘스트〈???〉 진행
이 퀘스트는 자신 있었다.
‘얼마 전에 세운 퀘스트 최단 시간 클리어 기록을 경신하는 거 아닐까?’
히히.
자동으로 완료되지 않은 걸 보니 아레스한테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가 보다.
‘회의 끝나고 얘기해 봐야지. 마침 아레스랑 맛난 거 먹으라는 퀘스트도 있었고.’
[연관 퀘스트가 오픈되었으므로 퀘스트〈???〉가 공개됩니다.]〈청소는 깨끗이!(1)〉
독자님, 영민하십니다!
타렌카 후작저에서 독자님이 머문 기간은 약 3년.
설마 매 분기 막대한 양육비를 지급하던 파에라톤 공작가에서 아무런 감독도 안 했을까요?
아무리 파에라톤 공작이 부재했다고 해도 말이 안 됩니다!
공작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허술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내통자가 있었다는 것.
3년이나 주인이 자리를 비운 공작가에는 온갖 기생충과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뽀득뽀득 청소합시다!
– 조건: 니콜라스 타렌카와 내통하던 배신자 색출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파에라톤 공작가 내 영향력 증가
〈청소는 깨끗이!〉는 지난번 니콜라스 타렌카가 뭘 믿고 그 모든 일을 저질렀는지 의심했을 때 나왔던 퀘스트다.
그때는 연관된 퀘스트가 열리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고 표시되었었다.
‘이제 공개되었다는 건 이 퀘스트와 다른 퀘스트가 연관되어 있다는 건데.’
아레스에게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과 유괴 사건에 연루된 자를 밝혀내는 것.
둘 중엔 당연히 후자와 연관되어 있겠지?
‘그럼 설마, 내 유괴 사건에 연루된 자가 타렌카 후작과 내통한 배신자인가?’
이게 맞다면 꽤 중요한 정보다.
두 가지 사건의 범인이 한 사람이라는 건 커다란 단서니까.
그때였다.
“해서 루아티샤의 보좌단을 정식으로 출범시킬 생각이다.”
갑자기 들린 내 이름에 나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내 입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다.
“각하!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닐지……!”
“아가씨께서는 아직 너무 어리십니다! 며칠 지나야 겨우 다섯 살이 되십니다.”
“둘째가 처음 보좌단을 꾸린 게 몇 살이었지?”
“……네 살이었습니다.”
“첫째는?”
“세 살 때 하셨죠.”
“셋째는 딱 막내와 같은 시기였군. 다섯 살 때 꾸렸으니. 그것도 익시온이 싫어하는 걸 공작가 직계의 의무라며 밀어붙였지.”
파에라톤 공작의 붉은 눈동자가 장내를 스윽 훑었다.
“바로 너희가.”
가신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반대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공자님들과 공녀님은 경우가 다릅니다. 파에라톤의 놀라운 성장 속도와 우수성은 타고난 마기에 의한 것 아닙니까.”
“막내 아가씨께서는 평범한 어린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모습도 얼마나 작습니까. 보통 네 살보다도 더 작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자들이 있으면 찬성하는 자들도 있는 법.
“그 어떤 평범한 어린아이가 고작 네 살에 외삼촌의 사기를 밝히고 보상을 받아낸단 말입니까!”
“만약 공녀님께서 밝히지 못했다면 파에라톤 역시 사기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치욕을 겪었을 거요. 공녀님께선 파에라톤의 명예를 지키셨네!”
제도의 공작저에서부터 알고 지내 익숙한 가신들이 내 역성을 들었다.
첨예한 대립.
오가는 설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도 반대하는 게 이해 간다.
딱 보니 파에라톤 공작가는 로판 세계에서 나오는 그 인외 규격의 놀라운 혈통이고.
나는 그 특별한 힘을 타고나지 못했으니 당연히 어린애한테 가문의 일을 맡기는 게 못 미덥겠지.
그때, 가신 하나가 고개를 들어 아빠에게 물었다.
“각하께서 귀환하셨으니 직무를 다시 정비하고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그중 어떤 것을 아가씨께 떼어주시려 보좌단을 설치하겠다 하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내가 기존에 나눠 먹고 있던 밥그릇을 뺏어갈까 걱정되는 모양이다.
“기존 사업을 맡길 생각은 없다. 아직은.”
“예?”
“막내가 원하는 것은 마나석 채굴 사업이다.”
“니, 니콜라스 타렌카가 사기 쳤던 그 마나석 광산을 이르십니까?”
“그래.”
그 말에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일시에 조용해졌다.
“뭐, 그렇다면야…….”
“아가씨께서도 경험을 쌓으시는 게 나쁘지 않죠.”
밥그릇을 나누지 않는다는 소리에 반발하던 사람들이 쏙 들어갔다.
물론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긴 했다.
그러나 그들은 빈 마나석을 채굴하는, 돈만 날릴 게 뻔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뿐이었다.
‘흐음…….’
그렇다면 아까는 반대하다가 지금은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이 가장 수상하네.
‘망할 사업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 반대는 안 하더라도 대찬성하는 건 나더러 망하라는 것밖에 안 되잖아?’
타렌카 후작과 내통한 배신자는 가문 내에 나의 입지가 강해지는 것을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리스트를 기억해 놔야지. 오, 치카치카 안 하는 윈체른 자작도 있네?’
윈체른 자작은 안 그런 척했지만 신경 쓰였는지, 말할 때마다 입술을 금붕어처럼 작게 뻐끔거렸다.
‘그런데.’
나는 힐끔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진짜 아빠가 모를까?’
내 외삼촌, 니콜라스 타렌카와 내통한 배신자가 있다는 걸.
여태까지 나는 아빠의 집무실에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그래서 알고 있다.
‘울 아빠 본업 존잘인데.’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어.
아빠는 서류를 휙 대조해보더니 그간 재산을 착복했던 곰팡이 여럿을 단번에 골라내기도 했다.
‘배신자의 존재를 눈치챈 것뿐만이 아니라 아예 누군지까지 알고 계실 거야.’
퀘스트가 뜬 걸 보아 아빠는 배신자를 처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대회의에 나를 데려온 게 그저 변덕일까?’
일전에 나는 집무실에서 마나석 채굴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그때 이미 아빠는 가신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지금은 대회의장에서 공식적으로 말하는 거니 무게가 다를 것이다.
집무실 땐 보고를 올리던 소수의 인원만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을 옮기기엔 충분한 인원이었지.’
아빠를 말리는 데 실패한 그들은 다른 높은 사람을 찾아갔을 거다.
‘그 높은 사람들은 당연히 아빠를 찾아왔을 거야.’
내 보좌단을 꾸리는 데 반대를 하든, 항의를 하든 뭐라도 했겠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회의장은 드넓었다. 말석에 있는 자들은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가주인 파에라톤 공작과 가까운 자리일수록 상석이다.
때문에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까부터 장로들은 가만히 있었어.’
장로석 전부 이 사태를 방관 하는 중이었다.
‘이상해.’
내가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 밥그릇 싸움에 새로운 세력이 생기는 거다.
공을 세우면 후계 구도에도 이변이 있을 수 있겠지.
‘그렇담 이 일에 장로들이 가장 치열하게 의견을 내야 하지 않을까?’
무게 잡고 있을 원로들도 아니고 장로들은 한창 현역이잖아.
‘아, 그렇구나!’
이미 짜인 판이야.
나는 씨익 웃었다.
‘지금 중요한 건 내게 보좌 기관을 설치해주냐, 안 해주냐가 아니야.’
그건 저기에 정신 팔려 핏대 세우는 이들에게 던져주는 미끼일 뿐이다.
동시에 이 이후 진짜 나한테 보좌단을 꾸려주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고.
중요한 건一.
‘복수는 내 손으로. 청소는 어지른 사람이.’
一나를 시험하는 거다.
마기를 타고나지 못한 내가 파에라톤 가문의 대소사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장로들이 아빠를 찾아왔던 거야. 내게 가문의 일을 맡기기엔 너무 이르다고.’
아빠는 딜을 걸었을 거야.
니콜라스 타렌카와 내통해 나를 학대하는 것에 일조한 내부의 배신자.
그놈을 내 딸이 잡아낼 거라고.
능력의 증명.
장로들은 그 조건 하에 고개를 끄덕였겠지.
내가 못해낼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 정도로 능력이 있으면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아빠가 내게 배신자를 찾아내라고 말하는 건 반칙이야.
‘그래서 나를 대회의에 데려온 거야.’
아빠는 나라면 눈치챌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실제로 나는 눈치챘다.
이상하게도 입꼬리가 헤실 올라갔다.
가슴이 뛴다.
‘나에게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어.’
승부욕. 성취욕.
나를 증명하고자 하는 마음.
“후우…….”
흥분감이 입술을 타고 나와 흩어졌다.
인정받고 기대받는다는 것.
내 능력을 펼칠 기회가 있다는 것.
그건 정말 근사한 일이었다.
* * *
파에라톤 공작은 대회의 동안 얌전히 앉아있는 딸아이를 내려다보았다.
토실토실한 뺨. 커다랗고 유순한 눈매.
순진하고 말랑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기척을 죽이고 있는 거다.
지금 이 아이의 모습만 보고 우습게 여긴 자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겠지.
이렇게나 파에라톤다운 아이가 또 있을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럼 이것으로 대회의를 파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회의가 끝났을 때.
“아빠!”
루아티샤가 파에라톤 공작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어리광 부리는 아이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던 가신들이 멈칫했다.
흐뭇한 광경이었지만, 다른 의미로 심장이 떨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게 남아 있었으니.
쪽!
막내 공녀가 아빠의 뺨에 입술 도장을 쾅! 하고 찍었다.
그리고 귓가에 무어라 속삭이며 꺄르르 웃는 게 아닌가.
아이의 햇살 같은 미소가 옮은 것인지, 파에라톤 공작의 냉담한 얼굴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허…….”
“소문을 듣긴 했지만, 진짜였나 보오.”
“일전 유괴 미수 사건 때 막내 아가씨의 말 한마디로 사형을 면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지.”
힐끔거리는 가신들을 보고 파에라톤 공작은 딸아이를 바짝 안아들었다.
마치 자랑하듯이.
순식간에 가신들은 배알 꼴리는 표정이 되었다.
파에라톤 공작은 보란 듯이 미소 지으며 딸아이의 몰캉말캉한 뺨을 살짝 꼬집었다.
‘뭐,뭐야…….’
‘유치해…….’
‘그런데一.’
공자들이 내뿜는 마기 탓에 드넓은 공작성은 물론, 이 근처에는 어린아이 한 명 없었다.
즉, 루아티샤는 이 근방의 유일한 애기라는 뜻이었다.
‘一한 번 꼬집어 보고 싶긴 하다.’
뒤돌아나가는 파에라톤 공작을 보며 가신들이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 *
아빠한테 “고마워요! 날 믿어줘서!” 하고 속삭이자 미소가 되돌아왔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나.
나는 아빠의 품에서 폴짝 내려왔다.
쉬운 퀘스트부터 팍팍 진행하며 빨리빨리 움직일 때다!
“아레스!”
대회의실에서 나온 아레스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다다다 달려갔다.
“같이 꾸끼 먹자! 마시멜로랑 초콜릿이랑 넣어서 따끈따끈한 거!”
가신들과 함께 회랑을 걷던 아레스가 내 부름에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아레스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