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4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40화(40/353)
☆ 제40화 ☆
아레스는 나를 처음 볼 때부터 차기 파에라톤 공작 위를 놓고 싸우는 경쟁자로 인식했다.
그건 나를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단 뜻이다.
‘그런데 왜 퀘스트가 완료 안 되지?’
나는 생각에 잠겼다.
콕콕.
콕
에르메스 짹이 열심히 쿠키를 쪼아먹는 소리가 몇 번 더 울렸을까.
‘아, 그렇구나.’
숙청 대상.
아레스에게 나는 가문의 일원이 아니라, 가문에서 쳐내야 할 인간이다.
아레스가 파에라톤 공작이 될 때, 가문에 내 자리는 없다.
그가 그리는 미래에 나는 가문의 일원이 아닌 것이다.
“…….”
나를 -444만큼 싫어하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一.
그때, 따스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손바닥을 스쳤다.
에르메스 짹이 제 자그마한 머리를 내 손바닥에 문지르고 있었다.
“에르메스?”
“세 번만 더 만나면 내 애칭을 부르도록 해줄게 짹!”
설마 지금 위로해주는 걸까?
“지, 지금 네가 싫어서 허락하지 않는 건 아냐 짹! 그냥 너무 이르잖아 짹!”
“조금 튕겨보고 싶은 거구나.”
“너무 쉬워 보이면 안 된댔어 짹!”
대체 새한테 뭘 가르친 걸까.
그래도 덕분에 웃음이 나왔다.
‘……아레스에겐 진정한 가족이 없는 거야.’
가족이 아예 없는 것.
있어도 본인이 문을 닫아걸어 거부하는 것.
어느 쪽도 슬프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뭐하냐?”
“익시온!”
나는 벌떡 일어나 익시온에게 뾰뵤뵤 달려가 손을 잡았다.
“가족이란 좋은 거야, 그치?”
“갑자기 무슨…….”
“그치, 좋지? 익시온도 좋지?”
익시온이 빤히 나를 내려다봤다.
그는 시선을 돌리며 “아씨, 진짜. 내가 왜…….”하고 중얼거렸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조, 좋아.”
“익시온, 귀 빨개.”
“안 빨개!”
“부끄러워? 귀엽긴.”
“너 진짜!”
익시온은 악악 소리를 지르면 서도 내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히히, 익시온 놀리는 거 너무 재밌어.
“그것보다 너, 좋아하는 빵이 있다며.”
“…….”
한껏 올라갔던 입꼬리가 단번에 쑥 내려갔다.
“대체 뭐야? 다들 그 얘기로 난리인데.”
“…….”
“아무리 물어도 무슨 빵인지 안 알려주더라.”
그야 알려줄 수 없겠지! 완전 없겠지!
“뭔데, 알려줘.”
“모, 몰라두 대.”
“뭐야. 나만 알려주지 않는 거야?”
익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화내고 윽박지르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안다.
저건 사실 상처 받은 표정이란 걸.
‘으윽…….’
이건 익시온을 놀린 벌을 받는 걸까?
“아…….”
“아?”
“아ㅃ…….”
“앞?”
에잇 모르겠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냐!
“오빵!”
흑흑.
죽을래.
내가 2회차 인생을 이대로 마감할까 고민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내 방 벽에 구멍이 생겼다.
그것도 사람 셋은 지나다닐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이.
“젠장! 존나 귀엽잖아!”
“…….”
휘이이이잉一.
차디찬 겨울바람이 구멍을 통해 방 안에 몰아쳤다.
진짜 죽을까.
Chapter 9. 내 동생이 울잖아
똑똑.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읽고 있던 소설 〈시한부 악녀는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를 쿠션 사이에 숨겼다.
아키투스에 소환되어 있는 걸 재탕하는 중이었다.
‘한창 클라이막스였는데.’
여주가 뛰쳐나간 후에 남주, 서브남주, 원작 여주, 흑막, 마탑주, 아빠, 오빠, 동생, 할아버지, 고모, 삼촌 심지어 기르던 강아지까지 후회하기 시작하는 장면이었다.
다시 읽어도 흥미진진! 두근두근!
아쉬움을 숨기며 고개를 드니 그 아쉬움마저 잊게 할 정도로 눈부신 미모의 소년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레스, 왔어?”
“협력한다고 했으니까. 한시적이지만.”
그렇다.
오늘은 아레스와 함께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서 만나기로 한 날이다.
나는 아레스가 소파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그래서 타렌카랑 내통한 배신자는 누구야?”
아레스는 순간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가 피식 웃었다.
“내 동생에게 이렇게 날로 먹으려는 면이 있는 줄은 몰랐는걸?”
그야 당연하지.
손 안 대고 코 푸는 건데 누구라도 좋아할걸?
“이미 배신자가 누군지 알아냈을 거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알려주면 쉽잖아?”
“내가 알아냈을 거라고 완전히 확신하네.”
“아레스, 똑똑하잖아. 아니야?”
아레스는 대답 대신 미소 졌다. 살짝 쳐진 눈매가 부드럽게 휘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난 어디까지나 협력자일 뿐이야.”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벌써 알아냈구나.
뭐, 호감도가 -444인데 물어본다고 바로 알려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진짜다.
……그래도 아주 쬐에끔은 기대했는데, 치.
“그래, 이건 내 일이니 내가 해야지.”
그 순간, 아레스의 호감도가 변했다.
[-439]-444를 탈출했다!
아주 조금 올라간 것뿐이지만, 어쨌거나 데드 플래그 같던 죽을 사를 탈출한 게 좋았다.
“그래서 내 동생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아주 간단해.”
엣헴!
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 배를 뽈록 내밀었다.
“아레스가 나한테 업무 일지 하나만 가져다주면 뚝딱! 모든 게 해결이야!”
아레스의 얼굴에 미소가 깊어졌다.
“설명이 필요한데.”
전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나는 하나부터 차근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레스가 궁금한 건, ‘왜 업무 일지가 필요한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느냐’니까.
“파에라톤에서는 타렌카에 날 맡기고 매 분기 막대한 양육비를 보냈어.”
나는 구경도 못 해본 돈이지만.
“과연 돈만 보내고 땡 끝이었을까? 절대 아니지. 당연히 내가 잘 있는지, 양육비는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보고를 받았을 거야.”
“그래.”
“그런데도 파에라톤에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걸 보면, 니콜라스 타렌카가 이중장부를 잘 만들었다는 거겠지. 적어도 서류만 봐선 나한테 잘 쓰이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실제로 파에라톤에 온 타렌카의 서류는 완벽했어. 혹시 네 물건을 산 게 거짓일까 봐 무작위로 실제 구매 내역과 대조 해보기도 했더군.”
무작위 대조라니.
생각보다 훨씬 꼼꼼히 일했었잖아?
“그런데도 안 들켰다니…….”
“아마 제 딸에게 쓴 돈을 네게 썼다고 기록한 거겠지. 둘 다 여자아이고 나이도 비슷하니.”
아레스의 눈매가 어두운 빛을 띠며 가늘어졌다.
그가 나른하게 턱을 괴며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아비도, 그 딸도 주제도 모르고 감히 파에라톤 공녀의 것을 빼앗았군.”
아레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흉흉한 기색이 가득했다.
무슨 사달이라도 날까, 나는 서둘러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보고서가 완벽했다면 그쪽 직무자들은 배신자가 아니겠네. 아레스한테 요청하려던 직무 일지 중 그에 관한 건 제외해도 되겠어.”
“그럼 뭘 원하지?”
“감사의 꽃은 실사잖아? 분명 감사자가 실태 감사를 위해 타렌카 후작저에 찾아왔을 거야. 그치?”
“그래.”
“……그랬구나.”
진짜로 감사자가 파견되었구나.
우리 가문에서는 잊지 않고 계속 나를 지켜봤었어. 단지 그 눈이 썩었을 뿐이지.
몸에서 힘이 쭈우욱 빠져나갈 정도로 안도감이 찾아왔다.
“왜 그래?”
아레스의 물음에 빼꼼 고개를 들자 그가 이어 말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당연히 실사가 나갔을 거라고 단언한 건 너잖아?”
“으응, 그렇지.”
“그런데 왜 그런 반응이지?”
실사를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실낱같은 의심이 남아 있었다.
타렌카 저에 있는 동안, 나는 내가 완전히 버림받은 줄 알았으니까.
양육비도 안 주는 거야 형편이 못 되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까 한 번만, 딱 한 번만 찾아와주세요.
삼촌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해서 내가 먹을 거는 내가 벌 테니까, 한 번만 얼굴을 비춰주세요.
내 이름을 가르쳐주세요.
안 데리고 돌아가도 되니까, 나를 잊지 않았다고, 버리지 않았다고 말해 주세요.
그렇게 매일 밤 두 손 모아 빌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턴가 그조차도 빌지 않게 되었다.
“그러게. 왜 이럴까. 이제는 내가 버림받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아는데.”
“……그 개새끼가 네게 그딴 망언을 지껄인 거야?”
“어?”
뭔 새끼?
놀라서 아레스를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가 버림받았다고.”
“……응.”
조금 창피해서 나는 미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 들어, 루아티샤 파에라톤.”
내가 가만히 고개를 들자 아레스가 나와 눈을 맞췄다.
“이 세상에 널 버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어.”
아레스의 붉은 눈동자는 낙인 같았다.
부정할 수 없도록 찍히는 낙인.
“아무도?”
“그래, 날 제외하곤.”
“…….”
아니, 나 좀 감동할 뻔했는데.
왜 님을 쏙 제외하세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나만은 절대 널 버리지 않아.’라고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파에라톤의 가주가 됐을 때, 널 버릴 수 있겠지.”
“…….”
“하지만 나 외에는 그 누구도, 그 어떤 존재도 널 버릴 수 없어.”
나는 가만히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래서 깨달았다.
“아레스, 진짜 날 좋아하는구나.”
호감도는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그렇지만一.
“아레스는 분명 날 사랑하기 시작했어.”
[-444]호감도가 다시 내려가며 -444가 되었지만 나는 기죽지 않았다.
“4는 죽을 사가 아니라 사랑 해의 사였던 거야!”
“뭐?”
“그치?”
아레스는 환하게 웃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길게 뻗은 소년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아레스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라서 무슨 말인지 내 귀에까지 들리진 않았다.
아레스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아레스?”
“……하던 이야기나 계속해. 우리는 그러려고 만난 것뿐이니까.”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묘하게 뾰족한 날이 느껴졌다.
또 나를 밀어내려 하는구나.
따끔,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밀어내려 하는 건 분명, 내가 아레스의 마음에 점점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야.
그럴 거야.
나는 주먹을 꽉 쥐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타렌카 저에 온 감사자는 내 양육비가 외삼촌의 배때지에 기름기만 더해주고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물론 니콜라스 타렌카는 단순히 돈만 유용한 게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은 채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겠지.”
“밥도 못 얻어먹었다고?”
아레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새끼가 널 굶겼어? 너처럼 잘 먹는 애를?”
“아니, 내가 그렇게 많이 먹진……. 음, 많이 먹긴 했지만, 그래도…….”
민망했다.
하지만 애기들은 많이많이 먹어야 해.
난 누가 뭐래도 네 살 응애!
나는 빠르게 당당함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삼촌은 감사자에게 제안했겠지. 감사 결과를 잘 말해주면 내가 양육비의 얼마를 떼주겠다.”
리베이트.
아주 확실한 유착이다.
“고작 돈 때문에……라고 하고 싶지만, 많은 일들이 고작 돈 때문에 일어나지.”
“응. 거기다 니콜라스가 혓바닥을 놀렸겠지.”
“…….”
“저 계집은 공작의 친딸이 아니다. 마기가 없지 않은가.”
“뭐?”
“공작부인이 불륜했다는 증거니 파에라톤 공작은 오히려 저 계집을 증오할 것이다.”
이제는 내게 상처가 되지 못하는 말이다.
나는 아빠 딸이니까.
내 이름은 루아티샤 파에라톤.
나는 아무렇지 않아.
그러니까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어.
“설령 친딸이라도 파에라톤 공작이 하자가 있는 딸을 그렇게 아낄 리 없다. 본디 파에라톤은 가족의 정이 없지 않은가.”
그럴싸한 말과 눈앞의 황금.
그 번쩍거리는 빛이, 손만 뻗으면 바로 잡히는 돈이 이성을 아주 달콤하게 마비시켰을 테다.
아니면 뭐 그냥 처음부터 생각이 없는 자였을 수도 있고.
“……이제 알겠군.”
긴 침묵 끝에 입을 연 아레스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아무런 고저도 없는 기계 같은 음성.
“네가 나한테 사생아라서 싫어하는 거냐고 물었던 이유.”
고개를 들고 아레스를 마주한 순간, 턱 숨이 막혔다.
그의 얼굴에는 온도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