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7화(37/353)
☆제37화 ☆
나랑 가기 싫은가?
그때, 아레스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내게 손을 뻗었다.
“그럴까?”
차분차분,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이 다정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나는 손을 등 뒤로 감추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냐. 아레스 바쁜 거면 괜찮아.”
“내 동생과 티타임을 함께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지.”
아레스가 나른하게 눈매를 휘며 톡, 내 코끝을 건드렸다.
평소와 같이 상냥한 아레스였다.
“…….”
나는 괜히 시선을 아래로 깔며 팔을 쓸었다.
“그럼 온실에서 먹을까?”
아레스가 미소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후 햇살이 그를 향해 내리쬐고 있었다.
결 좋은 흑발은 까마귀의 깃처럼 매끄럽게 빛났고, 미소 짓는 뺨에는 햇빛이 부서져 내렸다.
한겨울인데 아레스는 따스한 봄볕 같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아레스가 날 뒤돌아봤을 때 얼굴을 찡그린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아레스였을 뿐인데.
순간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아레스가 내민 손을 향해 팔을 뻗었다.
‘우리 오빠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렇게나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인一.’
“약골.”
머리 위로 툭 떨어진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어냈다.
고개를 드니 불퉁한 표정의 소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익시온?”
익시온이 내 손을 휙 잡아당겼다. 덕분에 나는 아레스와 손을 잡을 수 없었다.
“나도 가.”
그렇게 말하는 익시온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같이 가기 싫어 보이는데?”
“어, 싫어.”
“그럼 왜 같이 간다고 해?”
내가 같이 먹자고 한 건 아레스인데.
“뭘 따져? 같이 가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약골 솜뭉치.”
차암나, 누가 보면 내가 익시온한테 같이 가달라고 매달리는 줄 알겠다.
내가 입술을 비죽 내밀자 익시온이 내 뺨을 꼬집었다.
“흐음, 루아티샤가 대단하긴 하네. 네가 나와 차 마실 생각을 다 하고.”
아레스가 중얼거리며 생긋 미소 지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익시온은 아레스를 볼 때마다 달려들지 못해서 안달이었으니까.’
지난번엔 정말 크게 싸울 뻔하지 않았던가.
‘내가 날 두고 싸우지 말라고 해서 흐지부지됐지만.’
정말…….
가내 평안을 위해 어쩔 수 없던 일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쪽팔린다.
“그럼 갈까?”
아레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앗!” 하고 외쳤다.
“익시온, 나 어부바 해줘.”
“뭐?”
익시온이 어이없다는 듯이 날 바라봤다.
“진짜 적당히 해라.”
“어서, 어서!”
내가 발을 동동거리며 손을 뻗으니 결국 익시온이 자세를 낮췄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덥석 업혔다.
“내가 왜 다 들어주고 있는 거지.”
익시온이 꿍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히히.
“익시온, 겉바속촉이니까.”
“뭐?”
“그런 게 있어.”
나는 기분이 좋아서 다리를 달랑거렸다.
익시온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분 좋게 흔들거렸다.
아기들이 누운 요람이 이럴까?
배 속이 따뜻하게 부풀어 올라서 나는 눈을 감았다.
익시온, 등이 넓구나.
아직 어린데.
온실에 도착한 건지 따스한 바람이 산들산들 내 이마를 스쳤다.
기분 좋다.
잠들 거 같아.
“야, 약골.”
그때, 익시온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가물거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저 녀석을 너무 믿지 마.”
“…….”
익시온이 누굴 말하는지는 분명했다.
아레스.
이전의 나라면 익시온이 뭐라 말해도 무시했을 거다.
아레스는 설탕으로 만든 소년처럼 달콤하고 다정했고, 무엇 보다一.
‘나는 익시온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이제는 익시온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
우리 오빠다.
그래서 나는 귀를 바짝 열고 물었다.
“왜?”
하지만 익시온은 내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다만 흔들리는 진동의 박자가 느려졌다.
* * *
“루루는?”
파에라톤 공작의 질문에 공작 성의 수석 집사, 헤드윅이 고개를 숙였다.
“아레스 도련님과 함께 온실로 가셨습니다. 익시온 도련님이 합류했고요.”
파에라톤 공작이 미간을 설핏 찌푸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익시온이 함께라면 괜찮겠지.”
그 말에 에르켈 자작이 고개를 들었다.
“그간 아레스 도련님의 상태는 꽤 괜찮지 않았습니까?”
“오늘 대회의에서 꽤 자극받았을 테니까.”
“그래도 예전과는 다르잖습니까. 막내 아가씨를 대하는 태도도 정말 부드러우셨고.”
“예, 그 아레스 도련님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파에라톤 공작의 세 아들.
그들 모두 파에라톤의 핏줄답게 냉담하고 무자비했다.
그중에서 가장 잔혹하고 호전적인 성정을 지닌 게 바로 아레스 파에라톤이었다.
미친 듯이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도륙하던 어린아이의 모습은 파에라톤에 익숙한 공작성 사람들에게조차 공포로 남아 있었다.
“요즘 아레스 도련님이 막내 아가씨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됩니다.”
“아가씨가 오죽 사랑스러우셔야죠. 아레스 도련님도 막내 아가씨께 녹은 거 아닐까요?”
가만히 보좌들의 이야기를 듣던 파에라톤 공작이 비딱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예?”
“루아티샤를 대하는 그 녀석의 태도가 부드럽고 다정하다고?”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파에라톤 공작의 반응을 보니 전혀 아닌 듯했다.
“하, 하지만…….”
“아레스에겐 본인 외의 모든 자들이 적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긴 하지만, 아가씨를 대할 땐 좀 다르지 않습니까?”
“그 녀석이 제 적개심을 안으로 감추는 법을 터득했을 때 어떻게 했지?”
“웃으셨죠.”
“그래, 그리고 루아티샤를 보면 어떻지?”
“……웃으십니다.”
깨닫고 싶지 않던 사실에 보좌들이 잠시 침묵했다.
“하, 하지만 막내 아가씨께선 아레스 도련님이 경계할 대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마기도 없으시고.”
“그렇게 느꼈나?”
파에라톤 공작이 등받이에 툭 머리를 기대며 이어 말했다.
“아레스는 다른 형제들보다 루아티샤를 가장 많이 경계할 거다.”
“아니, 가장 약하신 분을 왜…….”
“여태까지 상대해본 적 없는 적이거든.”
여태까지 상대해본 적 없는 적?
마기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인가?
하지만 파에라톤의 핏줄 외 모든 인간은 마기가 없었다.
아레스가 상대하는 적 중 가장 많은 비율이 마기가 없는 평범한 인간 아닌가.
“어떤 것을 이르시는지…….”
그 말에 파에라톤 공작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한겨울.
정원에는 새하얀 눈이 쌓여있었다.
그 가운데 루아티샤가 코끝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만든 눈사람이 서 있었다.
파에라톤 공작성 정원에 눈사람이 있는 건 아마 역사상 처음이리라.
침묵하던 공작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자신을 ……는 적.”
그 혼잣말 같은 속삭임을 들은 보좌들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 적을 어떻게 극복해내느냐에 따라서 아레스는 성장할 수도 있겠지.”
파에라톤 공작이 보던 서류를 들어 올리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면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리거나.”
* * *
나는 아주아주 기분이 좋았다.
밖에는 소복소복 하얀 눈이 쌓여있는데 유리온실 안은 봄이 온 것처럼 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거기에 내 곁에는 잘생긴 미소년 둘까지!
‘이것이 바로 양손의 꽃이라는 건가.’
하아, 좋다.
“진짜 맛있나 보네, 내 동생.”
“응?”
“엄청 행복해 보여. 뺨이 갓 구운 빵처럼 부풀어 올랐어.”
“그, 그래?”
양심이 찔려서 시선을 돌리는데, 아레스가 내 뺨을 콕 찔렀다.
“빵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럽네.”
그러면서 슬쩍 웃는데.
우와아…….
저런 말을 하는데 하나도 느끼하지 않아.
얼굴이 깡패구나, 진짜.
나는 아레스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레스, 아레스는 진짜 꼭 이대로 커야 해!”
“저 녀석이 저대로 자라면 괴물이 될걸.”
익시온이 대번에 빈정거렸다.
“익시온은 좀 촉촉해지도록 해.”
“하아?”
“괜찮아. 모난 돌은 둥글어진댔어. 익시온에게도 희망은 있어! 일단 외관은 완벽하니까.”
익시온은 대체 뭔 말을 하냐는 얼굴로 나를 보다가 흐음, 하며 제 턱을 쓸었다.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
익시온이 씨익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뭔가 아니꼬워서 좀 비웃어주고 싶은데 진짜 잘생겼잖아……?
근데 왜 재수가 없지?
“그런데 내 동생은 왜 마나석 채굴 사업에 관심을 가진 거야? 그거 속이 빈 마나석이라는 거 알면서.”
아레스의 물음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냥 퀘스트여서 그런 건데.
나는 눈을 굴리다 대강 답했다.
“응, 나는 오히려 그래서 관심 있어!”
“과연.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확실한 실패에 걸어보는 건가. 대담하네.”
아, 아니 그거 아닌데.
난 아무 생각도 없는데.
그래도 퀘스트가 내게 망할 사업을 하라고 하진 않았을 거다.
“텅 빈 마나석이 쭉정이라고 하지만, 그 쭉정이도 잘 활용해 보면 성공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진짜 돈방석이야!
“그래,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
“너 진짜 많이 먹는다.”
불쑥, 아레스와 나 사이에 익시온이 끼어들었다.
“근데 왜 이렇게 작아?”
아니, 아레스와 잘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왜 시비야?
나는 불퉁해져서 익시온을 노려보다가 멈칫했다.
좋은 생각이 났다.
나는 주먹을 쥐고 한쪽 볼에 착 붙였다.
“우웅, 삼쪼니 루루 밥 안 조써.”
“뭐?”
“루루 굶기구, 일만 시키구 그래서 작은一 헉!”
새까만 마기가 허공을 뒤덮었다.
“그 새끼가…….”
익시온이 살벌하게 이를 갈았다.
나는 머쓱해져서 빰에 붙였던 주먹을 슬쩍 내렸다.
좀 귀여운 척해서 더 이상 먹는 걸로 시비 못 걸게 하려고 했는데.
저번에 나 때문에 싸우지 말라고 했을 때처럼 익시온이 짜증 낼 줄 알았다.
“……니콜라스 타렌카가 네게 밥도 안 주고 일만 시켰다고?”
아레스가 미소 지으며 내게 물었다. 아주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의 손이 내 뺨을 매만졌다.
“화가 나네.”
아레스의 중얼거림이 묘했다.
과연 누구에게 화가 난 걸까?
니콜라스 타렌카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라니.
“지금처럼 대하면 돼! 아레스는 잘 하구 있어!”
나는 척, 익시온을 손가락질했다.
“못하는 건 익시온이야!”
“뭐라고?! 이 약골 솜뭉치가!”
익시온이 내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히잉, 아레스, 익시온이 때렸어!”
울상을 지으며 아레스에게 손을 뻗는데 그의 표정이 이상했다.
“지금처럼이라.”
아레스의 손끝에서 내 머리칼이 흩어졌다.
“정말로?”
“어?”
“넌 알다가도 모르겠어.”
아레스가 내 입가에 묻은 쿠키 부스러기를 닦아주며 말했다.
“난 철학보다 수학을 좋아해. 답이 모호한 문제보다 답이 명확한 걸 좋아하지.”
“…….”
“잘 모르겠는 건…….”
스윽, 아레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턱.
익시온이 아레스의 팔을 붙잡았다.
“손 떼.”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놀라서 익시온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일어나 다가온 익시온이 아레스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받는 아레스의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았다.
‘이러다 예전처럼 난리 날 것 같은데.’
어쩌지?
“그, 그러고 보니!”
나는 손뼉을 짝, 쳤다.
“아레스, 아레스는 내 가족이지? 우리 오빠지?”
너무 뻔한 말 돌리기였다.
하지만 상냥한 아레스는 내 의도를 읽고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왜 당연한 걸 물어?”
아레스가 날 향해 싱긋 미소 지었다.
어라?
‘왜 퀘스트 완료가 안 뜨지?’
나는 긴가민가하며 한 번 더 물었다.
“진짜?”
“그럼. 내 사랑스러운 동생.”
퀘스트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 이상하다? 뭔가 오류가 난 건가?’
퀘스트 조건은 ‘아레스에게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그러니까 당연히 완료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레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싸아아아, 내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하. 네 녀석에게 가족이란 서로 죽이고 죽는 존재인가 보지?”
익시온이 기가 막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이참에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지. 이 솜뭉치는 말랑말랑해서 사람을 경계할 줄도 모르는 거 같으니까.”
익시온이 내 머리를 꾹 누르더니 아레스에게 물었다.
“아레스, 너 뭐 했냐?”
“뭘 하다니?”
아레스는 여전히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 알고 있었지. 그날 공작성에 숨어든 인간들이 있다는 걸.”
나는 단번에 익시온이 언제를 말하는지 깨달았다.
내가 유괴될 뻔한 날.
“네 녀석의 기분 나쁜 마기가 공작성 주변을 항상 뱅뱅 똬리 틀고 있잖아. 거기에 침범한 사람을 네 놈이 못 느꼈을 리 없어.”
“…….”
“그리고 계속 생각했는데 네 녀석이 날 도와준 게 이상하더라고.”
“너무하네. 형이 동생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야.”
“아, 그래? 내가 눈앞에서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놈 아니었나?”
아레스가 후우,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이렇게 똑똑해졌을까.”
그의 입술에 야트막한 미소가 걸렸다.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하룻강아지 같던 게.”
하지만 평소의 다정했던 미소와는 전혀 달랐다.
익시온을 바라보는 아레스의 붉은 눈동자가 어둡게 얼룩져 있었다.
나는 입을 벌렸다.
“잠깐만. 그럼 아레스…….”
유괴 사건의 관련자를 찾아내는 퀘스트의 힌트.
이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즉,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라는 것.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유괴당할 뻔한 거, 알고 있었어?”
아레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퀘스트 〈원수 갚는 까치(2)〉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캐시 뽑기권 지급됩니다.] [퀘스트 〈집안을 먼저 다스려야(2)〉의 힌트가 활성화됩니다.] [퀘스트 대상의 호감도가 표시됩니다.]아레스의 대답보다 더 확실한 답이 돌아왔다.
나는 겨우겨우 알림창에서 시선을 떼고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떠오른 호감도는…….
[-666]네?
-666 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