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3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38화(38/353)
☆ 제38화 ☆
눈을 다시 씻고 봐도 -666이었다.
그냥 666도 아니고 마이너스 666.
마이너스인 것도 너무한데 거기다 악마의 숫자라니!
“이런.”
아레스가 아쉽다는 듯 미소 지었다.
“조금 더 좋은 오빠 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나는 멍하니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서서히 저 밑바닥에서부터 부글부글 감정이 끓어올랐다.
그게 목 끝까지 차올랐을 때,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아레스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나는 빼액 소리 질렀다.
“마이너스 666이라니! 악마적으로 나를 싫어하는 거야?! 아님 악마만큼이나 나를 싫어하는 거야?! 내가 악마야?! 대체 뭐야!”
너무너무 서러웠다.
“나는 아레스한테 몸도 마음도 홀랑 다 줬는데!”
훌쩍훌쩍.
“우와, 아레스, 너…….”
익시온이 훌쩍이는 날 보호하듯 감싸며 쓰레기 보듯 아레스를 바라봤다.
나는 익시온의 품에 파고들며 아레스를 손가락질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아니, 네가 날 키우진 않았지…….”
“요망한 아레스! 불여우 아레스! 경국지색 아레스!”
“경……국지색?”
당연히 K-로판 세상이라 경국지색의 뜻은 통했다.
아레스는 설마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지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사르르 눈매를 접으며 웃었다.
“음, 고마워?”
“저놈보단 내가 더 잘생기지 않았어?”
익시온이 내 고개를 제 쪽으로 들며 말했다.
아니, 요놈들이……!
“칭찬 아냐! 욕이야! 나라를 망하게 할 요망한 불여우!”
나는 마구마구 삿대질했다.
하지만 아레스의 미소는 사라질 줄 몰랐고, 익시온은 “아직 어린데 벌써부터 시력이 안 좋은가.” 하고 중얼거렸다.
“이익!”
나는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익시온이 나를 달랑 들어 올려서 허공에 파파팟 발차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지만.
“내려놔아!”
“좀 진정하라고. 너 약골이라 화내다 쓰러질 수 있어.”
“익시온 미워!”
“아니, 쟤를 욕해. 갑자기 왜 나를 미워해?”
“미워!”
“알았어. 진정하지 마. 그냥 화내. 나 말고 쟤 미워해. 저놈 아주 나쁜 새끼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레스를 삿대질했다.
“나쁜 놈!”
“잘했어.”
칭찬받았다.
‘……이게 아닌데.’
숨이 물거품처럼 폐에 들어찼다.
그랬구나.
아레스가 나를 싫어했구나.
다정한 웃음도.
내 동생, 하고 상냥하게 불러 주던 목소리도.
머리를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
쿠키를 나눠 먹으며 웃었던 순간.
내년 봄이 오면 함께 축제에 가자는 약속도.
전부一.
“처음부터 나를 싫어했던 거야?”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아레스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왜?”
“…….”
“내가, 내가 마기를 못 타고 나서?”
이상하게 목이 까끌거렸다.
나는 차마 아레스를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고개를 숙였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는데 왜.
“아빠 딸이 아니라…… 사생 아일 거라고 생각해서?”
단어를 뱉어낼 때마다 숨 대신 거친 모래가 목구멍을 긁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아파.
긁힌 목이, 가슴이 아파.
그때.
“그게 무슨 소리야?”
아레스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레스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네가 파에라톤의 핏줄이니까 싫어하는 거잖아.”
“……어?”
“네가 파에라톤의 핏줄이 아니었다면 굳이 널 상관할 필요가 없었겠지.”
아레스의 말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가족이라서 오히려 나를 싫어한다고?
“형제는 곧 경쟁자다. 파에라톤의 가주가 되는 자는 단 한 명이지.”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래, 그렇구나.’
아레스가 왜 나를 처음부터 경계하고 싫어했는지 알겠다.
‘나를 한 사람의 파에라톤으로 인정하고 있어서.’
파에라톤은 곧 마기 보유자이며, 마기는 곧 파에라톤의 전유물이다.
때문에 마기가 없는 나를 향해 다양한 의문과 의혹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아빠의 딸임을 의심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
과연 내가 파에라톤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처음 본 순간부터.
내가 딱히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어떤 능력을 펼쳐 보이지 않아도, 아레스는 나를 경쟁자로 인식했다.
마기조차 없는 하자품이 아니라一.
‘제대로 된 파에라톤의 직계라고.’
같은 출발선에 선, 형제이자 경쟁자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날 받아들였던 거야.
“…….”
나는 치맛자락을 꽉 쥐었다.
“차기 공작자리를 둔 경쟁자라서 나를 그렇게 싫어했던 거면…….”
나는 고개를 들어 아레스를 바라봤다.
“그럼 내가 아레스의 적대자가 되지 않으면, 어때?”
아레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주 위에 관심 없다고 해도 안 믿겠지. 그럼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경쟁 같은 거 하지 않으면一.”
그의 붉은 눈동자와 내 푸른 눈동자가 마주했다.
“나를 적대시하지 않고 받아 줄 거야?”
나는 아레스의 눈가가 일그러지는 것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너……!”
“一라고 말하면.”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기분 나쁘지?”
아레스가 벙찐 얼굴이 됐다.
항상 매끄럽던 그의 얼굴이 이렇게 바보 같아진 건 처음이라서, 푸스스 웃음이 나왔다.
“속 시원하네. 아레스한테 한 방 먹이는 거!”
아레스가 웃는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치? 기분 안 좋지? 경쟁자 하나가 알아서 기권하겠다니 오히려 이득인데 기분 나쁘지?”
서서히 일그러지는 아레스의 표정이 볼만했다.
항상 미소 짓고 있던 가면이 완전히 벗겨진 얼굴.
아레스는 굉장히 호전적인 사람이구나.
익시온보다 더.
“왜 기분 나쁠까?”
나는 씨익 웃었다.
“그건 바로! 아레스가 이미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666이지만!
아무튼 그런 거야!
그렇게 생각할래.
아니면, 그게 아니면…….
나는 처지려는 고개를 바짝 들었다.
“그러니까 각오해!”
손가락을 척, 내밀곤 당당히 외쳤다.
“원래 형제는 최초의 경쟁자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그 경쟁 받아들여 줄게!”
그리고 나는 멋지게 뒤를 돌았다.
자꾸만 달려가고 싶은 걸 참아내고 천천히, 당차게 걸었다.
뒤에서 아레스가 “뭐야, 진짜…….”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윽, 커혹……!”
왈칵,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뭐 이런……?
[수족냉증이 치료됩니다!]진짜냐.
쓰러지는 날 향해 익시온이 달려왔다.
익시온의 품 안에서 허물어지는 내 눈에 당황한 표정의 아레스가 보였다.
그리고 그의 곁에 뜬 호감도 표시도.
[-600]‘어?’
호감도가 오른 거야?
[소화불량이 해결됩니다!] [스트레스가 하락합니다!]아니, 내 스트레스의 원인은 너인데?
낄끼빠빠 모르냐?
왜 여기서 능력 발동이야?
너 때문에 스트레스랑 혈압 올라.
[스트레스가 하락합니다!] [상승했던 혈압이 안정됩니다!]젠장.
그걸 마지막으로 나는 까무룩 의식을 잃었다.
* * *
머리가 시원했다.
몸이 가벼운 것을 넘어 호랑이 기운이라도 샘솟은 것처럼 몸에 힘이 펄펄 났다.
루아티샤가 슬그머니 눈을 뜨니 글자가 보였다.
[퀘스트 〈강대한 힘은 평범함에서〉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하.
‘얘 진짜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 하네.’
내가 거기서 울지 않고 멋지게 퇴장하고 있었는데 피 토하게 만들더니, 이젠 눈 뜨자마자 널 봐야 하냐.
‘눈치 좀 챙기자.’
옅은 한숨을 내쉬던 루아티샤는 옆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꼈다.
“아레스?”
고개를 돌리니 아레스가 침대 위에 앉아서 루아티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무표정했다.
“너 정말 약하구나.”
“응.”
사실 튼튼해진 거지만.
지금은 호랑이 기운이 샘솟은 상태라 더 힘이 펄펄 나지만.
루아티샤는 몸을 스윽 일으켰다.
“왜 일어나?”
“나 할 일이 있어.”
아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각혈해 놓고 그 상태로 일한다고?”
“응. 난 마기가 없으니까 아파도 참고 열심히 해야 아레스랑 경쟁할 수 있어.”
흥칫뿡이다, 요 녀석아!
루아티샤의 볼이 빵빵해졌다.
아레스는 말이 없었다.
루아티샤가 침대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순간이었다.
“꺅?”
아레스가 루아티샤의 팔을 잡고 휙 잡아당겼다.
풀썩!
루아티샤는 졸지에 침대 위로 다시 쓰러졌다.
아레스는 여전히 아까와 같은 자세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러나 그의 표정만은 달랐다.
“……아레스, 화났어?”
“쓸데없는 소릴.”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레스는 루아티샤에게 이불을 꼭꼭 덮어주었다.
[-580]루아티샤의 눈에 호감도가 비쳤다.
“나 진짜 안 아픈데.”
“제 몸 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 상대를 경쟁자로 두고 싶진 않은데.”
아레스의 목소리가 삐딱했다.
항상 다정했는데 음색이 다르다.
루아티샤는 코끝을 이불 속에 묻었다.
“진짜야.”
고집부리는 거 아냐.
진짜로 안 아파.
그리고 달라진 아레스랑 있기 싫어.
울 거 같단 말야.
아레스가 가만히 루아티샤를 내려다보다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590]호감도가 더 내려갔다.
“뭘 하려는데. 마나석 사업? 보좌단이 안 꾸려졌는데 어떻게 하려고? 고집부리지 말고一.”
“아니야.”
루아티샤가 단호하게 아레스의 말을 끊었다.
“내 학대에 동참한 배신자를 잡아낼 거야.”
아레스가 멈칫하며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니콜라스 타렌카와 내통해서 그가 내 양육비를 갈취하고 나를 학대하는 것을 도운 배신자.”
그늘진 얼굴에 파라이바 빛 눈동자가 기묘하리만치 선명히 빛났다.
“그 자식을 잡아내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
평소 루아티샤는 마냥 밝고 말랑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지금 무표정한 얼굴로 감히 자신의 삶을 망가트린 이를 처단하겠다고 말하는 얼굴은一.
‘나와 닮았어.’
포식자 그 자체였다.
“……아레스?”
루아티샤가 의아하다는 듯 부르고 나서야, 아레스는 현실로 돌아왔다.
아레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파에라톤을 좀 먹은 배신자를 가만둘 순 없지.”
“그럼?”
“한시적 동맹이다.”
“흐응?”
루아티샤의 얼굴에 빙글거리는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건 바로! 아레스가 이미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머릿속에 당당하게 외쳤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서 아레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말해두지만, 한시적인 것뿐이다.”
“응!”
“그리고 널 위한 게 아니야.”
“그래그래, 내부의 배신자를 잡아내야 하니까 협력하는 거뿐이지?”
루아티샤가 웃으면서 다 안다는 듯 받아쳤다.
아무리 봐도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든 말든 루아티샤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그 깨끗하고 청량한 색채.
아레스는 손을 들어 루아티샤의 눈을 가렸다.
“아레스?”
“짜증 나.”
네 눈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짜증이 나.
기죽을 만한 말인데도, 루아티샤의 입꼬리가 푸스스 올라 갔다.
“뭐야?”
“아니, 아니. 전에도 이렇게 아레스가 내 눈을 가렸었잖아. 그때 생각이 나서.”
“…….”
아레스의 손에서 힘이 살짝 풀렸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루아티샤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그녀의 눈에 아레스의 얼굴이 비쳤다.
그의 표정을 본 루아티샤의 눈동자가 파랑이 인 호수처럼 흔들렸다.
루아티샤가 입을 벌렸다.
하지만 정작 나오는 말은 없었다.
여전히 아레스는 루아티샤의 눈을 덮은 채였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난 작은 틈 너머로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550] [-580] [-530]루아티샤는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호감도를 바라보았다.
왜, 아레스는.
[-499]나를 미워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일까.
[-666]아니, 그래도 –666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