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4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43화(43/353)
☆ 제43화 ☆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그렇게 함부로 열면 내 동생이 싫어할 텐데.”
“하아? 네 녀석이 열면 싫어했나 보지? 내가 열 땐 웃으며 반겨주던데?”
“둘 다 물러나라.”
“각하,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이런 때에一.”
“죄송. 어쨌거나 전 솜뭉치에게 먼저 답을 들어야겠습니다요.”
“마기 꺼내지 마라. 집어넣어.”
아빠랑 오빠들이 온 것 같은데 뭔가 엄청나게 시끌시끌하다.
투왈렛 룸에 있던 나는 빼꼼 거실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빠?”
서로에게 뭐라 말하던 세 사람이 멈칫하더니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아레스랑 익시온도 왔네?”
나를 본 세 사람 모두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굳었다.
놀란 얼굴.
“히히, 어때! 유트라가 만들어 준 신년 연회복이야! 예쁘지?”
쨘, 하며 새 꼬까옷을 자랑하는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뭐지?
재빨리 주변을 살피니 익시온의 곁에서 새까만 기운이 솟으려고 했다.
난 기겁해서 소리를 질렀다.
“또 벽 뿌수면 미워할 거야!”
그러자 마기가 축 가라앉더니 사라졌다.
“휴우.”
지켜냈다, 나의 새로운 방!
그때, 아레스가 내게 다가왔다.
“오늘 정말 귀엽네, 내 동생.”
“뭐, 약골 솜뭉치 주제에 봐줄 만은 하네.”
익시온이 질세라 다가오며 말했다.
“벽이나 부수는 저런 폭력적인 놈 말은 들을 필요 없어.”
“아아, 속이 시커먼 놈보단 낫겠지.”
“네게는 여전히 교육이 필요한 것 같구나.”
“지금이라도 해볼 테냐?”
두 사람의 눈빛에서 살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또 이 패턴이냐.
이제 나도 안 말려!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 내 방 부수지 말고!
나는 유일한 희망인 아빠를 바라봤다.
과연 아빠는 침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역시 안심된다.
어느 때에도 냉철한 우리 아빠!
내가 활짝 웃으며 아빠에게 손을 뻗는 순간.
“……두렵군.”
아빠가 살짝 비틀거리며 중얼거렸다.
“내 딸의 귀여움은 신체를 장악할 정도다.”
……예?
“일시적 마비. 그 직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일어나는 심실과 심방의 수축과 팽창.”
“…….”
“팔다리가 뇌의 통제를 잃고 멋대로 움직이려고 하지.”
척, 어느새 다가온 아빠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저기요, 딸 안아드는 게 팔다리의 통제 운운할 거리인가요.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아빠를 내려다봤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었지.”
하나도 안 궁금하다.
“귀여움으로 세계를 정복한다.”
하나도 안 궁금하다고!
“미친 인간들의 헛소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실재할 줄이야.”
아냐. 그거 미친 인간의 헛소리 맞아.
그리고 그 헛소리를 지금 우리 아빠가 하고 있군.
그렇다면 우리 아빠는?
“과연 무서운 힘이군. 내 딸의 귀여움은 굉장한 파괴력을 지녔어.”
“…….”
“…….”
내 방안에는 북극을 소환한 것처럼 싸늘한 침묵이 맴돌았다.
거 봐. 다들 기막혀하잖아.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귀여움이 죄라면 우리 아가씨께서는 사형! 아니, 사형으로도 부족합니다!”
“아가씨를 사형시키느니 그냥 사람을 다 죽이죠! 이 세상에는 우리 아가씨만 있으면 됩니다!”
“그야말로 이 세계를 정복하고, 천계와 마계까지 정복할 귀여움!”
“…….”
아니, 동조하지 말라고!
언니들이 점점 이상해지는 줄은 알았지만…….
그러나 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익시온과 아레스를 보니 그들 역시 이 황당한 광경에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그래. 그치?
나도 같은 마음이야.
나는 동조의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확실히. 솜뭉치 외의 버러지는 존재해야 하는 의미도 모르겠고.”
“이 세계를 생각해서도 역시 한 번쯤 대대적인 청소를 하는 게…….”
얘네는 또 왜 이래.
설마 그 청소의 대상이 인간인 건 아니겠지?
진짜 환장할 노릇이다.
눈앞에서 대환장쇼가 벌어지는데 다들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네.
여기 정상인은 나뿐이야?
“아휴, 이게 다 루루가 귀여운 탓이지. 다들 여긴 왜 온 거야?”
“오늘 대연회잖아.”
익시온이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말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왜?”
그때 갑자기 아레스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디 나에게 내 동생을 에스코트할 영광을 줄래?”
사르르 웃는 눈매, 부드러운 목소리, 완벽한 자세.
그야말로 로판에서 튀어나온 남주였다.
“이 자식, 새치기라니!”
“네가 느리다는 생각은 못 하는구나.”
익시온이 아레스가 붙잡고 있던 내 손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솜뭉치, 넌 내가 지켜.”
자연히 내 몸은 익시온의 품에 떨어졌고.
“그렇지?”
날 내려다보며 씨익 웃는 익시온은 또 다른 맛의 로판 남주였다.
“다들 의미 없는 발악을 하는군.”
아빠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새까만 마기가 나를 부드럽게 감쌌다.
밤으로 만든 이불처럼 상냥한 마기.
“어차피 내 딸은 나를 제일 좋아해.”
나를 품에 안아 든 아빠가 고개를 까딱이며 오만하게 두 아들을 내려다봤다.
‘……뭐지, 이 상황?’
이 익숙한 냄새는?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은…….
마치 딸바보 아빠와 동생바보 오빠가 서로를 견제하는 것 같은!
‘이것은 바로 로판의 단골 장면!’
나 드디어 딸바보 아빠랑 동생바보 오빠가 생긴 거야?!
그 순간, 아레스 곁에 떠 있는 호감도가 내 눈에 들어왔다.
[-160]‘아니, 동생바보 하려면 호감도가 99999 이렇진 않더라도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니어야지, 마이너스는!’
역시 아레스는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만약 호감도를 보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아레스가 날 완전히 받아들였다고 착각했을 거야.’
“루아티샤, 네 생각은 어때?”
아레스가 나를 향해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으음……. 그치만 나는 아직 어려서 파트너랑 입장하는 나이도 아니잖아.”
셋 중 누구를 선택해도 후폭풍이 장난 아닐 거 같단 말야.
내가 아빠의 가슴을 탁탁 치자, 아빠가 날 내려주었다.
“하지만 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넌 빠져, 아레스. 에스코트는 곧 레이디를 지키는 거고 나는 저 솜뭉치에게 지켜주겠다고 이미 말했어.”
“저런. 하지만 내 동생은 오늘 나와 특별히 할 일이 있어서.”
“특별히 할 일?”
익시온이 심히 거슬린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아레스가 나를 제 품에 끌어당기며 말했다.
나는 힐끔 아레스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곧장 시선을 내려 나를 마주했다.
‘뒷배를 잡아내는 일도 그렇고 호감도를 올리려면 아레스랑 함께 가는 게 낫겠지.’
“아레스!”
내가 아레스를 부르자 그가 싱그럽게 웃었다. 승리자의 미소였다.
충격에 빠진 익시온과 아빠가 뭐라 말하기 전에 나는 아레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좀 더 분발해.”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아레스의 눈매가 떨렸다.
“난 아직 아레스 용서 안 했으니까.”
움찔.
아레스가 당황하는 사이, 나는 유유히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지금 착각하는 게 있는데 말이야.
선택권은 세계를 정복할 귀여움의 이 루루님께 있단 말씀이야.
남의 호감도를 신경 쓸 게 아니라 내 호감도를 신경 써야지?
지금 이거는 나한테 호감도 제일 높은 사람이 선택받는 거 아냐?
난 항상 여주 편이었어.
남주들의 선택을 받는 여주가 아니라 여주가 남주를 선택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자였다구!
아레스는 나한테 다정한 척 연기한 거 들키는 바람에 깎아 먹은 호감도 다시 회복하고 와!
“나, 함께 연회장 가고 싶은 사람 있어!”
그 말에 아빠와 익시온이 날 쳐다봤다.
“그게 누구야?”
“그건 바로…….”
내가 정말 정말 원해왔던一.
“아빠랑 아레스, 익시온!”
소중한 가족.
“셋이 함께 입장할래!”
딸바보, 동생바보가 아니면 뭐 어떤가.
나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이란 끔찍이 미워하다가도 다음날이면 또 사랑할 수 있는 존재니까.
“셋이 함께?”
“응, 괜찮잖아. 어차피 난 에스코트 받을 나이도 아닌데.”
익시온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내가 이 녀석이랑 같이 파티에…….”
“……더 불쾌한 사람은 나일 텐데.”
“흠, 셋이 아니면 안나랑 낸시랑 로라랑 틸다랑 갈래!”
“어멋! 저희는 얼마든지 여러 명이서 함께 입장할 수 있습니다!”
“대연회홀 입구는 엄청 넓으니까요!”
아빠랑 오빠들이 엄청난 시선으로 노려봤지만, 언니들은 느껴지지도 않는 듯했다.
한때 아빠에게 먼저 말을 올리는 것조차 목숨을 걸고 비장하게 했던 거 같은데.
이것이 바로 격세지감인가.
“그래서, 아레스랑 익시온은 절대 함께 못 들어가?”
“어쩔 수 없지.”
“내 동생이 원하니까.”
좋아, 좋아.
이걸 계기로 둘 사이에도 변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건 내 몫이 아니었다.
싫어하는데 억지로 엮는 것만큼 불쾌한 것도 없고.
“아빠는요? 괜찮아요?”
그 말에 아빠가 내 머리를 푹 눌렀다.
“어서 가자.”
히히.
* * *
익시온과 아레스는 서로를 힐 끔거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서로의 기척이 싫을 만큼 충분하게 느껴졌으니까.
홀로 향하는 회랑을 걸으며 두 사람은 상념에 잠겼다.
루아티샤가 공작성에 오고 아직 한 계절도 다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무나 많은 게 달라졌다.
항상 정물 같았던 고용인들에게 생기가 깃들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전체적인 성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버지인 파에라톤 공작의 태도 변화였다.
루아티샤를 대하는 것을 볼 때면 아직도 가끔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스스로가 겪는 변화였다.
그건 일일이 하나하나 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 같기도 했다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흔들 정도로 거대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로 만나서 피 흘리지나 않으면 다행인 형제 관계.
그런데 설마 이렇게 얌전하게 멀쩡한 몰골로 나란히 연회에 입장할 줄이야.
아주 사소했지만, 아주 거대한 변화.
세 사람은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한 기분으로 회랑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바로 곁에서 아장아장
걷고 있는 루아티샤를 보고 있자니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공작 각하와 아레스 공자님과 익시온 공자님 그리고 루아티샤 공녀님 드십니다!”
호명관의 목소리가 들리고 가족이 함께 대연회장 안으로 입장했다.
크리스탈 샹들리에의 눈 부신 빛이 네 사람의 모습을 비추었다.
“어머, 공자님들이 함께 입장하시다니 제가 꿈을 꾸는 건가요?”
“각하께서도 혼자가 아니시고.”
“하아, 원래도 정말 그림 같은 미모의 분들이었지만, 오늘은 정말 말이 안 나오네요. 경마장이 다 망하겠어요.”
“부인은 진짜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분위기 싸해지니까.”
“아, 저분이 바로 그 유명한 막내 공녀님이신가? 정말 귀여우시군.”
그때, 파에라톤 공작이 막내 공녀를 휙 안아 들었다.
“어머나, 세상에!”
“거봐요,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각하께서는 막내 공녀님께 각별하십니다.”
“저 모습을 보니 두 공자님께서도 그런 듯하네요.”
막내 공녀를 안아 든 파에라톤 공작의 양옆으로 두 공자가 호위하듯 서 있었다.
공녀를 바라보는 표정은 여태까지 이들이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와…….”
“뭔가 되게, 기분이 이상하네요.”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파에라톤 일가는 정말 평범한, 그렇기에 더없이 사랑스러운 가족처럼 보였다.
* * *
아레스는 초코 분수 앞을 떠나지 못하는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좋아하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루아티샤를 보면 자꾸 드는 기분.
‘아니,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아레스의 눈이 스윽 연회장을 훑었다.
파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파에라톤 공작은 원로들과 내실로 들어갔다.
‘이제 원로들이 나왔으니 장로들이 들어가겠군.’
그다음은 각 파벌이 들어갈 테니 공작은 계속 내실에 있을 거다.
‘익시온은…… 없군.’
처음에는 루아티샤의 옆에 껌 딱지마냥 붙어 있었다.
익시온이 이런 연회에 참석해서 5분 만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이 그를 찾았고, 덕분에 익시온의 짜증은 점점 높아져만 같다.
거기다 루아티샤에게 다가온 사람들까지 다 경계했으니.
결국 사람들에게 장난질을 걸다가 루아티샤에게 한소리 들었다.
보통 사람은 그걸 결코 장난질이라고 보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누구 죽이겠다고 날뛰지 않은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지.’
그때, 아레스와 루아티샤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실에서 나온 자들이 바로 원로들이다.
장로들과 더불어 뒷배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치.
역시나 루아티샤는 바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원로들은 거의 처음 보는 거나 다름없는 막내 공녀에게로 다가갔고, 루아티샤는 꽤나 예에 맞게 그들을 맞았다.
그래봐야 짤뚱한 팔다리를 가진 애기가 치맛자락을 넓게 펴고 다리를 한번 깡총한 모양새였지만.
‘신기하군.’
루아티샤는 어떻게 뇌물 수수를 알아낼 수 있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아레스는 뭐든지 본인이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저 아이가 해낼 거라고 상정하고 다음 계획을 짜고 있다.
그것은 믿음이 아닌가?
‘……뭐 괜찮겠지.’
어쨌거나 루아티샤가 총명하다는 것은 확인했다.
그러니 지금도 알아서 잘 해낼 터.
‘나는 왜 이리 신경 쓰고 있는 거지.’
어차피 오늘은 루아티샤가 누군지만 알아내고 끝이었다.
내일 배후가 누군지 아레스와 이야기하고 물질적인 증거를 얻을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다.
루아티샤는 당장 배후를 알아냈다고 해서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아이가 결코 아니었으니까.
그때였다.
“나쁜 놈이야!”
루아티샤가 빽 소리를 질렀다.
어?
“할부지! 나빠! 못됐어!”
그것도 무려 그냥 원로도 아니고 원로원의 수장을 향해 손 가락질 하며.
“나쁜 탈세범!”
루아티샤……?
아레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내 동생, 똑똑함이 집 나갔어요.